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128)
r 127 – IF 외전 – 한 여름밤의 꿈
※ 해당 회차는 If 외전입니다!
본편과는 전혀 관계없는, ‘만약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을 다루는 내용입니다.
●
사람이 잠들기 전이면 가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 때가 있다.
리루 가르다의 그날 취침은 그런 현상의 가장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만할 것이다.
“…야.”
[뭔가요, 리루?]리루가 천장에 둥둥 떠 있는 자신의 영체를 말없이 노려보았다.
입술이 달싹거리는 걸 보니 어지간히 입 밖으로 꺼내기 고민되는 말인 게 틀림없었다.
[상태를 보니까 다우드 씨 얘기 같은데요?]“…”
[말하기 부끄러워하는 걸 보니 뭔가 야한 상상이라도 하셨죠?]영체와 대화할 때는 항상 이렇다.
자신에 대해서 너무 잘 안다.
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그러니까, 이런 말도 어떻게든 꺼낼 수 있는 거다.
어차피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저쪽도 이미 알고 있을 테니까.
“…예전에, 있잖아. 그놈이랑 있었을 때.”
리루의 머릿속으로는 며칠 전의 광경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와 함께 있었던 아름다운 추억들이-
[아, 다우드 씨가 저한테 조종당해서 리루를 침대에 자빠트린 날이요?]“…”
하여간 말을 해도.
그녀가 영체를 쏘아보고 있으니, 그쪽이 낄낄거리면서 다시 문장을 이었다.
[왜요. 그때 턱 쳐서 날린 거 후회하고 있어요?]“…후회는 안 해.”
아마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행동을 했을 게 분명하니까.
다만.
“만약에, 내가 그때.”
리루가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턱을 안 쳐서 날렸으면, 그게…”
[어떻게 됐겠냐구요?]“…”
리루가 말없이 표정을 찌그러트렸다.
토라진 몸짓으로 몸을 획, 하고 돌려 영체를 외면한다.
불행히도, 상대방은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덕분에 순식간에 다시 그녀의 코앞으로 돌아왔지만.
[그게 궁금해요?]“…아니.”
리루가 그렇게 말하며 다시 고개를 휙 돌렸다.
[그러면 왜 앞에 말을 흐려요.]“시끄러워. 잘 거야.”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는 리루를 보고, 영체가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물론, 리루는 눈을 감고 있던 덕분에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잘 자요, 리루.]그리고 그 때문에.
리루는, 영체가 그런 말과 함께 자신의 머리에 손을 올려놓는 것까지 놓치고 말았다.
●
꿈이다.
그런 느낌은 명확하게 든다.
아니면, 그때와 같은 감각이 이 정도로 완벽하게 ‘재현’될 리가 없으니까.
“리루.”
“…”
“벗길게요, 리루.”
“…”
리루가, 멍한 눈으로 상대방을 올려다 보았다.
아, 다우드다.
그녀가, 좋아하는 남자다.
“…”
깊은 물 속에 가라앉아 있는 것 같은 멍한 의식으로, 그녀가 그런 사실을 간신히 인식했다.
“리루?”
“…”
“왜 그러세요?”
그렇게 말하는 남자를, 멍하니 올려다본다.
‘…이거, 꿈이지.’
그때 이 남자의 상태를 생각하면, 이것만큼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지금, 이건 마치.
‘진짜’ 다우드가, 자신을 안아주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꿈이라면.’
괜찮을, 지도.
그래서.
스스로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상태로.
“…어.”
그런 대답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살살 할게요.”
이어서.
다우드의 손이, 그녀의 옷깃 안쪽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
이거, 그거지.
전희라는 거.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단 말이야.’
성교육을 아예 안 받은 건 아니니까 이게 뭐하는 행동인지는 안다.
무슨 의미가 있는진 잘 모르겠다만.
내 몸을 남이 만지작거린다고, 뭔가 진짜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하나?
그런 의문을, 리루는 대단히 확고하게 품고 있었다.
“아, 흐, 으으, 그, 그마아안-”
그러니까.
30분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너, 너, 왜 이렇게 잘하는- 히잇-!”
그녀가 억울한 목소리로 이어가던 문장조차 끝마치지 못하고 새된 신음을 내뱉었다.
전장에 서는 인간, 그중에서도 전위를 맡아 가장 큰 위험부담을 짊어지는 인종에게 몸이란 가장 큰 자산이다.
따라서 그 일을 업으로 삼는 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다면, 스스로의 몸을 통제하는 것은 업무의 일환으로서 숨 쉬듯 자연스러운 활동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니, 다시 말해서.
현재의 리루는 완전히 아마추어나 다름 없었다.
“아…아…으…읏….”
