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121)
r 120 – 120. 2등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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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실 안은 침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찌나 조용한지 누군가 숨소리를 약간 크게 내는 것만 해도 귀에 똑똑히 들릴 정도겠지.
한참을 이어지던 그런 침묵을 깨트린 건, 우타드의 홀로그램에서 흘러나온 문장이었다.
-…말해보게, 하탄.
“뭘.”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글쎄.”
하탄이 헛웃음을 지으며 우타드의 말을 받았다.
“일단 너하고 내가 동시에 같은 꿈을 꾸는 징그러운 상황은 아닐 것 아니냐.”
-…
아니.
차라리 그 편이 더 믿기 쉬울 것 같은데.
우타드가 그렇게 생각하며 눈앞의 화면을 노려보았다.
방금전까지 그들이 다우드를 보고 하나라도 잡아줬으면, 하고 기대하던 고대신들은 지금 전부 시체가 되어 널브러져 있었다.
3분도 채 걸리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
-…
따져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마경의 지배자를 저런 식으로 무슨 껍질 벗기는 수류탄마냥 쓰는 것 자체가 듣도보도 못한 활용법이고.
아무리 그런 방법을 통해 그 저주를 무력화시켰다지만 고대신을 일격에 썰어버리는 저 여자는 또 뭐고.
하지만 그런 의문점 중 가장 큰 것이라면.
-…법술이, 원래 저렇게 다루기 쉬운 이능이었던가?
우타드가 꺼낸 말에, 하탄 역시 침묵으로 동의했다.
사실 법술을 다루는 게 말이야 쉽다. 뭔가를 얼마만큼 강렬하게 소망하냐에 따라서 출력이 정해지는 이능이라니.
막말로 설명만 들어서는 누구 하나 며칠을 굶겨 놓으면 식욕에 따라서도 켜질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설명 아닌가.
다만, 정말 그렇다면 그런 힘을 다룰 수 있는 자가 부족 연합에서도 대단히 한정적이라는 현상이 일어날 리가 없다.
그저 단순한 ‘욕망’으로는 발현이 불가능하고, 거의 득도한 고승이나 되어야 낼 수 있는 고결한 ‘정신력’을 기반으로 발휘되는 힘이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 녀석이 그렇게나 강하게 원하는 게 있단 소리다.
숭고하고, 이상적인 목적이.
“…뭔가, 그렇게 까지 평가하는 것 맞냐?”
-뭐라고?
“그냥 틈만 나면 여난에 휩쓸리는 난봉꾼 같은데?”
-…
“자세히는 안 봤지만 딱 그런 놈 아니었어?”
-…적어도 그 재주가 대단하다는 점은 부정하지 말도록 합세.
암묵적으로 우타드가 저 녀석이 난봉꾼 같다는 점에는 동의했다는 걸 깨달은 하탄이 피식 웃었다.
“…이래서야 저놈이 나중에 뭘 요구할지도 모르겠군.”
하탄이 그런 말을 신음처럼 내뱉었다.
일전에 족장 회의를 할 때도 잠깐 언급되었던 사실이지만, 신상필벌은 부족 연합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다.
이 정도까지 한 녀석한테 아무것도 안 던져주는 건 있을 수가 없단 소리지.
-…그건 나중에 생각하도록 함세.
우타드가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지금 저쪽도, 딱히 그런 걸 우리한테 요구할 정신머리는 아닌 것 같으니.
실제로, 그 말처럼.
화면 안의 다우드는, 고대신 세 명을 정리할 때보다 훨씬 더 긴장된 기색으로 눈앞의 인간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포기하셨나요, 다우드 씨? 가만히 서 계시네?]이제는, 저 ‘하얀 것’과 대면하는 걸, 더 미룰 수 없는 게 분명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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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stem Message > [ 이능 ‘법력’의 고갈을 확인합니다. ] [ 과부하로 인해 몸에 부하가 가해집니다! ] [ 출력을 더 낼 시 장기 전체가 파열되어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 [ System Message > [ 심각한 부상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전투를 속행했습니다! ] [ ‘특성: 철인’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 [ ‘특성: 철인’의 숙련도가 ‘범용’으로 진급합니다! ] [ 새로운 효과가 추가됩니다! ]그런 메시지와 함께 입에서 뭔가 울컥하고 솟아오른다.
뭔가 해서 닦아보니 핏물이다.
