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156)
r 155 – 155. 재회
●
“…흐음.”
트리샤가 콧숨을 길게 내쉬며 자신의 단짝을 바라보았다.
엘리야와 그녀가 마주한 기간이라면 그렇게 길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건 있었다.
연애에는 아주 가열찰 정도로 쑥맥이라는 것.
그렇다면, 지금 이 태도는 뭔가.
“…뭐라고 했어, 엘리야?”
“음? 아니, 리루를 도와줘야겠다고.”
이상하네.
이게 얼마 전까지 선생님 근처에는 다른 매력적인 여자들이 즐비하니까, 자기를 돌아볼 리가 없다고 불안에 떨던 녀석이 맞나.
언제나 다우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면 무시무시할 정도로 요동치던 감정이, 지금은 대단히 평온하다. 마치 잔잔한 호수의 표면을 보는 것 같다.
“…리루라면, 그 사람이지? 그 난폭한 여자.”
트리샤가 턱을 쓰다듬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적어도, 트리샤가 마지막으로 그녀에 대한 정보를 들었을 때는 다우드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게 명백한 인간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을 도와주겠다고?
“…”
무슨 바람이 분 거야?
애초에 뭘 도와주겠다는 거고?
“음… 리루가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게 분명하거든.”
엘리야가 안대를 쓴 눈을 쓱쓱 문지르며 씩 웃었다.
“아마, 선생님한테 아주 중요한 고백이라도 하려는 모양인데.”
“…그걸 너한테 말 해줬어?”
“말은 안 해도 엄청 긴장한 게 눈에 뻔히 보이니까. 속으로는 계속 뭘 감추는 것 같고.”
“보인다고?”
정황상 눈치를 챘다는 식으로 쓰이는 말은 아니다.
이어지는 말만 해도 트리샤의 직감은 정확했다.
“응. 감정 같은 거는 대충 눈에 보이던데?”
“…”
“막 뭔가… 술렁이는 게 보여.”
트리샤가 입을 쩍 벌렸다.
그녀가 가진 ‘감정을 보는 눈’은 신성력과 상호작용하면서 그녀가 일깨운 능력이다.
정확히는, 사제 중에서도 대부분의 사람이 일정 경지에 오르면 특수한 능력을 얻게 되지만, 그중에서도 트리샤의 눈은 대단히 강력한 축에 속한다.
거의 상대방의 생각을 읽는 능력에 준하는 능력이니.
그런데.
그런 걸 엘리야도 덜컥 얻어왔다고?
“…가, 감정이, 눈에 보인다는 거야, 엘리야?”
“아니, 그냥 감정을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고. 몸 안에… ‘안 좋은’ 걸 품고 있는 사람들만 보여. 아주 강렬한 감정을 품을 때만.”
“안 좋은 거?”
“그게 뭔지는 말하면 안 된대. 여기저기에 적을 만들게 될 거래.”
“…”
고개를 갸웃거리는 트리샤의 모습에, 엘리야가 손을 휘휘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애초에, 어떻게 모든 사람의 감정을 볼 수 있겠니. 그런 걸 가지고 있으면 근처 사람들 만나기도 힘들 것 같아-”
“…”
“사람들도 자기 머릿속 들여다보는 사람이라서 싫어할 것 아니야. 나도 트리샤가 아니면 이런 말 하지도 못 해.”
“…진짜 그렇겠다.”
트리샤가 애써 지어낸 웃음을 얼굴에 담으며 동조했다.
의식 저편에서, 엘리야의 말 때문에 넘어오려던 끔찍한 기억들을 전부 걷어차던 참이었으니까.
이것 때문에, 과거에는 참으로 많이도 따돌림을 당했더랬다.
근처에서 괴물 취급당하는 일도 심심찮게 있었지.
심지어는.
다시는 못 만나게 된 사람도 있고.
“…”
트리샤가 애써 표정을 관리했다.
힘겹게 화제를 돌린다.
“…그런데, 그런 거 그냥 도와줘도 괜찮아? 다우드 씨 관련된 일이라며?”
이어지는 말은 애써 화제를 돌리기 위한 것이었지만, 동시에 꼭 물어봐야 하는 것이기도 했다.
만약 그런 식으로 도와줬다가 정말로 리루가 다우드와 덜컥 맺어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런 생각에 던진 말이었지만.
“아, 상관 없어.”
이어지는 대답은 참으로 태평했다.
“…뭐?”
“선생님 좀 두고 보니까, 어차피 태생이 여자가 꼬이게 되어있어. 세상 누가 와도 그건 못 막을 거야. 그러니 어차피 못 막는 것 막지 말고 거기서 효율을 어떻게 취할 수 있냐를 봐야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트리샤에게, 엘리야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난 어차피 지금 선생님한테 대체불가능의 존재란 말이야.”