고개를 양손으로 끌어안고 있는 베게에 잔뜩 파묻은 상태였지만, 언어의 형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신음소리는 잔뜩 뭉그러진 상태로도 바깥으로 절찬리에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쁘게 몰아쉬고 있는 호흡에 묻어있는 열락은 그녀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내어보지 못한 음색이었다.
격한 운동으로 가빠진 숨소리야 평생을 함께 해온 동반자 비슷한 것이지만, 자신의 통제가 아닌 타인의 개입으로 이 상태까지 굴러떨어져 본 적은 한 번도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이빨로 잘근잘근 물어뜯고 있는 베게의 린넬이 찢어져 입 안으로 한 움큼 말려들어왔다.
머릿속으로는 괜한 물건을 결딴 내고 있단 생각이 어렴풋이 뭉그적거렸지만, 그보다는 다우드가 자신의 질 내부를 마음껏 쑤셔대고 있던 손가락을 느릿하게 빼내는 감각이 뇌수 안쪽으로 파고드는 감각이 두뇌를 펄펄 끓게 만들었다.
가랑이 전체에 방울져서 흘러내린 그녀의 체액이 그의 손가락에 비벼져서 끈적하게 발라지는 느낌은 덤이었다.
“아….아아….”
악다문 입 사이로 침이 살짝 흘러내렸다.
태어나서 한 번도 이런 얼빠진 꼴은 보인 적이 없었지만, 그런 사실에 부끄러워 하기에는 이미 몇십 분째 신음 소리를 참는 행위에서 오는 고통이 먼저 주효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눈가 근처도 수분기가 다분한 것이 조만간 눈물까지 줄줄 흘러 내릴수도 있을 것이다.
눈앞에 거울이 있다면, 틀림없이 죽고 싶을만큼 부끄러웠을 것이다.
남자에게 자신의 몸을 맡겨서, 인간에 가깝지도 않은, 교배 당하는 동물 같은 신음 소리로 헐떡이고 있는 꼴이라니.
“…”
꿈이니까.
꿈이니까 그런 것일 테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 이 몸에 와닿는 감각은 무서울 정도로 현실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쾌락에 몸부림치는 그녀 위로.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
일순 뇌가 멈추는 것 같다.
그 정도의 존재감을 자랑하는 물건이었다.
“…처음 보시나요?”
다우드가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지만.
그녀의 시선은 우뚝 솟은 남근에 가 틀어박혀 있었다.
“…어.”
리루가 저도 모르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니.
“충분히 풀어진 것 같으니, 넣을게요.”
다우드가 실소를 흘리며 그녀에게 하반신을 바싹 밀착했다.
“자, 잠깐. 나, 나 아직 마음의 준비가.”
“리루.”
“어, 어?”
“사랑해요.”
“…!”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아- 하악-!”
리루의 허리가 거세게 튕겨졌다.
다우드 역시 온몸을 전율하듯이 떨었다.
눅진눅진한 육벽이 표피 너머로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으니 그럴 테다.
체온이 엄청나게 올라간 상태에서도 확실하게 느껴지는 열기가 성기로부터 뻗어 나와 전신으로 솟구쳐오른다.
다우드가 한번 찌를 때마다 리루의 질벽은 꿈틀거리면서 부드럽게 그의 성기를 감싸고 있었다. 죽을 것 같으 느끼고 있다는 신호였다.
다시 한번 그가 피스톤질을 하며 허리를 밀어 올리자 히잇, 하는 갸냘픈 신음 소리가 그녀의 앙다문 입으로 흘러나왔다.
이게.
그 부족 연합의 전사다.
자신이건, 남이건, 항상 근엄하고 딱딱하고 난폭한 모습만 보이려고 애쓰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지금 다우드의 몸 아래에 누워서, 온몸을 움찔거리면서, 침과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로, 이를 악물고 신음 소리를 참고 있다.
“읏, 그…”
도저히 소리를 참지 못하게 된 것인지, 리루가 팔을 뻗어 베게를 잡았다.
그리고 얼굴 위에 베개를 올려두고, 양팔로 그것을 꾸욱 눌러 끌어안았다.
그 모습에, 다우드가 하마터면 허파에 있는 공기를 한 번에 터트릴뻔했다.
“리루, 얼굴 보여줘요.”
“싫어…”
“제가 보고 싶어요.”
그렇게 말하자, 리루가 머뭇거리면서도 베개를 감싼 팔을 느슨하게 풀었다.
이에 다우드가 베게를 살짝 내려 그녀의 눈만 드러내었다.
아래로 축 처진 눈꼬리에, 열에 잔뜩 녹은 눈빛과 마주치자, 다우드는 이미 한계까지 오른 사정감이 더욱 고조되는 것을 느꼈다.
“저, 더 이상 못 참을 것, 같으니까ㅡ”
그가 헐떡이며 말을 이었다.
