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Side story (36)
36 – 멸망 유치원에 어서 오세요!(36)
2부 36화. 멸망 유치원에 어서 오세요!(36)
검은 거탑 99층.
아니. 티어 님, 그렇게 안 봤는데. 이런 대형 사고를 쳐?!
에이스의 말을 듣고 화가 난 세준.
“휴우. 에이스, 알려줘서 고마워.”
일단 숨을 크게 내쉬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정보를 준 에이스에게 감사를 전했다.
-매형, 저 잘했죠?
“응.”
-푸히히히.
세준의 대답에 뿌듯한 표정을 짓는 에이스.
그때
-크흠. 에이스야, 넌 위대한 용이 되어서 입이 너무 싸구나.
근처에서 세준에게 얘기를 꺼낼 타이밍을 보고 있던 티어가 빠르게 다가와 에이스를 슬쩍 째려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매형···푸힝···
티어의 따가운 시선에 에이스는 울상을 지으며 서둘러 세준의 뒤에 숨었다. 그런 에이스의 양손에는 한입씩 먹은 용가리치킨이 쥐어져 있었다.
그 순간.
-티어, 이 자식 네가 잘못한 거면서 우리 에이스를 왜 구박해! 그리고 이게 왜 입이 가벼운 거야? 우리 에이스는 맞는 말만 했는데.
역시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카이저가 흥분하며 나섰다.
-그게 가벼운 거지! 그걸 바로 일러바쳐?!
-일러바친 게 아니지. 세준이가 걱정돼서 알려준 거잖아. 크하하하. 역시 우리 에이스는 날 닮아서 많이 착해.
-뭐?! 카이저, 네가 착하다고?!
-그래! 나같이 착한 용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카이저는 티어와 투닥거리며
‘손자야, 보고 있느냐? 우리 에이스를 위해 할애비가 나서주고 있단다. 할애비밖에 없지?’
자신을 우러러볼 손자를 상상하며 힐끗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푸히히히. 맛있다.
에이스는 용가리치킨을 맛있게 먹는데 집중하느라 카이저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리고 원하는 결과는 아니지만
‘우리 손주는 먹는 것도 어쩜 이렇게 복스럽게 먹누. 거기다 누가 뭐라고 하든 꿋꿋이 먹는 건 완전히 내 어릴 적을 빼닮았어.’
에이스의 잘 먹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카이저. 손녀 바보일 뿐만 아니라 손자 바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카이저가 에이스를 보며 흐뭇해하는 사이
“티어 님, 어떻게 된 거예요?”
세준은 티어에게 자초지종을 자세히 물었다.
-미안하다. 포비랑 놀다가···일단 이건 사과의 뜻이니 받거라.
티어가 미안한 표정으로 자신의 비늘 10만 장을 세준에게 건넸다.
그러자
“푸후훗. 티어 님, 발톱도 달라냥!”
세준의 옆에서 당당하게 발톱도 요구하는 냥아치 테오.
푸후훗. 난 지금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과 함께하고 있으니 아무것도 무섭지 않다냥!
세준의 옆이라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
-알겠다. 100kg이면 되겠느냐?
“티어 님, 좀 더 쓰라냥!”
-그럼 500kg을 주지. 됐지?
“푸후훗. 티어 님, 감사하다냥!”
그렇게 테오가 티어에게 발톱을 받는 사이 이오나와 꾸엥이는 티어의 비늘을 아공간 창고에 실었다.
“아니. 근데 어떻게 놀아주셨길래 탑 관리도 잊으셨어요?”
세준이 신기해하며 티어에게 물었다. 육아 고수 세준에게는 애 좀 본다고 딴 걸 못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됐기 때문.
“아니. 포비가···.”
티어의 말은 이랬다.
포비가 티어에게 자신의 슈퍼히어로 랜딩을 봐달라고 왔고 탑의 이동 속도를 늦추는 일에 집중하고 있던 티어는 정신력의 10%만 사용해 포비의 슈퍼히어로 랜딩을 구경했다.
하지만
“드하하하. 우리 손자 잘하는구나.”
“할부지, 왜 나한테 집중 안 해?! 제대로 집중해!”
“아니. 포비야, 할애비가 지금···.”
포비는 성의 없는 티어의 칭찬이 마음에 안 들었고
“으아아아악! 할부지, 나한테 집중해! 아악! 집중하라고!”
바닥에 누워 악을 고래고래 지르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 손자의 과격한 반응에 티어는 당황하며 서둘러 포비를 달래려 애썼고.
