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152)
r 151 – 151.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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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모르겠군요, 각하.”
여전히 살벌한 분위기의 엘노어가 그런 말을 꺼내놓았다.
사실, 느닷없이 전쟁이라는 말을 툭 떨어트리면 이해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냐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
하지만.
맞는 말이다.
정확히는 엘노어 때문이 아니라, 이번에도 엘노어가 품고 있는 존재 때문에 생겨나는 일이지만.
“아탈란테 총장도 그렇고, 부족 연합의 대족장도 그렇고. 최선을 다해 사실을 은폐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만.”
설리번이 곧바로 평탄한 목소리로 문장을 이었다.
“사람 귀와 눈이라는 건 어디에든 존재하는 법이죠. 엘판테, 투쟁의 용광로. 두 장소에서 당신이 있던 시기와 겹쳐 악마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까딱 잘못했다간 주변으로 전부 번져 나갈 정도로요.”
“…”
엘노어가 그 말에 눈을 살짝 크게 밀어 올렸다.
“…악마라고 하셨습니까, 각하?”
“악마요, 트리스탄 공녀.”
잠깐만.
그 이상 가는 건 좀 위험한데?
지금 엘노어가 품고 있는 게 악마의 조각이라고 밝히는 건 내 계획에 큰 변수로 다가올 수도 있으니까. 못해도 5 챕터는 가서 밝혀져야 안전하다.
그래서 그쪽을 제지하려고 입을 열려고 하니.
그 사이 나를 돌아본 재상님이 이내 엘노어에게는 안 보이는 각도에서 윙크한다.
마치 거기까지는 말하지 않을 테니 안심하라는 것처럼.
“…”
눈을 가늘게 뜨며 설리반을 바라본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사람, 진짜로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정말로 이전에 오랫동안 붙어있었던 것처럼.
“…저는 악마와 관련된 존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합니다만, 각하.”
엘노어가 딱딱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설리번이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당신이 정말 그쪽에 연루 되었는지 아닌지는, 솔직히 중요한 사실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그것 때문에 촉발되는 ‘사건’이 문제죠.”
간단한 이야기다.
악마는 그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대륙 전체에 파문이 갈 만큼 커다란 재앙을 몰고 왔으니까.
당장 제국 최강의 전력인 가디언들이 그 목숨을 걸고 조기에 틀어막은 적야 사태조차, 하룻밤 만에 도시 몇 개가 잿더미로 사라진 제국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될 정도니까.
그러니, 악마의 권능이 물질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 대륙 전체가 혼돈의 도가니에 처박힐 거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그 사실을 반길 위정자들은 별로 없죠. 지금 대륙의 균형은 대단히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이권을 위해 다른 쪽을 침략하는 것 역시 허황된 이야기도 아닙니다.”
틀림없이, 민심이 진정되지 않고 혼란에 빠져든다면 그럴 ‘기회’도 많이 생겨날 거고.
그럴 마음이 없었던 이들조차 눈앞에 완벽한 기회가 생긴다면 마음을 고쳐먹는 것 정도는 그다지 가능성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즉. 정말로.
설리번이 말하는 ‘전쟁’의 위협은, 공상이 아니라 실재다.
“거기서 아까 말씀드린 게 이어지는 겁니다.”
악마에 대한 공포로서 전 대륙이 요동치게 된다면, 그 해결책 또한 간단하다.
그 악마들과 유일하게 균형을 맞춰갈 수 있는 존재 또한 그 모습을 드러내면 된다.
역사 속에서, 유일하게 ‘모든 악마’들과 전투를 벌여 동수를 이뤘던 인간.
“…용사 선발.”
페이놀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설리번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용사는 선발되는 게 아니라 점지되는 것이라고들 하지요. 아무리 누가 용사라고 주장해도 그 권위는 본인이 인정하는 게 아니니까요.”
성황국에서 보관 중인 초대 용사의 성검.
오직 그 물건에게 인정받은 자만이, 모든 이들에게서 진정한 용사라고 인정받는다.
“하지만 지금은… 억지로라도 그런 사람을 만들어내야 할 겁니다. 성검의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이쪽이 악마에게 대항할 수 있을만큼 강한 인간이라고 주장할 수는 있을 정도의 인간을.”
“…억지로 만든다고 하는 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엘노어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용사라고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성검을 들고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텐데요. 안 그러면 대중들도 믿지 않을 겁니다.”
“억지로라도 쥐어야죠. 쓰는 모습이 필요하다면.”
엘노어가 입을 쩍 벌렸다.
감정 표현이 드문 이 사람치곤 대단히 격한 반응이었지만, 그럴만 한 소리다.
성검의 인정을 받지 못한 자가 성검을 만질 때의 리스크는 간단하고 직관적이다.
‘…죽지.’
그 목숨을 잃는다.
