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Side story (49)
49 – 멸망 유치원에 어서 오세요!(49)
2부 49화. 멸망 유치원에 어서 오세요!(49)
5000년 전.
“신을 사냥하는 고고한 늑대 펜릴 님이 돌아오셨다!”
“이번에는 한 달도 안 걸렸다며?”
“역시 위대한 펜릴 님!”
쿵.쿵.
세상 하나를 멸망시키고 멸망의 본진에 복귀한 펜릴이 부하들의 찬사를 받으며 위풍당당하게 걷고 있을 때
딸랑.딸랑.
펜릴의 발 아래쪽에서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경쾌한 방울 소리가 들렸다.
뭐지?
펜릴이 소리가 난 곳을 살펴보자
“후엥. 후엥. 신을 사냥하는 고고한 늑대 펜릴 님, 어떻게 해야 위대한 펜릴 님처럼 강해질 수 있나요?!”
펜릴의 새끼발가락보다 훨씬 작은 흰 뱀이 보였다.
방울 소리가 아니었다면 목소리도, 크기도 너무 작아 그냥 밟고 지나가도 모를 정도. 흰 뱀이 있는 바닥은 흰 뱀의 눈물로 금세 젖었다.
“얼마 전에 일족을 모두 잃고 저희 쪽에 투신한 녀석입니다. 치울까요?”
펜릴에게 다가온 현혹하는 거미 앨리스가 말했다.
따라라랑.따라라랑.
앨리스의 말에 요란하게 울리는 방울 소리.
일부러 낸 것은 아니고 흰 뱀이 두려움에 떨자, 아래쪽으로 처진 종 모양을 닮은 꼬리가 격렬하게 흔들렸기 때문.
“아니다. 크르릉. 강해지고 싶나?”
펜릴은 흰 뱀을 직시하며 물었다.
평소라면 무시하거나 그냥 죽여버렸겠지만, 무슨 변덕이 불었는지 펜릴은 흰 뱀을 상대해 줬다.
자신은 할 수 없는 일족의 복수에 대한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일지도 몰랐다.
“후···엥? 네! 강해지고 싶었요! 강해져서 일족의 복수를 하고 싶어요! 놈들은 우리의 방울을 얻기 위해 일족을 학살했어요!”
흰 뱀은 간절한 목소리로 대답했고
“그럼 주마. 복수할 힘을.”
펜릴은 자신의 힘 일부를 나눠줬다. 펜릴에게는 티끌 같은 미약한 힘이었지만, 흰 뱀이 일족의 복수를 하기에는 차고 넘치는 힘이었다.
따라라랑.따라라랑.
“훌쩍. 훌쩍. 신을 사냥하는 고고한 늑대 펜릴 님,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방울은 두려울 때만 울리는 게 아니라 기쁠 때도 울리는지 흰 뱀은 꼬리를 신나게 흔들며 펜릴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눈물을 펑펑 흘리며.
펜릴은 조금 전과는 달리 시끄러운 방울 소리가 왠지 듣기 좋다고 생각했다.
“완전 울보구만. 그래서 울보 네 이름은 무엇이냐?”
“아카샤요! 연주하는 방울뱀 족의 아카샤예요!”
펜릴의 물음에 아카샤는 씩씩하게 대답했고
“그래. 울보 아카샤. 가서 일족의 복수를 해라.”
“네!”
아카샤는 자신이 있던 세상으로 복수를 하기 위해 떠났다.
그렇게 아카샤와 헤어지고 2000년 정도가 지난 어느 날.
“신을 사냥하는 고고한 늑대 펜릴 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거대한 붉은 뱀이 펜릴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누구냐?”
펜릴은 처음 보는 붉은 뱀에게 물었고
“접니다! 예전에 위대한 펜릴 님이 힘을 나눠주신 아카샤입니다!”
붉은 뱀이 대답했다.
“아. 울보 아카샤···.”
그제야 펜릴은 아카샤의 몸속에 있는 자신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겉모습은 너무도 변해 예전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더 이상 울지도 않았고, 크기도 커졌으며 새하얗던 비늘은 피에 물든 것처럼 붉게 변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방울이 없어졌군.”
경쾌한 소리를 내던 방울이 있던 꼬리 부분이 잘려있었다.
“네. 싸울 때마다 시끄럽게 울리길래 잘라버렸습니다.”
“···그렇군.”
아카샤의 대답에 펜릴은 왠지 씁쓸해졌다.
“그럼 저는 다른 세상을 멸망시켜야 해서 가보겠습니다.”
둘은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다시 헤어졌다.
그리고 현재.
생각해 보면 그때 복수할 힘을 주지 말 걸 그랬어.
까망이는 복수심과 멸망의 힘에 완전히 잡아먹혀 괴물로 변해버린 아카샤를 보며 생각했다.
