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120)
r 119 – 119. 뒤집힌 해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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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뒤집어 쓰는 사이, 눈앞에 있는 거인의 형태를 취한 뒤집힌 해일의 몸이 무너져 내린다.
이전에 수룡에게 그리했던 것처럼, 흰색 참격이 그 거체를 잘게잘게 다져서 조각내버렸으니까.
기껏 내 일격에도 살아남았던 생명력이 무색하게, 다시 한 번에 무력화되어 바닷물 아래로 후두둑 분해되어 떨어진다.
“…”
하지만, 난 지금 거기에 뭐라고 반응을 할 수도 없는 상태다.
힘들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죽을 것 같다.
거친 숨을 몰아쉬자 전신에서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렸다.
주먹질 한 방 한 것만으로 방금 모든 기력을 다 쏟아낸 느낌이다.
‘…흉내만 냈는데, 이 지랄…!’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런 생각을 떠올린다.
아니.
어설프게 따라 하기만 해도 이 수준의 위력이 나오는 건 좋은데.
이 정도 리바운드가 올 정도면, 나중에 이걸 완성시키기라도 했다간 몸에 어느 정도 부하가 올지 감도 안 잡힌다.
[ System Message > [ 환상적인 법술 운용입니다! ] [ ‘특성: 법술 운용’의 숙련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 [ System Message > [ 어설프게나마 아득한 경지의 기술을 흉내 냈습니다! ] [ ‘특성: 격투술 – 입식’의 완성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
좋은 점이 있긴 하네.
그래도 이렇게 고생한 게 마냥 헛일은 아닌가 보지.
그렇게 떠오르는 메시지에 눈앞에 이어서 떠오른 시스템 창을 훑는다.
[ Mastery Info > [ 특성: 법술 운용 ] [ 등급: 숙련 ] [ 현재 숙련도: 0% ] [ 대상의 의지력에 기반하여 발휘할 수 있는 이능인 ‘법술’을 다룰 수 있습니다. ] [ ■ 술자가 품는 ‘의지력’에 기반하여 출력이 결정됩니다. 대상이 품고 있는 목표를 소망하거나 염원하는 바의 정도에 따라 ‘의지력’을 산출합니다. ] [ ■ 타 이능에 법술을 융합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어라.
타 이능에 법술을 융합하는 게 가능하다는 건 또 처음 들어보는 기능이다.
게임 안에서는 엘리야가 법술 자체를 다루는 게 가능한 분기 자체가 없어서 비교할 대상도 없지만.
그리고,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자니.
[…어딜 보고 계시는 건가요, 다우드 씨?]모골이 송연해지는 ‘글자’가 시야에 포착되었다.
폭주 한계치까지 왔을 때면 어김없이 그렇듯, 목소리가 아닌 글자로 소통하는 유리아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어디서 가져왔는지 거대한 바위에 올라서 하얀 기운을 줄기줄기 뿜어내고 있는 유리아가 있었다.
“…”
아니, 아니네.
저거 집채만한 해안 암석을 통째로 베어서 여기까지 끌고 온 거다.
무슨 종이라도 자른 것처럼 깔끔한 단면을 보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정도지.
“구해줘서 고맙다, 야.”
그리고 그런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
-…!!!!
이제는 ‘몸’이라고 불러주기도 뭐한 흉측한 육편 덩어리가 된 뒤집힌 해일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징글징글한 생명력이다. 오죽하면 이 꼴로 만들어놓은 유리아도 어이 없어할 정도로.
[…말도 안 돼. 아직도 살아 있다구요?]그럴 만하지.
애네, ‘불침의 저주’에 걸려있으니까.
괜히 내가 맨주먹으로 얘네 짓이겨 놓은 게 아니다.
아무리 악마의 조각이 깃든 단절자로 날린 일격이라 할지라도, 그게 ‘무기’인 이상 결코 이쪽의 숨통을 끊어 놓지는 못한다.
덕분에.
—!!!!!!!!!!
그 몸에서, 다시 저주가 쏟아져 나온다.
아까 전에 내가 분쇄한 것과 비교해도 몇 배는 더 악독하다는 느낌이 절로 들 정도로 괴악한 검은 파동이다. 휩쓸리는 건 어떤 생명체라도 능히 죽일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 System Message > [ 당신을 대상으로 발동된 ‘저주 파동’이 감지됩니다! ] [ ‘항마’ 스텟 저항 굴림… ] [ 저항에 성공합니다! ]다시 신성 방패를 활용한 기동으로 직격은 한참이나 여유롭게 피했는데도, 저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도 저항 판정이 뜰 정도로 악독한 공격이다.
게임 안에서도 보던 모습이다. 체력이 거의 바닥까지 떨어지면 나오는 최종 패턴.
여기까지 오면 가까이 다가가서 방금 그걸로 박살내기도 뭐하다.
저렇게 사방으로 즉사급 공격을 뿌리고 있는데 접근하는 것도 고역인데다가, 방금 ‘하늘 부수기’를 쓰는데 오는 리바운드를 고려하면 남은 두 녀석한테 이걸 한 방씩 먹이는 것만으로도 한계다.
