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105)
r 104 – 104. 최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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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봐.]“…방중술에 관련된 자료들을 좀 보내달라고 했네.”
[…]통화 건너편에 있던 베아트릭스가 턱을 감싸 쥐고 골똘이 생각에 잠겼다.
입을 열고, 잠시 뭐라고 하려다가, 이내 다시 입을 닫는다.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눈치다.
결국, 다 포기한 베아트릭스가 머리를 감싸 쥐고 자포자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번엔 또 그 새끼가 무슨 지랄을 했는데?]“…”
다우드가 대놓고 욕을 퍼먹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차마 엘노어조차 뭐라고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이어질 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런 느낌이 짙었고.
“다우드가, 그, 아, 아, 아-”
엘노어가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런 문장을 더듬더듬 꺼내놓았다.
얼굴에 무표정 말고는 다른 걸 걸어본 적도 없는 이 여자로서도 수치심이란 걸 느낄 수밖에 없는 문장이었으니까.
[…아, 뭐? 고장났어?]“아이, 를. 낳자고 하더군.”
[…]“식을 올리기 전이라도 하나 정도는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네.”
혼이 나간 표정으로 잠시 침묵하던 베아트릭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런 이야기는 갑자기 왜 나왔어?]“…보육을 위한 첩을 하나 받아들일 예정이라고 밝히며 그 점을, 그, 조만간, 어, 추, 추진하자더군.”
[엘노어.]베아트릭스가 심호흡을 하며 잠시 목소리를 가라앉혔다.
폭발하지 않고 점잖게 타일러보러는 시도였다.
장렬하게 실패했지만.
[너 진짜 제정신이야-?!]“…”
예상했던 반응에 엘노어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고위 귀족들 사이에선 정실과 첩을 동시에 받는 문화가 장려되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그걸 당사자가 기쁘게 받아들이냐는 또 다른 문제니까.
하물며, 베아트릭스는 그녀가 다우드에게 한결같은 순애보를 보냈다는 걸 잘 아는 사람이다.
무슨 말을 해도 곱게 들리지는 않겠지.
[너, 너, 무슨 그런 얘기를 그리 쉽게…! 첩이라니, 이제 겨우 자작위를 받은 놈이 공작가 영애한테 그런 걸 먼저 요구하는 게 말이-!]“…”
답지 않게 혼나는 꼴이 된 엘노어가 고개를 푹 숙이며 입술을 오므렸다.
아버지를 제외한다면 태어나서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이런 취급을 당해본 적이 없지만, 상대방이 베아트릭스에 얽힌 인간이 다우드라면 생각보다 자주 나오는 구도였다.
[이 멍청아, 너는 화도 안 나냐?! 원래대로는 그쪽이 너한테 제발 한 번만 받아주십사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도 안 이상한데, 그냥 애 한번 낳자는 말에 해벌레 해서는-!]“…그렇지만.”
그럼에도.
그런 꾸지람을 계속해서 들으면서도, 엘노어가 떠듬떠듬 말을 이었다.
“…그 남자가 거기까지 요구했는데, 내가 거절하면, 그, 그쪽도 불쾌할 수도 있지 않겠나.”
[…]베아트릭스가 이제 화를 넘어 거의 경악에 가까운 기색으로 엘노어를 바라보았다.
콩깍지가 씌이는 것도 정도가 있다.
애 낳게 해줄 테니까 첩 하나 받아달라고?
그걸 그냥 상대방 기분이 나쁠까 봐 넙죽 받아들였다고?!
이거 얼마 전에는 자기가 최우선이 아니면 상대방 여자를 죽이겠다는 그 인간 맞아?!
[너, 첩을 받으면 네가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는-]“그럴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뭐?]“애를 낳는데 나 말고 다른 이에게 관심을 쏟을 여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음.
잠깐만.
뭔가 이상하다.
대화에 핀트가 안 맞는 느낌.