아무리 법력이 나랑 상성이 제법 잘 맞는다 그래도, 역시 하늘 부수기를 세 번이나 쓰는 건 무리였나보다.
‘…두 번은 못 하겠네, 이 짓거리.’
실제로, 지금도 속이 메슥거리고 시야가 흔들린다.
죽음의 위기에 처한 적은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지만, 대놓고 장기가 다 파열되어서 죽는다고 경고할만한 부하가 가해진 적은 이번이 처음 아니던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모양이지.
[ Mastery Info > [ 특성: 철인鐵人 ] [ 등급: 범용 ] [ 현재 숙련도: 0% ] [ 부족 연합의 전사들은 항상 극한 상황에 자신을 내몰아 대처 능력을 기르는 훈련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대단히 위험하지만, 효과는 확실합니다. ] [ ■ 각종 부상과 고통에 대한 내성이 높아집니다. 통증의 정도를 줄여주고, 심한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도 보다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 [ ■ 회복력이 통상 상태보다 훨씬 좋아집니다. ] [ ■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경우, 통각을 차단하여 생존 확률을 높입니다. ] [ ■ 효과는 내구 스텟에 비례합니다. ]물론, 그런 걸 그냥 아무 의미 없이 한 건 아니다.
그리고, 거기에.
[ System Message > [ ‘고대신’ 세 객채의 소멸을 확인합니다. ]그놈들 참 빨리 죽기도 했구나.
나름 챕터 최종 보스인데 예우도 못 갖추고 보낸 느낌이라 좀 미안한 감정까지 든다.
정화자나 발카서스에 비하면 얘네는 뭐냐, 진짜.
“…”
물론 상대방이 상대방이었으니 실망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은 좀 들지만.
[왜 이제는 도망 안 다니세요, 다우드 씨?]비스듬이 숙인 고개로, 그렇게 말하며 한 발자국씩 접근하는 유리아를 보고 있으니 입이 버쩍버쩍 마른다.
예전에 나도 예쁜 애가 이것저것 다 제쳐놓고 나만 쫒아왔으면 좋겠다- 하는 망상을 안 해본 건 아닌데.
지금은 그때의 나한테 멱살을 잡고 고함을 치고 싶다.
직접 당해봐라.
숨쉬듯이 목숨을 위협당하는 게 정말 좋은가.
[왜 아무 말도 없으세요?]“…”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쉰다.
머리로는 주판을 한참을 튕기고 있었다.
사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 녀석한테서 계속 도망을 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악마를 상대로 숨바꼭질을 하는 것 자체가 생존 확률이 극단으로 떨어지는 짓이지만, 얜 그중에서도 하얀 악마의 그릇이다. 수틀리면 말 그대로 ‘지옥 끝까지’ 쫒아올 애.
결국 결착을 봐야 한단 거지.
방법이 조금 나한텐 아프겠지만.
그래도.
넌 할 수 있어. 다우드 캠벨.
다치는 데에 스페셜리스트잖아. 지금껏 수도 없이 박살 나 봤잖아. 넌 특별해.
“…”
말하고 나니 조금 자괴감이 느껴지긴 하는데.
아무튼 방법이 하나뿐이란 건 사실이다.
발 아래를 슬쩍 내려다본다.
루시엔과 발카서스를 시켜 미리 ‘진’을 작성해두게 해 둔 장소가 바로 여기다. 유리아 대책으로 만들어놓은 성녀님과 세계관 최고의 금술사의 합작품이지.
이거면, 이 녀석한테도 틀림없이 먹힌다.
폭주하기 직전의 악마를 완전히 진정시키는 건 몰라도, 그 마기를 잠깐 ‘가라앉히는’ 정도는 충분히 한다.
[아까도 말했죠.]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유리아의 ‘글자’가 지척으로 다가섰다.
[잡히면, 죽어요?]“…!”
어느 순간 코앞까지 다가와 나한테 검을 날리는 유리아를 본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절체절명이 EX급으로 터진 나조차 반응이 불가능한 속도다.
아마 검사의 집중까지 동원했어도 분명히 못 따라잡았겠지.
“…”
하지만.
이건 꽤 적나라하게 시사하는 부분이 있다.
이 녀석이 지금까지 나를 꽤 ‘봐주고’ 있었다는 증거다.
솔직히, 그렇잖아.
