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Side story (79)
79 – 멸망 유치원에 어서 오세요!
2부 79화. 멸망 유치원에 어서 오세요!
촬영 세트장으로 가는 길.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일으키는 방법’은 크리스마스 때 방영될 단편 드라마에요. 내용은···.”
김혜나가 드라마에 대해 설명했다.
드라마의 내용은 보육원에 사는 3명의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전날 산타 할아버지에게 자신이 받고 싶은 선물을 이야기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다 잠들고, 다음날 갖고 싶은 선물이 머리맡에 놓여있었다는 아주 소박한 행복에 대한 이야기였다.
참고로 아이들이 많이 필요한 이유는 중간에 단체로 식사를 하는 장면과 보육원 후원자와의 단체 사진을 찍는 장면,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는 장면 때문.
김혜나가 1시간 만에 찍을 수 있다고 한 이유기도 했다. 중요한 장면이 아닌 배경으로서의 장면이라 금방 찍을 수 있었다.
잠시 후.
“얘들아, 여기 잠깐만 서 있을까?”
김혜나가 멸망 유치원 아이들 26명을 세우며 보육원 후원자와의 단체 사진 씬을 준비했다.
아기들이 있어서, 더욱 그럴싸해졌어.
카메라 뷰로 보이는 쪽쪽이, 때때, 애응이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김혜나.
그때
“감독님, 30분 후 찍죠. 우리 상준이 지금 밥 먹고 있어서요.”
세 주인공 배역 중 하나를 맡은 이상준의 엄마가 양해도 아닌 통보를 하며 김혜나의 기분을 망쳤다.
가끔 이런 부모가 있었다. 자식의 한 줌밖에 안 되는 알량한 인기를 믿고 갑질을 하려는.
이상준은 요즘 여러 드라마에서 유명한 남자 배우의 아역을 연기하며 나름 인지도가 높아졌기에 그걸 믿고 이제 막 입봉한 촬영 감독 김혜나에게 무례하게 구는 것.
감히 촬영장에서 촬영감독을 업신여기다니, 이상준 엄마의 태도가 계속 저런 상태라면 이상준의 앞날이 보였다.
하지만 이상준의 앞날이 어떻든, 지금은 촬영을 해야 하니
서열을 제대로 알려줘야겠네.
“휴우. 이상준 배우 매니저님, 제가 분명 11시에 촬영 시작할 거라고 말씀드렸죠. 그리고 이따 급식 씬에서 밥 먹는 장면 있어서 배고픔 유지하면 좋겠다는 말씀도 드렸고요. 다른 배우들 다 준비된 거 안 보이세요? 이상준 배우 데려오세요. 당장.”
김혜나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신 목소리에는 한기가 서렸다.
“네···알겠어요.”
김혜나의 서릿발 같은 태도에 이상준의 엄마는 찍소리도 못하고 아들을 데리러 갔고.
3분 후.
잔뜩 인상을 찌푸린 이상준이 촬영장에 엄마와 함께 나타났다.
이상준은 김혜나에게 자신의 불만을 표현하려는 듯 입을 삐쭉 내밀며 촬영을 방해하려는 싸가지 없는 모습을 보였지만
으레 있지 않은가. 어릴 때 단체 사진을 찍기 전 누군가와 싸웠는지 입을 삐쭉 내밀고 있는 아이가.
덕분에 리얼함만 살아났다.
그렇게 김혜나의 카리스마로 단체 사진 씬을 무사히 찍고 바로 방송국 근처 초등학교의 운동장으로 이동해 공놀이 씬을 찍을 준비를 했다.
주인공 셋은 운동장 구석에서 사이좋게 모래성을 짓고 나머지 아이들은 공놀이를 하는 장면이었다.
“아이들이 진짜 얌전하네요. 보통 촬영이 힘들다 보니, 가만히 있지를 못 하거든요.”
김혜나가 운동장에 가만히 서 있는 아이들을 칭찬하자
“네. 우리 애들이 진짜 말썽 한 번 안 부리···잠시만요. 차차야!”
우쭐한 목소리로 대답하던 세준이 공을 차기 위해 뒤로 거리를 벌리는 차차를 부르며 다급하게 달려갔다.
가만히 놔두면 커다란 재앙이 닥칠 수 있었다. 저 공이 골대만 부수면 다행인데, 그 뒤에 있는 아파트, 또 그 뒤에 있는 빌딩을 부수고 지구도 부술 수 있었다.
“얘들아, 잠깐 모여봐.”
세준은 운동장에 흩어져 노는 아이들을 모은 후
“공 찰 때 절대 힘 많이 주면 안 돼. 힘순찐 알지? 대신 말 잘 들으면 이따가 까망이 몰래 군고구마 말랭이 3개씩 줄게.”
주의를 줬고
““네!!””
아이들은 의욕이 흘러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공놀이 씬이 시작됐고.
세 주인공들이 모레성을 짓는 연기를 하는 사이
““힘순찐!””
톡.
멸망 유치원 아이들은 누군가 공을 차려고 하면 단체로 구호를 외치며 공놀이를 했다.
