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160)
r 159 – 159. 첫 번째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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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아 그레이하운처의 교우 관계는 대단히 협소하다.
공적으로 자신에게 친구라고 인정한 사람은 엘리야가 유일하고, 그 외에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라곤 언니와 오필리아 경, 그리고 다우드 정도가 전부다.
사회적 소통 능력이 파멸적으로 박살나기에 필요한 조건을 전부 충족시키고 있다 봐도 좋겠지.
“…”
“…”
그런 면에서.
지금 눈앞의 상대는 대단히 거북했다.
“…어, 어, 그, 하, 학생회장님.”
그녀가 다우드가 선물해준 새로운 목줄을 필사적으로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사람과 마주하고 있을 때 그나마 그녀에게 안도감을 주는 요소라고는 이것밖에 없었으니까.
“여기는 어쩐 일로…?”
“…”
대답이 없다.
유리아가 속으로 울상을 지었다.
왜 다짜고짜 쳐들어와서 자신에게 이런 압박을 준단 말인가.
언니는 왜 하필 이럴 때 출타 중이고.
‘…용사 선발, 오늘이라고 했지.’
본격적인 ‘시련’이 시작되는 건 오늘이라고 들었다. 다우드와 엘리야, 그리고 일전에 본 페이놀이라는 마법사도 그쪽에 다 나가 있을 테지.
그녀가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사이, 엘노어가 입가에 대고 있던 찻잔을 우아하게 내려놓았다.
‘…우와아.’
유리아가 저도 모르게 속으로 그런 탄성을 흘렸다.
동작에 기품 하나하나가 넘친다. 새삼, 이 사람이 진짜배기 귀족가 영애라는 걸 깨닫게 된다.
가끔 기행을 저지르긴 하지만, 그럼에도 뭇 남자를 홀릴만한 요소는 넘치도록 갖춘 사람이다.
검술 천재에, 학생회장직을 역임할 만큼 문재 역시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아름답다.
여자치고는 키도 작고 몸도 빈약한 편인 유리아 자신과 비교한다면, 상대가 안 될 정도로 고혹적인 사람이다.
그래.
그녀와는, ‘계층’ 자체가 다르다.
아마, 다우드가 보기에도 엘노어와 유리아를 나란히 세워둔다면 그녀는 마냥 꼬맹이로 보이겠지.
아예 여자로조차 안 보일지도.
“…”
그런 체감이 들자, 저도 모르게 다우드가 준 목줄을 꼬옥 잡게 된다.
그래도, 그래도.
이건 그 남자가 그녀에게 준 약속의 증표다. 그녀가 그에게 소중한 존재라고 인식시켜주는 장치.
그리고, 그러고 있자니.
-그게 정말일 것 같아?
그녀가 이런 불안감을 느낄 때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쉬익쉬익 울려퍼졌다.
“…”
또, 이 목소리다.
이전에는 단순히 이명처럼 들리던 것이, 요즘에는 뚜렷한 형태를 가진 목소리로 그녀의 의식 안으로 울려퍼진다.
마치 몸 안에 다른 동거인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너같이 아무 매력도 없는 꼬맹이를 누가 좋아해 준다고?
그리고, 그 목소리는.
여느 때처럼.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거면 차라리 나한테 다 넘겨. 이대로 가다가는 다른 ‘색깔’한테 빼앗긴다고. 버림받고, 무시당하고, 질질 짜면서, 다른 여자가 그 남자를 독점하는 걸 보고만 있을 거야?
“…”
-너, 외톨이잖아. 그렇게나 오래 혼자서 춥고, 쓸쓸하고, 아팠잖아.
무척이나.
-그런데. 그렇게나 오랜만에 찾은 온기를 빼앗기겠다고?
“…”
-다른 여자한테?
그녀의 가슴을, 후벼파는 말들을 내뱉고 있었다.
하지만.
‘…싫어.’
유리아가 가슴께를 꾸욱 누르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대답을 꺼내놓자마자 전신이 찌릿거린다. 감히 ‘너 따위’가 내 말에 반항하냐는 기색이 가득 담긴 기운이 심장부터 시작해 전신을 치달린다.
그래도. 절대로.
‘…다시, 너한테 휘둘리지는 않을 거야.’
안 된다.
