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85)
85화. 수로를 완성하다.
85화. 수로를 완성하다.
다음 날 아침.
“읏차!”
세준이 잠자리에서 일어나자
툭.
세준의 다리에서 하얀 뭔가가 떨어졌다.
“응?”
둥둥.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공중에 뜬 동그란 털 뭉치 하나.
“이오나?”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자고 있는 이오나가 세준의 무릎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슥.
세준은 조심스럽게 이오나를 들어 자신의 모포 위에 놓자
“뀨-”
이오나는 짜증을 내며 몸을 더 둥글게 말았다.
“잠을 제대로 못 잤나?”
목소리에 짜증이 많은 걸 보니 더 재워야 할 것 같았다.
세준이 이오나를 두고 밖으로 나오자
삐익!
뺘아!
쀼쀼!
먼저 일어난 토끼들이 세준을 맞이했다.
“그래. 안녕.”
토끼들과 인사를 한 세준은 수돗가에서 간단히 세수를 하고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했다.
아침은 평소와 같이 24시간 끓이고 있는 세프의 수프. 오늘은 거기에 군고구마를 추가했다.
“아침 먹자!”
세준의 부름에 집 앞 마당에서 몸을 푸고 있던 토끼들이 줄을 서서 아침을 받아 옹기종기 모여 식사했다.
그리고
“불꽃이, 좋은 아침.”
세준은 아침을 들고 동굴로 내려갔다. 불꽃이와 얘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주인님! 좋은 아침이요!]세준의 인사에 불꽃이가 언제나처럼 이파리를 흔들며 씩씩하게 인사했다.
“지내는데 불편한 건 없지?”
[네! 그것보다 저 이파리 충전이 끝났어요! 타락한 엔트의 씨앗을 보여주세요! 이번에는 완벽하게 정화해 드릴게요!]불꽃이가 녹색으로 변한 첫 번째 이파리를 보여주며 세준에게 말했다.
“어?! 이파리가 회복됐네?”
세준이 불꽃이의 이파리를 보며 말했다. 최근에 쓴 두 번째를 뺀 첫 번째와 세 번째 이파리가 녹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네! 타락한 엔트의 씨앗을 꺼내주세요!]“응.”
세준이 주머니에 넣어뒀던 타락한 엔트의 씨앗을 꺼냈다.
[이야압!]불꽃이가 기합을 지르자
화르륵.
정화의 능력을 가진 이파리가 하얗게 변하며 타락한 엔트의 강화된 씨앗에 하얀 불꽃을 보냈다.
스르륵.
정화의 불꽃이 푸른색에서 하늘색으로 변한 씨앗에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불꽃이, 수고했어.”
세준이 방금 정화의 불꽃을 사용해 하얗게 변한 불꽃이의 이파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헤헤헷! 더요! 더요!]세준은 왼손으로 불꽃이를 쓰다듬으며 오른손으로 아침을 먹고 오전 농사를 시작했다.
서걱.서걱.
그렇게 세준이 동굴의 방울토마토들을 수확하고 있을 때
뺙!
꾸엥!
아침을 먹은 흑토끼와 꾸엥이가 파이팅을 외치며 동굴로 내려왔다.
“얘들아, 오늘 점심은 크레이피시로 부탁해.”
뺙!
꾸엥!
세준의 말에 둘이 고개를 끄덕이며 연못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남은 방울토마토 수확을 끝낸 세준이 사다리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갔다.
그때
“응?”
사다리의 끝까지 올라온 세준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게 왜 이러지?”
동굴과 지상을 다니기 위해 설치해둔 사다리가 원래 높이보다 한 뼘이나 지상으로 올라와 있었다. 마치 땅이 올라온 것처럼.
“이상하네. 사다리가 자라나?”
세준은 이상하기는 했지만, 큰일은 아니기에 일단 무시하고 지상으로 올라와 주변을 둘러봤다.
백토끼들은 아침 농사를, 회색토끼들은 시간에 맞춰 출근한 블랙 미노타우루스들과 수로 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쀼쀼!
쀼쀼가 마법을 사용해 나무를 회색토끼들이 원하는 크기로 잘라주거나 회색토끼들이 필요한 물건들을 부유 마법으로 띄워 가져다주며 수로 공사를 돕고 있었다.
“마법 실력이 좋네.”
“뀻뀻뀻. 그럼요! 제 제자니까요!”
어느새 잠에서 깬 이오나가 세준의 뒤에서 자부심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세준 님 앞에서 이제 마법 좀 쓰는 제자를 자랑하려니 부끄럽네요.”
“응?”
“다 알아요. 세준 님은 유희 중이시잖아요. 지금은 일부러 약한 역할로 유희를 즐기고 계신 거죠?”
