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Side story (47)
47 – 멸망 유치원에 어서 오세요!(47)
2부 47화. 멸망 유치원에 어서 오세요!(47)
식사를 끝내고 돗자리에 누운 세준은 오른팔로 자신의 머리를 받친 채 푸른 하늘을 봤다.
저 구름은 우리 테오가 좋아하는 생선구이 닮았네.
어? 저건 우리 불꽃이 닮았다.
흐흐흐. 저건 까망이가 머리만 숨기고서는 자기 안 들킬 줄 알고 신나서 꼬리 흔드는 모습이네.
흘러가는 새하얀 구름들을 느긋하게 구경하며.
남은 왼팔은 에일린에게 팔베개를 해줬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해본단 말인가. 평소에는 만질 수도 없는데.
다만 조금 힘든 부분이 있었다. 팔이 저려서는 아니고.
세준의 팔을 베자마자 까무룩 잠들어버린 에일린의 얼굴이 세준의 얼굴과 너무 가깝게 붙어 있었기 때문.
간지러워.
새근거리는 에일린의 들숨과 날숨이 귀를 스칠 때마다 세준은 기분이 이상했다. 그래서 괜히 구름을 보며 열심히 잡생각을 했다.
‘히히히. 책에서 이렇게 자는 척하면 상대가 몰래 입을 맞춘다고 했어.’
에일린의 마음도 모른 채.
고로롱.
뀨로롱.
테오와 이오나는 평소처럼 세준의 무릎 위에서 사이좋게 낮잠을 잤고.
[헤헷.]불꽃이는 세준의 머리맡에 앉아 세준의 오른손 약지를 이파리로 살포시 잡은 채 눈을 감고 햇빛과 세준이 뿜어내는 햇살의 오라를 듬뿍 흡수했다.
덕분에 세준과 일행들에게 향하는 해가 많이 약해졌다.
꾸로롱.
꾸엥이는 세준과 에일린의 허리맡을 파고들어 얼굴과 몸을 구겨 넣은 채 잠들었고
배로롱.
뱃뱃이는 세준의 오른쪽 옆구리에 착 달라붙어 눈을 붙였다.
끼로롱.
엄로롱.
끼루룽.
···
..
.
까망이 패밀리는 세준의 가슴에 대자로 누운 채
커어어.
태초는 세준의 배에 가로로 엎드린 채 꾸엥이의 배에 머리를 박고 잠들었다. 세준의 딸 아니랄까 봐 코 고는 소리도 세준과 똑같았다.
크흐. 좋다~
이게 행복이지.
세준은 느긋하게 행복을 즐기다
커어어.
스르륵 잠들었고 잠든 척을 하던 에일린도 까무룩 잠들어 버렸다.
그렇게 세준과 일행들이 평화로운 휴가를 보내고 있을 때
“으앙! 집에 갈래~!”
“이거 아냐-!”
“마음에 안 들어-!”
“얘들아, 진정하거라.”
위대한 녹색용의 수장 브라키오 이올그는 멸망의 아이들 때문에 진땀을 빼고 있었다.
처음에는 브라키오를 졸졸 따라다니며 얌전히 위대한 녹색용의 터전을 견학하던 얌얌이와 네네는 세준이 싸준 도시락을 먹고 나자
“이제 낮잠 시간이야! 얌얌이, 잘래!”
“네네도!”
조금 까칠해졌다.
그래서 브라키오는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낮잠을 재우려 했는데
“그래. 그럼 냠냠이랑 네네 낮잠 자러 가자.”
실수로 ‘얌얌이’의 이름을 ‘냠냠이’로 불렀고
“얌얌이 이름 냠냠이 아니고 얌얌이야!”
졸려서 까칠할 대로 까칠해진 얌얌이의 짜증 버튼을 눌러버렸다.
“얌얌이, 화났어!”
분노한 얌얌이.
쾅!쾅!
제자리에서 강하게 발을 구르며 자신의 분노를 표출했고
“네네도 화났어!”