이런 말에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 이전에 다우드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죄악을 저지르지 않았던가.
그 남자는 자신을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자신은 그걸 믿을 거고.
그녀가 전신에 휘몰아치는 고통에 입술을 깨물고 있자니.
여태 말이 없던 엘노어가, 불현 듯 말 한 마디를 꺼내들었다.
“혹시 말일세, 그대도 ‘목소리’ 같은 게 들리나?”
“…네?”
진짜로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은 감각에 유리아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넘겼다.
간신히 티를 내지 않은 게 기적이겠지.
아마, 언니가 항상 그녀에게 몸에 ‘뭔가’를 품고 있다는 걸 절대 밝히지 말라고 항상 주지시켜준 덕분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 이상으로.
이 사람에게는 ‘그런걸’ 들키면 안 된다는 느낌이 본능에서부터 올라온다.
“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유리아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그렇게 답하자, 엘노어의 눈빛이 서늘하게 그녀를 위아래로 훑었다.
마치 거짓말을 하는 걸 이미 알고 있다는 기색이다.
“…흠, 글쎄. 느낌상 그대에게는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네만.”
말을 꺼내놓는 걸 보면 그런 건 아닌 모양이지만.
‘…우우…’
유리아가 속으로 눈물을 지으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찻잔을 들어 올렸다.
속이 쓰리다. 그녀같은 사람은 이런 어른의 매력을 풀풀 풍기는 여자가 보고 있기만 해도 압박이다. 열등감마저 느껴질 정도지.
그래서, 이어지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 딱히 그게 아니라도 상관 없네. 그대의 재주를 좀 빌릴 수 있겠나?”
“…”
하마터면, 마시고 있던 찻물을 그대로 뿜어낼뻔했다.
“…예?”
“일 하나 같이 하잔 소리네.”
유리아가 켁켁거리며 기침하는 모습을 보고도, 평탄한 목소리로 대답이 흘러나왔다.
‘…이상하네.’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 자신에게 부탁할 것이 뭐가 있단 말인가.
유리아가 그렇게 생각하며 양눈에 물음표를 박아넣는 사이, 엘노어의 시선이 그녀의 등에 걸린 단절자에 가서 틀어박혔다.
“…막대한 가치를 가진 검에, 그걸 다루는 태도도 대단히 익숙하군. 다루는 실력이야 안 봐도 알겠네. 소문 대로의 솜씨겠지.”
“소문이요…?”
“1학군에는 근처에 다가오는 건 뭐든지 베어버리는 조그마한 학살 전차가 있다는 소문이 기사학부에 파다하던데.”
“…”
그건 또 무슨 괴소문인가. 유리아가 다시 울상을 지었다.
학살전차라니, 아무리 그래도 그녀도 소녀 마음을 가진 여자다. 그런 무시무시한 별명을 붙은 짓거리는 한 적이 없는데…
“…원래대로는 그 남자 근처에 있는 여자라면 내가 뭔가를 먼저 부탁할 일은 절대로 없었겠지만.”
엘노어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유리아도 그 말에 같이 쓴웃음을 지었고.
그렇겠지.
이 사람, 분명히 다우드를 스토킹하고 있다고 들었다.
때때로 그 남자가 자신을 만나러 오는 것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 당연하다.
“이기고 싶은 상대가 생겨서 말이네. 절대로 지지 않고 싶은 녀석이.”
“…이기고 싶은 상대요?”
“굴러들어온 돌 주제에 박힌 돌을 빼내려고 드는 고얀 심보의 도둑고양이가 있어서 말이네.”
“…”
“색깔도 재수없게 황금색이지. 보고 있기만 해도 꽤 짜증이 난다네.”
음, 그거.
유리아 본인 입장에서는 엘노어도 그렇게 보이기는 하는데.
그 남자의 가장 근처에 있는 건 그녀 본인이다. 다우드는 이쪽과 만나는걸 반쯤 ‘불장난’ 취급하고 있을 테니.
‘자긴 목줄 차고 산책해 본 적도 없으면서…!’
그런 기묘한 자부심을 느끼며 그녀가 엘노어에게 가열찬 코웃음을 내뿜었다.
물론 소심하게 속으로만 뿜어낸 것이다. 그녀에게 그런 걸 표현할 기백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무튼.
“…도둑고양이라구요?”
