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7)
7화. 반항하다.
7화. 반항하다.
세준이 수확한 방울토마토를 씻지도 않고 입에 넣었다. 이곳은 미세먼지도, 공해도 없기에 굳이 씻을 필요가 없었다.
뽀득.
붉게 잘 익은 방울토마토를 씹자
촤악!
방울토마토의 껍질이 갈라지며 안의 즙이 스프레이처럼 입안을 적셨다. 도저히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완벽한 맛의 조화.
팡!팡!
새콤 폭탄과 달콤 폭탄이 축제의 불꽃놀이처럼 교대로 폭발하며 입안을 어지럽혔다.
“와아.”
세준의 입에서는 그저 탄성만이 나왔다.
오물오물.
세준은 그저 말없이 방울토마토를 씹으며 그 맛이 사라질 때까지 음미했다.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섭취하셨습니다.] [지방 10g을 분해해 10분간 마력을 0.1 상승시킵니다.]마력이 증가했다는 메시지가 나왔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뽀득.
세준은 다시 방울토마토를 입에 넣고 축제를 이어갔다.
삐익?
정신없이 방울토마토를 입에 넣는 세준의 반응을 본 남편 토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울토마토 하나를 들었다.
‘이게 그렇게 맛있나?’
토끼에게는 방울토마토가 상당히 컸기에 세준처럼 한입에 넣을 수 없었다.
뽁.
그래서 방울토마토에 이를 박아 넣었다. 그러자 구멍이 난 방울토마토의 껍질을 통해서 즙이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아까운 음식이!’
쭈우웁.
남편 토끼가 당황하며 방울토마토즙을 흘리지 않게 빨아 먹었다. 음식을 흘리는 건 죄악이었다.
“…!”
‘이 맛은?!’
쭙쭙쭙.
남편 토끼가 홀린 듯이 방울토마토를 빨기 시작했다.
그리고
삐야?
뺘?
아빠의 모습을 보고는 새끼 토끼들이 방울토마토를 하나씩 안아 들고 빨아대기 시작했다.
쭙쭙쭙.
쭙쭙쭙.
동굴 안은 한동안 쭙쭙 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
아내 토끼를 빼고 단체로 방울토마토를 먹은 죄는 컸다. 그리고 그 죄는 남편 토끼에게 집중됐다.
삐이~삐이~
남편 토끼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삐진 아내 토끼에게 다가가 몸을 비비며 애교를 피웠다. 하지만 아내 토끼는 고개를 쌩하니 돌리며 남편 토끼의 애교를 철저히 무시했다.
삐이…
남편 토끼가 슬픈 표정을 지으며 세준을 바라봤다. 도와달라는 사인이었다.
‘힘내라.’
커플 사이에 껴서 좋은 꼴을 본 적이 없는 세준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파이팅 자세로 남편 토끼를 응원하는 것으로 거절했다.
즐거운 식사 시간.
점심은 피라니아와 방울토마토 그리고 파 구이. 메뉴 하나가 늘었을 뿐인데 식사가 훨씬 풍요로워진 느낌이었다.
아내 토끼가 이파리 접시 위에 음식들을 골고루 올려 각자의 자리에 놓았다.
삐?
남편 토끼가 자신의 접시 위에는 구운 파만 올려져 있자 아내 토끼에게 조용히 항의했다.
삑!!!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대충 ‘그냥 처먹어!!!’라고 말한 거 같다. 남편 토끼는 결국 아내 토끼의 화를 푸는 데 실패했다.
삐…
‘불쌍한 녀석.’
상심하는 남편 토끼에게 세준이 아내 토끼 몰래 자신의 것을 덜어줬다.
삐익.
남편 토끼가 세준에게 감사의 눈길을 보내고는 조용히 사라졌다.
그리고 동굴 구석에서 피라니아 가시에 묻은 살점을 뜯고 있을 때
삐익?
남편 토끼가 우는 줄 알고 다가온 아내 토끼와 눈이 딱 마주쳤다.
“…!”
“…!”
부부답게 눈으로 대화가 오갔다.
너 그거 어디서 났어?
조기.
남편 토끼가 눈으로 세준을 가리켰다.
‘배신자!’
그걸 바로 일러바치다니!
잠시 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둘은 서로 부비부비를 하고 난리가 났다.
역시 커플 싸움에는 조금도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얻은 세준이였다.