하지만 걱정 마! 위대한 까망이 님이 다시 원래대로 만들어줄게!
호기로운 표정으로 아카샤를 향해 날아가는 까망이.
그러나
샤라랑!
깍!
삐약!
무무!
까비, 까르르, 샤리, 무발칠에게 들려 날아가는 까망이의 비행 속도는 여전히 느렸다.
그사이
꾸엥!
거대한 한 꾸엥이가 아카샤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크어! 이것 놔라!
아카샤는 꾸엥이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우리 꾸엥이!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푸후훗. 꾸엥이 잘하고 있다냥!”
“뀻뀻뀻. 마력의 힘이여···근력 강화! 파워업!”
[헤헷. 잘하고 있어요!](뱃뱃! 꾸엥이 형님, 멋지십니다!)
세준과 일행들의 응원과 이오나의 보조 마법을 받은 꾸엥이는 용기백배.
꾸엥-!
꾸엥이의 조이는 힘이 더 강해졌고
-크억···
아카샤는 결국 기절했다.
낑···
[아카샤 지못미···]아직도 아카샤를 향해 날아가고 있던 까망이가 심심한 애도를 전했다.
잠시 후.
끼히힛.낑!낑!
[히힛. 집사야! 얘 위대한 까망이 님 부하였던 애야! 위대한 까망이 님이 교육 잘 시킬게!]꿍.
뒤늦게 도착한 까망이와 부하들이 아캬사에게 박치기를 했다.
그렇게 까망이가 아카샤의 정신교육을 하는 사이
[긴급 구조 서비스를 사용했습니다.] [다음 달부터 보험료가 10% 증가합니다.] [남아 있는 긴급 구조 서비스 쿠폰이 없습니다.] [긴급 구조 서비스 쿠폰 1매를 3000억 탑코인에 구매하시겠습니까?]“우헤헤헤. 응!”
[시스템 억삼치리]는 오늘도 유렌에게서 야무지게 돈을 뜯어냈다. 그래야 빵구난 돈을 세준 몰래 메꿀 수 있으니까.유렌이 있어서 정말 다행인 [시스템 억삼치리]였다.
“꾸엥아, 얘 좀 아공간 창고에 넣어줘.”
꾸엥!
세준의 부탁에 꾸엥이가 아카샤를 들어 아공간 창고에 넣었고 아카샤의 꼬리가 막고 있던 다른 세상의 틈이 스르륵 닫혔다.
덕분에 거의 멸망해 가던 세상이 아카샤의 마수에서 벗어났다.
그때
[멸망의 잔재 : 세상을 옥죄는 뱀, 아카샤로부터 <지구(Lv. 5)>와 <에르부스(Lv. 8>을 구해내셨사옵니다.]세준의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세준은 이후의 보상 메시지를 기다렸지만
“······”
추가 메시지는 없었다.
이걸 맨입으로 끝내겠다고?!
“억삼치리야, 탄핵당하고 싶어?”
세준이 낮은 목소리로 [시스템 억삼치리]를 협박하자
[<지구(Lv. 5)>를 구한 보상으로 <지구(Lv. 5)> 진화 경험치 1%를 획득하셨사옵니다.] [<에르부스(Lv. 8>를 구한 보상으로 <에르부스(Lv. 8>의 진화 경험치 0.3%를 획득하셨사옵니다.] [8레벨 세상의 진화 경험치 0.3%를 5레벨 세상의 진화 경험치로 환산···] [시스템 억삼치리]가 부랴부랴 메시지를 출력했다.후훗. 진작 해주면 얼마나 좋아.
세준은 아카샤를 제압하며 지구 진화 경험치 3.4%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상황이 끝났을 때
“세준아, 어디 있어~?!”
“아빠~!”
지상에서 세준을 찾는 에일린과 태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야 여자 탈의실에서 나온 모양.
세준은 일행들과 서둘러 내려갔고
“세준아, 나 어때?”
“······.”
세준은 수영복을 입은 에일린의 자태를 넋을 잃고 바라봤다. 대답은 없었지만, 표정으로 이미 충분한 대답이 됐다.
검은색을 선호하는 에일린을 위해 세돌의 여친 세라에게 부탁해 평범한 검은색 수영복을 준비했는데 에일린이 입는 순간 평범한 수영복은 더 이상 평범하지 않았다.
내 여친이지만, 너무 이쁘다.
나 분명 전생에 나라가 아니라 세상을 구했을 거야. 그것도 10번 정도.
‘고맙다. 내 전생!’
세준이 자신의 전생에게 고마워하는 사이
“세준아, 근데 어디 갔다 온 거야?”
“맞아! 아빠, 어디 갔었어?! 태초한테 엄마 뭐 하나 보고 오라고 해놓고!”