틀림없이, 그렇다.
지금 다우드 근처에서 그 남자를 노리고 달려오는 그 정신 나간 여자들을 효율적으로 ‘제압’할 수단을 가진 건 엘리야가 유일하다.
그 트리스탄 공녀조차 이런 짓은 못 하지. 이기긴 이기더라도 상대방을 작살을 내놓겠지. 다우드의 평소 성향을 보면 결코 반기지 않을 일이다.
그러니.
“그럼 선생님 근처에 다른 여자들 왕창 꼬이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단 말이지.”
그렇게 해서, 저희들끼리 치고받으면 더더욱 좋고.
“…허? 대체 왜?”
“그럼 선생님이 나한테 더 의존하게 될 것 아니야?”
“…”
그러면 그럴수록.
그런 인간들을 ‘교통 정리’할 수 있는 유일한 인간으로서의 엘리야가 가진 가치는 더더욱 폭등하게 될 것이다.
다우드가 자신 없이는 못 살게 될 거란 말이지…!
“…그래서 일부러 다우드 씨 근처에 여자를 붙이고 싸움 나는 걸 보겠다고?”
“에이, 그건 아니지. 그러면 선생님도 위험해지잖아. 일부러 그걸 격화시킬 필요는 없지.”
“…”
엘리야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리루는 그냥 친구니까 도와주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마음마저 똑바로 전달 못 하면 너무 그렇잖아.”
“…저기, 엘리야.”
트리샤가 슬쩍 올라오는 오한에 애써 웃음을 유지하며 말을 이었다.
친구니까 도와준다라.
말이 좀 이상하다.
“너 지금, 친구 도와주는 이야기 하는 것 맞지?”
“응. 왜?”
왜라고 묻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은가.
방금 전까지 엘리야가 보여준 태도는 ‘어차피 1순위’는 나니까 다른 여자들이 아무리 접근해도 소용 없다는 태도였는데.
“…그 리루라는 사람, 친구 맞아?”
트리샤가 힘겹게 꺼내놓은 질문이었지만.
“친구 맞지.”
이어지는 말도 평탄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니까… 두 번째나 세 번째 첩까지는 가능할 수도?”
“…”
보통 이럴 때는 친구를 위하여 자신이 깔끔하게 물러나 준다거나,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 아닌가.
지금 이 태도는 대체…?
“하지만 선생님은 내 건데?”
“…”
“이 정도도 많이 양보해주는 것 아니야?”
그것참 덧없는 우정이구나.
그런 생각이 트리샤의 머릿속에 자동으로 스쳐 지나갔다.
●
‘안 돼요.’
[…]뭘 물어볼지 뻔하니까 애초에 질문을 안 받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유리아의 목줄을 잡아끌고 있는 손에 힘을 살짝 뺀다.
끌려오고 있던 유리아가 살짝 헐떡이고 있는 게 들려오고 있었으니까.
“…아, 미안. 아팠어?”
“아, 아뇨, 지금이 딱 좋으니까, 이, 이대로 계속…”
“…”
그래.
바람대로 해주마.
최대한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고 애쓰며 계속해서 유리아의 목줄을 잡아끈다.
이 상태로 뒤를 돌아봤다가 뭔가 얼굴을 붉히고 있는 유리아의 얼굴을 마주쳤다가는 진짜 사회적 수치심에 내가 좌절할 것 같으니까.
[그래. 안 물어보고는 못 배기겠다.]“…”
[당장 내일이 용사 선발 시작인데, 넌 지금 여기서 대체 뭘 하는 거냐?]“…”
뭐긴 뭐야.
필요한 일이지.
[ ‘활동 – 목줄 산책’을 수행 중입니다! ] [ ‘활동 – 가볍게 목 졸리기’를 수행 중입니다! ] [ 대상 ‘유리아’의 피학증 미터가 0으로 리셋되는 중입니다! ] [ 대상의 타락 수치가 대량으로 하락중입니다! ]“…”
앞선 부분에 적혀 있는 문구만 본다면 지금도 사회적으로 매장 당할만한 가열찬 쓰레기 짓이긴 하다.
하지만 그러니까 하고 있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며 창 하나를 불러온다.
바로 어제 본 거지.
