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692)
692화. 여기 대장이 누구야?!
창조의 숲.
[문제 찾기가 너무 어렵네요. 뭐 힌트 같은 거 없을까요?]2주 동안 엄청난 수의 화신들을 풀어 세상 구석구석을 살펴보던 불꽃이가 시험의 석상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하지만
“다섯 번째 시험은 문제를 직접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이다. 그러니 힌트는 없다.”
석상은 단호했다.
“크흠. 원래 가기 힘든 곳에 보물이 묻혀 있는 법이지.”
대신 혼잣말을 하며 은근슬쩍 힌트를 줬다.
가기 힘든 곳이요?!
제가 가기 힘든 곳은···
시험의 석상이 한 말을 골똘히 생각하는 불꽃이.
세준 님 곁인데?
세준을 떠올린 순간 불꽃이의 이파리에 불꽃들이 활짝 피었다.
[아! 알았어요!]세준 님 곁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요!
[거기다 테오 오라버니가 황금 앞발로 도와주실지도 몰라요! 헤헷.]그렇지 않아도 곧 다가올 세준의 생일파티에 가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기에 불꽃이는 너무 기뻤다.
혹시 다섯 번째 시험 문제가 없어도 상관없었다. 생일파티에 가기 위한 핑계가 필요했으니까.
과 를 사용할 수 있는 한 달이 다 됐지만, 시험을 보는 중이라 시험의 석상의 눈치가 보였기 때문.
그렇게 세준에게 갈 명분을 찾은 불꽃이.
[석상 님, 힌트 감사합니다! 문제는 검은 거탑에 있는 거죠?!]“어?!”
석상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헤헷. 빨리 세준 님 생일 선물을 준비해야겠어요! 어떤 불사과를 챙겨 가지?! 헤헷. 세준 님이 이제 황금 불꽃 사과도 드실 수 있을까요?]서둘러 검은 거탑 99층에 강림할 준비를 했다.
거기 아닌데···
대답을 해줄 수 없는 시험의 석상은 헛다리를 짚은 불꽃이를 답답한 마음으로 바라봤다.
***
검은 거탑 99층.
“얘들아, 이제 시작해 볼까?”
세준이 감자가 잔뜩 쌓인 감자산을 바라보며 일행들에게 말했다.
“푸후훗. 나 테 부회장한테 맡기라냥!”
꺄웅!
[무릎은 못 차지했지만, 이건 내가 이길 거야!]세준의 말에 테오와 백탕이가 발톱으로 빠르게 감자를 까기 시작했고
음머!
둘이 껍질을 벗긴 감자를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두 손으로 짓이겨 감자즙을 짜냈다.
쿠엉!
음머!
옆에서는 분홍털과 우마왕이 옥수수를 짓이기며 즙을 추출했다.
당면을 만들 녹말을 얻기 위해서였다.
원래 고구마도 즙을 내야 했지만
끄르릉.낑!낑!
[으르릉. 고구마는 짜는 거 아냐! 고구마는 위대한 까망이 님의 군고구마 말랭이 만들 때만 쓰는 거야!]“맞습니다! 우리는 군고구마 말랭이 수호대! 고구마를 반드시 지킬 겁니다!”
끼룩!
샤라랑!
···
..
.
까망이와 부하들이 머리에 붉은 머리띠를 동여매고 고구마를 가져가지 못하게 열심히 지켰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대신 조용히 있어.”
낑!
[응!]까망이 패밀리가 너무 귀찮게 했기에 세준은 녹말 만드는 재료에서 고구마를 빼줬다.
히힛. 이겼다!
그렇게 세준을 이기는 혼자만의 업적을 달성한 까망이가 기뻐하며 혼자 까멸대성으로 넘어가
낑!
[위대한 까망이 님이 집사 이긴 업적을 듣고 싶으면 모여!]키키!
캬캬!
멸망개척자들과 멸망포식자들에게 신나게 자신이 떼쓴 썰을 풀기 시작했다.
그렇게 녹말을 추출하는 사이
“꾸엥아, 우리도 시작하자.”
꾸엥!
세준과 꾸엥이는 반죽을 했다.
세준은 밀가루로 국수 반죽을, 꾸엥이는 쌀로 쌀국수 반죽을 만들었다.
원래는 대충 재료를 가져와 요리 스킬의 마스터 스킬로 요리를 복제하면 되기에 이렇게까지 수고스러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요리 스킬이 맛있는 요리 스킬로 진화하며 문제가 생겼다.
요리로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는 맛을 낼 수 있는 건 좋았지만, 대신 요리 1인분을 복제할 때 더 많은 마력과 시간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마력과 시간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료를 제대로 준비해야 했다.
그래야 한 번에 최대한 많은 요리를 복제할 수 있기 때문.