에일린과 태초가 물었고
“아. 갑자기 유렌이 나타나서···.”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근데 에일린은 왜 늦은 거야?”
“아. 이게 생각보다 입기 어렵더라고···.”
에일린이 뒤로 돌아 자신의 등을 보이며 말했다.
평범한 앞과는 달리 수영복의 등 부분은 허리 라인까지 트여있고 얇은 검은 끈이 위태롭게 에일린의 새하얀 등을 감싸고 있었다.
등 부분이 끈으로 묶어 입는 수영복이라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태초가 엄마 도와줬어!”
태초가 뿌듯한 표정으로 외쳤다.
그리고
“······.”
세라 나이스!
태어나길 정말 잘했어!
세준은 다시 넋을 잃었다. 이번에는 얼굴까지 새빨갛게 변하며.
“냥?! 박 회장, 갑자기 왜 얼굴이 빨개진다냥?!”
“뀻뀻뀻. 세준 님 얼굴로 피가 모이면서 혈압이 올라가고 있어요! 이대로 혈압이 더 높아지면 세준 님 얼굴이 터질지도 몰라요!”
[세준 님, 코피 나요! 안 돼!]꿰엥! 꿰엥!
(뱃뱃. 세준 님, 릴랙스요!)
덕분에 일행들은 세준의 몸이 안 좋아진 줄 알고 서둘러 응급조치에 들어갔다.
잠시 후.
“그럼 뭐부터 하고 놀까?”
일행들의 발마시지로 흥분을 가라앉힌 세준이 일행들과 본격적으로 물놀이를 시작했다.
참고로 삐욧이와 일행들은 아카샤에게 쫓기느라 피곤하다며 그냥 쉰다고 해서 두고 왔다.
“일단 워터슬라이드부터 타자!”
그렇게 처음 탄 놀이기구는 워터슬라이드.
그러나
“너무 느리다냥!”
너무 느리고 시시했다.
“뀻뀻뀻. 그럼 속도 증가 마법을 사용해 드릴까요?”
“오. 그거 좋다. 사용해줘.”
세준도 시시하기는 마찬가지였기에 이오나에게 마법을 부탁했고
“뀻뀻뀻. 마력의 힘이여···.”
쾅!
이오나의 마법 위력을 간과한 결과는 컸다. 속도를 버티지 못한 워트슬라이드가 붕괴됐다.
워터슬라이드가 부서지자, 세준은 바로 한태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하하하. 괜찮습니다. 차라리 잘됐네요. 그렇지 않아도 조카가 조만간 리모델링을 한다고 했거든요.”
한태준은 괜찮다고 말했다. 정말 괜찮은 건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한태준과 대화가 끝나자, 세준은 일행들과 다이빙을 하러 갔고
“후훗. 이게 진짜 슈퍼히어로 랜딩이지!”
“푸후훗. 위대한 하이브리비 박 회장, 이 몸의 슈퍼히어로 랜딩을 보라냥!”
꾸엥!
[아빠, 꾸엥이도 슈퍼히어로 랜딩이다요!]세준과 테오, 꾸엥이가 다이빙을 하며 놀았다. 다행히 셋 다 힘 조절을 해서 수영장이 부서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때
“세준아, 나도 할래!”
세준이한테 내 슈퍼히어로 랜딩을 보여줘야지!
다른 어린 용들과 열심히 연습한 슈퍼히어로 랜딩을 세준에게 보여주고 싶은 에일린이 나섰다.
“에일린, 괜찮겠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묻는 세준.
“응. 괜챃아. 대신 좀 떨어져 있어.”
“응.”
에일린의 말에 세준은 잽싸게 50m 정도 물러난 후 자신의 앞에 테오와 꾸엥이를 세웠다.
“그럼 간다!”
후웅.
하늘로 올라갔다 수영장 중앙으로 낙하하는 에일린.
“슈-퍼-히어로 랜딩!”
멋진 자세로 완벽하게 착지했다.
콰과광!
다만 힘 조절에 조금 실패해서 반경 5m가 날아갔지만.
“에일린, 진짜 엄청난데!”
세준이 서둘러 달려와 엄청 감격한 표정으로 에일린을 칭찬했다.
“히히히. 그렇지? 나 슈퍼히어로 랜딩 잘하지?”
“응! 너무 잘했어! 거기다 힘 조절이 너무 완벽한 거 아냐?”
최소 반경 50m 정도는 날아갈 걸 예상했던 세준으로서는 정말 의외였다.
“나 힘 조절 진짜 많이 연습했어. 세준이 너랑 데이트하려고.”
크흐. 이런 마음씨 고운(?) 여자가 내 여친이라니!
에일린의 말에 감동 받은 세준.
에일린만 고생시킬 수 없지!
나도 더 강해질 거야!
오늘도 다시 한번 강해지길 각오했다. 3007번째 각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