쾅!쾅!
네네도 얌얌이를 따라 같이 발을 구르며 분노했다.
이름을 잘못 부른 게 이렇게 화를 낼 정도는 아니지만, 화를 낼 명분을 준 게 문제였다.
얌얌이 폭발 준비 끝!
건드리기만 해봐!
바로 화낼 거야!
아이들은 언제든지 화를 낼 준비가 된 상태였는데 브라키오가 이름을 잘못 부르며 아이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격이었다.
덕분에 아이들은 옳다구나 화를 냈다.
쾅!쾅!
쾅!쾅!
그렇게 두 멸망의 아이들이 분노의 발 구르기를 하자
쩌저적.
위대한 녹색용의 힘도 굳건히 버텨내던 터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안 돼! 이러다 위대한 녹색용의 터전이 사라지겠어!
아이들의 난동에 위대한 녹색용의 터전이 멸망하려 했다. 괜히 멸망의 아이들이 아니었다.
거기다 위대한 녹색용의 터전에 균열이 심해지면 위대한 녹색용의 터전과 연결된 녹색 거탑도 무사할 수 없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애들이 아냐!
브라키오는 위기를 느끼며 서둘러 두 멸망의 아이를 검은 거탑 99층으로 보냈고
-어?!
“얌얌이랑 네네다!”
“동동아!”
그곳에는 이미 다른 수장들이 데려온 멸망의 아이들 21명이 있었다. 전부 애 보기에 실패한 것.
참고로 세준 패밀리와 오래 지낸 아작스는 애 보기가 가능했지만
“세준이형, 보고 싶어···.”
현재 형사병에 걸려 몸져누운 상태였다.
“애들아, 착하지. 조금만 기다리면 세준이 선생님이 데리러 올 거야. 근데 우는 아이는 세준이 선생님이 안 데려갈지도 몰라.”
“진짜요?! 그러면 안 되는데···.”
“낭낭이, 울었는데···그럼 낭낭이 집에 못 가?”
“지금까지 운 건 선생님이 비밀로 해줄게. 그러니까 지금부터 울지 않기. 알았지?”
“”네~!””
다행히 멸망유치원에서 아이들 다루는 법을 조금 배운 포비 덕분에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드하하하. 우리 포비가 이 정도야!
고새를 못 참고 손자 자랑을 하는 티어.
“에휴.”
할아버지들만 믿고 있었는데···
그런 티어를 보며 포비가 한숨을 크게 푹 내쉬었다.
동시에 포비는 할아버지도 못하는 걸 자기는 할 수 있다는 뿌듯함도 느꼈다. 그렇게 조금 성장한 포비였다.
***
<지구>
‘내 휴가!’
세준은 휴가 기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에 눈을 번쩍 떴다.
세준이 일어나자
“음. 세준아, 일어났어?”
“푸후훗. 박 회장, 잘 잤냥?”
에일린과 다른 일행들도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근데 얼마나 잔 거지?
세준이 시계를 확인하려 할 때
꼬르르륵.
꾸엥이와 태초의 배에서 동시에 배꼽시계 알람이 울렸다.
어느새 저녁 시간이 된 것.
점심 먹고 잔 것밖에 없는데 오후가 홀랑 다 지나가고 저녁 먹을 시간이 됐다.
흐흐흐. 이게 휴가지.
세준은 뭔가 휴가다운 휴가를 보냈다는 뿌듯함을 느끼며 저녁을 준비했다.
저녁은 휴가 느낌을 살리기 위해 골드 슬라임을 통째로 구운 슬라임 통바베큐를 만들었다.
꾸엥?
[아빠, 이 정도면 됐다요?]“응. 불 조절 잘 해야 해. 알았지?”
꾸엥!
[꾸엥이 잘할 수 있다요!]꾸엥이가 자신 있게 대답하고는 화염으로 슬라임을 굽는 사이 세준은 테오가 먹을 생선구이를 굽고, 이오나가 먹을 땅콩을 볶았다.
