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117)
r 116 – 116. 푸른 악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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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 세계 안쪽으로 들어오는 건 꽤 오랜만이다.
이전의 경험이라고 하면, 역천사의 신성력에 의해 나 자신의 심상 세계에 빠져들었던 때의 기억이다.
카르마를 따지면 완전 중립이라, 진짜 아무것도 없이 살풍경했던 기억이 있다.
“…”
그리고, 지금 여기는 그때와는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내가 아니라 리루의 심상 세계라서 그런 것일 테다.
‘…살벌하네.’
지금 주변으로 보이는 광경만 봐도 그렇다.
그 사람의 정신 공간이 아니면 이렇게… ‘척박’할 리가 없으니까.
말라비틀어진 대지. 붉게 물든 하늘. 혹독하게 몰아치는 눈보라.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발이 푹푹 들어갈 정도로 눈이 깊게 쌓여있다.
차갑고, 아프다.
내가 딱히 심리학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의 정신을 이미지로 묘사했을 때 이런 꼴이라면 그게 절대 긍정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건 잘 알겠다.
하지만.
주변을 조금 더 잘 둘러보면,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걸음을 옮겨 ‘꽃밭’ 앞에 당도한다.
이 공간을 가득 뒤덮고 있는, 말라비틀어진 대지 위에 쌓인 눈들에 비하면 고작 한 뼘에 불과하지만.
신록이 우거져 있는 초록색 땅이다.
“따뜻하지 않나요?”
그런 말에 고개를 돌린다.
그런 녹색 땅 위에, 누군가 느긋하게 누워있다.
장소와 시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온화한 목소리였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물건의 주인이 누군지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항상 이 안쪽에 있는 입장에선 늘 춥기만 한 것보다는, 이런 게 있는 편이 좋답니다.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파랗다’라는 느낌을 주는 사람.
피부야 새하얗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에서 푸른색 입자를 주변으로 줄기줄기 뿌리고 있어서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일 테다.
리루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정확히는, 그 형상을 띄고 있는 푸른 악마겠지.
악마의 조각들은 원래 대상의 정신세계에 상주하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그렇게 놀라진 않으시네요? 리루가 이러고 있으면 보통 놀랄 텐데요.”
푸른 악마가 살풋 웃으며 그런 말을 던져왔다.
확실히, 그 말대로.
분위기가 느긋하고 나른하다. 온화하고, 늘어지는 목소리에, 눈꼬리까지 축 늘어진 상태로 풀밭 위에 드러누워 있는 게 나들이 나와서 낮잠이라도 자는 기색이다.
늘 ‘여전사’라는 스테레오 타입처럼 딱딱하거나 강인한 모습만을 보이던 사람이라는 걸 생각하면 어색한 것도 이만큼 어색한 게 없다.
“…가설을 하나 세웠었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푸른 악마 앞에 털썩 주저앉는다.
“제가 만난 악마의 조각들은, 전부 하나같이 ‘원주인’과는 동떨어져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늘 감정을 억누르고 다니는 엘노어의 조각은 어린아이같이 천진난만하고 순둥한 느낌이다.
늘 스스로의 폭력성을 억누르고 존재감을 지우려고 애쓰는 유리아의 조각은, 독선적이고 집요하며 과격하다.
“…그릇에게 융합된 악마는, 계속 대상이 ‘억누르던’ 감정을 대신 발산해주는 게 아닐까, 하는.”
이건 리루가 억눌러 왔던 부분들이, 푸른 악마의 조각에 융화된 상태란 뜻이다.
나태. 게으름. 평화.
“…”
그리고, 그건.
내가 알고 있는 게임 안의 ‘악마’들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애초에 악마들이랑 이렇게 직접 마주칠 기회가 별로 없긴 하지만. 악마들은 애초에 게임 안에서 그릇들과 이렇게 ‘상호 작용’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즉.
지금 내가 빙의한 이 세계에서는.
‘악마’라는 존재 자체가, 세라 안에서 보여지던 ‘최종 보스’들과는 조금 다른 것들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 능력이나 특성은 비슷하지만, 오직 세계 멸망만을 위한 ‘악의’로만 들끓던 그런 모습이 아니라.
뭔가, 훨씬.
‘인간’에 가까운 존재라는.
“…재미있는 가설이네요.”
푸른 악마가 거기에 대해서 뭐라고 대답하는 대신 그렇게만 말하며 살풋 웃음을 흘렸다.
‘뭐, 그건 나중에 자세히 알아볼 얘기고.’