그리고 창고에 차곡차곡 쌓인 면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하잖아. 흐흐흐.
그냥 세준의 취향이었다.
그렇게 세준과 일행들이 당면과 국수들을 만드는 사이 이틀이 지났고
“세준 님, 저 다녀올게요.”
“응. 토룡아, 조심히 갔다 와.”
“푸후훗. 토룡이, 돈 많이 벌어오라냥!”
“네!”
토룡이가 잊힌 신들의 쉼터로 마지막 견학을 떠났다.
***
멸망의 대지.
쿵.쿵.
“크크큭.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타락이 끝내 타락하지 않은 차기 창조신의 순수한 정신체들을 찾는 척하며 겁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무서워!
누가 좀 도와줘!
오들.오들.
구석에 숨어 떨고 있는 정신체들.
“크크큭. 무섭지? 너희들 마음 잘 알아. 나도 경험해 봤거든.”
쿵.쿵.
타락은 정신체들을 타락시키기 위해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날 무시했지. 같이 태어난 태초신마저도. 형제인 내가 떨고 있는데,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고! 나를 버렸어!!!”
갑자기 흥분하며 한 맺힌 목소리로 소리쳤다. 경험해 봤다는 건 진실인 모양이었다.
“나도 태초신이랑 같이 태어났는데! 왜 나는 약하고 못생겼어?! 왜 나만?!”
타락은 한 번 폭발하자 이성을 잃고 분노 가득한 말을 쏟아냈다.
그리고 분노의 감정을 표출할수록 타락의 모습은 더욱 흉측하게 변해갔다. 마음에 품은 분노가 스스로를 자신이 혐오하는 괴물로 만들었다.
그때
“히익! 무서워!”
타락의 흉측한 모습을 보고 겁에 질린 정신체 하나가 벌떡 일어나 타락에게서 도망치기 시작했고
“살려줘!”
“누가 도와주세요!”
그게 신호탄이 돼 다른 정신체들도 타락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달렸다.
그리고
“크크큭. 어딜 도망쳐!”
“흑흑흑. 살려주세요···”
도망가던 정신체 하나를 붙잡은 타락.
“크크큭. 잘 봐. 내가 그렇게 무섭게 생겼어?”
자신의 얼굴 가까이 정신체를 가져가며 물었다. 흉측한 입으로 어그러진 미소를 지은 채.
99%의 절망과 1%의 기대가 담긴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그리고
”괴물아, 가까이 오지 마!”
들려오는 대답은 항상 99%의 절망에 부응했다.
“쳇. 재미없군.”
우적.우적.
타락은 정신체를 입에 넣고 씹어 버렸다. 씁쓸한 맛이났다.
***
[검은 거탑 박세준의 파수꾼 반신 어스드래곤 박토룡이 진로 결정을 위해 방문했습니다.]잊힌 신들의 쉼터에 도착한 토룡이. 그런 토룡이의 몸에는 술병이 잔뜩 달려있었다.
이번에는 가져올 수 있는 최대치의 삼양주를 챙겨왔다.
이렇게 생겼구나.
토룡이가 주변을 빠르게 둘러봤다.
토룡이가 있는 곳은 잊힌 신들의 쉼터 입구였는데, 입구 너머로 안개로 뒤덮인 숲이 보였다. 안개 때문에 숲은 을씨년스러웠다.
그때
“누가 왔나 봐.”
“견학인가?”
“누구지?”
“죽은 것 같지는 않은데?”
“새로운 묘지기인가?”
나무 뒤에 숨어 방문자인 토룡이를 훔쳐보는 묘지기들과 죽은 신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그리고
그럼 시작해 볼까.
“자. 한 잔이면 10년, 두 잔이면 20년을 더 살 수 있는 세준컴퍼니 박 회장님이 직접 담근 삼양주 한 잔을 단돈 100억 탑코인에 팝니다!”
토룡이가 묘지기와 죽은 신들의 시선을 받으며 영업을 개시했다.
쉼터에 온 죽은 신들이 최후에 소멸하는 이유는 신성력이 바닥났기 때문. 즉 신성력만 채울 수 있다면 계속 살 수 있다.
그리고 소멸하길 원하는 신은 없다.
그런데 자신들에게는 필요도 없는 재물을 대가로 수명을 연장해 준다?
어차피 맨몸으로 왔다 맨몸으로 가는 신생.
무거운 재물 따위 그들에게는 필요 없는 것이었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고 세준컴퍼니 3개월이면 비즈니스 마인드를 탑재한다.
세준과 테오를 보고 배운 토룡이의 멘트에
-나. 한 잔만.
-나는. 두 잔.
-나도. 살게.
죽은 신들이 우르르 다가와 돈을 주고 삼양주를 사서 마시고 수명을 늘리기 시작했다.
그사이
“이번 녀석은 재미있네.”