감당할 수 없는 힘에 접근한 대가로 온몸이 부서져 버린다.
즉, 지금 재상은.
“…수천, 수만, 수십만, 그런 인명들이 스러지는 것보단, 차라리 잘 짜인 정교한 사기극을 보여주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전쟁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희생양’을 만든단 소릴 하고 있는 거다.
“…제국 수뇌부도 이미 동의한 이야기입니다. 이러니 제가 당신을 비난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죠, 트리스탄 공녀.”
설리번이 황금색 눈동자를 빛내며 엘노어를 노려보았다.
“전부 당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
묵직한 침묵이 주변으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사이로.
나는 가슴 안에 소울 링커를 다시 만지고 있었다.
이 아카데미 안에는, 이미 ‘용사 후보’로 간택된 녀석이 있다.
만약 ‘용사 선발’이 있다면 반드시 차출될 녀석이.
“…”
피가 나오도록 이를 꽉 악문다.
이래서, 소울 링커를 빼둔 거다.
내가 악마 비슷한 것으로 변했을 때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 칼리반의 유일한 역린이 그쪽이니까.
유일하게 남은 혈육을.
‘…제물로 쓸 수도 있단 소리잖아.’
나라면, 도저히 못 견딜 이야기다.
“…”
그나마 다행인 건, 녀석이 지금 엘판테에 없고 투쟁의 용광로에 체류하는 중이라는 것 정도다.
조금이라도 녀석을 멀리 떨어 트려놔야 메인 퀘스트인의 시작 지점이 지연될 테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내가 대비를 충분히 시간을 들여-
[ System Message > [ 대상 ‘엘리야’ 관련 이벤트가 곧 생성됩니다! ]“…”
시스템님. 제발.
눈치 좀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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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판테다아아아-!”
기차에서 폴짝 뛰어내린 엘리야가 양팔을 쫙 펼치며 외쳤다.
“뭘 그렇게 좋아하냐. 떠난 지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다만, 그 말에 퉁명스럽게 돌아오는 대답은 있었다.
하지만, 엘리야는 웃는 얼굴에서 표정 하나 안 바꾸고 그대로 빙글 돌았다.
몇 주간 지내며 이미 체험으로 알고 있으니까.
이 사람, 항상 말만 퉁명스럽게 하지 따지고 보면 엄청 좋은 사람이라는 것.
생각보다 대단히 여리기도 했다.
“선생님이 보고 싶어요! 거의 한 달은 못 본 것 같은데!”
“…그런 말은 좀 조용히 하지 그래. 부끄럽지도 않아?”
“어, 리루도 선생님이 보고 싶지 않으셨나요?”
“개뿔이.”
리루 가르다가 코웃음을 치며 그렇게 말하자, 엘리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을 돌렸다.
거기엔 리루가 소중하게 양팔에 끌어안고 있는 상자가 있었다.
“그거, 선생님한테 줄 선물 아닌가요? 오는 내내 엄청 소중하게 안고 계시던데.”
엘리야가 리루가 들고 있는 꾸러미를 가리키자,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그걸 뒤로 휙 숨겼다.
“서, 서, 선물은, 무슨! 내가 그런 거나 준비할 사람으로 보여?!”
“…”
우와.
진짜 알기 쉬운 사람이네.
엘리야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리루에게 슬금슬금 접근했다.
이 사람이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경우는 한 가지뿐이다.
선생님과 관련해서 무슨 이야기만 나왔다 하면 마치 좋아하는 소녀를 들킨 남자애처럼 행동하는 게 리루였으니까.
“저한테만 살짝 알려주세요. 소문 안 낼 테니까. 뭐에요?”
그리고 요근래 리루와 지내면서 한 가지 알아차린 건, 이 사람이 생각보다 놀려먹기 대단히 쉬운 사람이라는 것.
특히, 지금처럼 리루와 그녀 사이에 아주 끈끈한 연결점이 형성되어 있는 상태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거,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항이었으니까.’
물론 이전에는 그녀의 친구들과 리루 사이에 다툼도 있었고, 선생님한테 꼬리치는 인간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이래저래 마찰이 있었다만.
대족장을 맡고 있는 카사 가르다에게 잡혀서 지옥처럼 구르는 사이, 리루와 그녀 사이에는 거의 전우 비슷한 감정이 싹 튼 지 오래다.
“…선물 같은 거 아니라니까.”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사이, 리루가 퉁명스럽게 그리 대답했다. 심지어는 들고 있는 꾸러미를 뒤로 휙 숨기는 것 아닌가.
어라. 평소보다 훨씬 완고하다.
원래는 이렇게 살살 꼬시면 항상 어찌저찌 넘어오곤 했는데.
‘…그 부분에선 유리아 씨와 비슷한가?’
이쪽도 그렇고, 그쪽도 그렇고, 동갑내기 동성 친구 하나 없는 협소한 인간 관계를 자랑하는 인간들이라.
