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Side Story (88)
88 – 테오의 멘붕(3)
2부 88화. 테오의 멘붕(3)
활짝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가자
그래니어 마을, 탑 99층 동굴과 지상의 집, 멸망유치원의 건물이 어지럽게 섞인 집이 나타났다.
그리고 집의 중앙에는 음울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테오가 세준이 잘 때 쓰는 이불 위에서 몸을 바짝 웅크린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테오, 왜 그러고 있어?!
그런 테오를 보자, 세준은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자신이 생각하는 테오는 항상 얄미울 정도로 당당해야 했으니까.
“테 부회장!”
세준이 테오를 부르자
“냥···푸후훗···박 회장이냥······?”
테오가 힘들게 고개를 들어 배시시 웃으며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세준을 반겼다. 안쓰러웠다.
“테오야······.”
세준은 조심히 테오를 꼭 안아줬고
“뀽. 테오 님! 보고 싶었어요!”
“큰형아, 아프면 안 된다요!”
“힝! 큰형아!”
“큰오빠, 태초가 치료해 줄게!”
이오나와 나머지 일행들도 테오를 안았다.
“박 회장, 나 이제 황금 앞발 없어서 100만 년짜리 무릎 독점권 받을 수 없다냥···난 이제 박 회장에게 도움이 안 된다냥······.”
테오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뭐?! 테오, 날 뭘로 보는 거야?! 그런 거 없어도 넌 받을 자격이 충분해! 넌 능력이 있든 없든 박테오고 내 소중한 친구니까. 그거면 자격은 충분한 거야.”
“냥?! 정말이냥?!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이랑 나랑 친구인 거냥?!”
테오가 몸을 일으키며 되물었다. 어느새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있었다.
“그래. 박테오, 넌 내 가장 친한 친구야.”
“우리 친구다냥!”
파앗.
세준의 대답에 테오의 몸에서 환한 빛이 나기 시작했고
“푸후훗.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이랑 나 테 부회장은 친구다냥!”
테오는 주변을 팔짝팔짝 뛰어다니며 신난 목소리로 외쳐댔다.
“뀻뀻뀻. 테오 님, 다행이에요.”
어느새 꼬리에 이오나를 매달고.
그때
쿠구궁.
밖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하지만
“히힛. 집사야! 큰형아의 정신세계가 다시 복구되고 있어!”
이번에는 정신세계가 붕괴되는 게 아니고 복구되는 소리였다.
정신세계가 붕괴되는 것도 비정상적으로 빠르더니, 복귀되는 것도 비정상적으로 빨랐다.
그렇게 세준과 친구가 되며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음과 동시에 정신세계도 회복한 테오.
“푸후훗. 세준아, 이 몸을 빨리 무릎에 올려달라냥!”
세준에게 앞발을 뻗으며 당당하게 말했다. 자신감을 너무 많이 찾으며 개념을 상실한 것 같았다.
“후훗. 우리 박테오가 방금 뭐라고 한 거지?”
“푸후훗. 이 몸을 빨리 무릎에 올려달라고 했다냥! 세준이는 이제 나 테 부회장이랑 친구니까 이런 것도 가능한 거다냥!”
세준의 분위기가 변한 걸 모르고 눈치 없이 대답하는 테오.
“큰형아, 집사 화났어! 빨리 도망쳐!”
많이 당해본 까망이가 서둘러 경고를 해줬지만
꽉.
“냥?”
이미 테오의 볼살을 잡은 세준이었다.
“박.테.오. 방금 뭐라고 했지?”
“바케장, 자모해따냥!”
세준의 물음에 이제야 눈치를 챙긴 테오가 대답했으나
“흐흐흐. 늦었어.”
너무 늦었다.
이노무시키!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세준은 자신의 화와 테오를 잃을까 불안했던 마음이 다 풀릴 때까지 테오의 볼살을 주무르며 마음껏 힐링했다.
그리고
“나가자.”
테오의 정신세계에서 나왔다.
“푸후훗.”
찰싹.
당연하다는 듯 세준의 무릎에 매달리는 테오. 세준도 씨익 웃으며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럼 옵션을 확인해 볼까?”
세준이 태초가 황금손으로 찾고 이오나가 감정한 갑옷의 옵션을 확인했다.
[광대 피에로의 시선 끄는 가죽 갑옷]최강의 성능을 위해 가장 좋은 최상급 가죽만 쓰다 보니, 디자인이 이상해져 버려진 갑옷을 광대 사냥꾼 피에로가 사용하며 유명해진 갑옷입니다.