다우드에게 붙는 그런 걸 ‘배제’하는 것이라면, 그녀도 이야기는 들어봐야 하겠지.
“그래. 그쪽도 이번 용사 선발에서 뭔가를 꾸미고 있을 게 분명하네.”
설리번 재상이라는 인간의 성향을 생각한다면, 그렇게까지 다우드에게 마음이 든다는 티를 내놓고 아무런 행동도 안 하고 있을 리가 없다.
당장 진행되고 있는 이 ‘용사 선발’ 도중에.
분명히, 뭔가 수작을 부린다.
“우리는, 그 도둑고양이에게 본인의 주제를 알게 해 주면 될 것이네.”
“…으음, 많이 위험한 일인가요?”
“누군가를 죽이거나 죽을 일은 없을 걸세. 그건 약속하지.”
유리아가 볼을 살짝 긁적였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에게 ‘검 솜씨’를 요구하는 걸 보면 분명히 뭔가 위험한 일이 생길텐데.
언니에게 말도 안 하고 이런 것에 튀어 나가면 틀림없이 나중에 혼 날 텐데…
“착수금으로는 다우드의 사진을 주겠네.”
“…”
뭐라는 거야, 이 사람.
“…착수금이면, 보통 금품이나 귀중품을 거래하는 게…?”
“무슨 소릴 하는 건가. 세상에 이 남자보다 가치가 높은 게 어디 있다고.”
“…”
“그깟 금품이나 귀중품이 이 남자보다 중요할 것 같나? 내가 직접 인재를 초빙하는 거니 이런 것까지 내놓는 것일세.”
“…”
논리가, 그게 맞…나?
아니, 물론 그녀도 다우드의 사진이라면 좋아하는 게 맞긴한데.
그런 생각이 유리아의 머릿속을 두들겼지만.
“각각 졸린 표정을 짓는 사진, 웃는 사진, 운동하는 사진, 공부하는 사진, 식사하는 사진…”
사진이 티 테이블 위에 하나하나 늘어질 때마다.
그녀의 시선이 홀린 듯이 그 위를 거닐었다.
“…”
멋있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가슴이 뛴다.
하나하나 다 액자로 장식해놓고 싶다. 보물로 간직하고 싶다.
유리아가 마른침을 꿀꺽 넘겼다.
“…잘 나오긴 했네요.”
“하루에 300장 이상 촬영한 것 중 제일 잘된 것들만 엄선한 걸세. 내가 그대를 중히 여겨 특별히 가져온 거지.”
“…”
확실한 것 하나.
이 사람, 스토커 맞다. 그것도 중증의.
“그리고, 마지막으로. 의뢰를 성공적으로 완수한다면.”
그렇게 말한 엘노어가 품에서 사진 한 장을 더 꺼내들었다.
뒷면만 보이는 사진이었지만.
묘하게, 그 하얀색 공백만으로도 유리아의 시선을 사로잡는 마력이 있는 모습이다.
“이걸 주지.”
“…그, 그게 뭐죠?”
“목욕하고 나온 후에 머리를 말리는 사진일세.”
“…”
“상반신이 노출되어 있지.”
“…이야기를, 좀 들어볼까요.”
엘노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넘어올 줄 알았다는 기색이었다.
●
[ System Message > [ 대상 ‘유리아’와 대상 ‘엘노어’가 파티를 형성합니다! ]!! Butterfly Effect !!
[ 해당 파티의 형성으로 다른 그릇들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대단히 커집니다! ] [ 대상 ‘세라스’, 대상 ‘리루’, 대상 ‘설리번’의 행동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 대상들간의 상호 작용이 격화됩니다! ] [ 메인 퀘스트에 영향이 올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
뭐야 이거.
‘…나비 효과는 또 뭐야?’
이제는 내가 하는 행동에서만 생기는 게 아니라, 난 손가락만 빨고 있어도 외부에서 뭔가 문제가 터지는 모양이다.
그만 좀 괴롭혔으면 좋겠다.
‘그냥 메인 퀘스트만 좀 거치고 넘어갈 수 있게 해주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용사 시련의 첫 번째 과정은 대단히 직관적이다.
실전에 가깝게 조성된 모의 던전을 만들어 가장 먼저 그 중심부에 먼저 도착하는 녀석들을 중점으로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지.