베아트릭스가 잠깐 말을 멈추고 방금 대화를 쭉 반추해보았다.
분명히, 아까 전에.
식을 올리기 전에 ‘하나 정도는’ 괜찮다고 했었던가.
[…]아.
그렇군.
베아트릭스가 깨달은 표정으로 엘노어를 마주보았다.
[…너 애는 몇 정도 낳는 걸 생각 중인데.]“…?”
엘노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베아트릭스를 마주보았다.
그런 당연한 걸 왜 묻냐는 기색이다.
“최소 다섯 아닌가?”
[…]“보육을 위한 첩을 받는다는 건 그 수준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것일 텐데. 다우드도 분명히 그런 의미로 말한 것일세.”
[…]아니.
아닐걸.
다섯은커녕 하나라도 엄청 부담스러워 할 걸.
베아트릭스가 속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엘노어를 바라보았다.
‘…그거야 당연히 그 정도로 애를 낳으려고 한다면 첩이고 뭐고 신경 쓸 겨를이 없겠지.’
대귀족의 결혼과 출산은 그 자체로 대행사다.
엘노어 본인의 건강과 정치적, 문화적 후폭풍을 고려하면 애 다섯을 낳는다는 건 기간을 잡아도 최소 십수 년은 다우드가 꼼짝도 못하고 엘노어 곁에 붙어있어야 한단 얘기지.
이 여자도 분명히 그럴 심산으로 말하는 거다.
‘그러면 그렇지.’
이 여자가 그 남자 곁에 다른 여자가 순순히 붙는 걸 그냥 용납해줄 리가 없다.
아마 그 ‘독점욕’은 그대로일 것이다. 그 남자와 자신의 시간을 다른 여자가 뺏으려고 한다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겠지.
다만.
이제 거기에 그 다우드란 남자를, 그, 뭐냐.
틈만 나면 ‘쥐어 짜낼’ 기회까지 호시탐탐 엿 보는 게 추가될 뿐이다.
그 놈, 자기 무덤을 자기가 팠구만.
베아트릭스가 혀를 차고 있자니, 엘노어가 문을 노크하는 소리에 의아한 표정으로 문을 돌아보았다.
“잠깐. 손님이 온 모양이군. 나중에 다시 연락하세.”
어째 요즘 들어 자신의 숙소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 느낌이다.
엘노어가 그렇게 말하며 통신을 종료했다.
문 바깥에 있는 건, 그녀도 아는 얼굴이다.
“…탈리온?”
다우드 근처에 계속해서 붙어 다니던 1학급 학생이다.
“어, 저를 기억하고 계십니까?”
“물론. 다우드 근처에 5초 이상 붙어있던 인간들은 모두 알고 있네.”
“…”
그 남자의 인간 관계가 생각보다 굉장히 협소한 덕분에,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긴 했다.
왜 그걸 들은 상대방의 표정이 굳어지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그, 예. 말씀하신 다우드 형님으로부터 전언입니다.”
탈리온이 헛기침을 하면서 말을 꺼내놓았다.
“부탁할 것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알겠네. 무엇을 하면 되지?”
“…내용은 듣고 수락하시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오죽하면 탈리온이 그렇게 반응할 정도의 대답 속도였지만, 엘노어는 아랑곳하지 않고 어깨만 으쓱였다.
“일은 원래 미루면 안 되는 법일세. 곧 부모가 될 사람으로서 자식들에게 귀감을 보여야 하지 않겠나.”
“…?”
탈리온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는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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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stem Message > [ 대상 ‘페이놀’과 접촉했습니다. ] [ ‘이단 심문소’와의 상호 작용이 해제됩니다! ] [ ‘이단 심문관’ 재량에 해당하는 모든 권리를 협조 요청받을 수 있습니다! ] [ 시나리오에 변동 사항이 생깁니다. ] [ 추후에 악마 관련된 모든 존재들과 특별 상호 작용이 생깁니다! ]그런 메시지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 속으로 한숨을 내쉰다.