***
점심을 먹은 세준은 다시 방울토마토를 따기 시작했다. 몇 시간 사이 완전히 익은 방울토마토들이 생겼다.
[잘 익은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획득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10을 획득했습니다.]…
..
.
오후에 딴 방울토마토는 67개. 오전보다 조금 더 많은 양을 수확했다. 레벨업도 한 번 더 해서 5레벨이 됐다.
보너스 스탯으로는 힘과 체력을 2개씩 올렸다. 농사에는 힘과 체력이 가장 중요하니까.
수확한 방울토마토는 동굴 구석의 서늘한 곳에 저장고를 만들어 보관했다. 저장고는 동굴 구석의 서늘한 곳에 구덩이를 파고 흙이 들어가지 않게 파 이파리를 촘촘히 깔아 만들었다.
세준이 방울토마토를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옮기고
삐익!
아빠 토끼가 방울토마토 2개를 옆구리에 끼고 옮겼다.
그리고
삐야!
삐야!
그런 아빠를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새끼 토끼들이 방울토마토를 하나씩 안아 들고 저장고로 옮겼다.
“하나, 둘, 셋…백다섯 개.”
총 수확한 방울토마토는 120개지만 15개는 먹고 남은 건 105개였다.
수북이 쌓여있는 방울토마토를 보니 또 뿌듯함이 밀려왔다.
“흐흐흐.”
세준이 실실 웃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니
삐익!
삐이!
토끼 부부가 잘 준비를 위해 놀려는 새끼 토끼들을 붙잡아 굴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오늘도 끝나가네.”
토끼들을 보면서 세준도 잘 준비를 했다.
툭툭.
흙을 모아 베개를 만들고
퍽! 퍽!
흙을 두드려 누울 자리를 만들고 흙이 올라오지 않게 햇빛에 말려둔 파 이파리를 바닥에 깔았다. 나름 75일간의 노하우가 쌓인 인체공학적인 흙침대였다.
“아 좋다.”
파 이파리 위에 눕자 햇빛에 데워진 파 이파리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 박세준.”
스스로를 칭찬하며 세준이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할 때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탑의 관리자에게 수확한 마력의 방울토마토 100개를 바쳐라.]보상 : 직업 스킬 1개
거절 시 : 죽음
발딱.
세준이 분노하며 상체를 세워 앉았다.
“아니 뭐 나한테 먹을 거 맡겨놨어?!”
그리고 보상이라도 좋은 거 주든가!
직업 스킬로 씨뿌리기를 받은 이후로 세준은 보상이 전혀 기대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거절할 수도 없었다.
‘죽을 수는 없지.’
“여기요.”
세준이 울며 겨자먹기로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바쳤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탑의 관리자가 흡족해합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직업 스킬 – 수확하기 Lv. 1를 획득하셨습니다.]“아! 진짜!”
수확하기에 무슨 스킬씩이나 필요하냐고!
역시나 대답은 없었다.
굳이 스킬을 확인하지도 않았다. 미세하게 뭐가 상승했다고 나올 텐데 화만 더 날 테니까.
“화내봐야 나만 손해지…”
세준이 화를 가라앉히며 다시 누웠다. 잠을 자겠다고 눈을 감은지 1초.
커어어.
세준이 잠에 들었다.
“안돼…내…토마토야…”
꿈에서라도 방울토마토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세준이였다.
***
“읏차!”
슥.
잠에서 깨어난 세준이 동굴 벽에 또 하나의 작대기를 그었다.
T
그 앞에는 16개의 正가 있었다.
조난 82일 차 아침이 시작됐다.
오늘 오전에는 할 일이 많았다. 나중에 심었던 8그루의 방울토마토 나무에서 방울토마토를 수확해야 하고 먼저 수확했던 방울토마토 나무에 핀 꽃들을 수분시켜줘야 했다.
특히 경험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방울토마토 수확은 오로지 세준의 몫이었다.
똑.
세준이 약간 초록기가 남은 방울토마토를 땄다.
[약간 덜 익은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수확했습니다.] [수확하기 Lv. 1의 효과로 열매가 최적의 상태가 됩니다.] [수확하기 Lv. 1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10을 획득했습니다.]생각보다 수확하기 스킬은 쓸모가 있었다. 수확하기 스킬에는 약간 덜 익거나 더 익은 열매를 수확할 때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수확을 할 때마다 숙련도가 상승했다.
덕분에 최적의 상태의 작물을 수확하게 되면서 덜 익은 방울토마토를 수확해도 직업 경험치를 정상적으로 올릴 수 있었다.