“얼굴, 보여주세요. 보면서, 낼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베게를 슬쩍 집어 올린다. 이번엔 그녀 역시 저항하지 않았다.
탁한 공기가 목 밑에서 뱉어지고, 끓는듯한 액체가 요도를 타고 올라왔다.
리루의 다리가 허리에 꽉 휘감기면서, 그녀의 팔 역시 그의 목뒤를 잡아당기듯이 끌어안았다.
몸 전체로 다우드를 받아 들여주는 것 같은 모습이다.
그의 상체가 그녀의 위로 기울어지고, 리루가 자신의 입을 다우드의 입에 맞춤과 동시에, 자궁구에 닿아있던 다우드의 귀두 끝에서 무서운 기세로 정액이 쏟아졌다.
“아, 으..읏….”
혀가 끈적하게 얽히는 상태에서도, 리루가 가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얕은 신음을 뱉었다.
그의 성기가 자궁구에 닿아 왈칵거리며 정액을 뱉을 때마다 자궁이 덜컥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이 남자가 자신을 사랑해주고 있다.
자신을 원하고 있다.
그런 생각이 잔뜩 흐릿해진 의식 속으로 스쳐지나간다.
그 생각이 그대로 피드백 되고, 그 사실이 가져다주는 충족감, 행복감, 유대감, 그리고 그것들이 전부 혼합된 엑스터시가 전신을 치달린다.
이미 내려올 대로 내려온 자궁이 다시 한번 그의 귀두를 부드럽게 감싼다. 어리광이라도 부리듯이, 아직 모자라다는 듯이 더욱 사정을 재촉한다.
“다, 우드… 다우드…”
진이 잔뜩 빠진 목소리로 그를 부르며, 계속해서 입을 맞춘다. 타액을 정신없이 교환하고, 혀를 얽고, 빨고, 핥아낸다. 전신이 성감대라도 된 것 마냥 민감하다.
그가 살짝 허리를 쓸어내리자 전기라도 통한 것 같은 찌릿거림이 신경을 타고 흘렀다.
“…기분 좋았어요, 리루?”
“응, 으응, 좋았어, 좋았어어–”
잔뜩 늘어진 목소리로, 꿀이 떨어지듯이 그렇게 말한다.
“더, 더 해줘, 조금만 더 부어줘-”
그녀가 그렇게 애원하며, 자신의 질구에서 뽑혀나오는 다우드의 남근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처박고 냄새를 맡고 싶다.
혀로 정신없이 훑으며 맛을 보고 싶다. 자신이 저것에 봉사함으로서 기뻐해 줬으면 좋겠다. 정성껏 어루만져서 기분이 좋아 움찔거리면 뿌듯할 것 같다.
정액을 뿌려줬으면 한다. 자신을 물건처럼 다루면서 목구멍에 쑤셔 넣고, 좋을대로 정액을 흘려 넣어도 좋다.
얼굴에 뿌려주는 것도 소유물로서 마킹당하는 느낌이라 좋다.
뭐든지 좋아, 나에게 저것을 줘, 부디, 제발…
애타는 목소리로 그렇게 애원했지만.
“…그건 힘들 것 같은데요.”
그런 대답이 쓴웃음과 함꼐 돌아왔다.
“왜, 왜에- 나, 나 이렇게, 좋은데,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빨리이-”
“리루.”
다우드가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 아침이에요.”
꿈은.
거기서 끝났다.
●
“…”
아침해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도 들린다.
그런데 왜 이렇게 몸이 찌뿌드드하담.
뭔가 엄청… 뭐냐.
기분 좋고 찝찝하고 괴상한 꿈을 꾼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한 리루가 자리에서 일어나려했다.
질퍽- 하는 소리가 하반신에서 들리지만 않았어도 그리 했을 거란 소리다.
“…”
리루가 굳은 표정으로 침대를 내려다보았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뭐.”
이어서.
이불을 슬쩍 들춰본 그녀가 얼굴 전체를 시뻘겋게 붉혔다.
젖어있다.
전부 다. 시트까지.
어디서 흘러나온 ‘액체’ 때문에 젖었는진, 대단히 명약관화했다.
이어서.
“뭐, 뭐야 이거-?!”
여명을 깨부수는 것 같은 고함이, 그녀의 방 안으로 고래고래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모습을.
천장에 붙어있던 푸른 악마가 킬킬거리며 지켜보고 있었다.
[기분 좋았나요, 리루? 아니, 어젯밤에 궁금하다고 하셔서.]“…”
[제가 만들어드린 ‘당신의 이상형 타입’ 다우드 씨는 어때요? 좋아하신 것 같기는 한데.]“너, 너어어-”
[보자. 그러니까 분명히, ‘더, 더 해줘, 조금만 더 부어줘’라고 하신 것만 봐도-]“닥쳐어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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