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111)
r 110 – 110. 이독제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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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티아나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스스로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를 어루만졌다.
눈앞으로는 온몸에 박혀있는 촉수가 꿈틀거리고 있는 알란의 몸이 있었다. 목걸이에서 청록색 빛깔이 새어나올수록, 그 촉수들이 움직이는 정도 또한 점점 더 격렬해진다.
바다 아래에서 전달되는 소리가 들린다. 요사스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메아리친다.
‘앞으로, 조금.’
자신이 섬기는 존재를 불러내기까진 이제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한 타티아나가 숨을 몰아쉬며 ‘의식’의 진행을 더욱 가속하였다.
본디 약속했던 하루의 유예 기간을 생각한다면 이건 그쪽의 뒤통수를 때리는 행위나 다름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안 하면.’
확실하게 그 남자를 죽일 수 있을거란 확신을 얻을 수가 없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다우드 캠벨은 끔찍할 정도로 능력이 좋은 인간이었다.
아무리 본격적으로 그쪽을 죽이려고 시도를 하진 않았다지만, 그 남자는 ‘그’ 소년왕과 싸워 승리를 쟁취한 인간이다.
강력함으로 따지면 악마 숭배자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이들인 ‘계시받은 자’들 중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존재.
그쪽과 정면 승부를 벌여서 이길 수 있는 자는 극히 드물다.
[여, 사도.]“…”
하지만.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했던가.
그 소년왕과 직접 자웅을 겨뤄도 거의 반드시 호각세를 점할 수 있는 인간이, 지금 그녀에게 통신을 보내고 있었다.
타티아나가 힘겹게 눈을 밀어 올리며 옆쪽으로 떠오른 화면을 바라보았다.
전신에 온갖 장신구를 치렁치렁 매달고 있는 남자. 겉모습만 보면 어딘가의 졸부처럼 보이지만, 이 남자의 본질을 알고 있는 타티아나 입장에선 코웃음이 날 정도로 얄팍한 위장이다.
[힘드냐? 도와줄까?]경박하기 짝이 없는 말투다.
지금 사력을 다해 의식을 거행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정말 같잖게 보고 있다는 느낌이 절절하게 전달된다.
마치, 그런 잡일에 무슨 그 정도 기력을 쏟냐는 듯.
“…”
하지만, 타티아나는 그쪽에 화를 내는 대신에 입을 꾹 다물었다.
선각자 본인도 인정한 ‘세계 최악’의 인간.
인류를 멸절시키고, 세계를 멸망시킬 악마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 선각자조차 혀를 내두른 악당.
그 정도의 ‘악의’와 ‘업보’로 뭉쳐 있는 인간이, 바로 이 남자다.
바꿔 말하면.
그런 호칭을 전부 따낼 때까지 멀쩡하게 살아있을 만큼, 말도 안 되는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란 뜻이기도 했다.
역대 최강의 언령술사.
소년왕이, 왕국 하나를 통째로 짊어지고 그 오랜 세월을 표류하게 만든 장본인.
“…무슨 일이야, 토커Talker.”
토커라고 불린 남자가 씩 웃으며 말을 받았다.
[수작질하는 건 아무래도 좋은데, 원래 목적을 까먹지는 말라 하시더라고.]“…”
[그 남자 죽이는 건 죽이는 건데, 우리가 너한테 ‘봉인구’까지 넘긴 건 그게 다라서 그런 게 아니잖아. 너도 알지?]그 말에, 타티아나가 고개를 돌려 알란의 모습을 흘끔 쳐다보았다.
혹여나 악마가 폭주하더라도, 일시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거기에 있었다.
이 남자의 심장을 적출하고 대신 박아넣은 유물.
아마, 일회성에 불과할 테고. 그나마도 길게 잡아두진 못 하겠지만.
트리스탄 공녀의 몸 안에 들어있는 회색 악마가 폭주하더라도, 그걸 ‘붙잡아 둘’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유물이다.
그리고, 선각자가 이걸 넘겨주면서 자신에게 당부한 것까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넌 물귀신 노릇만 똑바로 하면 된다고.]토커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진짜 중요한 건 나하고 대장이 알아서 할 테니까. 알겠어?]타티아나가 피가 나오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선각자는 자신에게, 그 남자를 ‘붙잡아 두기만’ 하면 된다고. 그렇게 지시했었다.
아마, 자신이 사력을 다해 그쪽을 ‘죽이려’고 해 봐야 겨우 그 정도가 예상되는 결괏값이라는 어투였다.
타티아나는, 뒤집힌 해일의 사도는, 그 모든 능력을 다 해도 결코 그 남자를 죽일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
마치 그 남자에 대해 거의 신뢰까지 느껴지는, 그런.
“…”
선각자께서는, 그 남자를 수상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기고 계신다.