수확은 나무가 8그루 뿐이라 금방 끝났다. 나무에서 50개의 방울토마토를 수확했다.
“얘들아, 방토먹자.”
삐야!
뺘!
세준의 말에 방울토마토 나무를 타며 꽃들을 수분시키고 있던 새끼 토끼들이 우다다 달려왔다.
벌써 태어난 지 한 달 반 정도가 된 새끼 토끼들은 잘 먹은 덕분에 무럭무럭 자라 이제 키가 남편 토끼의 어깨까지 자랐다.
뽁.
쭙쭙쭙.
새끼 토끼들이 방울토마토에 입을 박고 즙을 빨아 먹기 시작했다.
“자 여기.”
세준이 일하고 있는 토끼 부부에게도 방울토마토를 하나씩 건넸다.
삐익!
삐이!
토끼 부부가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뽀드득.
세준도 방울토마토 하나를 입에 넣고 깨물었다.
촤악!
“크으. 맛있다.”
입안 가득 새콤달콤함이 춤을 추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때
[탑의 관리자가 어서 퀘스트를 완료하라고 재촉합니다.]“싫은데요. 나중에 할 건데요.”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기 시작한 이후로 탑의 관리자가 주는 퀘스트는 정도를 모르고 점점 탐욕스러워졌다. 시시때때로 탑의 관리자가 바치라는 방울토마토의 수가 늘어났다.
그렇다고 보상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수확하기 스킬을 준 이후로는 보상도 없었다.
그렇게 방울토마토를 바친 지 5일째.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탑의 관리자에게 수확한 마력의 방울토마토 500개를 바쳐라.]보상 : 없음
거절 시 : 죽음
탑의 관리자가 방울토마토를 500개나 요구하자 세준의 분노 게이지가 MAX를 찍었다.
‘이건 선 넘었다!’
500개라니! 이렇게 매일 당할 수는 없어!
“싫어!”
세준이 시원하게 가슴에 담아 두었던 화를 쏟아냈다.
가슴은 시원해졌지만, 머리는 새하얘졌다.
그리고 서둘러 살 방법을 생각했다.
‘아! 생각해 보니 퀘스트를 거절만 안 하면 되잖아!’
“나중에 바칠 건데요!”
[탑의 관리자가 당황합니다.]그렇게 세준은 퀘스트 완료를 보류하는 것으로 탑의 관리자에게 반항하고 있었다.
그리고
[탑의 관리자가 혼자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먹는 것에 분노합니다.]“그럼 5개만 바칠게요.”
가끔 탑의 관리자가 분노하면 방울토마토를 조금 바쳐 달랬다. 그래도 탑의 관리자인데 너무 미움받으면 안 되니까.
세준은 그렇게 탑의 관리자와 밀당을 하고 있었다.
***
조난 91일 차.
4번째 블루문이 다가왔다.
삐익!
삐이!
토끼 부부가 새끼들을 굴에 밀어 넣고 입구를 흙으로 덮으며 블루문을 준비했다.
세준도 불을 끄고 냄새나는 것들을 치우며 블루문을 대비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기절하지 않기 위해 파 이파리를 잘 말아 만든 귀마개와 방울토마토도 준비했다.
예전에 마력이 높으면 몬스터의 포효를 견딜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혹시 저번과 같은 상황이 생기면 방울토마토로 마력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였다.
‘저번 같은 일이 없는 게 가장 좋긴 하지.’
세준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햇빛이 푸른색으로 변했다.
블루문이 시작된 것이다.
잠시 후
크아아아!
캬야아아!
멀리서 블루문에 흥분한 몬스터들의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도 오지 마라! 오지 마라!’
그렇게 세준이 마음속으로 빌며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
“어?!”
세준의 눈에 신비한 현상이 보였다.
방울토마토 나무 한 그루에 푸른 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블루문의 기운이었다.
블루문의 기운은 천천히 줄기를 따라 방울토마토로 이동하더니 방울토마토에 흡수됐다.
그리고
“와아.”
방울토마토가 푸른색으로 변해갔다. 블루문의 기운이 방울토마토에 담기는 광경은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세준이 처음으로 블루문의 기운이 방울토마토에 담기는 전 과정을 목격했다.
‘빨리 수확하고 싶다.’
블루문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세준.
그때
“어?!”
고구마 넝쿨에서도 푸른 기운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