““힘순찐!””
톡.
공을 차기 전 이상한 기합을 넣는 게 좀 부자연스러워 보였지만, 대신 지구가 안전해졌으니 됐다.
“컷! 그럼 다음 급식 씬으로 넘어갈게요!”
다행히 김혜나도 만족했는지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다.
“스탭들은 급식 씬 음식 준비해 해주세요.”
초등학교 급식실로 이동해 다음 촬영을 준비하는 사이
“얘들아, 잘했어. 자. 받아.”
세준은 까망이 몰래 아이들에게 군고구마 말래이를 3개씩 나눠줬다.
그러나 까망이에게 비밀로 하기에는 아이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고
낑?!낑!낑!
[너희들 그거 어디서 났어?! 군고구마 말랭이는 전부 다 위대한 까망이 님꺼야! 그러니까 다 내놔!]까망이는 사납게 짖으며 군고구마 말랭이를 뺏기 시작했다.
끼히힛.
아이들에게 뺏은 군고구마 말랭이로 간식 주머니를 채우며 기뻐하는 까망이.
“떤땐님이 준 건데···.”
“히잉···까망이 떤땐님이 빼서가떠!”
반대로 군고구마 말랭이를 뺏긴 아이들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해졌다.
그때
쿠구궁.
급격히 어두워지는 하늘.
“얘들아, 이거 먹고 기분 풀어. 얌마! 박 까망! 애들 걸 왜 뺏어?!”
세준은 서둘러 아이들에게 군고구마 말랭이를 새로 주고 까망이 단속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그냥 날씨의 변덕이었지만, 까망이가 옴팡 뒤집어썼다. 까망이 날자, 배 떨어진 격이었다.
낑···
그렇게 까망이는 세준에게 볼을 잡혀 대롱대롱을 당했고.
얼마 후.
“감독님, 준비 끝났습니다.”
음식 준비가 끝나자
“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촬영이 시작됐다.
하지만
어? 쟤네 표정 왜 저래?
촬영 내내 생글생글 웃던 아이들의 표정이 급격히 나빠졌다.
이거 맛없어···
음식이 맛없었기 때문. 세준의 군고구마 말랭이를 먹고 난 후라 더 그랬다.
“곰곰이, 안 머글래···.”
“통통이, 입맛 떠러져떠.”
“얘들아, 먹지 마. 아빠가 아무거나 주워 먹으면 안 된다고 했어.”
“응!”
그렇게 태초의 주도하에 멸망이들이 부릉부릉 파업 시동을 걸었고
“아. 이건 도저히 못 먹겠어.”
“먹을수록 화가 나서 먹으면 안 될 것 같아.”
몇 번 시도해 본 창조둥이들도 숟가락을 내려놨다.
그렇게 아이들의 마음속에 분노가 쌓여가는 것도 모른 채
“얘들아, 반찬이 마음에 안 들어? 햄 줄까?”
아이들을 설득해 보려는 김혜나.
도리도리.
아이들은 강하게 고개를 저으며 거부했다.
”그···그럼 먹는 척만 해볼까?“
““네···.””
김혜나가 아이들을 설득한 후 카메라로 가서 촬영을 이어갔지만
이건 못 써···
어떻게 편집해도 맛있게 안 나올 것 같았다.
진짜 맛없나?
김혜나가 스탭들이 음식 준비를 하고 남은 닭강정을 집어 맛을 봤지만
“먹을 만한데.”
아이들이 왜 맛없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일단 보호자에게 애들이 뭘 좋아하는지 물어봐야겠다.
김혜나가 세준을 찾았다.
그러나
“어? 어디 가셨지?”
세준은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의 표정에 배고픔으로 인한 짜증과 맛없는 걸 먹음으로 인한 분노가 보이자마자
위기다!
서둘러 아공간 창고로 들어가 요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
아이들이 혹시 폭주할지도 모르기에 아공간 창고 문을 살짝 열어
꾸엥!
[아빠, 꾸엥이가 망 잘 보겠다요!]끼히힛.낑!
[히힛. 집사야! 위대한 까망이 님만 믿어!]꾸엥이와 까망이에게 망을 보게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어?! 맛있는 냄새다!”
“떤땐님 요리 냄새야! 밍밍이는 알 수 이떠!”
“히힛. 맞아. 태초도 알 수 있어! 이건 아빠 요리 냄새야!”
아공간 창고에서 흘러나온 세준의 요리 냄새를 귀신같이 맡은 아이들이 코를 내밀고 냄새를 맡으며 행복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고
이건 찍어야 해!
김혜나는 서둘러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지금까지 몇 년 동안 촬영을 했지만, 이런 그림 같은 장면은 처음이었다.
내가 이런 걸 찍다니.
황홀함에 빠진 김혜나가 열심히 촬영을 할 때
“꾸엥아, 문 열어줘.”
꾸엥!
부릉.부릉.
나중에 놀러 가면 쓰려고 넣어둔 건데, 이렇게 쓰네.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서 밥차를 운전하며 나왔다. 요리를 시작한 지 15분 만이었다.