마치, 분명히 서로 얼굴을 마주친 건 얼마 되지도 않았을 텐데.
아주 오래전부터 그 남자를 알고 있었다는 태도마저 느껴질 만큼.
‘…원래대로는.’
자신이, 그런 관심을 대신 받았어야 했는데.
자신이, 그분에게서 그 정도의 신뢰도를 얻었어야 했는데.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미친 듯이 두들기고 있었지만, 입 바깥으로 나오는 타티아나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감각했다.
“알고 있어, 토커.”
[야, 그게 전부야? 오랜만에 봤는데 그래도 서로 좀 살갑게 인사라도-]“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이만.”
그렇게 말한 타티아나가 그대로 통신을 종료했다.
이 경박한 남자는 이상하게 여자만 보면 더욱 추근대는 경향이 있다. 정말 생긴대로 행동하려고 노력이라도 하는 건지.
당장 이런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중요한 일들이 산재해 있기도 하다.
그녀가 손에서 저주의 인을 하나 맺어내었다.
정해진 위치의 화상 영상을 보여주는 술식이었다.
아마, 지금부터 이 아카데미를 습격해서 혼란을 일으킬 딥 스폰Deep Spawn들의 첨병인 저주 받은 크라켄이 거기에서 모습을-
“…?”
-드러내긴 했다.
근처로 완전히 산산조각난 거대한 육편 덩어리들로 변해 있다는 게 문제긴 했지만.
타티아나의 표정이 순식간에 멍해졌다.
“…”
뭐냐 이거.
뭐지 이거?
지금 저것들이라면 못해도 이 아카데미의 방호선 정도는 우습게 뚫고 와야 정상인 강력한 존재들이다.
적어도, 지금 이 아카데미 안에서 저것들을 쉬이 상대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고 봐도 좋다.
전성기의 카사 가르다 정도면 모르겠지만, 그 여자는 선각자의 지시대로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그 팔다리를 전부 잘라둔 지 오래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단 말인가?
“…”
다행히 그런 의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풀리게 되었다.
화면을 여기저기로 돌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다 위를 달리고 있는 인간이 눈에 들어왔으니까.
그리고 그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푸른색 기운’을 본 타티아나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저게 뭘 의미하는진 그녀로서도 잘 알고 있다.
폭주하기 직전인 악마의 그릇한테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악독한 마기魔氣.
‘…다우드 캠벨.’
이, 미친 새끼가…!
타티아나가 으득, 하고 이를 갈았다.
당장 이 아카데미 안에 악마의 그릇이 트리스탄 공녀를 제외하고도 몇 명 더 있다는 건 그녀도 물론 알고 있던 사실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그놈이 손을 대리라는 생각은 추호도 못 하고 있었다.
그거야, 아무튼 그놈도 ‘생존하는’ 게 목적 아닌가.
‘대체 저걸 어떻게 수습하려고…!’
‘분노의 악마’가 저 정도로 대노한 거라면, 그 분노의 당사자가 되는 인간의 생존률은 사실상 0으로 수렴한다고 봐도 좋다.
언 발에 오줌 누기도 정도가 있지. 고작 자신의 습격을 막으려고 악마를 폭주시킨다고?!
‘…빌어먹을.’
저렇게까지 미친 짓을 저지른다면, 오히려 이쪽이 애가 타게 된다.
적어도, 자신에게 죽기 전까지는 저 남자가 살아있어야 한다.
그래야 선각자가 자신에게 내린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니까. 그래야 그쪽에게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으니까.
‘…죽지 마, 다우드 캠벨.’
타티아나가 이를 악물고 의식을 통해 연성하고 있던 진을 손보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는 아카데미 사면에서 이쪽을 에워싸는 형태로 불러내려던 마수들을 모두 한곳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저쪽의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춰야 하니까.
‘내가 널 죽이기 전까지는, 살아 있으라고!’
…틀림없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타티아나도 느끼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자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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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식으로 생각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거지.
그래서 아마 마수들의 소환 경로는 리루가 지금 접근하고 있는 쪽에 엄청나게 몰릴 것이다.
그쪽이 나한테 유예 기간으로 던진 시간 안에 내가 죽어버리면 선각자가 그쪽에 던진 임무를 못 지킨 꼴이 되어버리니까.
[ Quest Info > [ 메인 퀘스트 ] 〖 챕터 3 – 뒤집힌 해일의 사도 〗 [ ‘대결투’ 사건까지 15H 남았습니다! ] [ 해당 사건 이후 곧바로 보스전으로 이어집니다! ]그 증거로, 당장 이 창의 제한 시간도 긴급이니 어쩌니 하는 말을 띄우며 줄어드는 모습은 아니지 않은가.
적어도 이 시간 동안은, 오히려 타티아나가 사력을 다해 리루를 막아줄 것이다.