페이놀에게 협력을 요청한 것 중 가장 커다란 이유는 결국 이것 때문이니까.
지금 내가 이 녀석한테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은 ‘악마’ 관련된 일이라면 거의 초법적인 권한을 발휘할 수 있는 이단 심문소의 권위다.
페이놀 본인의 능력이 아니라.
‘…그쪽한테 전투 관련해서 뭔가를 기대하는 건 안 돼.’
완성된 악마의 그릇이라고 함은 그만큼 어마어마한 힘을 다룰 수 있다는 뜻이지만, 반대로 한 번 초점이 안 맞아서 튀어 나갔을 때의 반작용도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굳이 리스크를 질 필요는 없지.
그것보다.
‘…악마 관련 특별 상호 작용은 뭐야?’
추후에 개방된다니, 또 무슨 일이 생기려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소울 링커 안에서 부루퉁한 목소리가 날아왔다.
[또 뭘 그렇게 멍하니 서 있냐. 정신이라도 나갔어?]“…화나셨습니까?”
소울 링커 안의 칼리반에게 그런 말을 건낸다.
칼리반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솔직히, 아무것도 이해가 되는 게 없어서 화도 안나. 그냥 어이가 없지. 최소한 내가 동귀어진은 한 줄 알았던 놈이 멀쩡히 살아있고, 이젠 그놈이 다시 죽고 싶다면서 너한테 하소연 하는 중이고.]실제로, 분노보다는 허탈함이 훨씬 더 많이 섞인 목소리였다.
[조각 다 모인 그릇이란 것들이 원래 그런 거냐? 화신이란 존재가 되면 죽여도 다 부활해?]“…그렇진 않을 겁니다.”
원작에서의 묘사를 봐도, 최종 보스전에서 엘리야한테 목이 날아간 엘노어는 그대로 사망했다.
다른 놈도 아니고 생명력 관련해서는 미치도록 끈질긴 권능을 가진 붉은 악마의 화신이라 일어나는 현상이지.
“아무튼 목적은 일치하지 않습니까.”
소울 링커를 톡톡 두들기며 말을 이어간다.
“당신도 그쪽이 죽기를 원하고, 이단 심문소도 페이놀이 죽기를 원하고, 본인조차도 그걸 원하고.”
문제는.
그거, 바꿔 말하면.
제국 최고의 기사들인 가디언들과, 악마 사냥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이단 심문소까지 실질적으로 페이놀을 ‘완전히’ 죽일 방법을 못 찾았단 거다.
결국엔 나한테 어떤 괴상한 부탁까지 날아왔단 거지만.
[너, 그거 진짜로 들어줄 생각이야?]“…”
하기는… 해야지.
본인을 꼬셔 달라고 했던 부탁 말이야.
나와 사이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악마의 힘이 점점 더 ‘제어’가 가능해진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그쪽이 나한테 호감을 느끼면 느낄수록 붉은 악마의 봉인 가능성이 대단히 올라간다.
4챕터의 최종 보스전을 통째로 스킵할 수도 있단 소리지.
원작에서 악마 관련 존재한테 유일하게 ‘타격’ 비스무리한 걸 입힐 수 있던 존재는 성검을 든 엘리야밖에 없었다.
만약 정말 그런 것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면 안 할 이유가 없단 말이지.
녀석을 만날 때 떠올랐던 ‘시나리오 변동’ 어쩌고 하던 게 바로 이해가 가는 수준의 어마어마한 차이다.
“…”
물론, 그건 그거고.
지금 당장은 그런 부탁을 들어줌으로서 녀석에게서 이단 심문소의 권한을 위임 받았다는 게 중요하다.
내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의 ‘뒷감당’은, 전부 그쪽의 권한으로 이루어져야 하니까.
