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14)
r 13 – 13. 더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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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자고 그런 일을 하셨어요?”
“응?”
마지막 스테이지 진입 전에 몸을 풀고 있자니, 엘리야가 그런 말을 던져왔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그런 말을 던지는걸 보니 본인도 보통 당황한 게 아닌 모양이지.
“선생님 실력이 좋은 건 알겠는데, 그래도 역대 기록에 도전할 정도였던가요…?”
“응.”
“…”
당연하다는 듯이 나온 대답에 엘리야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입만 뻥끗거렸다.
“…자신감 대단하시네요. 그럴만한 이유라도 있나요?”
그거야 당연히 있지.
일단 인조 던전의 마수는 패턴이 거의 일정해서 나 정도 되는 수준이라도 암기한 타이밍을 통해 급소를 노리기 쉽다는 점이 있다.
그 정도 타이밍 맞추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콘라드다. 준비는 끝났나?]“한참 전부터요.”
[좋아. 마지막 구간에서는 난이도 설정이 가능하다. 높은 난이도일수록 점수에 가점을 받으니-]내가 자신이 있다는 점은 이거다.
“최고 난이도로 부탁드립니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다가, 안내 음성 건너편에 있는 상대방이 느닷없이 바뀌었다.
[듣자듣자 하니까. 신입생이 패기가 좋은 건 알겠는데, 이건 너무 지나치거든요?! 내기에 져봤자 벌칙도 없는데 뭐하러 이렇게까지…! 최고 난이도는 사실상 실전이에요!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구요!]목소리를 들어보니 페르시다.
화난 목소리긴 해도 아무튼 걱정해주는 걸 보니 참스승은 참스승이다만.
“예. 뭐. 알고 있는데요.”
그래. 그렇게 세팅해두면 마수들이 명확하게 ‘죽이려는’ 목적으로 달려들지.
“그래도 그게 아니면 의미가 없거든요.”
[…예?]“그거보다 쉬운 건 힘 쓸 가치도 없으니까.”
[…]상대방이 어안이 벙벙한 기색으로 입을 다무는 모습에 피식 웃는다.
오히려 그러니까 부탁하는 거다.
난 그쪽이 더 쉽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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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것까지 들어줄 필요가 있나요?”
“뭘 새삼스럽게. 우리가 신입생 때도 이 난이도로 진행하지 않았나?”
“콜로세움에서는 아니었어요. 여기는 진짜로 죽을 수도 있었으니까.”
페르시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인공 던전의 마지막 구간인 콜로세움은 무한히 소환되는 적을 최대한 많이 쓰러트리는 방식이다.
바꿔말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많은 마수가 소환되는 통에 난이도를 함부로 올렸다간 정말 대책없이 위험해질 수 있단 소리고.
“본인이 아무 자신도 없이 그런 말을 꺼냈겠나. 좀 두고 보자고.”
“지금까지 진행한 모습을 쭉 보고 하는 소리에요. 이 학생 정말 고평가해도 되는 것 맞아요?”
페르시가 팔짱을 끼고 불만스럽게 말했다.
“이능 적성도 없고, 전투 기술도-”
“-엉망이고. 그렇지. 너도 똑같이 속네.”
“예?”
콘라드가 피식 웃으면서 내놓은 대답에 페르시가 황망하게 반문했다.
“일단 두고 보라고. 정말 위험하면 우리가 들어가서 구해주면 되니까.”
그런 말이 이어지는 사이, 이미 화상 화면에 잡히는 두 명의 신입생은 콜로세움 안쪽으로 진입한 뒤였다.
사방에서 인공 마수가 쏟아져내리며 원형으로 그 두 명을 압박하는 모습을 본 페르시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최고 난이도답게 이전과는 기본적인 행동부터가 다르다. 살기등등한 마수들의 모습은 담 약한 학생이라면 마주치기만 해도 겁을 집어먹겠지.