개이득도 이런 개이득이 없지.
[…너 진짜 음흉하다.]“…”
[그거냐? 그쪽도 적이든 뭐든 아무튼 여자니까, 이렇게 아주 마음대로 주물럭거리는 게 가능한-]당신은 닥쳐, 좀.
그런 말을 소울 링커 안으로 전달하며, 문장을 이어간다.
“…해서 이걸로 마무리입니다.”
지금까지 줄줄이 이어온 설명을 마무리하며 시뮬레이션을 조작하는 걸 멈춘다.
근처에 있던 족장들은 일제히 침묵하고 있었다.
내가 방금 꺼내놓은 말을 듣고 대체 어떤 반응을 꺼내놓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기색들이다.
“너 미친 새끼 아니냐?”
“…”
무슨 반응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어이가 없어서 다들 입 다물고 있던 거였나보다.
하탄이 헛웃음 섞어 꺼낸 목소리에 다들 동조하는 기색인 걸 보니 확실히 그렇다.
“계획 자체는 꽤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만.”
“그래. 솔직히 외부인이 어떻게 우리 아카데미의 기능을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알고 있냐, 싶을 정도로 대단한 계획이다. 그런데.”
하탄이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너, 방금 저기 작살난 크라켄들이 ‘1차 소환’이라고 했었지.”
“예.”
아까도 말했지만, 뒤집힌 해일의 사도 보스전은 디펜스의 형태를 띄고 있는 구성이다.
저거 뒤에 이어서 이제 다른 마수들도 줄줄이 소환돼서 이 아카데미를 덮치러 오겠지.
“그래. 앞으로 저거는 ‘따위’로 부를만큼 강력한 게 튀어나온다는 것도 알겠는데.”
하탄이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쪽에 투입되는 인원이, 뭐, 몇 명이라고?”
“5명이요.”
나. 엘리야. 유리아. 루시엔 성녀님. 그리고 탈리온.
엘노어는 안 된다. 아마 상대방 쪽에서도 그걸 대비해서 ‘준비’해온 게 분명 있을 테니까.
그쪽은 오히려… 보스전 ‘이후’를 생각해서 가만히 내버려두는 겐 낫지.
“…학생 5명이서 그걸 잡겠다고.”
“예.”
“너 지금 장난하냐? 고작 5명이서 무슨-”
“아니, 그게 아니죠.”
하탄의 의문에, 딱 잘라서 답변한다.
“고작 5명이 아니라. 5명이면 충분하니까 5명인 겁니다.”
“…”
당당하게 흘러나온 내 대답에, 주변이 다시 침묵에 잠겼다.
[…루카가 그런 말을 하고 다니던 이유를 알겠구나.]긴 침묵을 뚫고 나온 건 우타드의 문장이었다.
“예?”
[너를 눈여겨 보라고 했었지. 보통 미친 인간이 아니지만, 계속해서 지켜본다면 분명히 뭔가 깨닫는 게 있을 거라고.]“…”
걔 그런 말 하고 다녔었나.
“…깨달은 점이라도 있으십니까?”
[있지, 분명히. 나중에 말 해주마.]그렇게 말한 우타드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일단 난 찬성이야. 어차피 우리한텐 거부할 권리도 없을 테니.]“우타드. 진심으로?”
[진심이네, 하탄. 난 이 당돌한 젊은이에게 한 번 걸어보고 싶군.]“…칫.”
하탄이 혀를 차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멋대로 해라. 난 모르겠다.”
그 말을 기점으로.
다른 족장들도 이어서 다들 한숨이든 뭐든 제각각의 반응을 보이며 찬성의 의지를 내보였다.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말을 안 하는 건 바롤이지만, 뭐 어쩔건데.
저긴 이미 나한테 내기를 진 입장이라 발언권도 없고.
“그런데, 우리들이야 네가 짜놓은 계획대로 움직이면 된다지만. 그동안 넌 뭐하려고?”
하탄이 던진 그런 질문에, 반사적으로 표정이 확 찌푸려진다.
“…저는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그러니까 그게 뭔데.”
“살 방법 찾기요.”
아무리 타티아나가 이쪽으로 접근하는 속도는 좀 줄여주겠다지만.
결국 리루가 내 머리통을 부수려고 지금 전속력으로 이쪽에 접근 중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나로서도 결국엔 그걸 막아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거지.
“…그, 뭐냐.”
비장한 어투로 말을 잇는다.
“엄청 화나도록 갈궈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뭐?”
하탄이 어이 없다는 목소리로 반문했지만.
진심이다.
리루와 버금갈 정도로 화를 내야, 아니.
그것보다 더 화가 나서 나를 죽이려고 달려들 인간이 한 명 더 필요하다.
[ System Log >그래.
지금 만나러 간다, 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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