나는, 지금부터.
아주 조금의 시간도 지체해서는 안 된다.
눈앞으로 정렬되어 있는 모든 과제를 최속으로 처리해야 하지.
일단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수룡에게 했던 것처럼, 투쟁의 용광로 근처에 있는 각 지대의 터주대감 같은 마수들에게 ‘각인’을 남기는 것.
수룡 버금가는 강력함을 가진 마수들에게 그런 작업을 하는 건 원래 대단한 위험 부담이 따르지만, 이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이번 보스전에 사실상 필수적인 작업이다.
그러니까, 원래대로는 절대 쓰려고 하지 않았던 방법까지 동원한다.
[ Quest Info > [ 메인 퀘스트 ] 〖 챕터 3 – 뒤집힌 해일의 사도 〗 [ ‘대결투’ 사건까지 21H 남았습니다! ] [ 해당 사건 이후 곧바로 보스전으로 이어집니다! ]또, 예전에 비해 남은 시간이 대폭 단축된 모양이다.
‘이놈이 해주는 시간 제한은 이제 믿을 수가 없네, 하여간.’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품속에 있는 마공학 통신 기기에 푸른 불 두 개가 순차적으로 떠오르는 걸 확인한다.
각각 엘노어에게 간 탈리온과, 유리아에게 간 엘리야한테서 날아온 신호다.
아마 내가 부탁한 일을 원활하게 처리했다는 뜻이겠지.
“…좋아.”
그리고 옆으로는, 나와 함께 조가 짜여진 리루가 목과 손을 우둑우둑 꺾고 있었다.
“바다는 사냥꾼의 밤에서 가장 비중이 적은 곳이지. 작열 지대와 설원 지대, 그리고 밀림 지대가 진짜라고. 오늘부터 기간 종료까지 바깥에서 무제한 사냥이야.”
마치 산타를 발견한 아이처럼 눈을 번쩍이는 리루가, 활기찬 기색으로 그렇게 말했다.
“우선은 작열 지대부터 가는 게 제일 좋아. 오랫동안 야외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적인 부품들은 다 이쪽에 있는 마수들을 사냥해서 얻을 수 있으니까. 그 다음 루트는 얻은 재료들 기반으로 최대한 현명하게 판단해서-”
“…리루.”
“응?”
아주 신이 잔뜩 나서 이것저것 말하려던 리루를 제지한다.
이 사람 입장에서는 소풍 온 기분이겠지. 그건 나도 안다.
나도 원래대로는 여기서 이것저것 할 일 많았었다.
발카서스의 금술도 시험 해보고, 새로 장만한 장비도 시험해보고, 지금까지 얻은 스킬이 어느 정도로 강한지 천천히 테스트도 해보고.
무엇보다, 리루 비위도 좀 맞춰주고.
하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 건 그런 것보다, 수단 방법 안 가리고 내일 있을 보스전을 대비하는 거다.
이 사람의 낭만과 기대를 산산조각 내서라도.
그런 말과 함께, 눈앞으로 열리는 강철 게이트를 바라본다. 작열 지대의 열기가 이쪽까지 후끈하게 전달되었다.
“미안한데, 이번에는 사냥이고 뭐고 그럴 시간 없습니다.”
작열 지대의 ‘염마炎魔’ 설원 지대의 ‘빙호氷虎’, 밀림 지대의 ‘각귀角鬼’.
수룡과 비교해도 그 격이 절대 안 밀리는, 일반적으로 재앙급이라 불리는 특급 마수들.
하지만.
난 지금, 현재 상황에선 마주치는 것도 조심해야 하는 쪽에까지 손을 벌린 상황이다.
그런 카드까지 꺼내든 이상.
세 놈 전부 다 털어버리는데 들여야 하는 시간.
“…5분 안에 끝낼 거니까요.”
하루 안에, 해야 할 일 산더미다.
여기서 그 이상 지체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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