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100)
r 99 – 99. 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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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stem Message > [ ‘스킬: 치명적인 매력’이 발동됩니다! ] [ 대상 ‘리루 가르다’의 호감도가 ‘관심 3단계’에서 ‘신뢰 1단계’로 폭등합니다! ] [ 수령 가능한 보상이 추가됩니다! ] [ System Message > [ 위기 상황의 해제를 확인합니다. ] [ 칭호 ‘난봉꾼’이 해제됩니다! ]그래. 다 알겠는데.
마지막에 떠오른 위기 상황의 해제라는 말엔 도저히 공감을 못 하겠다.
반사적으로 스테이지 정중앙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엘노어의 모습을 확인한다.
내가 리루한테 건낸 말을 저쪽이 못 들었을 리가 없다.
당장 믿기지 않는단 표정으로 나와 리루를 번갈아가며 보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 ‘탐색안’을 사용합니다. ] [ 대상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 [ 같은 대상에게는 24시간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적용됩니다. ] [ Character Info > [ 엘노어 에리나리제 라 트리스탄 ] [ 특징: 회색 악마의 그릇 (2조각), 트리스탄 공녀 ] [ 상태: 다우드 캠벨의 ‘좋아한다’라는 의미를 격렬하게 고민 중.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저 말을 듣자마자 당장 날아와서 나를 쳐 죽일 모습처럼 보이진 않는단 점.
시간을 벌었단 소리다.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어떻게든 때울 만한 시간.
“…너, 너, 지금 대체 무슨 소릴-”
내 품 안에 안겨 있던 리루가 귀끝까지 홍조가 차오른 얼굴로 그런 말을 떠듬떠듬 꺼내놓았다.
스스로가 방금 들은 말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단 기색이다.
동감한다. 나도 제정신이라면 절대 그런 말을 못 지껄였을 테니까.
하물며 엘노어 앞에서라면.
[머리 돌아간다~ 다우드 캠벨 머리 돌아간다~]“…”
[이번에는 어떻게 살아나갈까. 벌써부터 궁금하다 야.]진짜 세상 도움 안 되는 인간을 봤나.
사람이 죽을 위기인데 그런 소리가 나와?
[차라리 정정당당하게 가서 들이박지 그러냐. 내 상황이 이러이러한데 좀 협조해달라고 하는 게 낫지 않겠어?]아니. 그러면 내가 죽는다고 몇 번을 말 해.
그릇들한테 악마의 존재를 알리는 순간 지금도 이미 대차게 꼬여있는 시나리오는 그대로 나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조만간 페이놀이랑도 엮일 텐데, 그랬다가는 이단 심문소랑 엮여서 이벤트가 훨씬 더 파멸적으로 미쳐 돌아간다. 이미 악마들의 관계 때문에 개고생하고 있는 지금을 넘어서 아예 진행 불가능한 개판이 열리지.
물론, 그렇다고 해도 여기서 그냥 가만히 앉아서 죽을 수는 없지 않나.
머리를 뒤져본다.
게임 설정, 엘노어의 현재 상태, 그리고 회색 악마의 성향, 전부 다.
검사의 집중 스킬이라도 켠 것 마냥 주변 환경이 전부 느리게 느껴질 정도로 집중력이 가속된다.
[아니, 이번에는 진짜 외통수잖아. 어디 빠져나갈 구멍 있냐?]그런 상황에서, 칼리반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저번에는 입술 박치기 해서 끝냈는데, 이번에는 또 뭘로 진정시키려고? ]“…”
[또 그런 거 해도, 이번엔 사안이 너무 커서 안 들어줄 것 같은데?]동의한다.
하지만, 그래도 당신 말대로 직접적으로 들이받는 건 너무-
“…”
잠깐만.
직접적으로 들이받아?
그거, 어쩌면.
‘가능할지도?’
떠올려 놓고 보니 스스로도 머리가 어지럽긴 하지만.
틀림없이, 이건 먹힌다.
[…그런 것 치고는 표정이 하나도 안 밝아 보인다?]먹히긴 먹힌다고 해도 그게 나한테 득이 되는 건 아니니까.
솔직히, 나도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굳이 안 하게 만들어 줄 광경이 눈앞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스테이지 중앙에 있던 엘노어가 한 달음에 이쪽으로 ‘발사’ 됐으니까.
