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124)
r 123 – 123. 인장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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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악마라고?”
눈을 가늘게 뜬 타티아나가 그런 말을 내뱉었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악마라는 존재가 그리 쉬이 만들어지는 것이던가.
물질계와 이차원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인간들이라면,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쉬이 파악할 것이다.
지금 이 투쟁의 용광로를 통째로 날릴 수 있는 위력을 가진 고대신들조차, 이면계나 판데모니엄의 짐승들에 비하면 고양이 앞에 선 쥐 수준의 위력을 자랑하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존재들조차 먼지 수준의 존재감으로 만들어 버리는 게 바로 악마들이고.
이면계의 천사들.
판데모니엄의 악마들.
모든 다차원 우주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존재들. 현현하는 것만으로 물질계 전체를 뒤집어 버릴 수 있는 신적 존재들.
그런 존재가, ‘인공적’으로 만들어 졌다고?
“엄밀히 말하면 악마는 아닌데.”
토커가 그렇게 말하며, 한쪽 팔에 걸려있던 장신구 전체를 쓸어내었다.
묵주, 십자가, 부적, 성인의 유품, 우로보로스가 새겨진 팔찌…
온갖 종류의 주술적, 종교적 문양을 담은 장신구가 한 순간에 그의 양손을 가득 채웠다.
하나하나가 어느 나라에 가도 국보 취급받을만한 물건이다.
토커에게 있어서는 가볍게 쓰고 버려도 되는 일회용품 느낌이었지만.
“진짜 악마는 이 정도로 안 끝나. 저런 식으로 본체가 직접 튀어나오는 순간 너고 나고 전부 다 같이 황천길 직행이지. 저 놈은 딱 봐도 그 정도는 아니잖아?”
그런 말을 하기가 조금 무안하긴 한 것이, 진짜 악마 중에서도 최강의 악마를 품고 있는 트리스탄 공녀에겐 장신구 하나만 써서 여유롭게 제압해버린 게 방금 전이다.
그러나 그건 그녀가 ‘힘’을 다루는 숙련도가 대단히 낮은 덕을 본 것이다.
“하지만, 이 놈은.”
눈앞의 있는 존재는, 그것과는 조금 궤가 다르다.
결코 악마 본연의 위압감을 품고 있다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등골이 찌르르 울릴만큼 전신에 전달되는 ‘위압감’만큼은.
미숙한 악마의 그릇 이상 가는 경종을 울릴 정도다.
직감적으로 깨닫는 것이라면.
지금 이 자리에서 안 잡아두면, 나중엔 진짜로 큰일 날 것 같다는 점.
‘…정화시키기에는 이미 글렀군.’
다우드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검은색 기운을 확인한 토커의 두뇌가 맹렬히 회전했다.
트리스탄 공녀의 미숙한 마기와는 다르다.
그건 아예 이쪽의 능력의 정체조차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얻어맞았기에 가능한 레벨이다.
하지만, 저긴 애초에 그럴 낌새가 보이자마자 권풍으로 그걸 끊어내지 않았던가. 비슷한 짓을 다시 시도해서 성공할 확률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아무리 진언이라고 할지라도 악마는 그 위계 자체가 다차원 우주에서도 비할 놈이 없는 놈이다. 물질계의 술법은 결국 통제 수단이 될 수 없다.
그러니 저 정도까지 ‘만개’해서 ‘실체화’한 악마의 기운이라면, 토커조차 저걸 억누를 방법은 없다고 봐도 좋겠지.
‘그렇다면, 싸움으로 때려잡는다!’
‘진짜 악마’ 수준의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당연히 전투력도 그쪽보다 떨어질 확률이 높단 소리니까.
그런 생각과 함께.
첫 번째 교환이 토커로부터 시작되었다.
뽑아둔 장신구 여러 개가 동시에 빛난다. 세상의 법칙과 대화할 수 있는 언령사의 ‘소통’을 더욱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이다.
언령사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한 ‘소망’을 그쪽에 전달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아가 바라여.
-아가 바라여.
-무애無愛한 생을 지피는 불꽃아.