‘무리나 안 해줬으면 좋겠네…’
페르시가 방금 대접받은 차를 호록거리며 그렇게 생각했다. 걱정되는 일이 있을 때마다 일단 뜨거운 차부터 찾는 것은 오래된 버릇이었으니까.
그녀와 콘라드가 같이 세운 기록은 제한 시간 동안 50개체를 사냥한 것이었다. 신입생 기준으로는 가히 초월적인 기록이리라.
그런데 저 호기로움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그 기록을 깨겠다고 객기를 부릴 것 같은 느낌이라 불안하기 짝이 없다.
물론.
그 불안은, 다우드 캠벨이 첫 번째 마수와 조우한 시점에서 곧바로 날아갔지만.
-!
-!!!
그가 휘두른 검에 마수 한 마리가 ‘산산조각’ 나는 것을 본 그녀가 입을 떡 벌렸다.
“뭐, 뭐야?!”
그런 말을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그녀를 본 콘라드가 옆에서 낄낄거렸다.
차라리 일격에 베었다고 한다면 이만큼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정도야 솜씨 있는 전투원이라면 누구나 곧잘 해내는 거니까.
하지만, 검을 휘두른 주제에 무슨 거대한 망치에 얻어맞은 것처럼 아예 박살이 난다고?
절묘한 타이밍에 휘두른 게 급소에 직격한 덕분에 일어난 현상이겠지만, 대체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거 봐. 처음 보는 놈들은 다 속는다니까.”
밉살스럽게 한 문장 얹는 모습이 평소라면 뭐라고 면박이라도 줬을 모습이겠지만, 페르시는 거기에 대해 뭐라고 할 여유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눈앞의 상황이 충격적이었으니까.
“아니, 아니, 아니-! 저게 말이 되요?! 방금 전까지 아무것도 없던 인간이 느닷없이-!”
“아무것도 없던 게 아니라, 그리 보이도록 만들고 있었다는 생각 안 해봤나?”
“…”
페르시가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충격을 느끼며 다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의 시선이 이어서 패널에 기록되어 있는 저 두 명의 통과 기록쪽에 머물렀다.
올해는 물론이고 근 몇 년 동안의 신입생 기록을 뒤져봐도 단연 따라올 자가 없는 독보적인 수치.
머릿속으로는 방금 전 저 학생이 꺼내놓은 문장이 멤돌고 있었다.
-그거보다 더 쉬운 건 힘쓸 가치도 없으니까.
그거, 허세가 아니라 진심이었나.
이런 기록들조차, 저 남자에겐 그저 심심풀이 수준이었나.
“…당신이 흥미를 가질만하네요, 콘라드. 얕봤던 건 제 안목이 좁았던 탓이에요.”
“나무랄 생각은 없어. 나도 미리 한 번 본 게 아니었다면 껌뻑 속았을 테니까.”
실제로 교수진조차 용사와의 대련에서 본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단 하나도 주목하지 않았던 인간이니까.
“하지만 그래도 이 이상 기록을 세우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에요. 콜로세움은 특성상 가면 갈수록 더 강한 마수가-”
페르시가 문장이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도중에 뚝 잘렸다.
두 번째 마수 웨이브에 나온 마수 역시 방금 전과 똑같이 다우드의 검에 산산조각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겠지.
‘…어?’
그녀가 머릿속으로 그런 의문을 흘렸다.
이어지는 상황도 뭔가 그녀가 알고 있는 상식도 같이 산산조각나는 모습이었다.
두 번째 웨이브를 정리한 뒤에 나오는 세 번째 웨이브에도, 똑같이 일격에 박살.
계속, 계속, 계속.
똑같은 페이스로. 상대가 아무리 강해져도 항상 같은 결과로.
‘…’
마수란 게 저리 쉽게 때려잡을 수 있는 거였던가?
콘라드와 그녀가 역대 기록을 갱신할 때조차 저런 방식으로 하지는 못 했다.
마치, 잡초라도 베어내듯이.
전투가 아니라 단순 반복 작업이라도 하는 것처럼.
옆에서 분전하고 있는 용사 후보조차 무색해질 정도로 어이가 없을 정도로 쉽게.