‘…진짜 위험한 건데.’
살짝 긴장된 모습으로 스타트 라인에 서서 몸을 푸는 엘리야를 보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나야 얼마 전에 고대신 수준의 마수도 토벌하고 왔으니 솔직히 이제 던전 토벌이야 그냥 별 감흥도 안 느껴지지만.
솔직히 학생들한테 그런 짓을 시킨다는 사실 자체가 원래는 말이 안 되는 거다.
잘못하면 진짜로 죽을 수도 있으니까.
“…”
뭐, 그래도 괜찮겠지.
용사 후보라는 놈들은 엘리야를 포함해서 하나하나가 다 말이 안 되는 괴물들이니까.
당장, 이놈만 해도 그렇고.
“여.”
내 어깨를 툭 치는 감각에 고개를 돌리자.
그쪽엔, 토커가 있었다.
언령술사.
발카서스의 왕국을 멸망으로 이끈 전적도 있는, 수없이 오랜 세월을 관류해온 괴물.
“…”
“…”
이 새낀 뭔데 나한테 친한 척이야.
인상을 팍 찌그러트리며 그쪽을 바라보자, 녀석이 양손을 들고 혀를 내밀며 뒤로 물러섰다.
“어이구, 그러다 한 대 치겠다?”
“…”
뭐라 대답하는 대신에 한숨만 푹 내쉰다.
발카서스가 자고 있어서 다행이다.
깨어 있었다간 그대로 소울 링커가 폭주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테니까.
이전에는 내가 타천의 인장 효과로 ‘변이’했을 때라, 별다른 의사소통이고 뭐고 할 기회도 없긴 했는데.
그렇다고 이 녀석이 나한테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을 걸 이유가 되진 않는다.
“…뭐야. 우리가 이렇게 사이좋게 말할 사이는 아닐텐데.”
솔직히, 어이가 없다.
성황국과 선각자간에 무언가 연결 고리가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용사 선발에 기어 들어와서 용사 ‘후보’ 노릇을 하고 있다.
“…”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건 나뿐이다.
이 녀석의 전투력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최대한 무시하는 게 낫다.
아탈란테를 포함한 다른 사람한테 말해봐야 오히려 벌집을 쑤시는 격이 되버릴 가능성이 높지. 이 녀석을 ‘감당’ 가능한 존재는, 적어도 지금 엘판테 안에는 없으니까.
먼저 건드리기도 조심스러워진단 이야기다.
대체 무슨 의도로 이 정도로 철판을 깔고 나한테 접근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당장 조용하다면 일을 키울 필요는 없다.
“아니. 그냥 몇 가지 물어보려고.”
그렇게 말한 토커가, 이내 내 가슴팍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사도는 잘 있냐?”
“…”
타티아나를 말하는 거겠지.
이 녀석, 그 녀석의 영혼이 지금 나한테 ‘묶여 있다’라는 걸 알고 있는 모양이다.
내 ‘인장’에 대해서 선각자에게 뭐라도 듣고 왔나보지.
“…”
“워, 워. 그리 무섭게 노려보지는 말고. 당분간은 좀 친하게 지내자고.”
“…선각자 놈 끄나풀이랑 친하게 지낼 의리는 없는데.”
녀석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건 좀 속상한 이야기네.”
이어지는 이야기는 전혀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지만.
“우리 대장, 너 지키라고 나를 여기에 보낸건데?”
“…?”
뭐?
“그게 뭔 개소리-”
[용사 후보들은 모두 제 위치로!]그런 방송이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것과 동시에, 토커가 씩 웃었다.
“뭐, 나중에 보자고. 다른 용사 후보들도 만만치 않으니까, 안 뒤처지게 잘해 봐.”
“…잠깐. 내 말 아직 안 끝났-”
“나중에 봐~”
경박한 어투로 그런 말만 남긴 토커가 이내 휙 사라졌다.
뭐라고 말을 붙일 수도 없을만큼 단호한 동작이었다.
눈살을 찌푸리며 녀석 쪽을 바라본다.
‘…날 ‘지키려’ 여기 왔다고.‘
선각자가 무슨 의도로 저 녀석을 그런 명령과 함께 보냈는지 차치 해두더라도.
“…”
대체.
‘무엇’으로부터 날 지킨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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