그리고
끼히힛.낑?!
[히힛. 집사야! 위대한 까망이 님꺼는?!]오늘도 세준 주변을 알짱거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까망이.
“히힛. 아빠, 태초꺼는?!”
오늘은 태초도 까망이를 따라 같이 존재감을 알렸다.
“여기 있지. 이거 먹으면서 얌전히 기다려.”
세준은 둘의 입에 극맛 군고구마 말랭이를 하나씩 물려주고 다시 요리를 했고
“히힛. 까망이 오빠, 태초 잘했어?”
끼히힛.낑!
[히힛. 막내야! 잘했어!]둘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극맛 군고구마 말랭이를 맛있게 먹었다.
잠시 후.
“아. 잘 먹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자
후루룩.
세준과 일행들은 커피를 마시며 소화를 시켰다.
그사이 해가 지며 하늘이 어둑해졌고
이 정도면 되겠다.
“얘들아, 이번에는 저거 타자.”
어두워지길 기다리고 있던 세준이 대관람차를 가리켰다.
“응!”
“푸후훗. 좋다냥!”
“뀻뀻뀻. 네!”
[헤헷. 네!]꾸엥!
(뱃뱃. 좋아요!)
낑!
“네!”
일행들은 다행히 모두 오케이.
하지만 의심스러울 정도로 세준의 말에 크게 호응하는 존재가 있었으니, 그건 이오나였다.
이오나, 파이팅!
세준 님도 파이팅이요!
미리 세준과 계획한 것이 있는지 이오나는 세준과 눈빛을 교환하며 서로를 응원했다.
그렇게 대관람차 앞에 도착하자
“얘들아, 대관람차는 무게 제한 때문에 둘씩 타야 된대. 그러니까 테오랑 이오나, 불꽃이랑 꾸엥이, 뱃뱃이랑 태초···.”
세준은 대관람차에 탈 인원을 둘씩 짝지었다.
일행들의 몸무게가 그렇게 무겁지 않기에 말이 안 되는 이유였지만, 테오와 이오나를 단둘이 있게 하기 위한 명분이었다.
물론 그 명분은 세준이 에일린과 단둘이 있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냥?! 싫다냥! 나 테 부회장은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이랑 같이 탈 거다냥!”
테오는 당연히 세준과 같이 타겠다고 떼를 썼고
“안 돼.”
이게 어떻게 만든 기횐데.
테 부회장아, 나중에 나한테 고마워할 거다.
세준은 단호한 목소리로 테오를 떼어내며 다시 한번 이오나와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고
“냥···박 회장이 나랑 같이 타기 싫다고 했다냥···버림받았다냥···.”
“뀻뀻뀻. 테오 님, 무게 때문에 그런 거잖아요. 세준 님이 테오 님을 버린 건 아니죠.”
“푸후훗. 그런 거냥?”
“뀻뀻뀻. 네. 그러니까 빨리 타요.”
“푸후훗. 알겠다냥! 그럼 빨리 타고 박 회장에게 가야겠다냥!”
이오나는 세준에게 버림(?)받은 테오를 달래며 관람차에 태웠다.
“그럼 출발!”
천천히 움직이는 대관람차.
“자. 다음은 불꽃이랑 꾸엥이.”
[헤헷. 네.]꾸엥!
세준은 순서대로 일행들을 태웠고
“에일린, 우리도 타자.”
“응!”
세준은 마지막으로 에일린과 관람차에 탑승했다.
끼이익.
한없이 느린 속도로 지루하게 움직이는 관람차.
하지만
꿀꺽.
꿀꺽.
말 한마디 없이 마른침만 삼키는 세준과 에일린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관람치 내부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그러나 세준과 에일린이 느끼는 긴장감의 결은 좀 달랐다.
세준은···
‘좋아. 내가 탄 관람차가 정상에 도착하면 관람차가 멈추고 불꽃놀이가 시작될 거야. 그럼 불꽃이 터질 때 에일린과 눈을 바라보며 분위기를 잡은 후 반지를 꺼내고···.”
