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65)
65화. 화해를 시키다.
65화. 화해를 시키다.
탑 55층.
예전 토끼들의 왕국 레드리본의 왕궁이 있던 곳, 지금은 왕궁 대신 거대한 저택이 지어져 있었다.
그리고 저택의 주인이 머무는 방 안.
온갖 값비싼 물건들로 장식된 방에 거대한 멧돼지가 앉아 있었다.
“내 밀짚모자는 아직도 못 찾은 건가?”
“네. 죄송합니다. 의뢰를 맡겼던 실버 울프족에게서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
대지주 그리드의 말에 멧돼지 부하가 대답했다.
“됐어. 그건 천천히 찾아도 돼.”
대지의 성인 패트릭의 밀짚모자에는 강한 봉인 마법이 걸려 있었기에 보통의 감정 마법으로는 밀짚모자의 정체를 알아낼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식량은 잘 비축하고 있겠지?”
“네. 그리드 님의 지시를 받은 후 밖으로 나간 식량은 하나도 없습니다.”
“클클클. 드디어 100년 만에 다시 기회가 왔어.”
100년 만에 다시 레드 로커스트가 탑에 나타났다. 그리드는 이번 일이 100년 전 탑 55층을 얻은 것처럼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식량의 공급을 막아 식량 가격을 올리면서 탑에 혼란이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
사과 씨앗은 뜨거운 열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밑으로 밑으로 뿌리를 내렸다. 아래쪽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차가운 기운을 따라 지하수가 흐르는 탑 99층의 바닥까지 뿌리를 내렸다.
물을 충분히 빨아들여 열기를 버틸 수 있게 된 사과나무는 언젠가 해를 받고 새싹을 피울 날만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열기를 흡수하기 시작한 사과나무에게 의식이 생겼다.
그리고
[주인님! 불꽃이 여기 있어요!]불을 흡수하고 화염 속성을 각성한 불꽃의 사과나무 불꽃이가 자신을 심어준 세준을 열심히 불렀다. 하지만 세준은 불꽃이의 외침을 들을 수 없었다.
[불꽃이는 굴하지 않아요!!!]불꽃이는 언젠가 빛을 볼 날을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고 계속 뿌리를 성장시켰고 어느덧 사과나무의 뿌리는 타락한 엔트들이 탐낼 정도로 거대하게 성장했다.
현재 불꽃 사과나무의 뿌리는 세준의 농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뿌리의 성장을 자제하고 있는 중. 세준이 보고 있는 새싹은 불꽃 사과나무의 극히 작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
세준이 회사 동료에게 받아 조난 2일 차에 먹은 안동 세척 사과의 씨앗. 사과 씨앗을 땅에 심은 이후 거대하게 성장하는 파 이파리와 다른 농작물로 인해 완전히 잊고 있었다.
[와! 빛이다!]빛을 보며 감격하는 사과나무 새싹을 보면서 세준은 너무 미안해졌다. 거기다 씨앗 위에 불을 피우는 만행까지 저질러 버렸으니.
‘내가 이 귀여운 새싹에게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뭐 필요한 거 없어?”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에 세준이 새싹에게 물었다.
[없어요! 불꽃이에게 가장 필요한 게 주인님과 빛이었는데 이제 다 있으니까요!]“크으. 이녀석…”
새싹은 말까지 이쁘게 하며 세준을 감동시켰다.
“근데 네 이름이 불꽃이야?”
[네! 제 이름은 불!꽃!이!입니다! 주인님이 제 이름을 불러줘서 너무 좋아요!!!]“불꽃이?”
사과나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다.
그때
화르르륵.
기분이 좋아진 불꽃이의 새싹이 갈라지는 부분에 콩알만 한 불꽃이 생겼다.
“어?! 불꽃이 너 불도 다룰 수 있어?”
[그럼욧! 저는 불꽃의 사과나무니까요!]불꽃이가 자랑스럽게 말하면서 불꽃 여러 개를 더 만들어 가지고 놀듯이 움직였다.
“대단하네.”
[헤헤헤. 시키실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욧!]화르르륵.
세준의 칭찬을 받고 흥분한 불꽃이의 불꽃이 잠깐 동안 주먹 크기까지 커졌다가 줄어들었다.
“그럼 여기에 불 좀 붙여줘.”
세준이 아내 토끼를 위해 파 이파리와 나뭇가지를 모아 두고 불꽃이에게 말했다.
[네! 얍!]불꽃이의 씩씩한 기합 소리와 함께 콩알만 한 불꽃 하나가 장작에 떨어졌다.
화르르륵.