그럼 결국에 이 녀석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유리아를 써야 한다 소리지.
그걸 위해 일부러 폭주시켜서 데리고 온 거기도 하고.
그걸 위해 준비해둔 것도 하나 더 있다.
“…”
신중하게 바다 ‘아래’를 눈으로 좇는다.
그 아래에서 들끓는 기운이 느껴진다.
‘나올 때긴 하지.’
나머지 ‘둘’은 투쟁의 용광로의 기술력을 다 긁어모아서 소환해야 하지만, 이 녀석은 지금 여기서 이 정도로 깽판 쳤으면 튀어나오는 게 당연한 놈이다.
-!!!!
그런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거대한 해일을 일으키며 ‘수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감히 자신의 구역에서 깽판치는 놈들이 누군지 얼굴이나 한 번 보자는 듯, 잔뜩 화가 난 것 같은 기색이다.
하지만.
‘…예전엔 위엄차게 보였는데.’
이쪽도 물론 한 가락하는 사이즈지만, 뒤집힌 해일들의 압도적인 거체에 비하면 아담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이어서 내가 할 행동도 이쪽의 위엄과 존엄성을 땅바닥에 처박는 행위고.
신성 방패를 이용한 기동을 한 번 더. 수룡의 지척까지 뛰어오른다.
그 눈이 곧바로 내쪽을 포착하고, 으르렁거리는 포효를 입에 머금는다.
문제는, 거기에 이어서.
내 뒤에 따라오던 유리아의 모습까지 함께 발견했단 거지만.
-…
[ System Message > [ ‘공포 각인’ 효과 발동! ] [ ‘수룡’이 대상 ‘유리아’를 보고 그대로 겁에 질려 뻣뻣하게 굳습니다! ]몸이 커다란만큼 눈동자도 커다랗고, 따라서 거기에 깃든 감정을 읽어내기도 쉽다.
이전에 유리아한테 난도질당하면서 의식 깊이 각인된 공포에 녀석이 뻣뻣하게 굳는다. 말하자면 디버프 같은 거다. 몇 초 동안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그리고, 그거면 충분하다.
“…흡!”
녀석의 턱 근처에 도달해서, 곧바로 펀치.
‘후려쳐서’.
‘날려 보낸다’.
광경을 보면 개미가 코끼리를 주먹질로 날려 보내는 느낌이 들 것이다. 양자 간의 크기 격차는 그 정도니까.
‘…진짜.’
나도 이미 인간 규격은 한참 넘긴 했구나.
아무리 비무장 상태라 격투술 스텟 보정에, EX급 절체절명까지 있다지만,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짓이다.
[…미친.]오죽하면 그 모습을 본 유리아가 저도 모르게 그런 신음을 내뱉을까.
-…
-…!!
내 주먹에 맞아서 날아간 수룡이 그대로 뒤집힌 해일의 몸에 충돌한다.
그리고, 일순간이지만.
그 접촉에 의해, 그 불침의 저주가 ‘벗겨진다’.
‘…그렇지.’
피식 웃으며 그 모습을 바라본다.
게임 안에서도 자주 보던 장면이다.
저주의 상극은 신성력이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고대신 수준의 마수를 해주할 수 있는 수단은 어디에도 없다. 성녀님도 그건 못 해.
다만.
고대신 수준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특급’ 수준에 달하는 ‘원소 생명체’라면.
그 저주를, 아주 잠깐 ‘무력화’시키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내가 지금 한 것처럼.
물론, 공포 각인이 없었다면, 무슨 핀볼이라도 하는 것마냥 이리 손쉽게 수룡을 저기에 처넣지는 못했겠지.
그렇다는 건.
지금 이렇게 해서 벌어온 귀중한 ‘기회’를, 빨리 활용해야 한 단 뜻이다.
“유리아.”
[…뭐죠?]느닷없이 던진 내 말에, 움찔한 유리아에게.
싱긋 웃으며 문장을 던진다.
“솔직히 말할게.”
무표정하게 나를 노려보고 있는 상대방에게, 나도 담담하게 말을 이어간다.
“아까 나한테 설명 받을 것 많다고 했잖아.”
[…알기는 아시는-]“근데 이제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이제 해명하기도 귀찮다.”
“…”
“변명 같은 거 안 할 테니까, 그냥 간단하게.”
“…”
어이가 없어서 입을 쩍 벌리는 유리아에게, 활짝 웃으면서 가볍게 말을 던진다.
“나 잡아봐라~”
[…]내 말을 듣고 한참을 침묵하던 유리아가, 이내 활짝 웃었다.
[잡히면 죽어요?]“…”
물론, 입만 웃고 눈은 전혀 웃는 상태가 아니었다.
잡히면 진짜로 죽겠는데?
-!
그리고.
다음 동작은, 모두 한순간에 일어났다.