어느 순간 탑의 관리에 써야 할 신경이 온통 포비에게 향하며 탑은 빠르게 지구로 향해버렸다는 게 티어의 설명이었다.
“흠.”
이 모든 원흉이 포비라는 거군.
티어의 말을 들은 세준.
“포비는 제가 며칠만 지구에 데려갈게요.”
흐흐흐.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포비를 지구로 데려가기로 했다.
티어에게 이번 일에 대한 보상을 받았지만, 원래 자기가 직접 당해봐야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잘 알 수 있는 법.
포비를 멸망유치원에 데려가 임시 선생님으로 쓸 생각이었다.
멸망 유치원에는 포비에게 역지사지의 깨달음을 줄 멸망의 아이들이 오늘 데려온 아이까지 합치면 21명이나 있었다.
애들 며칠만 보면
아. 나 때문에 어른들이 많이 힘드셨겠구나.
내가 많이 잘못했구나.
크게 깨닫게 될 거다.
-포비를?! 크흠. 세준아 나도 데려가면 안 될까?
티어가 살짝 민망해하며 물었다.
은근 슬쩍 손자와 1+1으로 같이 가려는 티어. 다른 수장들도 살짝 기대하는 표정으로 세준을 바라봤다.
그리고
“당연히 안 되죠.”
세준은 단호히 거절했다.
지구로 가려면 탑 1층 전용통로에 같이 가야 하는데 세준의 수준으로는 포비랑 같이 있는 시간도 7초를 넘어가면 기절, 3분을 넘어가면 사망이었다.
그런데 티어랑 같이?
일단 티어가 지구에 가기 위해 검은 거탑 1층, 세준의 앞에 나타나는 순간.
나 사망.
이후 검은 거탑 1층 전멸.
새드 엔딩이다. 그러니 당연히 거절해야 했다.
잠시 후.
-매형, 다음에 또 와요.
용가리치킨을 다 먹은 에이스의 조각상이 세준을 꼭 안으며 이별을 아쉬워했다.
세준이 나중에 먹으라고 따로 포장한 용가리치킨이 많이 남아있었지만, 세준을 너무 좋아하는 에이스에게 세준과 떨어지는 건 항상 아쉬웠다.
“그래. 처남도 잘 있어. 다음에도 용가리치킨 많이 가져올게.”
-푸히히히. 네!
세준의 말에 그제야 활짝 웃는 에이스. 천천히 세준의 품에서 벗어났고
“탑 1층에서 신호를 보내면 포비를 내려보내마.”
카이저가 세준에게 말했다.
포비의 기운을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짧기에 세준이 전용통로에서 지구로 가는 순간 검은 거탑의 관리자인 카이저가 포비를 보내주기로 했다.
“그럼 갈게요. 안녕히 계세요. 얘들아, 잘 있어.”
세준은 수장들과 다른 농장 식구들에게도 인사를 한 후 웨이포인트를 통해 탑 1층으로 내려갔다.
-······
그렇게 세준이 떠나는 동안 티어의 자색용 조각상은 말이 없었는데 포비에게 사정을 설명하는 중이었다.
***
자색 거탑 관리자 구역.
“포비야, 잠깐 와보거라. 할애비가 할 말이 있구나.”
티어가 바닥에 누워 뒹굴거리는 자신의 손자를 불렀다.
하지만
“그냥 할부지가 오면 안 돼?”
일어나기 싫었던 포비는 시선도 돌리지 않고 티어를 오라고 했다. 역시 미운 400살이었다.
이놈이!
순간 화가 난 티어.
세준이한테 보내면 정신 차려서 오겠지.
세준에게 보낼 생각을 하자, 마음이 진정됐다.
이게 티어가 세준이 포비를 데려간다고 할 때 말리지 않은 이유였다.
포비에게 위해를 가할 존재가 없는 지구로 간다지만, 사실 1000살도 안 된 용을 가족이 없는 곳으로 혼자 보낸다는 건 상당한 부담이었다.
그럼에도 포비를 보내는 건 세준과 지낸 에일린과 에이스, 아작스가 카이저와 켈리온에게 공손(?)해진 걸 봤기 때문.
거기다 지구에는 같은 해츨링인 에일린도 잘 지내고 있었다.
그래서 불안을 뒤로하고 기쁜 마음으로 포비를 보내기로 했다.
“포비야···.”
그렇게 어렵게 지구로 가야 한다는 말을 꺼낸 티어.
“뭐?! 지구?! 나 혼자 지구에 가라고?!”
“그래···가서 할애비 보고 싶어도···.”