당장은, 푸른 악마의 조각이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협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하얀 악마의 조각처럼 아예 얘기도 안 듣고 다짜고짜 나한테 달려드는 놈이었으면 이렇게 침착한 ‘대화’가 가능했을 리 없으니까.
나도 그걸 알고 이 녀석과 마주하기 위해 리루를 그렇게까지 도발한 거지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 있다고 하셨죠?”
푸른 악마가 그렇게 말하며 몸을 슬쩍 일으켰다.
“‘대가’로 뭘 거실 건지 개인적으로 좀 궁금하긴 하네요.”
“…”
그 말에, 심호흡을 하며 정신을 가라앉힌다.
비록 지금은 침착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지만, 상대방의 본질은 악마다.
나 같은 건 새끼 손가락 하나만 가지고 우습게 지워버릴 수 있는, 이 세계의 초월자의 영역에 들어간 존재.
“어중간한 걸로는 저도 들어드릴 생각이 없어요.”
푸른 악마가 웃음이 살짝 옅어진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이 공간은요. 생겨난 지 얼마 안 됐답니다.”
푸른 악마가 주변에 깔린 풀밭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동안 뭔가에 쫒기듯 스스로를 내몰던 리루가, 누군가와 함께한 기억에 진심으로 마음이 동하고 있단 이야기죠. 그걸 따뜻하고, 소중하다고 여길 만큼.”
그렇게 말하며 배시시 웃는 상대방을 바라본다.
“아마, 당신의 영향 같은데요.”
리루 가르다.
심리 전체가 투쟁, 싸움, 폭력으로 얼룩져 있던 인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카사가 팔다리를 잘리고, 씨족들이 모두 죽고. 제국으로 내쫒기고.
믿을 사람 하나 없는, 고향에서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서.
기약 하나 없는 복수를 완수하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이다 보니 이런 상태에 놓인 것이리라.
“…”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믿을 사람 하나 없고, 자신이 지켜줘야 할 씨족의 어린아이들과 카사까지 짊어지고, 적은 자신이 상대할 수 있을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강대한 존재. 두렵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런 모든 감정을 한 켠에 밀어두고,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훈련, 훈련, 또 훈련.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으니까.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그렇게 살면 망가질 수밖에 없지. 아마 리루도 꽤 한계에 몰려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나라는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자신을 이해해주고, 보살펴 주고, 목적을 이루도록 도와주고, 심지어는 좋아한다느니 어쩐다느니 말까지 해버린.
“그런데.”
푸른 악마가 말을 이었다.
표정은 여전히 온화했지만, 눈과 입가에는 아까까지 걸고 있던 웃음기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딱딱한 표정이었다.
“아무리 목적을 위해서라지만, 리루의 마음을 마음대로 가지고 노셨잖아요, 당신.”
“…”
그랬지.
수긍할 수밖에 없다.
“이건 그냥 봐드릴 수가 없네요. 마음 같아서는 지금 ‘바깥’에서 폭주하고 있는 리루한테 차라리 힘을 훨씬 보태주고 싶은데요?”
“…”
의외긴 하다.
지금 푸른 악마의 말을 들어보면, 마치 리루를 ‘편들고’ 있는 것 같은 어조 아닌가.
이것 역시, 아까 생각했던 가설에 증거 하나를 더 붙여준다.
악마들은, 내가 알고 있는 ‘세라’에서의 악마보다, 훨씬 그릇들과 ‘밀접’한 관계라는 걸.
그리고, 그게 맞다면.
결코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이 하나 있다.
“저를, 제공해드립니다.”
“…예?”
“하루동안. ‘저 자체’를 제공해드립니다. 독점하실 수 있어요. 그 시간 안에, 저한테 하고 싶은 일이라면 뭐든지 하셔도 됩니다. 저와 제 주변 사람들에게 심대한 위협을 가하는 것만 빼고.”
푸른 악마의 표정이 멍해졌다.
설마하니 이런 걸 내걸 줄은 몰랐다는 기색이다.
“…이런 말 하기는 뭐 하지만. 저, 악마들 사이에서 꽤 인기가 많은 매물입니다.”
당장 이놈부터가 날 서방님이니 뭐니 하는 호칭으로 부르고 있다.
아탈란테가 말한대로 나는 악마들이 보기엔 미치도록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영혼인가 보지.
보기만 해도, 영원히 ‘자기 것’으로 하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 중 아무도 저를 독점하는데 성공한 적은 없어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지금 내가 건드리려는 건, 푸른 악마의 역린이니까.