계획한 이벤트가 차질 없이 잘 진행되도록 머릿속으로 시물레이션을 하는 중이라서.
에일린은···
‘···뭐지? 아까도 뽀뽀 안 해주고, 지금도 위대한 검은용 에일린 프리타니 님이 눈앞에 있는데 가만히 있어?!’
분노와 고구마가 쌓여 폭발 직전이었기 때문.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렀고
역시 기다리는 건 위대한 검은용 에일린 프리타니 님 성격에 안 맞아!
결국 인내심이 바닥 난 에일린이 조신한 컨셉을 벗어던지며 먼저 움직였다.
세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가는 에일린.
쪽.
“어?!”
세준은 갑자기 자신의 입술을 덮는 에일린의 부드럽고 달콤한 입술에 당황하며 몸이 굳어 버렸다.
그렇게 영원 같은 몇 초가 지났을 때
쿵.
대관람차가 멈췄고
휘우웅.
큰 불꽃 하나가 긴 꼬리를 만들며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펑!
큰 불꽃이 폭발하며 작은 불꽃들이 비산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덕분에 세준은 정신을 차렸고, 에일린을 꽉 안으며 이번에는 세준의 입술이 에일린의 입술을 덮었다. 둘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그사이
펑!펑!
불꽃들이 연속으로 솟아오르며 터졌다. 둘의 마음처럼.
슥.
둘은 떨어져 서로의 눈을 그윽하게 바라봤다.
좋아. 이제 반지를···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손을 넣는 세준.
세준의 주머니 안에는 오늘을 위해 [시스템 억삼치리]를 갈구며 만든 반지가 있었다.
이미 세준과 에일린은 커플링이 있었지만, 이건 앞으로 영원히 함께하자는 약속을 위한 반지였다.
그랬다. 세준은 오늘 에일린에게 청혼할 생각이었다.
꿀꺽.
그렇게 마른침을 한 번 삼킨 세준이 반지를 꺼내려 할 때
“냥!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 괜찮냥?!”
세준이 탄 관람차 창문에 매달려 소리치는 테오.
관람차가 멈추고 밖에서 불꽃이 터지자, 세준이 걱정돼 서둘러 달려온 것.
세준을 걱정하는 테오의 볼에는 새하얀 털이 여러 가닥 묻어 있었고 이오나는 볼이 상기된 채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세준 님, 괜찮으세요?!]꾸엥!
[아빠 괘찮다요?!](뱃뱃. 세준 님, 괜찮으세요?!)
“아빠, 괜찮아?!”
다른 일행들도 서둘러 세준의 관람차로 날아와 세준의 안부를 물었다.
낑?!끼히힛.낑!
[집사야! 괜찮아?! 히힛. 위대한 까망이 님 왔으니까 이제 안심해!]샤라랑!
깍!
삐약!
무무!
까망이도 부하들에게 들려 세준의 관람차로 날아오며 호기롭게 짖었다.
차라리 잘 됐어.
모두의 축복을 받으면서 청혼하는 거다!
플랜A가 실패하자, 바로 플랜B를 만드는 세준.
하지만 세상은 세준을 도와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끼이익.
갑자기 대관람차의 기둥이 엿가락처럼 휘며 대관람차가 쓰러지기 시작했다. 일행의 무게를 버티지 못했기 때문.
어?
세준이 생각하는 일행들의 무게를 생각하면 절대 기울어질 일이 없지만
“헤헷. 태초, 오늘 과식했나?”
태초는 아직 몸무게 조절을 할 줄 몰랐다.
쿠구궁.
대관람차는 무너져버렸지만
펑!
펑!
세준과 일행들은 꾸엥이의 염력 덕분에 같은 자리에서 불꽃놀이를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에이. 분위기 다 깨졌네.
다음을 노려야지.
주머니 든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아쉬워하는 세준.
펑!펑!
불꽃놀이와 함께 세준과 일행들의 휴가 첫날밤이 저물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