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Side story (42)
42 – 멸망 유치원에 어서 오세요!(42)
2부 42화. 멸망 유치원에 어서 오세요!(42)
쏴아아아.
엄청나게 쏟아지는 비. 맞으면 약간 따가울 정도로 강했지만
“자. 앞에 문턱 있으니까 조심히 나가.”
세준과 일행들은 개의치 않았다. 우비와 장화에는 방수 마법, 온도 유지 마법, 습기 유지 마법과 왜 필요한지는 모르지만, 수십 가지 방어 마법이 걸려 있었으니까.
참고로 아직 못 걷는 쪽쪽이와 때때는 포비에게 맡겼다. 유모차에 태워 데려갈까 하다가 아직 힘 조절이 서툴러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에 두고 나왔다.
다른 아이들은 그나마 세준이 케어할 수 있지만, 아기들은 가끔 어느 순간에 폭발할지 모를 때가 있었다.
그렇게 멸망유치원을 나서는 아이들.
“와-!”
“와-!”
탄성을 지르며 현관을 나왔다.
예전에 한 번 나온 적이 있긴 하지만, 그때는 에일린의 음식을 피해 뛰쳐나간 거라 밖을 구경할 경황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비가 와서 그때랑은 또 달랐다.
그때
철푸덕.
하마 우비를 입은 곰곰이가 밖을 구경하며 나오다 문턱에 걸려 넘어졌다.
“······.”
아프지는 않지만, 손이 지지해졌어.
곰곰이, 그래서 화가 나!
곰곰이는 자기가 어떤 리액션을 취할지 고민하다 일단 울어보기로 했다.
“웅···우엥···.”
그렇게 곰곰이가 부릉부릉 울음 시동을 걸 때
“어?!”
그걸 발견한 세준.
“곰곰이, 뚝.”
서둘러 곰곰이의 입에 뭔가를 쏙 넣어 주며 주머니의 휴지를 꺼내 곰곰이의 손을 깨끗이 닦아줬다.
상황은 급박했지만, 세준의 행동은 부드럽고 여유로웠다. 이럴 때 당황한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가 더 운다.
“우···어?!”
세준의 조치에 당황하며 울음을 그친 곰곰이.
뭐지?
단맛이 나네?
눈을 똥그랗게 뜬 채 입에 들어온 걸 혀로 굴려보며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신경을 집중했다.
겉은 차갑고, 딱딱하고, 단맛이 났다.
살짝 깨물자
콰직.
겉의 단단한 껍질은 가볍게 부서지고 안의 부드러운 내용물이 입안 가득 퍼졌다.
“히히히. 이거 포도 사···?”
“쉿. 이건 곰곰이랑 선생님만의 비밀이야.”
세준이 손가락으로 곰곰이의 입술을 막으며 윙크를 하자
“응!”
선생님이랑 곰곰이만의 비밀!
“헤헤헤.”
곰곰이는 세준과의 비밀이 생긴 것이 신나 입안의 포도 사탕을 서둘러 깨물어 먹고는 다른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철푸덕.
“우···.”
세준은 현관문을 나오다가 문턱에 걸려 넘어진 다른 아이들에게 달려가
“뚝. 이건 선생님과의 비밀이야.”
“응!”
곰곰이에게 했던 걸 반복했다. 덕분에 세준과 아이들 사이의 비밀이 많아졌지만, 지구의 평화는 지켜졌다.
세준이 현관문에서 아이들을 달래는 사이
““와!””
다다다.
““와!””
다다다.
아이들은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물이 고인 땅을 왔다 갔다 우르르 뛰어다녔다.
덕분에 물이 사방으로 첨벙첨벙 튀었지만, 일행들은 우비와 장화로 무장하고 있어 괜찮았다.
“자. 이제 그만 뛰고 선생님 뒤로 줄 서세요!”
““네!””
세준의 말에 바로 쪼르르 달려오는 아이들. 세준의 뒤에 한 줄로 줄을 서며 세준을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세준과의 첫 바깥나들이.
선생님, 따라 가면 재밌는 일이 많겠지?
맛있는 것도 많이 먹을 거야!
아이들의 기대는 엄청났다.
“그럼 출발할 테니까 딴 데로 새지 말고 선생님 뒤만 따라와요.”
““네!””
아이들은 힘차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잘했다.
꾸엥!
끼히힛.
가장 뒷줄에는 꾸엥이와 까망이가 따라오며 딴 데로 새는 아이가 있는지 감시했다.
끼히힛.낑!낑?
[히힛. 꾸엥이 형아, 저기 봐! 집사 엄마네 집이야! 가서 인사할까?]꾸엥!꾸엥!
[안 된다요! 아빠 따라가야 한다요!]정확히는 까망이까지 꾸엥이가 관리하는 거였다.
“그럼 출발할게.”
“”네!””
