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125)
r 124 – 124. 약속은 지켜야지
●
[ System Message > [ ‘·̶̛͈̪͚̹̺͖͉̪̇̎̃̏̃̎̚͡ͅ ̷̥͉̞͎̯̥̫̳̻͆͊̉̀̾͘͞·̴̵̢̢̥̱̝̘̟͎̯̥̟͖̞͊͐͌̿̎̋̔̈́̃̕̚͘͜͟͝͞͞·̶̛͈̪͚̹̺͖͉̪̇̎̃̏̃̎̚͡ͅ ̷̥͉̞͎̯̥̫̳̻͆͊̉̀̾͘͞·̴̵̢̢̥̱̝̘̟͎̯̥̟͖̞͊͐͌̿̎̋̔̈́̃̕̚͘͜͟͝͞͞’ 상태가 해제됩니다! ]몸에서 검은 기운이 걷혀나간다. 숨을 몰아쉬며 제자리에 엎어진다.
그 상태로, 유리아에 의해서 조각난 몸을 더듬어본다.
좌우 손실 없이 잘 붙어있다.
예상대로, 이렇게 한 번 ‘변이’를 거친 몸은 시스템으로 따지면 HP가 전부 채워진 상태로 복귀하나 보지.
‘…감각은 거의 안 남아있지만.’
손을 쥐락펴락하며 방금 전의 기억을 간신히 더듬는다.
어렴풋이 윤곽만 남아있는 기억만이 흐릿하게 잔상처럼 남아있다.
분명히 내가 뭔가를 직접 생각하고 계획해서 움직인 것 같기는 한데.
그 순간만큼은 내가 내 몸을 움직이는데도, 뭔가 전체적으로… ‘멍하다’.
게임 안에서 악마의 조각에 영향을 받아 인격이 완전히 변조된 엘노어가 왜 그런 끔찍한 일들을 저지르면서 눈 하나 깜빡 안 하던 건지 바로 이해가 가는 느낌이다.
관찰자 시점으로 스스로를 바라보게 된다고 해야 하나.
마치 내가 움직이는 걸 게임 캐릭터를 조종하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 같은 오싹한 감각이다.
솔직히 말해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지만.
“…”
쓴웃음을 짓는다.
아마, 앞으로 꽤 자주 사용하게 되겠지.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겪은 것만 생각하더라도 몇 번 죽을 뻔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덜 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런 생각과 함께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키자니.
눈앞으로 타티아나의 시체가 발에 걸렸다.
내가 만들어낸 시체다.
“…”
비록 변이 도중 의식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 저질렀다지만, 그 감각만큼은 똑똑히 손에 남아있다.
부들부들 떨리는 왼손을 붙잡고 심호흡을 한다.
몸에 극심한 스트레스 반응이 오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리버백 후작의 경우는 사실 사람을 죽이는 느낌도 안 났다. 그냥 신성력 폭탄을 기폭시키고 잿더미로 변하는 걸 본 게 전부니까.
이렇게 내가 ‘살인을 했다’라는 실감을 느끼는 방법으로 누군가를 죽인 건 처음이다.
분명히.
‘다우드 캠벨’로서는 그렇지.
‘꼴값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진정시킨다.
이제 와서 이런 거에 멘탈이 나가는 것도 웃기다.
애초에, 이건 죽어도 싼 인간이기도 했고.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자니.
[ System Log > [ ‘·̶̛͈̪͚̹̺͖͉̪̇̎̃̏̃̎̚͡ͅ ̷̥͉̞͎̯̥̫̳̻͆͊̉̀̾͘͞·̴̵̢̢̥̱̝̘̟͎̯̥̟͖̞͊͐͌̿̎̋̔̈́̃̕̚͘͜͟͝͞͞·̶̛͈̪͚̹̺͖͉̪̇̎̃̏̃̎̚͡ͅ ̷̥͉̞͎̯̥̫̳̻͆͊̉̀̾͘͞·̴̵̢̢̥̱̝̘̟͎̯̥̟͖̞͊͐͌̿̎̋̔̈́̃̕̚͘͜͟͝͞͞’ 상태를 습득한 영향으로 ‘스킬: 영혼 포식’을 습득합니다! ]그런 창이 눈앞으로 떠올랐다.
눈을 끔뻑이며 그걸 바라본다.
이건 또 뭐람?
[ Skill Info > [ 스킬: 영혼 포식 ] [ 등급: A ] [ 직접 숨통을 끊은 상대방의 영혼을 수거합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할 수 있습니다. ] [ System Message > [ ‘스킬: 영혼 포식’을 사용합니다! ] [ 대상 ‘타티아나 그라첼’의 영혼을 흡수했습니다! ] [ ‘소울 링커’를 통해 대상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뭐?
어이가 없다는 기색으로 손목에 찬 아뮬렛을 노려본다.
그에 맞춰 아뮬렛 위쪽으로 조그마한 창이 하나 더 떠오른다.