은근히 우정 어택으로 막무가내처럼 밀어붙이면 잘 넘어온단 말이지.
그러니까, 여기서는.
“얍.”
엘리야가 재빠르게 리루 뒤쪽으로 돌아가 꾸러미에 손을 뻗쳤다.
동작이야 가벼웠지만, 속도는 기절초풍할 수준이다. 이전에도 근접전에서는 두각을 드러내는 인간이었으니, 대다수의 인간은 속절없이 당하겠지만.
“엑.”
엘리야가 틱 밀려났다.
리루에게 이마를 강하게 밀쳐졌으니까.
‘…뭐냐구, 진짜.’
엘리야가 불공평하다는 기색으로 입술을 삐죽였다.
카사 밑에서 리루와 친선 대련을 하면서 여러 번 느낀 거지만, 리루는 참으로 괴상한 능력을 가진 게 분명했다.
마치.
몇 초 앞의 ‘미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대처해버리는 경우가 잦다.
방금도 절대 예상하지 못 한 움직임이 분명했을 텐데도, 그 몸 ‘안에서’ 리루를 도와주는 것이라도 있는 것처럼.
‘…이 사람이나 나나, 진짜 말도 안 되는 능력을 달고 오긴 했네.’
따지고 보면.
그녀가 카사 아래에서 ‘개방’한 능력은 더한 수준이긴 하다.
엘리야가 오른 눈에 차고 있는 안대를 쓰다듬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딱히 눈을 다치거나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안대 없이 주변을 둘러보면 머리가 너무 아프다.
받아들여야 할 ‘정보량’이 너무 많아지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얼굴을 붉힌 리루가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적당히 좀 해, 너! 진짜로 세게 때린다!”
“…”
사람 참 좋다.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심한 말 하나 안 하고 때리겠다고 위협만 하다니.
예전에 자기 조금만 수틀려도 주먹부터 나가고 보던 그 사람 맞나, 이거.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렇게 성격이 바뀔 수도 있구나.”
“그러니까 왜 자꾸 나하고 그 녀석이랑 엮으려고…!”
“리루가 누구 좋아한다고는 한 마디도 안 했는데요?”
“…!”
메롱, 하고 혀를 내민 엘리야가 거의 귀에서 스팀을 내뿜기 직전인 리루에게서 뒷걸음질 쳤다.
‘…아, 정말이지.’
엘리야가 속으로 낄낄거렸다.
사실, 예전이라면 이런 농담조차 못 했을 것이다.
선생님 근처에 다른 여자가 다가온다는 사실만으로도 노심초사했겠지.
이 ‘눈’을 얻은 뒤로는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고 해야 하나.
여러 의미로.
“그럼, 늦은 시간이지만 선생님부터 보러 갈까요!”
그녀가 활기차게 말하며 오른 눈에 차고 있는 안대를 쓰다듬었다.
뭐가 어찌 되었건, 그녀가 투쟁의 용광로에서 카사에게 훈련을 받은 이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니, 적어도 뭐가 달라졌는지 정도는 빨리 다우드에게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런 계획은 시작부터 난항을 빚고 있는 게 분명했다.
“…재상과 함께 있다구요?”
엘리야가 그렇게 질문하자, 사감실에 앉아있던 오필리아 경이 늘어지는 목소리로 답했다.
“으응- 그렇다고 하네- 하루 종일 안 보이길래 뭐 하나 했더니 지금 그쪽에 붙들려 있는 모양이더라구-”
아니, 애초에 재상쯤 되는 사람이 아카데미에는 무슨 일인데?
다우드는 또 무슨 용건으로 붙들어 놓는 거고?
엘리야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리루 역시 난감하다는 기색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어쩔 수 없지. 그런 자리에 가 있으면 나중에 찾아갈 수밖에-”
“아니요, 그럴 수는 없죠.”
엘리야가 강한 어투로 문장을 끊자, 리루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아주 강한… ‘직감’이 들거든요. 지금 선생님한테는 제가 꼭 필요할 것 같다는 느낌이.”
“…”
그건 또 무슨 느낌이란 말인가.
리루 자신한테 성격이 바뀌니 어쩌니 했는데, 이 녀석도 변한 건 매한가지다.
활달하고 사교성 좋은 건 이전과 똑같지만.
특정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고집’이 세졌다고 해야 하나.
절대 타협하지 않는 부분이 생긴 느낌이다.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반드시 저지른다고 해야겠지.
이어지는 문장만 봐도 그럴 것이다.
“난입합시다!”
“…”
리루가 머리를 징징 울리는 통증에 관자놀이를 지긋이 눌렀다.
확실히, 권성의 훈련으로 엘리야가 달라진 사람이 된 건 분명해 보였다.
‘…미친년 아니야, 이거.’
이런 정신 나간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이는 걸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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