작은 불꽃이 금세 나뭇가지들과 파 이파리가 태우며 큰불을 만들어냈다.
“잘했어.”
[헤헤헤.]세준은 불꽃이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불꽃이를 칭찬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1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
우두둑.
불꽃이가 5cm 정도 성장했다.
[주인님! 저 성장했어요!]해를 받기 시작하자 드디어 불꽃이가 위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우리 불꽃이 장하네.”
[헤헤헤. 감사합니다! 불꽃이가 빨리 성장해서 주인님을 도울게요!]“그래.”
뭘 돕겠다는 건지는 몰랐지만, 불꽃이의 씩씩한 목소리에 괜히 초를 치고 싶지는 않았다.
세준은 점심을 먹기 전까지 사과나무 새싹과 대화를 하면서 옆에서 곁을 지켰다.
그리고
“우리 농장에 새로운 친구가 생겼어. 이름은 불꽃이야.”
점심을 먹으면서 동물들에게 사과나무 새싹을 소개했다. 특히 꾸엥이에게는 절대 먹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조난 238일 차. 세준의 농장에 사과나무가 추가됐다. 아니 발견됐다.
다음 날 새벽.
뿌득.뿌득.
다시 나뭇가지 정찰병들이 세준의 농장에 침입했다.
“감히 우리 불꽃이를 노리다니!”
타락한 엔트가 왜 이곳을 공격했는지 알게 된 세준이 분노했다. 이 쬐그만(?) 애를 어떻게 하려고?!
“얘들아 마셔!”
세준의 외침에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모자와 흑토끼가 세프의 수프를 빠르게 마셨다.
꿀꺽.꿀꺽.
세준도 그릇에 담긴 세프의 수프를 원샷했다. 미리 덜어서 식혀놨기에 뜨겁지는 않았다.
[전투 식량 – 세프의 수프 정량을 섭취하셨습니다.] [30분간 힘이 7.1 상승합니다.] [포만감이 3시간 동안 유지됩니다.]그렇게 세프의 수프를 마시고 전투력이 상승한 세준과 동물들.
“공격!”
쿠어어엉!
꾸에엥!
뺘악!
동물들이 달려 나가 나뭇가지 정찰병들을 박살 냈고 세준도 횃불과 단검으로 나뭇가지 정찰병을 공격했다.
세프의 수프로 힘이 7.1이나 증가한 세준의 공격력은 이제 팔다리가 달린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에게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었다.
푹.푹.푹.
물론 무기의 길이도 짧고 데미지도 낮아 여러 번 공격해야 했지만…
그렇게 나뭇가지 정찰병들을 처치하고 세준이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그때
퍽!
뭔가가 세준의 배 위로 올라왔다.
“뭐야?”
“내가 돌와왔다냥!”
테오가 당당하게 대답했다.
“지금 온 거야?”
“그렇다냥! 이번에도 돈 많이 벌어왔다냥!”
“그래. 일단 내일 아침에 얘기하자.”
“알겠다냥!”
세준이 눈을 감자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세준의 배 위로 올라와 눈을 감았다.
커어어.
고로롱.
숨 쉴 때마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세준의 배에서 테오가 안정감을 느끼며 편히 잠들었다.
***
“읏차”
아침과 점심의 중간쯤에 일어난 세준.
“응?! 어디 갔지?”
테오는 이미 일어난 건지 침실에 없었다.
“일단 씻자.”
세준이 동굴로 내려가자
“불꽃이 앞으로 필요한 게 있으면 나한테 말하라냥. 테 대표가 해결해 주겠다냥.”
테오가 새로 들어온 신참 불꽃이와 얘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냥! 불꽃은 싫다냥! 가까이 오지 말라냥! 아무튼 나를 잘 모셔라냥!”
얘기가 잘되지 않았는지 테오가 불꽃이의 불꽃을 피해 동굴 밖으로 도망치며 소리쳤다.
“푸하하하.”
아침부터 큰 웃음을 준 테오 덕분에 세준이 크게 웃었다.
그리고 아침 루틴인 날짜 표시와 세수를 하고 불꽃이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불꽃이는 그새 세준의 무릎까지 자라나 있었다.
“좋은 아침.”
[주인님도 좋은 아침이요!]불꽃이가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근데 테오랑은 왜 싸웠어?”
[주인님…죄송해요. 근데 테오가 먹지도 못하는 생선구이를 자꾸 주려고 하잖아요…]세준의 물음에 불꽃이가 혼나는 줄 알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내가 미안하다.”
그렇게 세준을 오래 따라다녔는데 나무한테 생선구이를 권하다니…
이 농알못 고양이를 어떡할지 세준이 고민하며 지상으로 올라갔다.