[ 현재 수거한 영혼 목록 ] [ ▲ 타티아나 그라첼 ] [ 특기: 저주 ] [ 형태: 혼령 ] [ 가공 옵션 ]▶ 사역마로 종속
▶ 강화형 재료로서 아이템에 부여
▶ 온전한 형태로 재소환 (1회 사용 이후 소멸)
나쁘지는… 않다.
일단 선택지가 넓다. 어떤 옵션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 진 이제부터 천천히 따져야겠지만, 적어도 쓸모 없어 보이는 건 없으니까 다행이지.
“…”
그리고, 그런 것보다.
당장 체크 해야 할 건.
‘칼리반.’
이 사람이다.
방금 내 꼬라지를 보고 무슨 반응을 보일지, 나로서도 솔직히 감이 안 잡혀서.
나도 내 머릿속을 훤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사람이랑 사이가 안 좋아지는 건 사양이다.
[…]소울 링커 안에서는 진득한 침묵만이 돌아왔다.
마른 침을 삼키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자니.
[와, 이번에도 살았네.]평탄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가 돌아왔다.
[너 진짜 어떻게 살았냐? 징하다, 징해.]“…”
뭐랄까.
생각보다, 반응이 얌전하다.
[글쎄. 너도 쓸 수 있던 게 그것 밖에 없는 것 아니냐? 수단 가지고 뭐라고 할 생각은 없어.]‘아니, 하지만…’
악마와 싸우다 죽은 가디언이 악마 비슷한 걸로 변한 인간한테 보일 반응이야 좋은 형태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거랑은 조금… 다르잖아, 너.]“예?”
[뭘 변명한다고 하는 지는 나도 대충 알겠어. 네 말대로 진짜 악마랑 싸워본 입장이니까 나도 바로 이해했거든.]칼리반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거, ‘악마’가 아니라 다른 거지?]“…”
[형태만 비슷한 거고, 악마의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최적화된’ 뭔가 아니냐고. 느낌이 조금 달라.]나로서도 눈을 끔뻑거리면서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는 대답이다.
대단히 정확한 지적이다.
악마란 존재는 애초에 내가 아무리 몸을 비틀어도 인공적으로 만들어질 수가 없는 존재다.
그리고 내가 정말 그런 걸로 변했다면.
[ System Log > [ ‘타천의 인장’에 축적된 마기가 모두 소모됩니다. ] [ 악마와 충분히 상호 작용하며 충분한 마기를 축적해야 ‘변이’가 사용 가능해집니다! ] [ 타천의 인장의 세 번째 진화는 변이 숫자가 충분히 쌓이면 이루어집니다! ] [ 변이 사용 횟수: 1/4 ]이런 게 떠오를 리가 없으니까.
내가 악마의 조각을 보유한 그릇이라면, 굳이 그런 모습으로 변하는데 ‘다른 악마’의 기운이 필요할 리가 없다.
[그래. 그러니까 변명이고 뭐고 됐다. 네가 그거 가지고 뭘 하고 싶어하는 지도 대충 알 것 같으니까.]칼리반의 목소리가 이어서 흘러나왔다.
[너, 그 악마 씌인 아가씨들한테 뭔가 해주려고 꾸미고 있지?]말없이 머리만 긁적인다.
맞는 말이긴 하다.
악마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게임 내의 최종 보스 기믹을 맡고 있는 존재들이다.
그러니까.
그런 걸 몸에 품고 있는 인간들이 ‘해피 엔딩’을 맞이하려면.
나로서도 조금 극약을 처방할 필요성이 생긴다는 거다.
“…”
특히.
그 가면 쓰고 있는 불길한 놈 때문에라도, 더더욱.
그놈 때문에 시나리오 전체가 선로 이탈한 기차처럼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래서 걱정되는 거다.]그런 대답이 흘러나왔다.
아까 전과는 달리, 조금 진중해진 목소리였지만.
[그런 형편 좋은 이야기가 아무런 희생도 없이 성립될 리가 없잖아.]“…”
[네가 치루는 ‘대가’가 뭐냐. 없을 리가 없을 텐데.]있기야 있지.
하지만, 그건 나중에 가서 생각할 문제다.
해결책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그보다는.
“엘노어.”
지금은 이 사람부터 챙겨야지.
벽에 박혀있던 저주의 창이 사라져, 바닥에 엎어진 엘노어에게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슬슬 언령의 영향으로 봉인되어 있던 조각의 효능이 다시 나타나는 모양인지, 몸에 나 있는 상처들이 빠르게 재생되고 있다.
“엘노어,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는 사이, 엘노어가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려 나를 바라보았다.
평소에 감정 하나 보이지 않던 모습과는 달리, 음울한 기색이 가득 들어찬 분위기였다.
[ System Message > [ 대상 ‘엘노어’가 극심한 무력감을 느낍니다. ] [ 대상 ‘엘노어’가 중요한 결심을 합니다. ] [ 대상 ‘엘노어’와 대상 ‘기드온’ 간의 특별 이벤트가 일어납니다! ]어?
뭐?
기드온?
“…?”
아니, 무력감은 갑자기 또 뭐고, 중한 결심은 또 뭐고, 특별 이벤트는 또 뭐냐.