세준은 서둘러 운전석에서 내려
“감독님, 제가 밥차를 불렀는데, 지금 도착했네요.”
방금 밥차가 도착한 것처럼 김혜나를 불렀다.
후히히히. 한순간도 놓칠 수 없어. 전부 다 찍을 거야.
김혜나는 촬영에 집중하느라 듣지 못했지만
“와! 밥이다!”
“떤땐님 꿀밥이야!”
아이들이 밥차로 달려가며
어?! 얘들아, 어디 가?!
자연스럽게 촬영은 끝났다.
그렇게 아이들이 우다다 밥차로 달려가 밥을 먹는 사이
“오. 오늘 밥차 지원도 있었나?”
“음식 냄새가 진짜 끝내주네. 여기 어딘지 알아뒀다가 나중에 불러야겠다.”
밥을 받기 위해 줄을 선 스탭들이 식판에 음식을 담으며 대화를 나누자
“푸후훗. 우리의 위대하고 관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이 만든 거다냥! 많이 부르라냥!”
테오가 영업을 했다.
그리고
“어?! 고양이가 말을?!”
“너 테오 맞지?”
지금까지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 있던 테오를 인식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테오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테오에게 여자들이 치근덕거리는 게 싫은 이오나가 슬쩍 은신 마법을 걸었지만, 테오가 말을 하며 깨졌다.
“푸후훗. 그렇다냥! 이 몸은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의 오른팔···.”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자, 우쭐해하며 자기소개를 하는 테오.
그러나
“치명적인 용발톱 하이브리드 황금고양이 박테오!”
이번에도 테오의 팬클럽인 냥냥단의 회원이 테오의 멘트를 가로챘다.
어디에나 있는 테오의 팬들.
“푸후훗. 그렇다냥! 이 몸이 누군지 다시 말해보라냥?!”
테오는 이제 그걸 즐기는 듯 테오는 자신이 누군지 팬들에게 물으며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의 오른팔 치명적인 용발톱 하이브리드 황금고양이 박테오!”
“푸후훗. 그렇다냥!”
팬들의 외침을 즐겼다.
“내가 누구냥?!”
“위대한 하이브리드···.”
“내가 누구냥?!”
“위대한 하이브리드···.”
그렇게 밥차 주변은 갑자기 팬미팅장이 된 것처럼 소란스러워졌다.
“광신도네.”
세준은 자신의 무릎에 매달린 테오와 그런 테오를 보며 외치는 사람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광신도의 피라미드 가장 꼭대기에 있으면서.
잠시 후.
“푸후훗. 박 회장의 요리를 먹었으면 밥값을 내라냥!”
팬미팅을 끝낸 테오는 당연하다는 듯 식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앞발을 내밀며 돈을 걷었다.
그리고
“흥. 저게 뭐가 맛있다고. 상준아, 저런 사람들이랑 겸상하지 마. 원래 일류 배우는 혼자 먹어야 되는 거야.“
이상준의 엄마는 비싼 배달 음식을 먹으며 계속 밥차 쪽으로 시선을 주는 자신의 아들에게 말했다.
“대.답.”
“네.”
그렇게 듣고 싶은 대답을 들은 이상준의 엄마.
그녀도 밥차에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맛있는 냄새가 나니까.
‘이게 더 비싼 음식이야. 그리고 비싼 게 맛있는 거고.’
이상준의 엄마는 그렇게 자신에게 최면을 걸며 배달음식에 집중했고 며칠 후 큰 후회를 하게 된다.
세준의 음식을 먹은 사람들의 피부와 건강이 크게 좋아졌다는 소문이 났기 때문. 몇 명은 각성까지 했다.
식사가 끝나자, 세준의 음식을 식판에 담은 아이들이 급식 장면을 다시 찍었고
“와. 맛있다!”
“헤헤. 맛있어요!”
이번에는 순조롭게 촬영을 할 수 있었다.
후히히히. 더. 더. 더.
다만 김혜나가 컷 사인을 안 줘서 촬영이 오래 걸렸지만
“아. 잘 먹었다.”
“배부르니까, 졸려···이제 잘래.”
“떤땐님, 깡깡이 이불 주세요.”
아이들이 낮잠 준비를 위해 세준에게 가면서 카메라 뷰 안에서 벗어났고
“얘들아, 어디 가?!
촬영은 강제로 끝이 났다.
그리고
“읏차.”
세준은 사람들 몰래 초등학교 옥상으로 올라가 피크닉을 위해 준비했던 커다란 돗자리를 꺼내 바닥에 깔고
“먹구름 만들기.”
먹구름으로 그늘을 만든 후.
“자장. 자장. 우리 태초, 자장. 자장. 우리 밍밍이···.”
“떤땐님, 다음은 얌얌이 해줘.”
“그래.”
“자장. 자장. 우리 얌얌이.”
“헤헤.”
“응애!”
“알았어. 자장. 자장. 우리 애응이.”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 자장가를 불러줬다.
그때
“꾸익!”
하늘에서 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