[ ‘스킬: 신성 방패’를 발동합니다. ] [ ‘특성: 신성력 운용’의 영향으로 2개를 동시에 생성합니다! ]허공에 신성 방패를 생성, 곧바로 그걸 밟고 너덜너덜해진 뒤집힌 해일의 몸으로 돌진한다.
그걸 본 유리아도, 자신이 서 있던 잘린 해안 암석을 박차며 나를 따라온다.
“…!”
그리고, 내가 아크로바틱한 동작으로 그 두 명을 넘어가자.
나와 유리아의 경로에 놓여있던 수룡과 뒤집힌 해일이, 일격에 반으로 ‘쪼개졌다’.
둘 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양쪽으로 쪼개진다.
수룡이야 원소 생명체니까 나중에 다시 부활할 수 있다고 쳐도, 뒤집힌 해일은 완전히 잿더미로 변하는 걸 보니 확정 사망이다.
“…”
기가 막히네.
상황에 맞춰 얼기설기 짜낸 공략법이지만, 이 정도로 잘 먹힐 줄은 몰랐다.
폭주하기 직전 유리아, 짱 세.
[다우드 씨.]그런 생각을 하면서 유리아를 바라보고 있으니.
녀석이 뒤집힌 해일의 체액과 수룡의 피를 뒤집어쓴 상태로 활짝 미소 짓고 있었다.
표정은 그렇지만.
눈동자의 빛은 죽어 있었다.
[잡히면, 진짜로 죽어요?]“…”
알어, 임마.
하지만.
‘…앞으로, 둘.’
남은 거인 두 명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전에 투쟁에 용광로에 요청해준 대로, 슬슬 근처로 모양이 잡히고 있는 ‘염마’와 ‘빙호’도 눈으로 확인한다.
“…”
내 눈에는 저거 둘 다 지금은 일회용 수류탄으로 보인다.
뒤집힌 해일의 저주를 아주 잠깐 해제할 수 있는.
공포 각인 다 새겨져 있을 테니 그렇게 써먹기도 편하겠지.
“…”
피식 웃으며 루틴을 정리한다.
격투술로 이렇게 외피를 ‘벗겨내고’, 마경의 지배자를 그 안에 ‘쑤셔 넣고’, 유리아의 검으로 ‘마무리’ 하기까지.
간단 작업이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서 있는 노동자처럼 반복만 하면 되지.
“…후딱 끝내자.”
나, 지금까지 준비 꽤 많이 해왔잖아.
고생 많이 했잖아.
그러니까.
지금만큼은, 조금 편하고 간단하게 가자.
“…”
그래야.
후딱 정리하고, 이 ‘뒷일’에 대비할 수 있으니까.
‘…없잖아, 그놈.’
생각해보면 꽤 이상한 일일 것이다.
자신이 섬기는 놈들을, 알란이라는 커다란 말까지 투입해서 소환해냈는데.
정작 그 소환해낸 당사자는 어디에서 뭘 하고 있단 말인가.
“…”
어디 갔을지는, 대략 짐작이 된다.
그러니까, 빨리 쫒아가도록 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난 곧바로 두 번째 거인을 향해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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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노어 에리나리제 트리스탄은 땡땡이 무늬가 그려진 전신 잠옷을 굉장히 선호한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 입어 오던 거라 편한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이제는 정이 들 만큼 들어서 다른 것으로 바꾸기도 힘들다.
물론 그녀도 이게 다 큰 여자가 입기에 조금 부끄러운 복장이 아니란 건 잘 알고 있으므로, 남한테 굳이 보여주는 건 꺼리는 편이다.
잠들기 직전에 문을 두들기는 소리를 듣자마자 그녀가 머리 끝까지 짜증이 난 건 그런 이유였다.
아.
옷 갈아입기 귀찮은데.
“…”
다시, 문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엘노어가 짜증이 머리 끝까지 솟구친 기색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시계를 살피면, 이제 한참 새벽이다. 이런 시간에 찾아올 인간이 누구란 말인가.
‘…안 그래도 바깥이 시끄러워 죽겠는데.’
다우드도 안 보이고. 학원 전체가 뭔지 모르게 분주하고.
불청객같은 손님도 요즘 자꾸 찾아와서 짜증 나고.
다시 강조하지만, 다우드도 안 보이고.
최근 그 남자의 성분이 몸에 부족한 것 같아서 짜증도 쉽게 나는데, 이렇게 자꾸 성질을 긁으면 곤란하다.
아, 안 되겠다. 다음에 다우드를 보게 되면 일단 포옹에 키스 정도는 요구하고 들어가야-
“트리스탄 공녀. 안에 계십니까?”
문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엘노어의 상념을 끊었다.
최근 그녀가 불청객을 많이 받기는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틀림없이.
지금, 이 장소에서 들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인간의 목소리였다.
“…타티아나 사제장?”
“그간 격조하셨습니까.”
“이 시간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별것 아닙니다. 단지.”
타티아나가 싱글싱글 웃는 기색으로 말을 이어갔다.
“소개하고 싶은 분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 말과 함께, 곧바로.
엘노어가 묵고 있는 방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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