세준이 천천히 걷기 시작했고 아이들도 엄마 뒤를 따르는 아기 오리들처럼 세준의 뒤를 졸졸 따라 걸었다.
잠시 후.
주택가를 벗어날 때쯤 빗줄기가 약해졌다.
그리고 주변에 가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저기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을까?”
세준이 묻자
“”네~!””
아이들의 대답은 전보다 더 힘찼다.
“잠깐만 기다려. 선생님이 사가지고 올게.”
“”네~!””
가게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세준만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세준아, 내가 주문하면 안 돼?”
에일린이 입을 열었다. 매장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전부 여자였기 때문. 저런 곳에 세준을 들여보낼 수 없었다.
책에서 그랬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남편과 다른 여자와의 접점은 최대한 없는 게 좋은 거라고.
참고로 에일린이 본 책은 위대한 검은용 도서관에 있던 것으로 만들어진 지 5만 년 이상 된 책이었다.
“할 수 있겠어?”
“해내야지!”
세준의 물음에 비장하게 대답하는 에일린.
“그래. 알았어.”
세준은 에일린의 박력에 밀려 카드를 건넸고
콰직.
에이린의 손에 들어온 세준의 카드는 가루가 됐다. 에일린의 힘을 버티지 못한 것.
“아···.미안.”
에일린이 가루가 된 카드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사과했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미리 강화 마법을 안 건 내 실수야.”
세준은 그런 에일린을 위로했다.
사실 에일린이 사용하는 물건들에는 전부 최상급 강화 마법이 걸려있었다.
그렇게 해야지 그나마 에일린의 힘을 몇 번은 버틸 수 있기 때문. 물론 이것도 에일린이 힘을 최대한 조절할 때였다.
“이오나, 강화 마법 좀.”
“뀻뀻뀻. 네.”
세준의 부탁을 받은 이오나가 세준이 새로 꺼낸 카드와 들어가려는 아이스크림 가게와 건물 전부에 최상급 강화 마법을 걸었다.
그렇게 안 하면 에일린이 가게 문을 여는 순간 유리창부터 와장창 깨질 테니까.
덕분에 무료로 건물에 최상급 강화 마법을 부여받은 건물주. 지구의 가치로 따지면 몇백억을 아낀 거였다. 대신 새로운 인테리어가 불가능하게 됐지만.
에일린도 강화 마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여기는 멸망유치원 밖. 에일린의 가공할 마력이 움직이면 주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영향은 가볍지 않다. 한남동 정도는 가볍게 날아갈 거다. 지워진다는 소리였다.
“세준아, 그럼 갔다 올게.”
“응.”
에일린은 강화 마법이 부여된 카드를 들고 기세등등한 표정과 다르게 유리 문을 조심스럽게 열며 안으로 들어갔고
“여기 아이스크림 30개.”
세준이 가르쳐준 대로 카운터에서 알바에게 주문했다.
잘 하겠지?
살짝 긴장한 채 가게 안을 살펴보는 세준.
그때
“응?”
갑자기 에일린의 사진을 찍기 시작하는 알바들이 보였다.
“어?!”
저러면 안 되는데!
세준은 서둘러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위대한 검은용은 너무도 자존심이 높은 존재.
감히 자신의 사진을 찍으려는 인간을 용서해 줄 리가 없는···
“어? 뭐지?”
에일린은 알바들 앞에서 살짝살짝 자세도 바꿔주며 사진 찍는 걸 허락하고 있었다.
잠시 후.
에일린이 아이스크림을 잔뜩 들고 가게에서 나왔다.
“어?”
‘카드 긁는 걸 못 봤는데?’
설마 협박한 건 아니겠지?
세준이 불안해할 때
“히히히. 세준아, 저기 인간들 기특해! 위대한 검은용 에일린 프리타니 님의 사진을 찍게 해주면 아이스크림을 바치겠다고 해서 몇 장 찍어줬어!”
에일린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사진을 찍게 해주는 대신 공짜로 아이스크림을 받아온 것.
역시 우리 에일린.
그냥 얼굴로 결제가 되는구나.
‘얼굴로 결제하면 페이스페이인가?’
“흐흐흐.”
세준은 에일린의 가공할 미모의 위력에 흐뭇해졌다.
그게 내 여친?
순간 우쭐함이 올라왔지만
앗! 참아야지.
비 오는 날 길 한복판에서 일행들에게 얼굴을 밟힐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우쭐함을 자제했다.
그리고
“여긴 내가 가서 사 올게.”
다음 빵집은 남자 직원만 있어 세준이 들어갔는데
“합쳐서 20만 5000원입니다.”
“혹시···제 사진 찍고 무료로···.”
“뭐라고요?”
“아닙니다. 근데 많이 샀는데 서비스 없어요?”
“없습니다.”
완전 정가로 샀다.
“네.”
에잇. 더러운 세상.