이오나는 다른 몬스터들에게 보호를 받는 세준의 모습을 보고는 세준이 최약체를 컨셉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응? 어…그렇지.”
세준은 일단 이오나의 말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여기서 아니라고 하는 게 더 부끄러웠다.
그리고 이왕 이렇게 오해가 쌓인 거 철저히 이용해 주기로 했다.
“이오나, 쀼쀼랑 같이 수로 공사 좀 도와줘. 난 유희 중이라 힘을 쓸 수 없으니까.”
“네! 맡겨 주세요! 제가 오늘 안에 완성시킬게요!”
그렇게 이오나가 수로 공사에 합류했다. 이오나는 회색토끼들과 잠깐 수로 공사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는 바로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스톤월!”
쿠궁.
이오나의 마법은 쀼쀼의 마법과는 스케일이 달랐다. 순식간에 수십 개의 돌기둥들이 솟아나며 수로를 받칠 기둥이 만들어졌다. 그것도 회색토끼들이 요구하는 굵기와 높이로 정확하게.
파괴와 정밀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지만, 대파괴의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정밀한 마법 조절 능력이 필요했다.
덕분에 늦은 오후가 되자 동서남북으로 향하는 수로 중 북쪽으로 향하는 1km 길이의 수로가 완성됐다.
꾸엥!
쿵!
수로가 완성됐다는 소식을 들은 꾸엥이가 봉인됐던 꾸엥이호를 다시 꺼내왔다.
꾸엥이호는 회색토끼들이 손을 보며 제법 배의 모습으로 변했다.
뱃머리에는 꾸엥이의 모습을 조각한 선수상도 있었고 앞좌석과 뒷좌석이 넓게 만들어져 여러 명이 탈 수 있는 공간도 생겼다.
꾸엥!
꾸엥이가 꾸엥이호의 앞좌석에 타고 세준을 불렀다.
“알았어.”
세준이 대답하며 꾸엥이호에 탔다. 이번에는 수로도 완성됐으니 괜찮을 것 같았다.
세준이 배에 오르자
뺙!
미리 뒷좌석에 타고 있던 흑토끼가 세준을 반겼다.
“오. 많이 바뀌었네.”
안에는 편하게 앉을 수 있게 넓은 나무판자로 좌석이 만들어져 있고 손잡이도 달려있었다.
그렇게 세준이 꾸엥이호를 둘러보고 있을 때
“저희도 탈게요.”
쀼쀼!
이오나와 쀼쀼도 꾸엥이호에 탑승했다.
“그럼 분수대로 올라갈게요. 부유.”
이오나가 부유 마법을 사용하자
쿵.
배가 공중에 뜨기 시작했다.
그때
“이 요망한 햄스터! 감히 박세준을 납치하려는 것이냥?!”
어느새 세준의 무릎에 올라간 테오가 이오나에게 소리쳤다.
***
“이렇게 빨리 왔으니 승리는 나의 것이다냥!”
늑대와 인턴들을 재촉해 도착 시간을 몇 시간이나 단축시킨 테오가 자신의 승리를 장담하며 탑 99층에 도착했다.
“나는 먼저 갈 테니 너희들은 천천히 따라오라냥!”
“네!”
테오가 서둘러 세준의 농장으로 달려갔다.
이오나가 광속 상인 통로를 이용해 이미 어제 도착한 것을 전혀 모르는 테오. 하지만 본능이 계속 세준의 무릎에 이상이 있다며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박세준의 무릎이 위험하다냥!’
테오가 불안함을 뒤로 하고 열심히 달려 세준의 농장에 가까워졌을 때
“뭐냥?!”
저 멀리 이오나가 세준을 배에 태워 납치해가려는 것이 보였다.
“역시 나의 느낌이 맞았다냥! 감히 나의 무릎을 훔쳐 달아나는 것이냥?!”
테오가 전력 질주로 달려 배에 올랐다. 정확히는 세준의 무릎 위.
그리고 무릎 도둑을 향해 소리쳤다.
***
“박 회장은 걱정하지 말라냥! 내가 박 회장을 지켜주겠다냥!”
테오가 자신의 몸으로 세준의 무릎을 가리며 납치당한(?) 세준을 안심시켰다.
“무슨 납치야? 우리 배 타고 이는 건데.”
“냥? 무슨 소리냥?”
“저기서 배를 타고 내려올 거야.”
세준이 수로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아. 그런 것이냥?”
“그래. 그러니까 아까 이오나한테 요망한 햄스터라고 한 거 사과해.”
“싫다냥! 납치는 안 했지만, 이오나가 요망한 건 맞다냥!”