악마들은, 판데모니엄의 지배자‘들’이다.
그리고 다 같이 그런 위치에 놓인다면, 좋건 싫건 서로 간의 힘으로 갈라지는 위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푸른 악마는, 그릇이 화만 좀 나도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특성을 가져서 구경하기는 쉽지만 그 ‘무력’이 회색 악마처럼 답이 없는 수준까진 아니다.
악마 기준으로 따지면 하위권에 속한다는 말이겠지.
실제로, 이 녀석을 눈앞에 두고.
난 지금 가장 낮은 등급의 절체절명조차 켜지지 않았다.
회색 악마는 그냥 눈만 마주쳐도 EX급으로 터졌었는데 말이야.
‘…그러니.’
그런 녀석에게.
“그동안 다른 악마들에게 밀리기만 했던 당신이, 다른 모두가 탐내는 걸, 누구보다 먼저 독점하실 수 있어요.”
이런 ‘먹이’는.
치명적이다 해도 좋을 정도의 효과를 가진다.
푸른 악마의 눈이 동그래졌다.
“…”
내 말을 듣고, 한참이나 그런 상태로 있다가.
이내.
“하.”
폭소를 터트린다.
“아, 아하. 아하하하하하-!”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카랑카랑 웃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한참이나 그렇게 웃던 푸른 악마가, 이내 눈물까지 찔끔 나온 눈을 훔치며 숨을 몰아쉰다.
“…판데모니엄의 사정에 대해서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나 보네요, 다우드 캠벨.”
한참이나 호흡을 고르던 푸른 악마가, 간신히 그런 말을 꺼내놓았다.
“설마하니 그런 조건을 걸 줄은 몰랐어요.”
“…이 정도면 리루나 당신이나, 둘 다 만족하지 않을까 해서요.”
“아, 그럼요. 이렇게 웃어본 게 정말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 몇 달 이후로는 이게 처음인데요.”
“…몇 달 이후요?”
이전이 아니라?
“이후에요, 다우드 캠벨.”
푸른색 악마가 그렇게 말하며 씩 웃었다.
“악마의 시간축은,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다르게 돌아가거든요.”
“…”
“당신은 아직 이해하지 못 하겠지만요.”
어.
진짜로 이해 못하겠다.
대체 뭔 소리야?
“아무튼.”
그렇게 말한 푸른색 악마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얍, 하고 폴짝 뛰었다.
그러더니 내 셔츠를 훌렁 젖힌다.
“…”
딱히 남녀칠세부동석이란 소릴 하고 싶진 않은데, 이건 좀 너무 개방적이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입 바깥으로 내뱉기도 전에, 푸른 악마의 손길이 내 가슴팍을 타고 죽 올라왔다.
이전에, 회색 악마가 새겨둔 ‘타천의 인장’이 자리한 곳이다.
“…헤. 역시. 그 녀석답네요. 도장을 아주 큼직하게도 찍어놨어요.”
“도장이요?”
“이거 선언이에요. 이거 내 거다. 건드리지 말아라. 뭐 그런 의미를 내포해둔 건데. 하얀 녀석은 이거 아직 못 봤죠?”
“못 보긴… 했었죠.”
그때는 그럴 겨를도 없이 서로 용건만 쏟아내고 자리가 깨졌으니까.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얀 놈이 이거 봤으면 그대로 ¾̸̧̥̬͈͇̹̘͕̠̮̩̙̎ð̸̞͖̋¾̶͕̻́̊̇î̸̙̪͎̥͎͍̲͔̔̈́̀̃͗́̚̚͠͠͝͠ ̷̨̨̣̭̭͓̱̼͚̮̼̭̟̱̾̄͑̈́̋͝¼̸̢̛̞̟͓̗̙͗͊̆̓̈͘͜͠한테 싸움 걸러 갔을 테니까.”
그렇게 말한 푸른 악마가 입술을 삐죽였다.
“예전에도 그랬어요. 다들 좀 나눠 써도 되는 건데. 고집 부리면서 항상 자기 거라고. 다른 녀석들한테는 절대 안 주겠다고, 다~들 그렇게. 욕심만 가득 차서는…”
“…”
“나는 내 거라고 할만한 건 가져본 적도 없는데. 아주 난 양보해주는 게 당연한 거야.”
그렇게 얘기하니까 무슨 장난감 가지려고 다투는 애들 얘기 같은데.
이거 초월자 단위에서 놀고 있는 악마들의 다툼을 얘기하는 거다.