악마 중 순위권으로 약한 푸른 악마만 해도 말이 안 되는 미친 짓을 그렇게 저지르고 다녔는데, 딱히 그런 것도 아닌 하얀 악마한테 내가 이렇게 성공적으로 도망 다닐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
아직 진짜 이 악물고 나를 죽이려 할 정도로 살의 충만한 상태는 아니라 그거지.
그렇다는 말은.
‘한 대’ 정도는 맞아줘도 상관없다는 소리와 똑같다.
‘…계획은!’
이 녀석이 아직 이성을 붙잡고 있는 틈을 타서, 나한테 손속에 사정을 좀 두는 사이에.
한 대 좀 세게 얻어맞더라도 유리아를 루시엔과 발카서스의 진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거다.
어차피 이놈 공격을 튕겨내거나 막는 건 웃기지도 않은 소리니까, 차라리 한 대 맞아주면서 틈을 만드려는 셈이다.
할 수 있다, 다우드 캠벨. 일격에 죽지만 않으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내쪽으로 무섭게 다가오는 유리아의 검끝을 바라본다.
심호흡을 한다.
“…!”
이어서.
내 몸으로 꽂히는 유리아의 일격에 오히려 ‘달려든다’.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한 내 움직임에 유리아의 눈이 크게 떠지고, 그 사이에 이 녀석을 붙잡아 진 위로 끌고 들어간다.
그 검이 내 몸을 찌르는 걸 보고, 눈을 질끈 감는다.
‘…제발, 한 방에 죽지만 말아라!’
단일 공격력으로는 현재 최강인 놈이라지만, 나도 생존력이라면 나름 자신있다.
이 정도면 걸어볼 만하지!
그렇게 생각하며 녀석의 몸을 진 위에 밀어넣자, 다시 새하얀 섬광이 주변으로 일었다. 시야를 전부 가려버릴 만큼 환한 빛이었다.
[…!]진에서 뿜어져 나온 새하얀 빛은 분명히 효과가 있는 게 분명했다.
거기에 닿은 유리아의 몸 근처에 둘러져 있던 새하얀 기운이 눈에 띌 정도로 약해지기 시작했으니.
성녀님의 신성력에 의해 마기가 잠깐이나마 약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는 말은.
“…어.”
유리아의 멍한 목소리가 들린다.
시리도록 새하얗던 녀석의 머리카락은 어느 순간 검은색으로 돌아와 있다. 눈동자에도 빛이 돌아온다.
잠깐이나마 이성을 되찾은 모습이다.
‘…그렇지.’
역시 성녀님. 그동안 매일 유리아의 몸을 붙잡고 저주를 억누르던 사람답다.
“정신 차렸어?”
그 모습을 향해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다행이다.”
내 목소리를 들은 녀석이 천천히 내 쪽을 돌아보았다,
이어서, 느릿한 시선으로 나를 살핀다.
그 눈길이 천천히 내 얼굴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아마.
위치상 녀석의 검이 나를 때린 부분이다.
“…”
그리고, 녀석의 눈이 크게 떠진다.
“…아.”
곧바로.
녀석의 입에서 단말마같은 신음이 배어져나왔다.
“…아, 아, 아아, 아아, 아—”
녀석이 양손으로 쥐어뜯듯이 얼굴을 감싸 쥔다.
눈에서는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린다.
마치.
도저히 볼 수 없는 ‘끔찍한’ 장면을 봤다는 기색이다.
“…”
야. 너 왜 그래.
반응이 좀, 무섭다?
그리고, 그쯤 되니까.
나도 그제서야 이상한 점을 깨닫는다.
왜.
‘하나도’ 안 아프냐?
얻어맞았으니까, 분명히 어디든 한 군데 아파야 정상인데?
[ System Message > [ 치명적인 부상이 감지됩니다. ] [ ‘특성: 철인’에 의해 통각이 차단됩니다. ]“…”
그런 메시지가 떠오르는 걸 식은땀과 함께 바라보며.
아래를 내려다본다.
유리아의 공격에 의해.
신체 전체가 거의 ‘반으로 갈라진’ 내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
아, 그렇지.
원숭이도 가끔은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지.
항상 생존력이 좋았다 그래도, 항상 성공하리란 법은 없는거다.
“자, 잠깐만요. 다, 다, 다우드 씨…? 왜, 어, 왜…? 이, 이거, 제가, 제가 한 짓…?”
완전히 정신이 나간 것 같은 유리아의 목소리와 함께.
[ System Message > [ HP 1% 이하! ] [ 사망 직전입니다! ]내 입에서 무시무시한 기세로 피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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