지금 이 자리에서 확인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문장에 벙쪄있자니.
“…괜찮네.”
힘 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답한 엘노어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쪽으로 손을 뻗어 부축하려고 하자.
엘노어가, 조심스럽게 내 손을 밀어내었다.
“…엘노어?”
내가 의문스럽게 말하자, 엘노어가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이어서,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이런 걸 받을 자격이 없네.”
“예? 그게 무슨-”
“잠시만, 혼자 있게 해주겠나.”
“…”
“부탁이네, 다우드. 잠깐이면 괜찮네.”
“…”
“그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조금 필요해서.”
그렇게 말하고 축 처진 어깨로 터덜터덜 복도를 걸어가는 엘노어의 뒷모습을 당황하여 쳐다보고 있자니.
[내버려 둬.]소울 링커 안에서 그런 목소리가 날아왔다.
‘…예?’
[아마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저런 반응이 돌아올 거라 위로해줄 필요 없어. 나도 저거 무슨 느낌인지 알거든. 확실한 건, 너한테 손해로 돌아오진 않을 거다.]칼리반이 낄낄거리며 말을 이었다.
[다우드. 진심으로 말하는 건데.]‘예.’
[나가 죽어라.]‘…뭡니까, 갑자기.’
[그냥. 저 정도로 헌신적인 아가씨가 붙어있는 게 배알 꼴려서.]‘…’
뭔 소리야.
당신만 알아듣는 소리하고 있네.
“이봐! 괜찮냐!”
어이 없다는 시선으로 소울 링커를 쳐다보고 있자니, 등 뒤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리가 난 걸 감지하고 단신으로 튀어온 하탄이다.
“…이게, 다, 무슨.”
그리고.
순간적으로 주변에 있는 광경을 살펴보더니, 그 참상에 침음성을 삼킨다.
타티아나의 시체에 이르러서는 아예 할 말을 잃고 멍하니 나를 바라볼 수준으로.
“…들을 이야기가 아주 많을 것 같군.”
하탄이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기색으로 그런 말을 내뱉었다.
물론 거기에는 동의한다.
핀트가 조금 어긋나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말이야.
나, 지금 투쟁의 용광로를 못해도 두 세 번은 구한거다.
“저기, 하탄 족장님.”
“뭐냐.”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러니. 단순히 내 ‘사정 청취’가 목적이 아니라.
“밑천 탈탈 털릴 준비하세요.”
“…”
보상 내놔.
좋은 건 전부 다.
●
리루 가르다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해가 전부 저물어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니, 투쟁의 용광로에 있는 의무대다.
바다 위에서 의식을 잃었던 그녀를, 누군가가 여기까지 데리고 온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있던 기억은 다우드 캠벨의 품에 안긴 상태로, 기력이 다해 눈이 감기던 장면이다.
그때까지 녀석이 자신을 꼭 끌어안고 있었지.
마치, 연인처럼.
“…”
그 기억을 떠올린 리루가 얼굴을 확 붉혔다.
이내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지만.
‘…알아봐야 할 게 많겠네.’
일단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그런 생각에 침대 바깥으로 나가려던 리루가, 전신을 덮치는 통증에 신음했다.
머리가 아프다.
전신이 찌르르 울리는 것처럼 아프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도 머리는 거의 쪼개지는 수준의 통증이 엄습하고 있었다.
[일어나셨어요?]오죽하면 누구한테서 무슨 소리를 듣는데도 이렇게 괴상하게 들리지 않나.
마치 옆에서 누군가 말하는 게 아니라, 귀 안쪽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 같은 감각이다.
[그건 두통 탓이 아닐걸요.]“…”
마치 자신의 머릿속을 읽고 있는 것 같은 말에 리루가 눈을 끔뻑거렸다.
[저번에도 한 번 이야기 나눴었죠, 리루. 그때 분명히 곧 다시 만날 거라고 하지 않았었나?]그런 말과 함께.
그녀의 눈앞으로 반투명한 몸체를 가진 ‘그녀 본인’이 휙, 하고 나타났다.
그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이건 어딜 어떻게 봐도 리루 본인의 모습이니까.
왜 인지는 모르겠으나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상태였지만.
[으음… 확실히, 되긴 하네요. 이건 좀 충격인데요.]“…”
[아무리 제가 자매들 중엔 제일 약한 축이라지만, 조각 두 개도 안 모였는데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니.]그녀가 입을 쩍 벌리고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나신의 반투명한 리루가 공중을 둥둥 떠다니며 쿡쿡 웃었다.
[뭐, 그래도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건 다름이 아니고. 다우드 캠벨한테… ‘받아내야’ 할 게 있거든요.]“…”
그리고 할 말을 잃은 리루에게, 제멋대로 말을 이어간다.
색기가 잔뜩 녹아있는, 뇌쇄적인 목소리로.
[리루. 우리 좋은 것 하나 하러 갈까요?]대체 뭐가 좋은 건지 리루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틀림없이.
건전하고 진취적인 일을 같이 하자는 취지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