【세상을 밝혀다오.】
이런 짓을 행사할 수도 있게 된다.
그렇게 주르륵 흘러나오는 문장이 끝나자마자 허공에 모습을 드러내는 화염의 모습을 확인한 타티아나의 입에서 얕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태초의 불꽃.
아성체 용의 비늘까지 순식간에 녹여버렸다는 전승까지 내려져 오는 존재다.
이면계의 천사나 사용한다고 알려진 기술이다. 물질계에서는 그야말로 전설에서나 내려오는 기술이고.
그걸, 이놈은.
그냥 선 자리에서 몇 초 만에 재현해낸 것이다.
‘…주술의 이해도, 다차원 우주에 대한 지식, 전투 경험, 전부…’
압도적이다.
솔직히 타티아나는 한 번도 이 남자와 엮이는 걸 즐기진 않았지만, 실력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악마 숭배자들의 간부인 ‘계시받은 자들’ 사이에서도 손에 꼽히는 괴물이다. 그 소년왕조차 1:1로 제압할 수 있다는 평이 허명처럼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극상성은 어떻게 대처하나 한 번 볼까!”
그런 호기로운 외침과 함께, 불덩어리들이 곧바로 다우드에게 날아갔다.
이면계의 천사들이 다루는 능력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판데모니엄의 생명체들과 극상성을 이루는 능력이다.
적어도 토커가 알기로는, 조각 한 개 짜리 그릇은 이 능력에 대응도 못 하고 그대로 불탈만한 수준의 위력을 자랑하니까.
아마, 저 놈도 악마의 기운을 사용해서 이걸 잠재우려면 꽤 출혈을 각오해야겠지만.
다우드가 몸에 감싸인 어두운 기운 아래로, 뭔가가 번쩍였다.
저 상태로도 그 팔목에 걸려 빛을 발하고 있는 아뮬렛이었다.
그와 동시에, 그 팔 위로 ‘진’ 몇 개가 떠올랐다.
5획에 불과한 진이니 태초의 불꽃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지만, 그럼에도 그 진로를 살짝 비트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원래대로는 발사와 동시에 대상에게 착탄하는 최상급 기적이지만, 그런 작은 방해가 들어와서 생긴 ‘틈새’로 다우드가 움직였다.
천장과 벽을 가리지 않고, 혼자서 중력을 따로 적용받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으로 그 공격을 전부 회피한다.
“…금술? 장난하냐?!”
그리고 천상의 불꽃을 비켜내는 데 사용한 능력을 확인한 토커의 입에서 어이 없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온몸에 마기를 두를 정도로 기운을 꺼낸 악마는 보통 폭주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인간의 몸으로 저런 걸 전부 두르고 있다면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을 확률은 대단히 낮다.
그럼에도 저놈은 단순히 자신의 힘을 믿고 날뛰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 패 안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택했다. 그런 선택을 찾아가는 능력이 마치 본능에 각인이라도 된 것처럼!
“사도! 지원 좀 부탁해!”
일합만 교환해도 알겠다. 지금 저놈을 그 혼자서 죽이는 건 ‘실패’할 확률이 꽤 있다.
확신을 가하기 위해서는 그도 패가 하나 더 필요하다!
“어차피 저 상태면 나한테만 관심이 쏠릴 거야! 약화 저주건 뭐건 거리 좀 좁혀서 쏟아내 봐!”
“…네놈이 나한테 명령하지 마.”
타티아나가 그렇게 으르렁대면서도 토커의 명령에 따라 전방으로 튀어나갔다.
어차피 지금 저런 운동 능력을 가진 상대에게는 그녀의 저주를 직격으로 맞추는 건 요원하다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선, 저 남자의 신경이 온통 토커에게 쏠린 사이 가까이 가서 꽂아넣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순간.
다우드가 움직였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타티아나의 코앞에 도달한다.
타티아나의 의식이 그걸 제대로 인식하기도 전에.
마치, 그녀가 그렇게 행동할 걸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다는 것처럼.
“…!”
그녀가 식겁하며 완드를 치켜들었다.