“그러니까.”
그런 말을 쏟아낸 푸른 악마가 씩 웃었다.
“이번에는, 저도 욕심 좀 부려볼까요. 그런 제안까지 받았으니.”
이어서, 그 손이 타천의 문장 위에 머문다. 주변으로 푸른색 기운이 확 일었다.
[ System Message >“이걸로, ‘약속’은 끝냈네요. 저도 도장을 찍은 셈이랄까.”
푸른 악마가 쿡쿡거렸다.
“계약에 가까운 느낌이긴 하지만, 하루 동안 당신은 저에게 ‘종속’됩니다. 제가 부탁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셔야 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그렇게 답한다.
“좋아요. 그럼, 바라는 게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죠?”
“…폭주하려는 리루를 진정시켜 주셨으면 합니다.”
“그릇의 폭주는 조각과는 별개로 드러나는 현상이에요. 아실 것 같은데?”
그래. 나도 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전에 엘노어가 직접 나를 죽이려고 달려들지도 않았을 테니까.
회색 악마라는 놈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걸 내버려뒀을 리도 없고.
하지만.
“당신은 가능하시지 않습니까.”
다른 악마들은 안 되지만, 이 녀석만은 유일하게 가능하다.
분노의 악마. 시나리오 중 가장 얼굴을 마주하기도 쉽지만, 그만큼 제압하기도 쉬운 악마.
폭주 트리거가 굉장히 허들이 널널한 대신에, 그걸 가라앉히는 조건도 다른 악마에 비해 대단히 널널하다.
“지금은 잠깐만 리루를 진정시켜 주시면 됩니다.”
분노의 악마라는 이명을 가진 놈한테 화를 가라앉히게 해달라는 역설적인 부탁이지만.
지금 폭주 직전까지 들어선 리루를 가라앉히기 위해선, 악마 단위에서 정신 개입이 들어가는 게 아니면 답이 없다. 부탁할 만한 건 이쪽 밖에 없지.
“그 뒤로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그게 전부인가요? 거신 것에 비해 제가 할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요.”
“뭐, 부탁이야 하나 더 있습니다.”
지금 바깥에 있는 뒤집힌 해일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
그 ‘직후’에 필요한 내용이 있긴 하다.
내용을 설명하자, 푸른 악마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네요.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 말을 내뱉고, 잠시 말없이 그쪽을 바라본다.
“저기요.”
“네?”
“…너무 심한 일은 지양해주셨으면 합니다.”
하루동안 ‘나’를 이쪽에 맡겨놓으면, 글쎄.
뭘 할지는 대충 예상이 가긴 한다만.
내 말에, 푸른 악마가 피식 웃었다.
“기대되긴 하네요.”
푸른 악마가 쿡쿡 거리며 말했다.
“하얀 녀석이 집착하기로는 가장 심하지만, 악마들 대다수가 자기 물건을 뺏기는 걸 싫어하죠. ¾̸̧̥̬͈͇̹̘͕̠̮̩̙̎ð̸̞͖̋¾̶͕̻́̊̇î̸̙̪͎̥͎͍̲͔̔̈́̀̃͗́̚̚͠͠͝͠ ̷̨̨̣̭̭͓̱̼͚̮̼̭̟̱̾̄͑̈́̋͝¼̸̢̛̞̟͓̗̙͗͊̆̓̈͘͜͠는 그중에서도 항상 힘의 궤가 다른 놈이라 다른 녀석한테 그런 걸 뺏겨본 적도 없구요. 하지만.”
독기가.
“이번에, 제가. 한 번도 다른 녀석들의 물건을 탐해본 적이 없는 제가.”
뱀의 혀를 길게늘어트린 것처럼.
귓바퀴 안쪽으로 파고 들었다.
“녀석의 것을, ‘제 색깔’로 물들이려 합니다.”
이어서, 귓가에 온기가 느껴진다.
이번엔 진짜로 푸른 악마가 혀를 길게 빼들어 내 귀 근처를 느릿하게 핥고 있었다.
“몸 성히 계셔주세요, 서방님.”
따뜻하고, 후끈하다.
간지럽히는 것 같은 목소리가, 얕은 웃음기를 담아, 머리 안쪽까지 때려박힌다.
“조만간, 제가 잡아먹으러 갈 테니까.”
“…”
그래.
봐줄 생각이 하나도 없다는 건 알겠다.
윙크와 함께, 상대가 그런 말을 내뱉는 걸 마지막으로.
정신이 급격하게 바깥으로 끌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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