이쯤되면 신체 능력이 좋다 수준을 넘어서 그냥 걸어다니는 인재人災 수준이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다우드?”
그 붉은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고 있다.
“좋아한다고 했나, 그게 무슨-”
“…생각하시는 의미 그대로입니다.”
손바닥 안으로 땀이 차는 걸 느끼며 그렇게 답한다.
“…저, 리루를 좋아합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리루가 입을 다시 쩍 벌리는 것과 동시에, 엘노어의 눈동자에서 불똥이 튀었다.
하지만 그 입이 다시 열리기도 전에, 다른 말을 이어간다.
“첩으로 받기에 딱 좋은 사람이잖습니까.”
“…”
“…”
엘노어와 리루의 표정이 동시에 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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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같은 침묵이 몇 분간 흘렀다.
엘노어가 차마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단 기색으로 나와 리루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첩이라고?”
답지도 않게 떠듬거리면서 말을 꺼내는 걸 보니 어지간히도 당황한 모양이다.
설마하니 이런 소리를 면전에서 들을 줄은 상상도 못 했겠지.
그런 엘노어를 상대로, 내가 알고 있는 게임 내 설정 하나를 입 바깥으로 내놓는다.
“제국법상, 백작위 이상으로 올라가는 모든 귀족은 중혼이 법적으로 장려되잖아요.”
그 영향으로 게임 안에서 엘리야가 남자 여러 명 끼고 돌아다니던 경우도 종종 있었지.
고위 귀족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걸어 다니는 영향력 덩어리다. 결혼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이용해 수많은 연줄이 이어진 허브로 작용할 수 있으니 제국측에서도 어느 정도까진 장려하는 편이다.
다만, 그런 의도로서 장려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정실’과 달리, ‘첩’들은 그 ‘용도’가 대단히 명확하게 나눠지는 편이다.
진짜 마음이 가는 와이프와, 필요에 의해 결혼으로 묶인 다른 여자들을 가르는 절대적 간극이 있단 거지.
“…당신과 결혼한 이후에, 리루는 첩으로 받을 생각이에요.”
보통 이렇게까지 말하면 제국 귀족 여성 대다수는 적당히 알아듣고 양보할 것이다. 제국법상으로 정실과 첩은 그 정도로 ‘취급 차이’가 심하니까.
“…그게 지금 변명이 된다 생각하나?”
물론, 그럼에도.
집착 속성은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는 악마라면 그런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방법이 있음에도 내가 여태 유리아에게 써먹지 않은 이유가 있단 거지.
“그럼요.”
하지만.
분기점은 여기다.
결국 악마의 집착은 저 사람을 ‘독점’하고 싶다는 욕망에서 나온다. 나한테 거의 한결같이 호의적인 회색 악마조차 그것만큼은 양보하지 못 하니까.
그러니, 내가 엘노어가 내민 반지를 받은 것처럼.
그런 욕망을 확실하게 잠재울 수 있는 ‘증거’를 주면 된다.
다른 사람들은 가지지 못 하는, 내게 엘노어가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증표.
“…”
진짜.
이것만큼은 하기 싫었다만.
속으로 눈을 질끈 감고.
방아쇠를 당기는 심정으로 말을 꺼낸다.
“리루는 아이들을 아주 잘 보살피니까요.”
역정을 내려던 엘노어가 그대로 굳었다.
이어서 그 얼굴이 그대로 찌그러졌다.
자신이 방금 무엇을 들은 건지 반신반의하는 기색이다.
“…아이?”
“네.”
오장육부가 꼬이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내 얼굴은 웃는 상태로 유지하면서 말을 잇는다.
“당신과 제 아이요.”
엘노어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달아올랐다.
뭔가에 얻어맞기라도 한 것처럼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서기까지 한다.
“아, 아, 아, 아이…?”
“네.”
“다, 다, 다우드, 그대 지금 무슨, 무슨 소릴, 그러니까-”
“제 계획은요.”
아뮬렛 안에서 칼리반이 폭소를 터트려서 뒹굴거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아예 숨이 막혀서 호흡 곤란이 온 것처럼 다 죽어가는 사람의 김 빠진 소리가 들릴 정도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얼굴은 여전히 웃는 상태를 유지하며 말을 잇는다.
“조만간 당신이랑 아이를 만드는 거에요, 엘노어.”