틀림없이, 상상도 못 한 움직임이었지만.
“우습게 보지 말라고…!”
토커만큼은 아니지만, 타티아나도 저주 관련된 지식이라면 대륙 안에서도 손 꼽히는 인간이다. 단순한 돌진을 막아낼 수단은 수도 없이 많다.
마魔 속성 공격 데미지는 뭐든 경감시키는 암흑 물질 생성.
물리 피해는 전부 반사하는 저주.
지금 이 육체에 들어오는 타격을 전부 받아내고 ‘새로운 육체’를 지정한 좌표에 생성하는 위상 변화.
하지만, 그런 수많은 능력들이.
[ 금술: 봉인 ] [ 대상의 스킬이 0.03초 동안 봉인됩니다. ]다우드의 팔 위에 다시 한 번 떠오른 진에 의해 봉인되었다.
강제로, 모든 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 그 ‘사용법’을 아주 잠깐이지만, 완벽히 망각한다.
그것만으로, 모든 대처 수단이 봉쇄된다.
틀림없이, 지금까지.
그녀가 한 번도 보지못한 능력이었다.
이 남자가 투쟁의 용광로에서 그렇게나 많은 난관에 휘말렸는데도. 고대신 셋과 싸웠는데도. 심지어는 방금 전에 악마에게 거의 2등분이 날 때까지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능력.
마치.
한 번이라도 그녀에게 보여줬다가는, 대처법이 새어나갈 수도 있으니까.
지금의, 지금 순간까지.
계속해서 감춰왔다는 것처럼.
마치, 처음부터 이런 상황이 생길 것이라는 걸 예상했다는 것처럼!
“…!”
그리고 그 짧은 시간 사이, 접근을 완전히 허용한다. 그걸 넘어 그녀를 일격에 죽일 수 있는 공격까지도 상대방이 시도한다.
쏜살같이 자신의 얼굴로 날아오는 주먹을 보고 얼굴을 경악으로 물들인 그녀가, 황급하게 완드를 붙잡았다.
뒤집힌 해일의 사도를 섬기는 신도로서 수 세대에 걸쳐 그녀에게 이어져 내려온 영물.
그녀 자체는 아무 능력도 쓸 수 없다지만, 이 완드에 내장되어 있는 기능은 그녀가 힘을 못 쓰더라도 건재하다.
콤마초 단위 이하의 시간에서 이루어지는 판단치고는 완전한 정답이었다.
당장.
눈앞에서, 다우드가 ‘회색 기운’을 피워올리지만 않았어도 그랬을 것이다.
“…어?”
몸이 느려지는 걸 느낀 타티아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간’이, 느려진다. 그녀가 완드를 붙잡고 뭔가 시도하기도 전에 의식이 쭉 늘어진다.
마치.
회색 악마의 권능인 ‘침식’처럼.
이런 능력을.
다른 악마의 권능을.
대체 어떻게 다룬단 말인가.
“…무슨!”
그런 경악이 담긴 단말마가 타티아나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사이.
다우드의 팔에 ‘푸른색 기운’이 감겼다.
마치.
푸른 악마가 ‘분쇄’의 권능을 사용할 때처럼.
–!!
-!!!!!!!!!!!!!!!!!!
그리고, 거기에 얻어맞은 타티아나의 머리가.
마치 풍선이 터지는 것처럼, 곧바로 산산조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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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주변으로 흘렀다.
머리를 잃은 타티아나의 몸체가 무너져 내리는 사이.
다우드가 그 시체를 한 팔로 붙잡았다.
다른 팔이 머리가 없어진 목 근처로 뻗어진다.
곧바로.
그 안쪽에서 뭔가가 ‘뽑혀’나온다. 인간의 영혼을 구성하고 있는 영기靈氣였다.
마치, 죽은 뒤의 영혼조차 저 남자에게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듯이.
그렇게 해야 할 ‘악의’가 충만하다는 것처럼.
“…이거 기분 한 번 좆같네.”
그 모습을 본 토커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딱히 동료가 죽어서 슬프다는 감정은 아니었다.