당연히 포비가 가기 싫다고 떼를 쓸 줄 알고 걱정했지만
“와! 지구 가면 나만 에일린이랑 놀 수 있겠네?! 너무 좋아! 포히히히. 신난다!”
신난다고?
할애비가 없는데?
고얀 손자놈은 할아버지 서운하게 만세까지 부르며 너무 좋아했다.
“할부지, 그럼 나 언제가?”
“크흠. 바로 보내주마.”
삐친 티어가 포비를 바로 검은 거탑 99층으로 보냈다.
[현재 전용 통로를 이용하려는 수는···]“카이저 님, 지금이요.”
[탑의 관리자가 알겠다고 말합니다.]포비는 검은 거탑 99층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탑 1층으로 이동했고
“네가 에일린이 좋아하는 인간 박세준이군. 반갑다. 이 몸은 위대한 자색용 포비 페텐이다.”
세준의 앞에 보라색 머리의 미소년이 거만하게 인사했다.
“응. 반가워.”
세준이 대답하는 순간
[지구로 이동하겠사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 바라옵니다.]세준과 일행들은 지구로 이동했다.
가면 에일린이랑 많이 놀 수 있겠지?
숨바꼭질하자고 해야지.
이동하면서 에일린이랑 놀 기대에 미소 짓는 포비.
하지만
마음에 안 들어···
세준은 그런 포비를 아니꼽게 바라봤다. 잘못해서 온 주제에 웃어?
웃으니까 더 잘생겼잖아.
사실 웃는 것보다는 포비의 잘생긴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 옆에 서면 정말 심해오징어가 될 것 같았다. 그것도 심해의 가장 밑바닥에서 사는.
용으로 변신하라고 할까?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었지만, 이곳은 지구. 테오, 꾸엥이야 지구에 비슷한 동물들이 있어 괜찮았지만, 포비는 위대한 자색용. 용 모습으로 돌아다니면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자격지심과 열등감이 폭발한 세준은 포비의 잘생긴 얼굴을 질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많이 웃어둬라. 곧 고생길이 열릴 테니까.
포비에게 가장 힘든 일들을 맡기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포히히히.”
빨리 가서 놀아야지.
포비는 자신의 고생길이 활짝 열린 것도 모른 채 신나 있었다.
***
철컹.
“에일린, 나 왔···.”
세준이 현관문을 열며 에일린과 일행들을 부를 때
다다다.
“에일린, 포비 오빠 왔어!”
그런 세준의 말을 끊으며 포비가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포비 오빠, 어서 와! 마침 잘 됐다. 여기 와서 이것 좀 잡아줘!”
“어? 어! 포비 오빠한테 맡겨!”
얼떨결에 에일린이 건네는 밧줄을 잡은 포비.
“포비 오빠, 지면 안 돼. 알았지?”
에일린은 그런 포비에게 지지 말라는 말을 했고
“알았어! 포비 오빠만 믿어!”
포비는 뭔지도 모르면서 승리를 확신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좋아. 그럼 시작!”
“으땨! 으땨!”
에일린의 말과 함께 힘차게 밧줄을 당기는 18명의 아이들.
오늘도 황궁유치원과의 운동회에서 압도적 승리를 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줄다리기 훈련을 시키고 있던 에일린이었다.
“얘들아! 힘내!”
“지면 저녁 못 머거!”
아이들은 잠을 자기 위해 전력을 열심히 줄을 당겼고
“어?! 으아악!”
당황하던 포비도 지지 않기 위해 뒤늦게 전력을 다했다.
그사이
[<네쿠차>에 낙오된 [멸망에 물든 창조의 아이] 3명을 무사히 멸망 유치원에 데려오셨사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찬란한 어둠의 귀걸이]의 축적 용량이 15% 상승했사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지구(Lv. 4)>의 진화 경험치가 9% 상승했사옵니다.]세준은 퀘스트 보상 메시지를 확인한 후.
“세준아, 왔어?”
“응.”
에일린과 인사를 나눴다.
어느덧 하늘은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저녁 준비해야겠다.
세준은 주방으로 가기 전
“너희들도 가서 같이 당겨.”
““네!””
네네, 쿠쿠, 차차를 줄다리기에 합류시켰다.
흐흐흐. 고생 좀 해라.
“으윽! 절대 안 져!”
그렇게 포비는 21명의 아이들에게 이기기 위해 사력을 다해 줄을 당겨야 했다.
어쩌다 보니 멸망유치원 도착 첫날부터 교사 역할을 제대로 하는 포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