분명히, 웨이브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점점 더 강해지는 특성일 텐데, 왜 아까 전과 똑같은 상황이지?
시스템에 버그라도 생겼나?
‘…아니, 아니야.’
그런 게 아니다.
그런 시시한 것이 아니다.
이어지는 화면 속 영상을 보면 볼수록, 그런 느낌도 점점 구체화 되고 있었다.
‘같이 강해지고 있어.’
상대방이 빠르고 강해지면, 저 다우드 캠벨이란 남자도 같이 빠르고 강해진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손을 부들부들 떠는 사이, 패널에 기록되고 있는 마수들의 사망 카운터는 엄청난 속도로 적립되고 있었다.
시작 후 1분 만에 10개체가 넘게 사냥되었다.
제한 시간 절반을 썼을 때, 이미 콘라드와 페르시의 기록은 깨진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다우드 캠벨의 속도는 느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빠르게.
상대방이 강하면 강할수록 자신 또한 더욱 강해진다는 듯이.
그리고, 그렇게.
모든 시간이 지났을 때에는.
누군가의 숨소리조차 크게 들릴 정도의 적막이 사방에 깔려있었다.
[ 축하드립니다! 믿기지 않는 위업! ] [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셨습니다! ] [ 다우드 캠벨 & 엘리야 크리사낙스 듀오는 총 100마리 사냥에 성공했습니다! ]페르시가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이 툭 떨어지며 바닥에서 산산조각났다.
하지만 근처에 있는 그 누구도 그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모두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기록을 바라보고 있었으니.
“브라보.”
적막한 실내 안으로는, 얼굴에 사나운 미소를 띄운 콘라드의 박수 소리만이 울려 퍼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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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괜찮네.”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그렇다.
특성은 원래 실전 경험에서 잘 쌓이는 편이니까 트리스탄류 검술의 숙련도도 확 뛰어오른 것부터가 그렇지.
“괜찮다는 수준이에요, 이게?”
옆에 있던 엘리야가 이마를 쓸어넘기며 그렇게 말했다.
왜 핀잔을 주고 그러냐.
“아니, 이게…”
녀석이 손에 들려있는 서류를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뿌듯한 표정의 콘라드와 넋이 나간 표정의 페르시가 와서 전해주고 간 물건이었다.
적힌 건 엘판테의 ‘비전 창고’의 물품 1개를 선택해서 대여해 주겠다는 내용이고.
“비전 창고면, 황가에서 요청해야 겨우 열리는 급 아닌가요…?”
“그러니까 여기서도 대여해준다고 적어놨겠지. 아예 수여한다고 하면 문제가 생기니까.”
침착한 어조로 그렇게 답한다.
물론, 말도 안 되게 빠르게 받긴 하는 거지만.
비전 창고 개방 자체는 게임 전체를 뒤져도 두 번 밖에 없는 이벤트다.
둘 다 시나리오 한참 뒤에 일어나는 주요 사건을 해결한 뒤에나 가능한 일이지. 적어도 신입생 때 받을 수 있는 건 절대 아니다.
여기에 마도학부의 수장인 페르시에게 ‘뭐든지 요구할 수 있는’ 권한 1번이라…
‘진짜로 괜찮은데?’
이건 고인물인 내 기준으로도 굉장히 준수한 스타트다.
“…”
그런 생각을 곱씹고 있자니, 엘리야가 묘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전부터 느끼는 건데, 선생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침착하네요?”
“어?”
“뭐든지 미리 알고 있었다, 뭐든지 이미 계획하고 있었다, 예상된 일이다, 뭐 그런 분위기를 항상 풀풀 풍기고 있는데 말이죠. 흐음…”
녀석이 그렇게 말하며 턱을 쓰다듬었다.
뭐야?
“음, 그래요. 그럼 서프라이즈 하나 정도는 준비해둬야겠네.”
“…뭐?”