아주 튼튼하지만, 알록달록한 색 때문에 눈에 잘 띕니다.
모든 스탯 +30
제작자 : 대장장이 후룰루(녹색 망치족 드워프)
사용 제한 : Lv. 50 이상, 민첩 50 이상
등급 : S+
스킬 : [광역 도발 Lv. 7], [곡예 궁술 Lv. 5], [몸 개그 회피 Lv. 9]
“오. 네임드 아이템이네.”
거기다 등급도 좋고 스킬도 3개나 붙었다.
마지막 스킬은 좀 애매하지만, 레벨이 높으니까 괜찮겠지.
스킬 때문에 살짝 주저하는 세준.
스킬보다 디자인이 훨씬 큰 하자였지만, 그건 무시했다.
“좋아. 경철이 선물은 이걸로 정하자.”
그렇게 경철이네 집들이 선물이 정해지자
“냥?!”
갑자기 저절로 뻗어지는 앞발에 테오가 당황했다.
“박 회장, 끌림이 느껴진다냥! 많다냥! 아주 많다냥! 푸후훗. 역시 박 회장의 친구인 나 테 부회장의 능력이 대단하지 않을 리 없다냥!”
테오는 흥분한 목소리로 외치며
슉.슉.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타나길 여러 번 했고 그럴 때마다 세준의 앞에는 아이템이 하나씩 쌓였다.
뭐지?
갑자기 테오의 황금 앞발이 부활한 게 의아한 세준.
그때
팡!
꾸엥!
[꾸엥이! 큰형아의 비밀을 알았다요!]꾸엥이가 손뼉을 치며 외쳤다.
“테오의 비밀?”
꾸엥!꾸엥!
[그렇다요! 큰형아는 아빠 물건을 찾을 때만 황금 앞발인 거다요!]엥?
테오가 그럴······
“어?!”
그러고 보니, 조금 전까지 찾은 건 경철이의 선물이었다. 그런데 경철이 선물을 정하자마자······
“진짜 그런 건가? 테 부회장, 이제 경철이 선물 찾자!”
세주니 테오에게 외치자
“냥?! 끌림이 없어졌다냥! 안 느껴진다냥! 망했다냥!”
갑자기 두 앞발로 허공을 저으며 크게 당황하는 테오.
“진짜네. 테 부회장, 내가 쓸 거 하나 찾아줘.”
세준은 그런 테오를 보며 말했고
“푸후훗. 다시 끌림이 느껴진다냥!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 나 테 부회장만 믿으라냥!”
다시 황금 앞발이 발동한 테오가 신나게 세준이 쓸 아이템을 가져왔다.
이걸로 확실해졌다. 테오의 황금 앞발은 세준을 위해서만 발동한다는 게.
“푸후훗. 박 회장, 나 테 부회장이 박 회장이 쓸 거 많이 구해왔다냥!”
그래서 좀 전에는 황금 앞발이 발동하지 않았던 거고. 바보 자식, 어떻게 자기 능력도 제대로 모르냐.
환한 표정으로 아이템을 한 아름 들고 자신에게 달려오는 테오를 보며 투덜대는 세준. 그러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자신을 가장 신뢰하는 고양이를 보면서 어떻게 웃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잠시 후.
“푸후훗. 그런 것이었냥?! 아주 마음에 든다냥!”
세준에게 황금 앞발이 발동하지 않은 이유를 들은 테오가 흡족하게 웃었다. 세준만을 위해 황금 앞발이 발동하는 자신이 너무 대견했다.
그러다
“그리고 이건 경철이가 잘못했다냥!”
갑자기 정색하며 경철이 탓을 했다.
“맞아. 경철이가 잘못했네.”
세준도 같이 경철이 탓을 할 때
파앗.
테오의 몸에서 빛이 폭발했다.
그리고
“후훗. 드디어 저도 성장했어요!”
빛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렸다. 세준의 친구라는 말에 자신감을 얻은 테오의 정신세계가 크게 성장하며 함께 기운을 받고 성장한 초거대 박 회장 6호였다.
초거대 박 회장 6호는 빛 덩어리로 변하며 테오에게서 분리돼 하늘로 솟았고
“짠!”
반짝이 무대 의상에, 마이크를 든 초거대 박 회장 6호가 나타났다.
“후훗. 저는 가창의 신 명창 세준이에요! 세상의 음치들! 제가 다 고쳐주겠어요~!”
명창 세준이 자신의 소개를 하는 사이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 님의 분신이 가창의 신 명창 세준이 됐사옵니다.] [초월급 분신을 가지는 위대한 창조의 업적을 달성하셨사옵니다.]···
..