“우리도 사 먹어 볼까?”
“그럴까? 창고에 버려진 보석 많잖아.”
묘지기들은 그런 토룡이를 흥미롭게 바라보며 삼양주를 사 먹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완판! 다 팔렸어요!”
그들이 고민하는 사이 삼양주가 다 팔렸다.
이런 기분이구나.
처음 완판을 경험한 토룡이가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어때? 여기 재미있지? 묘지기 한번 안 해볼래?”
묘지기 하나가 다가와 토룡이에게 물었다. 기대와 불안을 담은 긴장된 목소리로.
“네. 할게요. 묘지기.”
토룡이는 묘지기가 긴장한 게 무색할 정도로 흔쾌히 수락했고
“어!? 진짜 묘지기를 한다고?!”
오히려 제안했던 묘지기가 당황한 채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리고
“네. 진짜요. 저 묘지기 할게요.”
토룡이는 다시 한번 단호하게 대답했다.
며칠 전.
“세준 님, 저 어디로 가야 좋을까요?”
토룡이는 세준에게 어느 신계로 가는 게 좋을지 진로상담을 받았었다.
“잠시만. 일단 정보가 많아야 선택지가 많아지니까.”
세준은 올바를 진로를 선택하기 위해 씨앗 상점 본부의 풍요의 신 레아, 전투 상점 본부의 용맹의 신 베브, 헤르의 전당포의 상인의 신 헤르와 대화를 나누며
씨앗 상점 본부, 전투 상점 본부, 헤르의 전당포 외에 신들의 감옥 타르타로스와 잊힌 신들의 쉼터에 대한 정보도 얻었다.
“흠.”
세 신에게 얻은 정보들을 토대로 토룡이의 진로를 고민하던 세준.
“근데 잊힌 신들의 쉼터에 있는 죽은 신들은 신성력만 있으면 안 죽겠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푸후훗. 베브 님이 안 죽는다고 한다냥!”
“그리고 안 죽으면 일도 가능하겠지?”
“푸후훗. 헤르 님이 가능할 것 같다고 한다냥! 레아 님이 잊힌 자들의 쉼터에 죽은 비전투신들이 많다고 말한다냥!”
신들에게 추가로 자문을 받으며 생각을 구체화했다.
“토룡아, 우리가 여기 먹자.”
그렇게 세준이 잊힌 신들의 쉼터를 탐내며 토룡이의 진로가 결정됐다.
휴가가 100년에 12시간이지만.
“여기 대장이 누구야?!”
규칙은 바꾸라고 있는 것.
토룡이는 이곳을 점령해 규칙을 바꾸기로 했다. 대장은 휴가 무제한으로.
잠시 후.
“감히 신입 묘지기 주제에 묘지기 대장을 불러?!”
거대한 도끼를 든 험악한 표정의 거인이 나타났다.
[벌목의 신 더스]더스의 다리는 자신보다 거대한 토룡이를 보며 떨리고 있었다.
더스는 겉보기와 다르게 쫄보로, 평화를 추구하는 마음 착한 비전투신이었다.
그리고
“더스 님, 레아 님이 저한테 대장 자리 넘기고 복귀하시래요.”
“어?! 정말?!”
토룡이의 말에 더스가 열심히 연습한 험악한 표정이 순식간에 풀리며 해맑게 변했다.
“네.”
“아싸! 자. 가져가. 나 그동안 무서운 표정 짓느라 너무 힘들었어. 나 대신 대장해줘서 고마워.”
더스는 토룡이에게 대장 자리를 바로 넘기며 감사를 전하고 서둘러 짐을 싸 씨앗 상점 본부로 돌아갔다.
씨앗 상점 본부에 신성력을 보내기 위해 비전투신들 중 가장 무섭게 생긴 더스가 잊힌 신들의 쉼터를 관리하며 신성력을 벌고 있었던 것.
그렇게 잊힌 신들의 쉼터를 차지한 토룡이.
“앞으로 여러분들의 휴가는 1년에 12시간입니다!”
가장 먼저 묘지기들의 휴가를 파격적으로 늘려줬고
“토룡이 대장, 저···정말이십니까?!”
“1년에 12시간?!”
“그럼 휴가를 2년만 모으면 온종일 놀 수 있는 거야?!”
“토룡이 대장! 앞으로 충성하겠습니다!”
토룡이는 단숨에 묘지기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그리고
“여러분 오래 살고 싶으신가요? 그럼 여러분이 잘하는 걸로 세준컴퍼니에 도움이 되십시오!”
죽은 신들에게 수명을 대가로 일을 시키기 시작했다.
흐흐흐. 신들은 수명이 늘어나고 우리는 돈을 벌고, 서로 윈윈인 아주 좋은 거래지.
물론 악덕 고용주 세준만의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