“테 대표, 말 안 들을 거야?”
“쳇! 알았다냥.”
세준의 엄한 목소리에 테오가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그리고
“이오나, 요망한 햄스터라고 해서 미안하다냥. 아깐 내가 너무 흥분했다냥.”
테오가 쭈뼛거리며 이오나에게 다가가 말했다.
“괜찮아요. 어서 오세요. 테 대표님.”
이오나는 흔쾌히 테오의 사과를 받아주고 반갑게 맞이해주기까지 했다. 드디어 자신의 꿀잠 피스가 다 맞춰졌다.
첨벙
그사이 꾸엥이호는 분수대 위에 도착했다.
그리고
드드득.
꾸엥이호가 수로의 끝에 걸쳐졌다가
덜컹.
수로를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쏴아아.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꾸엥이호. 경사가 완만했기에 배는 부드럽게 흘러갔고 세준과 동물들은 기분 좋은 맞바람을 맞으며 농장의 경치를 구경했다.
“이렇게 컸나?”
세준은 수로 위에서 자신의 농장을 내려다보자 새삼스럽게 자신의 농장이 얼마나 큰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세준이 농장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방심하지 않겠다냥!’
테오 만은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 자신의 경쟁자인 이오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뀻뀻뀻.”
이쪽을 보며 웃는 것이 테오에게는 이오나가 세준의 무릎을 노리고 있는 거로 보였다. 사실은 세준의 무릎과 테오의 꼬리를 보며 웃는 거였지만.
테오가 이오나를 경계하는 사이
촤아악.
1km를 이동한 꾸엥이호가 수로의 끝에 도착했다. 돌아올 때는 꾸엥이가 일행이 탄 꾸엥이호를 들고 1km를 걸어서 돌아왔다.
“뭔가 부족해.”
세준이 꾸엥이호에서 내리며 말했다.
“뭐가 말이냥?”
“익스트림이 부족해.”
수로의 경사가 너무 완만하게 만들어지면서 배에 스릴을 느낄 정도의 속도가 붙지 않았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부족한 게 있다냥. 츄르가 필요하다냥!”
테오가 봇짐에서 츄르를 꺼내 세준의 무릎으로 점프했다.
그리고
“까달라냥!”
테오가 새준의 무릎에 올라 당당하게 세준에게 츄르를 내밀었다. 왜냐하면 나는 테 대표니까!
그리고 자신은 이번 경매에서도 역대급 성과를 달성했다. 츄르를 요구할 자격이 차고 넘쳤다.
“알았어.”
세준이 츄르를 까서 테오의 입에 가져갔다.
“잘 먹겠다냥!”
촵.
테오가 기분 좋게 츄르를 한 입 핥기 시작할 때
“세준 님, 저희가 돌아왔습니다.”
방해자가 나타났다. 엘카가 늑대와 인턴들 그리고 죄인 스카람을 데리고 뒤늦게 복귀한 것.
“저 고블린은 누구야?”
세준이 손이 묶인 상태로 끌려오는 스카람을 보며 물었다.
“나에게 사기를 쳤던 스카람이다냥! 혼내줘라냥!”
테오가 금세 츄르는 잊고 스카람을 노려보며 말했다.
“아. 저놈이 그 스카람이구나.”
세준이 스카람을 보며 웃었다. 이제 지구의 물건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때
“이노옴! 여기가 어디라고 온 것이냐!”
검은 용 조각상에서 카이저의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소멸하라!”
카이저가 단숨에 스카람을 지워버렸다.
척.
정확히 스카람의 존재만 소멸되며 주인을 잃은 옷이 땅에 떨어졌다.
“어?!”
아니. 왜?!! 내 라면은?!!
세준이 이유를 설명하는 눈빛으로 카이저를 보자
“뭐? 왜?”
펄럭.펄럭.
카이저가 오히려 뻔뻔한 목소리로 물으며 서둘러 분수대로 돌아갔다.
“박 회장, 힘내라냥.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냥!”
테오가 세준을 위로하며 스카람이 소멸한 곳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좀 전까지는 느낌도 없었는데 갑자기 앞발의 끌림이 나타났다.
그리고
“박 회장, 내가 뭔가를 찾았다냥!”
테오가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는 작은 금속 열쇠가 놓여져 있었다.
“이건?”
세준이 열쇠를 줍자
[아공간 감옥 열쇠가 탑농부 박세준에게 귀속됩니다.]“감옥?”
동시에 세준의 앞에 열쇠를 넣을 수 있는 구멍이 나타났다.
“여기다 넣으면 되는 건가?”
세준이 구멍에 열쇠를 넣고 돌리자
철컹.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며 아공간 감옥의 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