그때
“박 회장!”
세준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테오가 세준을 부르며 달려왔다.
그리고
찰싹.
세준의 무릎에 달라붙어 자신의 서러움을 떠들기 시작했다.
“불꽃이를 따끔하게 혼내주라냥! 나를 괴롭혔다냥!”
덥썩.
세준이 자신의 무릎에 달라붙은 테오의 목덜미를 잡아 올려 눈을 마주쳤다.
“왜 그러냥?”
“너 불꽃이에게 생선구이 줬다며?”
“그렇다냥. 불꽃이랑 친하게 지내려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생선구이를 줬다냥!”
나름 잘해보려고 한 테오가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얼굴로 대답했다.
“나무가 생선구이를 어떻게 먹어?”
“어?! 그런 것이냥?! 박 회장은 그런 것도 알고 대단하다냥!”
세준의 말에 또 한 가지를 배운 테오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세준을 존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으휴. 가서 사과하자.”
테오의 눈빛에 마음이 약해진 세준이 몇 마디 더 하려던 잔소리를 그만두고 동굴로 내려가 불꽃이와 테오를 화해시켰다.
“미안하다냥. 앞으로 생선구이는 주지 않겠다냥.”
그렇게 둘을 화해시킨 세준이 테오에게 이번 거래의 성과를 보고받았다.
“푸후훗. 놀라지 말라냥. 이번 거래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냥!”
테오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세준의 무릎 위에서 봇짐 안의 돈을 꺼내기 시작했다.
촤르륵.
촤르륵.
돈이 너무 많아 몇 번을 봇짐에서 꺼내야 했다.
“총 22만 4600탑 코인이다냥!”
“22만?!”
세준이 놀랐다. 해독의 대파가 비싸게 팔린다는 건 알았지만, 이건 진짜 무지막지한 금액이었다. 분명 자신이 모르는 효과가 더 있는 게 분명했다.
“테 대표, 수고했어. 여기 인센티브. 막 쓰지 말고 잘 저금해.”
세준이 테오에게 거의 10%에 가까운 2만 탑코인을 건넸다.
“알겠다냥! 그리고 여기 심부름으로 사 온 것들과 커피와 양념들이다냥.”
테오가 자신의 봇짐에서 물건들을 쏟아냈다.
그때
“응? 이 계약서들은 뭐야?”
세준이 봇짐에서 나온 2장의 계약서를 보며 물었다.
“아! 그건…”
테오가 자신을 공격한 대가로 1만 탑코인을 갚게 한 헌터 5명 그리고 한태준과 한 계약에 대해서 말했다.
“한태준?!”
세준이 한태준의 이름을 듣고 놀랐다. 한국 최강의 헌터. 한국에서 각성자에 관심을 가진 사람치고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었다.
“테 대표! 대단한데! 한태준 헌터에게 부탁을 5개나 할 수 있는 계약서를 받아내다니! 좋아! 기분이다! 앞으로 테 사장, 한 달!”
“푸후훗. 진짜냥?! 박 회장, 나 츄르가 먹고 싶다냥!”
세준의 칭찬에 자신감이 뿜뿜한 테오가 당당하게 말했다.
“그래. 우리 테 사장이 츄르가 먹고 싶다면 줘야지.”
세준이 츄르를 뜯어 테오에게 내밀었다.
촵촵촵.
테오가 열심히 츄르를 핥아먹으면서 떠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혼내줘야 할 놈들이 있다냥!”
테오가 상점 구역에서 만난 오렌 패거리에 대해서 설명했다.
“뭐?! 감히 우리 테 사장을 괴롭혔어?!”
“그렇다냥!!! 박 회장이 나서서 그놈들에게 지옥을 보여주라냥!””
테오의 생각에 주변에 세준만큼 자신의 복수를 잘해줄 사악한 존재는 없었다.
“알았어! 그놈들이 탑 99층의 우마왕을 찾아가고 있다고? 나한테 맡겨.”
테오의 말에 세준은 좋은 생각이 났다.
‘봇짐을 든 셔틀들이 9마리나 올라오고 있다는 말이지?’
오렌과 그 패거리들이 사악한 존재의 타깃이 되고 말았다.
***
탑 90층에서 탑 99층까지 통하는 상인 통로의 어디쯤.
“갑자기 왜 이렇게 춥지?”
“배고파서 그런가 아닐까요?”
일확천금을 노리며 탑 99층을 향해 올라가고 있는 오렌과 고양이들이 갑자기 느껴지는 서늘함에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