[ System Log > [ ‘소울 링커’에 내장 스킬 ‘수호자의 혼’이 추가됩니다! ] [Item Info> [ 소울 링커 ] [ 전용 장비 ] [ 인챈트: 에픽 ] [ ‘영웅의 파편’ 융합 ][ ‘악의 정수’ 융합 ]◎ 내장 스킬 ◎
■ [ 심상 세계 ] [ 스킬 등급: A+ ] [ 영체를 소환하여 주변 일대에 고유 영역을 형성합니다. 영역 안에서는 영체가 가진 능력을 일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의식 개방 수준이 높아질수록 영역의 범위가 넓어지며, 사용 가능한 능력의 개수가 늘어납니다. ]
{ 현재 사용 가능한 능력 }
[ 특성: 연대 ] [ 기사에게 전우란 곧 가족입니다. 본인에게 걸린 버프를 주변 인물들에게 일부 전파시킬 수 있습니다. ]■ [ 수호자의 혼 ] [ 스킬 등급: S ] [ 가디언은 예로부터 정의와 도덕의 수호자로서 모든 이들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악성을 가진 인물을 제압할 때마다 특수 스택을 얻습니다. 스택을 전부 채운다면 영혼을 일정 시간 동안 현세에 강림시킬 수 있습니다. ]
현재 스택: 2%
■ [ 금술 ] [ 등급: 4획 ]
.
.
.
이 사람, 나한테는 거의 실없는 동네 형이지만 생전엔 최초의 가디언이라고 불린 인간이다. 그 기드온조차 직접 부딪히는 걸 꺼린 인간.
칼리반을 현세에 강림시킨다는 건, 틀림없이 무시무시할 정도의 어드벤티지다. 스택은 무조건 채워야 하지.
내일이 당장 용사 선발 시작이면 더더욱 우선 순위가 높아지고.
‘…그리고, 분명히.’
세라의 세계에서 ‘제압’이라는 말은, 아무튼 상대방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위해를 가하면 성립이 되는 단어거든.
이 녀석에게 목줄을 채워서 끌고다니는 것 역시, 아무튼… 일종의 ‘제압’ 판정을 받을 거란 이야기다.
[ System Message >실제로, 이런 창이 계속 떠오르고 있었으니까.
다만.
[ 충분한 수준으로 대상을 제압하지 못 했습니다. 스택이 느리게 쌓입니다! ]이런 창도 같이 뜨는 걸 보니까, 아무래도 이 정도로는 스킬이 요구하는 제압의 요건을 전부 채우진 못 하는 모양이다.
조금 더 가열 찬 쓰레기짓도 더욱 더 연구해 봐야-
[…너 진짜 뇌가 맛 가기 시작한 것 아니냐?]“…”
[이것보다 더한 짓을 연구한다고?]아니, 하지만 지금 이런 짓을 순순히 받아줄만한 건 피학증 성질을 가진 유리아밖에 없는 데 어떻게 하냐.
제압이라는 건 어떻게든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해야 하는데, 아무리 나한테 콩깍지가 씌인 악마의 그릇들이라고 해도 순순히 내가 폭력을 휘둘렀을 때 그걸 가만히 서서 맞아줄 인간은 없다.
목줄 산책을 자진해서 해 달라는 이 녀석만 제외하면.
“아, 우, 웃, 다, 다우드 씨, 조금만 살살…”
“…아, 미안. 아팠어?”
생각에 골몰하여 이 녀석을 질질 끌고 다니자니 조금 과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내 그런 말에도 유리아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아, 아, 아니에요.”
정말로 순수한 웃음이다. 풋풋함마저 느껴질 정도로.
목줄만 안 걸고 있었다면 꽤 그림이 되었겠지.
“조금 아파도, 기분은 굉장히 좋은걸요.”
“…”
“이런 건, 처음이고, 처음 하면, 아프다고 많이 들었는데. 다우드 씨가 해주셔서, 기분, 좋아요…”
“…”
야.
그만.
무슨 말을 그렇게 숭하게 해.
듣는 내가 다 부끄럽게…!
[…이 아가씨는 괜찮은 것 맞냐?]‘…남한테 들키지만 않으면 괜찮을걸요.’
적어도 타락 수치가 안 올라가는 시점에서 일단 제일 커다란 위험 부담은 없지 않나.
애초에 지금은 사람 하나도 없는 인적 드문 야지에 시각까지 야심하다.
칼리반에게 그렇게 답하며 모퉁이를 돌자니.
얼굴 전체에 웃음을 걸고 있는 엘리야와 마주쳤다.
“…”
“…”
아닌가?
위험 부담이 좀 세게 있나?
그렇게 생각하며 엘리야를 마주 보고 있자니.
녀석이 싱긋 웃으며 나에게 뚜벅뚜벅 다가왔다.
“…”
“…”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한다.
그런 생각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변명을 위해 입을 열자.