세준은 세상이 미웠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에일린과 너무 비교가 됐으니까.
그렇게 세준이 떠나자
“아니. 저런 부인도 있으면서 서비스를 달라고?! 어?! 애가 몇 명이야?! 애 키우려면 돈 많이 든다는데 서비스는 줄 걸 그랬나? 하아. 근데 진짜 부럽다···.”
빵집 직원은 세준이 들었으면 흐뭇해했을 말을 하며 세준과 일행들의 뒷모습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빠, 이번에는 태초가 해볼래!”
다음 핫도그 가게에서는 태초가 카드를 가지고 들어갔는데
“히히히. 아빠, 사장님이 그냥 가져가래!”
태초도 페이스페이로 핫도그를 공짜로 가져오며
“역시 우리 딸 엄청난데?”
“히히히. 태초는 아빠 딸이니까.”
“흐흐흐.”
세준을 흐뭇하게 했다.
쳇. 또 나만 안 되지.
동시에 슬프게도 했다.
세준과 일행들은 이후로도 가게 몇 군데를 들려 먹을거리를 사 먹으며 남산으로 향했다.
비가 약해지며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며 걷기가 힘들어졌기 때문.
걷다가 혹시라도 누군가가 세준의 일행 중 하나와 살짝 부딪히기만 해도 최소 어깨뼈가 가루가 될 테니 신경이 쓰여 제대로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거기다 일행들의 모습이 너무 눈에 띄었다.
동물 우의를 입은 귀여움의 극치인 아이들과 테오, 이오나, 꾸엥이, 까망이.
마지막으로 천상의 미모를 가진 에일린까지.
“와. 진짜 귀엽다.”
“어머! 햄스터가 고양이 우비를 입었어. 너무 귀여워!”
“아까 별스타에 올라온 사람이야! 사진이 실물의 반의반도 못 따라가네.”
사람들이 일행들을 보기 위해 멈춰서는 바람에 길이 더 북적북적해졌다.
나도 있는데···
물론 세준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세준도 혼자만 있었으면 충분히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을 테지만, 일행들의 매력이 너무 강했다.
그때
쾅!
에일린을 보던 운전자가 교통사고까지 내며 주변은 한층 더 소란스러워졌고
“까망아, 길 뚫어.”
끼히힛!낑!낑!낑!
[히힛. 집사야! 위대한 까망이 님만 믿어! 위대한 까망이 님 나가신다! 다 비켜!]세준의 지시를 받은, 일행 중 가장 약한 까망이가 요란하게 짖으며 길을 뚫었다.
다행히 사람들이 까망이를 아기 강아지로 착각해 주며 까망이를 밟지 않기 위해 물러섰고 일행들은 까망이의 뒤를 따르며 인파를 벗어났다.
그렇게 무사히 남산에 도착한 세준과 일행들.
산을 오르다 평평한 평지가 나오자
“이오나, 근처에 환영 마법 좀 걸어줘.”
“뀻귯뀻. 네. 마력의 힘이여···.”
이오나에게 부탁해 주변에 환영 마법을 걸었다.
그리고
“자. 하나씩 와서 받으세요.”
세준이 물총을 꺼내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방탄 우비도 입었겠다. 두려울 게 없었다.
“떤땐님, 이게 뭐에요?”
“흐흐흐. 그게 뭐냐고? 이렇게 여기를 당겨봐.”
세준이 질문을 하는 차차에게 대답을 하며 물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걸 보여줬고
“이렇게요?”
그걸 그대로 따라 하는 차차.
촤악.
“으업!”
차차의 물총에서 나간 물이 옆에 서 있던 네네의 얼굴로 쏘아졌다.
“푸흡. 푸하하하.”
세준은 그 광경에 웃음이 터졌고
“이익!”
물을 뒤집어쓰고 화가 난 네네도 물총의 방아쇠를 당기며
“어업!”
아니. 왜 나야?
세준의 얼굴에 물총을 쐈다. 얼마나 얄밉게 웃었는지 본인만 몰랐다.
“후훗. 감히 스나이퍼 박을 공격하다니! 받아랏!”
세준도 바로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네네, 괴롭히지 마!”
“떤땐님, 공격!”
촤악!
촤악!
바로 아이들의 반격을 받으며 수세에 몰렸고
“얘들아, 도와줘!”
세준은 일행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세준과 일행들이 남산에서 물총 싸움을 하는 동안
쏴아아아.
빗줄기가 다시 강해지며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세준과 일행들은 폭우에 개의치 않고
“흐흐흐. 스나이퍼 박의 공격을 받아랏!”
“푸후훗. 스냥이퍼 박의 공격도 받으라냥!”
물총의 물줄기보다 더 강한 빗줄기를 맞으며 신나게 물총 싸움을 했다.
그사이 하늘의 먹구름이 더욱 검게 변하며 지구 전체에 어둠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