“꾸미는 게 있단 소리죠. 사실 원래도 생각하고 있긴 했는데, 방금 모의 전투 하면서 더 확실해졌어요. 지금 어떻게든 침 안 발라두면 조만간 여기저기서 채갈 것 같으니까.”
“…”
뭐라는거야?
어이없다는 눈길로 엘리야를 바라보고 있자니, 녀석이 씩 웃으면서 주먹을 내밀었다.
“…뭔데?”
“어, 주먹인사. 남자들은 친구랑 다 이렇게 하지 않나?”
“…”
새삼 느끼지만.
이 녀석은 원작에서처럼 친화력이 좋은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묘하게 엉성한 부분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주먹을 맞닿자, 녀석이 환하게 웃으면서 후다닥 달려갔다.
“그럼, 내일 봐요 선생님! 숙소로 편지 하나 갈 거에요!”
“…”
니가 그렇게 말하니까 좀 불안한데.
애초에 내일 보자고 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 기프트 관련 인물 알람 >▼ 엘노어
[ 신뢰 5단계 ] [ 신뢰도 상태 변화에 근접했습니다! ] [ 중요 인물입니다. 상태 변화 성공 시 특별한 일이 벌어집니다! ] [ 관련 이벤트 발생까지 D-1 ]▼ 엘리야
[ 호기심 5단계 ] [ 아직은 보상 수령이 불가능합니다! ] [ 신뢰도 상태 변화에 근접했습니다! ] [ 중요 인물입니다. 상태 변화 성공 시 특별한 일이 벌어집니다! ] [ 관련 이벤트 발생까지 D-1 ]내일이 바로 그 날이다.
메인 퀘스트와 인물 이벤트가 동시에 겹쳐서 일어나는 날.
‘원작 생각하면 이때 별 일 일어나지 않기는 하는데…’
내가 기억하는 환영회의 메인 퀘스트라고 해봐야 ‘마수 소동’ 수준밖에 없다.
하지만 거기에 인물 이벤트가 두 개나 엮여있다면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지.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나.”
생각에 골몰하고 있는 사이 그런 질문이 날아왔다.
그래서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온몸으로 흉물스러운 기색을 뿜어내고 있는 엘노어가 있었다.
“…”
“…”
뭐야.
이 사람 왜 이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이지만, 미간에 살짝 진 주름이나 눈꼬리가 파들거리는 걸 보니 진짜 엄청 화난 상태다.
“둘이서 오붓하게 좋은 시간 보냈나보군. 저 엘리야란 신입생이 마음에 드나?”
“…”
그러니까, 뭐냐.
절체절명이 안 켜지는 걸 보니까 날 어떻게 해하려는 생각은 없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뭔가 여기서 달래주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은 느낌이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그, 뭐냐, 학생회장님?”
“뭔가.”
“보고 싶었습니다.”
“…”
엘노어가 입을 다무는 순간, 내 머릿속으로 가상의 사전에 있는 존재하지 않는 글귀가 스쳐지나갔다.
진짜 눈치 개같이 없다 – 다우드 캠벨 같다의 동의어.
그 고압적인 학생회장한테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먹힐 리가 없지 않나.
“…그런가.”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는 전보다 훨씬 누그러져 있었다.
기분탓인지 표정도 풀린 기분이다.
‘…어라?’
먹혔어?
이게?
이런 뭣도 없이 내뱉은 엉망진창의 문장이?
내가 그렇게 당황하고 있는 사이, 엘노어가 팔짱을 끼면서 뾰로통한 기색으로 말했다.
“저 신입생과 있는 사이에도 내가 계속 보고 싶었다는 뜻이겠지?”
“…”
그런 뜻까진 아닌데.
“아, 오해하지 말게. 남녀 관계적인 의미가 아니라… 흠. 우정의 의미로 말한 거니까. 우린 아직 그럴 관계까진 아니니 말이네.”
“…”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예, 뭐.”
“그럼 되었네. 우선 순위만 똑바로 기억해두게.”
“…”
무슨 우선 순위.
무슨 말인데 그게.