“…”
“리루는 씨족의 장으로서 아이들을 아주 잘 보살핀 경험이 있답니다. 보육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그, 그만. 그만!”
엘노어가 황급히 내 말을 끊었다.
귀 끝까지 달아오른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고 있다. 숨도 무척이나 가쁘다.
“이, 이런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 하다니, 그대, 그대 진짜로, 미치기라도 한 건가!”
“…”
그러게.
난봉꾼 칭호도 작동 안 하고 있는데 맨정신으로 이런 말을 하는 내가 비참하긴 하다.
다만, 효과는 확실하다. 화를 낼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던 엘노어도 방금 그 화제에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까.
하지만.
엘노어는 가라 앉아도 ‘다른 쪽’은 문제가 생길 여지가 다분하다.
“…”
슬쩍, 리루의 기색을 살핀다.
아니나 다를까, 그 표정이 싸늘하게 변한다.
몸 근처로는 푸른색 기운이 슬쩍슬쩍 일어나는 게 육안으로 관찰될 정도다.
그래. 나도 안다.
방금 전에 남자가 자기한테 좋아한다 고백해 놓고, 눈앞에서 멀쩡하게 첩으로 삼는다느니 어쩐다느니 지껄이고 있으면 나라도 심줄이 끊어질 정도로 분노하겠지.
그러니까, 추가적으로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단 소리다.
“…”
심호흡을 하며 아뮬렛을 손가락으로 몇 번 두들긴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머릿속으로 문장을 떠올리면 읽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가능한 일이 있다.
발카서스. 부탁합니다.
오랜만에 깨워놓고서 다짜고짜 이런 일이나 시켜서 미안하긴 한데…!
[…그대도 참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있군 그래.]소울 링커 안에서 안쓰럽다는 기색이 듬뿍 묻어나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과 동시에, 리루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기본 스펙이 미쳐 돌아가는 관계로 온갖 종류의 기감을 능히 감지할 수 있는 엘노어라 할지라도, ‘금술’을 이용한 아주 조그마한 잡기까지 감지해낼 순 없다.
그리고 덕분에, 뭐라고 역정을 내려던 리루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 피부 위에 ‘글자’가 새겨지는 느낌을 받고 있을 테니까.
손가락을 문지르는 수준의 압력으로 저 사람 피부 위에 문자를 그리는 것이다.
그걸로.
이 사람을 진정시킬만한 ‘단어’를 새긴다.
고작 몇 획만 품고 있는 내 금술 능력으로는 이 정도가 한계니까.
[협조. 안 하면 죽음. 살려 줘.]이 수준의 조악한 문장.
이 자리에서 내게 협조해주지 않으면 우리 둘 다 죽는단 뜻이다.
다행히 그래도 어떻게 알아듣기는 한 모양인지, 리루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이에, 보, 보육을 위한 첩…”
엘노어가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터질 듯이 달아오른 얼굴로 나와 리루를 번갈아 가며 바라본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세-!”
그런 말과 함께, 엘노어가 자리를 벗어났다.
한 번 자리를 박참으로서 크레이터를 남기는 것과 동시에 잔상이 보일 정도의 속도로 사라진다.
무슨 만화 연출 같은 모습이네.
“…”
그래.
이번에도 살긴 살았다.
하지만, 무엇을 대가로 살아남은거지…?
[뭐긴 뭐야. 너 이제 얼마 안 가서 애아빠 될 때까지 쥐어짜이는 거지. 축하한다, 야. 부럽네. 대단해 아주.]“…”
시끄러워.
[그런데, 너 그 유리아란 아가씨는 어떻게 하려고?]뭣이?
[저길 첩으로 받는다고 한 걸 그쪽이 들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집착하는 농도는 공녀에 비해서 그쪽이 몇십 배는 더 심하지 않-]‘…칼리반.’
초탈한 미소와 함께 답한다.
‘그건 그때 가서 어떻게든 합시다.’
[…]‘지금 걱정한다고 해도 답이 안 나오니까 그 때 상황 보고 이야기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너 방금도 그러다가 이제 저쪽에 쥐어짜일 일만 남지 않았냐?]“…”
[기가 막히네, 기가 막혀. 그때 가면 또 얼마나 추가적으로 말라 비틀어질 짓을 할 지 벌써부터-]아뮬렛을 손에서 풀어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발카서스에겐 미안했다.
발카서스한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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