“너, 지금 나 가지고 논 거냐?”
이놈이 하는 짓을 보면 모를 수가 없다.
처음부터, 저 녀석의 목적은 자신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타티아나를 죽이는 게 틀림 없었다.
기회가 생기자마자 바로 저렇게 행동한 걸 보면 그렇지.
저런 짓을 할 수 있음에도 바로 달려들지 않은 건, 마치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그가 ‘착각’하게 만드려는 용도고.
이 녀석, 처음부터 끝까지 그를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조종한 셈이다.
무슨 행동을 할지, 그가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 결과적으로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저 상태에 저 꼬라지로도 계속 생각하고 생각해서.
결국 토커가 타티아나를 사지로 내몬 꼴로 만들어 버렸다.
“적당히 상대하려고 했는데. 솔직히.”
그리고, 단순히 그것만이 아니다.
지금 저 놈은.
서로 다른 두 악마의 권능을 ‘동시에’ 사용했다.
‘…말이 안 된다고.’
그런 현상이 어떻게 가능한지는 차치하고서라도.
만약에.
만약이지만.
서로 다른 악마 둘의 능력을 동시에 다루는 게 가능하다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뜻인가?
그럼 그 최종점은 또 대체 어디란 말인가.
혹시나, 혹시나 싶지만.
악마 전원의 능력을 다룰 수 있다던가.
“…”
그럼, 그런 놈은.
대체 어느 정도의 괴물이 되는거지?
“넌 진짜로 여기서 죽이고 가야겠-”
“…그만, 토커.”
그를 제지하는 목소리에, 토커가 기가 차다는 목소리로 옆을 돌아보았다.
거기엔 방금 그를 제지한 선각자가 멍한 기색으로 다우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
“그만하라고.”
한숨과 함께 말이 이어졌다.
“저거 못 죽여. 적어도 저 상태에서는. 권능까지 여러 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라면, 이미 속성 자체가 인간에서 변경됐단 소리야.”
“…그걸 어떻게 아는데? 애초에 그게 뭔 소리야?”
선각자가 입을 꾹 다물었다.
상처가 후벼 파이는 것 같은 감정이 담긴 동작이었다.
마치.
‘저 모습’을 한 다우드에게, 끔찍한 기억이라도 있는 것처럼.
“…일단은 물러선다. 기회는 또 잡으면 그만이야.”
이어지는 문장은, 그런 감정을 일체 담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하지만, 다음에는.”
그녀의 시선이 벽에 박혀있는 엘노어에게 머물렀다.
“대가를 치루게 할 거야.”
틀림없이, 확고한 증오가 담긴 목소리였다.
“…”
토커가 어이 없다는 기색으로 다우드와 선각자를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제정신으로 그런 말을 하냐는 표정이 대놓고 걸려있었지만.
선각자의 기색은, 틀림없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완고한 모습이었다.
“…참 나. 좋을대로 해.”
결국 토커도 김 샌다는 기색으로 양 손을 들어올리는 사이.
선각자의 시선이 팔짱을 끼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다우드에게 머물렀다.
타티아나를 죽인 것만으로 당장 목적은 달성했으니, 굳이 이쪽과 싸울 의도는 없다는 걸 나타내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마치, 이쪽이 저쪽을 죽이지 못하는 것처럼.
저쪽도 이쪽을 죽일 수 없다는 듯이.
양자 모두 서로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다는, 그런 태도였다.
“…다음에 또 봐요, 다우드 씨.”
그 모습을 본 선각자가,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설마하니 스스로를 담보로 그런 ‘계약’을 하셨을 지는 몰랐습니다만.”
공간을 찢는 포탈이 열렸다.
선각자가 가진 유물 중 하나의 효과였다. 거리를 상관하지 않고 어디든 이동시키는 초공간 이동기.
“…원하시는 미래를 쟁취하셨으면 좋겠네요.”
그 앞에 선 선각자가 마지막으로 남기는 문장은.
답지 않게도.
“이번에는요.”
애수哀愁 비슷한 것이 녹아있는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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