.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 님의 분신 가창의 신 명창 세준이 본체가 성장할 때까지 스스로 활동합니다.]업적 메시지가 나타났다.
“명창 세준, 그럼 내 노래 실력도 고쳐줄 수 있어?”
세준이 약간 기대를 품으며 물었지만
“죄송해요. 다 되는데, 세준 님은 치료가 안 돼요.”
원래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법이었다.
“대신 축복을 걸어드릴게요!”
딱!
명창 세준이 손을 튕겨 세준에게 축복을 내리고 서둘러 사라졌다.
[가창의 신 명창 세준이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 님에게 사자후의 축복을 내렸사옵니다.] [앞으로 1년 동안 목소리를 더 크게 낼 수 있고 사자후로 적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이걸 어디다 쓰라고······
명창 세준이 빨리 사라진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경철이네 집들이 선물을 찾으러 갔다가 테오의 정신이 붕괴될 뻔한 사건은 세준의 무릎 독점권 100만 년과 큰 자신감을 얻은 테오와 초월급 신이 된 명창 세준의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참고로 테오의 정신세계 안에는 명창 세준의 후임으로 단호박 가면을 쓴 초미니 박 회장 7호가 열심히 생선구이 산과 츄르 호수를 만드는 중이었다.
며칠 후.
“냥······ 박 회장, 나 테 부회장의 자신감이 사라졌다냥···무릎 독점권 1만 년짜리만 있으면······.”
“테 부회장, 안 속아.”
“쳇냥!”
테오는 세준의 무릎 독점권을 얻기 위한 연기를 시도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속아주려야 속아줄 수가 없었다.
온몸으로 긍정의 기운을 뿜어내면서 어딜?!
테오는 세준 속이기에 실패하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세준의 무릎에 매달렸고
“푸후훗. 박 회장, 나 테 부회장은 너무 행복하다냥!”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세준의 무릎에 얼굴을 비볐다. 테오가 뿜어내는 기운이 정오의 태양처럼 반짝거렸다.
***
씨앗 상점 본부.
갓세준! 갓세준! 갓세준!
오늘도 비전투신들은 구호를 외치며 활기찬 하루를 시작했다.
그리고
“여러분 제 모습을 보십시오! 오늘은 뿔이 무려 0.3mm나 자랐습니다! 이게 다 갓세준 덕분입니다!”
오늘도 가장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으로 갓세준의 대단함을 몸소 증명하는 용의 신 미르나.
그런 미르나의 머리에는 작은 뿔이 돋아나 있었다.
에일린을 시작으로 어린 용들 몇이 미르나를 용의 신으로 인정해 주며 미르나의 이마에 작은 뿔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아직은 작은 뿔밖에 없지만, 다른 용들의 인정을 더 받으면 날개와 꼬리도 생기고 결국에는 용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아침 예배(?)를 끝낸 비전투신들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때.
전투 상점 본부.
“흣차! 오늘도 신기를 만들어볼까?!”
“오늘은 딱 10개만 만들어야지!”
의욕에 찬 전투신들도 아침 작업을 시작했다.
이제 테오에게 신기를 납품하지 않아도 됐지만, 어느새 신기 만드는 게 즐거워진 전투신들이었다.
그렇게 비전투신과 전투신들이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을 때
쿠구궁.
그들이 봉인된 장소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100일 후에 이곳을 떠날 것이니, 너희들은 떠날 준비를 하라.
하늘이 열리며 중후한 목소리와 함께 창조신이 등장했다.
꺄암!
멸망이 하나와 함께.
세준에게 가는 길에 잠시 들린 창조신이었다.
“창조신이시여! 이곳을 떠나면 저희는 어디로 가는 것이옵니까?”
“저희를 버리지 마시옵소서!”
전투신과 비전투신들이 창조신을 향해 간절한 목소리로 외치자
-너희는 걱정하지 말거라. 나는 너희를 버리지 않았다. 너희는 곧 복귀할 새로운 창조신들을 기다리며 세상을 다스릴 것이다.
창조신이 신들이 앞으로 할 일을 알려줬다. 멸망이 사라졌으니, 신들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때가 왔다.
-그럼 100일 후 다시 오겠다.
할 말을 마친 창조신이 사라진 지 얼마 후.
띵동.
누군가 멸망 유치원의 벨을 눌렀다.
“누구세요?”
세준이 현관을 열었고
꺄암!
바닥에 아기가 담긴 바구니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번에도 벨튀를 한 창조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