“뭐, 여기까지 온 김에 미리 전달해두지. 원래대로는 내일 전해주려고 했던 것이네만.”
그렇게 말한 엘노어가 나한테 편지 하나를 내밀었다.
이건 또 뭐야?
“…꼭 사람이 없는 곳에서 열어보게. 그럼.”
그런 말을 남긴 엘노어가 휭- 하고 사라졌다.
이걸 건내준게 어지간히 부끄럽다는 기색이었다.
“…”
뭔데 대체?
엘리야도 그렇고 엘노어도 그렇고 갑자기 뭔 편지를 준다는 건지 모르겠다.
빨리 가서 열어봐야지.
●
“차라리 열어보지 말걸.”
다 죽어가는 노인네처럼 그런 소리를 피워올린다.
책상에는 엘리야의 편지와 엘노어의 편지가 각각 개봉되어 있었다.
적혀있는 내용은 똑같지.
내일 있을 신입생 환영회에서 자신의 ‘파트너’가 되어 달라는 내용.
“…”
사실 파트너가 되는 것 자체는 그리 큰 일이 아니다.
그냥 행사 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같이 한 번 놀자는 얘기니까. 말하자면 데이트다.
문장 자체로만 보면 풋풋하기 그지없는 이성 교류의 현장이지만, 이거 원작 게임에서도 있던 이벤트다.
거절한 쪽의 호감도가 대폭 하락하며, 나중에는 관련 시나리오를 진행할 때 가혹한 수준의 페널티가 들어온다. 사실상 그거 진행할 때는 죽었다고 봐도 될 정도로.
그래서 원작에서도 보통 ‘우회’할 수 있는 인물 둘 중 하나를 고르게 하는 편이다. 적어도 감당은 할 수 있을 정도의 인물로 선택지를 주지.
“…”
그런데 하필이면 나는 관련된 인물이 주인공이랑 최종 보스란 말이지.
어느 걸 선택해도 기다리는 건 지옥밖에 없는 느낌이다. 둘 중 하나라도 적으로 돌리면 내 목숨따윈 바람 앞의 등불이니까.
이벤트를 회피할 수도 없다. 이전에 말했듯이, 이건 ‘메인 퀘스트’가 걸린 장소다. 참석 안 하면 높은 확률로 게임 오버지. 죽음 직행이다.
양쪽 다 거절해? 그럼 양쪽에게 페널티가 쌓일 뿐이다. 그것도 죽음 직행.
진퇴양난. 사면초가.
다우드 캠벨 일생일대의 위기다.
아니, 차라리 진짜 데이트라고 한다면 양자택일 상황에서 죽을 위협 받는 게 억울하지라도 않지.
애초에 지금 상황에서 이 두 명이 진지하게 데이트를 하자고 이런 걸 찔러 넣었을 리가 없지 않나. 체크된 신뢰도 상태도 ‘호기심’이나 ‘신뢰’ 수준이다. 무슨 애정 같은 게 아니라.
차라리 흥미 본위라 보는 편이 맞겠지.
‘그렇다고 손 놓고 죽을 순 없잖아.’
이 악물고 머리를 쥐어 짜낸다.
떠올려라, 다우드 캠벨.
양쪽 다 상처 입히지 않고, 내 목숨도 구해낼 수 있을 방법을, 뭐라도 좋으니까…!
“…어.”
그 때.
머릿속으로 계획 하나가 떠올랐다.
파탄 나면 무조건 죽지만, 성공한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든 넘길 수 있을 것 같은 계획이.
“…”
좀 쓰레기 같긴 하지만.
사실상 유일한 활로는 이쪽이다. 걸린 건 내 목숨이고, 나도 선택지가 없다…!
눈을 감고 머리를 팽팽 돌린다. 이벤트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를 탈탈 털어서 계획을 수립 해본다.
“…할만한데?”
어.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데?
“…”
생각해보니까 어차피 어느 쪽을 고르건 사실상 죽은 거잖아.
그러면, 뭐냐.
“…둘 다 만날까?”
양쪽에 안 들키기만 하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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