“전 학생회장님이 아닌데요, 선생님.”
엘리야쪽에서 먼저 그런 말이 날아왔다.
“…뭐?”
“선생님이 어떤 도착적이고 과격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 해도 다 이해할 수 있다구요.”
“…응?”
“그보다, 유리아 씨 산책은 제가 대신 해드려도 되나요? 지금 당장은 급한 일이 있어서요.”
“…”
나는 물론이고, 사색이 되어있던 유리아마저 일순 표정이 멍해진다.
얘 지금 뭐라는 거야?
하지만
“자, 잠깐, 엘리야 씨…! 이게 무슨…!”
“괜찮아요! 친구끼리는 원래 이런 것도 가끔 도와주고 그러는 거에요!”
“…네? 예? 그, 그런 거에요?!”
“…”
그럴 리가 있겠니.
아무리 친구가 없다고 해도 그런 말을 덜컥덜컥 믿어버리면 어떻게 해.
“…기회는 만들어드렸으니까.”
유리아가 질질 끌려가는 사이, 엘리야가 입모양만으로 그런 말을 흘렸다.
분명히.
내 ‘뒤쪽’에 있는 사람한테 말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힘내요, 리루!”
“…”
어.
뭐?
기름칠 안 된 로봇처럼 딱딱한 동작으로 뒤를 돌아보자, 거기엔 엘리야가 말했던 사람이 정확하게 서 있었다.
리루 가르다.
대족장의 따님.
“…”
“…”
품에는 커다란 상자를 들고 있다.
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거의 불안감마저 느껴질 만한 크기다.
“…”
“…”
침묵이 죽 이어진다.
원래대로면 뭘 그렇게 쳐다보냐고 핀잔이라도 한 마디 나와야 정상인데, 지금 리루는 거의 숨 쉬는 방법도 잊어버린 것처럼 호흡이 대단히 거칠다.
얼굴도 붉다. 까무잡잡한 피부로도 뚫고 나올만큼 확연한 홍조가 전신에 올라와 있다.
“…오랜만이네요, 리루. 잘 지내셨어요?”
결국, 내 쪽에서 먼지 인사말을 꺼낸다.
“엘판테에 오셨으면 연락이라도 좀 하시지 그러셨어요. 제가 찾아가서 식사라도 한 끼 했을 텐데.”
되도록 화제를 가볍게 돌리려는 심산이다.
아니, 진짜로.
이 사람, 이전이랑 다르게 이제는 부족 연합에서 카사와 함께 중책을 맡고 있을 인간이다. 이쪽에서까지 뭔가 나한테 ‘사고’ 비슷한 걸 친다면, 코앞에 용사 선발을 두고 있는 내 입장에선 진짜로 답이 없다.
“얼굴은 그래도 좀 좋아지신 것 같네요? 다행-”
“다우드 캠벨.”
내 말이 리루의 진지한 말에 턱 끊겨버린다.
“…”
부질없는 노력인가보다.
이 사람, 틀림없이 ‘사고’칠 만할 거리를 하나 들고왔다. 그런 느낌이 드는 기색이다.
“…우리 헤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말. 기억해?”
“…”
하기는 한다.
분명히, ‘선물’을 들고 다시 엘판테로 돌아오겠다는 말이었는데.
지금 저기 들고 있는 상자가 그건가보다.
문제는, 대체 무슨 선물이길래 이렇게… ‘진지하냐’는 건데.
“…”
“…”
리루가 다시 입술을 오물거린다.
이 왈가닥같은 사람이, 도저히 입 바깥으로 뭔가를 꺼내질 못하는 느낌에 불안감이 더욱 가속된다.
아니.
진짜 뭔데 그래?
“…야.”
한참을 침묵하던 리루가.
결국 뭔가를 결심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이거 받아.”
그 말과 함께, 상자가 앞으로 내밀어진다.
고급스러운 각인과 보석으로 치장된 상자다.
틀림없이, 어디 커다란 행사에나 쓰일법한 놈이다. 한두푼 하는 물건은 절대 아니지.
“…그게 제 선물이에요?”
제발 별거 아니기를 빌며, 일부러 가볍게 웃으며 분위기를 만드려고 한다.
하지만.
“이게 뭔데요? 비싸 보이는데?”
“혼수품 상자.”
“…”
이어지는 단어에.
이성이 작동을 멈춘다.
“…예?”
힘겹게.
정말 힘겹게 대답을 꺼내놓자.
“다우드 캠벨.”
리루가.
얼굴을 포함한 전신이 붉어진 상태로.
하지만, 시선에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을 담은 상태로.
“…나랑 결혼하자.”
그런 말을.
확고하게 내뱉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