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17)
r 16 – 16. 빠져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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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부터 점검한다.
눈앞에서 싯누런 침을 뚝뚝 흘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마수를 보며 머리를 회전시킨다.
‘죽이는 건 안 되고.’
그런 의미에서 멀리서 검을 뽑아들고 가세하려는 엘노어에게도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뜻으로 손을 내젓는다.
아니, 저 사람 너무 세. 여기 오기만 하면 이 정도 마수는 몇분 컷이다.
‘하지만…’
헷갈리면 안 되지.
메인 퀘스트의 주목적은 ‘마수를 죽여라’가 아니라 ‘사상자를 줄여라’다.
중형급 마수 정도 되면 기본적인 전투력 외에도 온갖 특수 능력 한두 개쯤은 달고 나오는 게 기본이라.
‘산성 혈액’이나 ‘사망 시 급속 부패’ 같은 옵션이 딸려있으면 오히려 이겨도 근처에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거지.
직접적인 제압은 그런 상황까지 상정하고 출동하는 정규 기사단에게 맡기는 게 더 낫다.
거기에 지금 이놈은 차라리 안 죽이는 게 더 이득이고.
왜냐하면 방금 이런 게 눈앞에 떠올랐으니까.
[ System Message > [ !긴급 미션! ] [ 현재 사상자 0명, 대단한 위업입니다! ] [ 이왕 아무도 안 죽은 것 마수까지 한 번 죽이지 말아 볼까요? ] [ 마수를 아카데미 내부 기사단에게 성공적으로 인계하세요! ] [ 성공적으로 완수 시 메인 퀘스트의 보상인 ‘전용 장비 재료’의 단계가 높아집니다! ]“…”
암세포도 생명이니까 지켜줘야 한다는 소리 하고 앉아있네.
하지만 걸려있는 보상은 틀림없이 매력적이긴 하다.
전용 장비는 사실상 제작하는데 사용한 재료가 성능의 절반 이상을 좌지우지한다고 봐도 좋거든. 어디까지 성장하는지 상한치를 결정하는 게 그거니까.
‘그럼 뭐.’
일단 버티기만 해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앞발을 흉폭한 기색으로 들어올리는 마수를 바라보며 피식 웃는다.
일격 일격이 맞았다간 뼈도 못 추릴 위력이겠지만.
이미 이전에 모의 던전에서 증명한 바가 있지만, ‘마수’의 공격 패턴을 읽어내는 건 나처럼 게임에 수도 없이 시간을 갈아넣은 인간에겐 거의 책처럼 읽히는 것들이다.
전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든든한 보호막 하나 쳐놓고 그냥 버티기만 하는 것?
‘눈 감고도 한다.’
그러니까 여기서부터는 그냥 ‘반복 작업’이다.
전투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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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스탄 공작가는 틀림없이 제국의 시작부터 함께한 유수의 명문가 중 하나다. 덕분에 공작가라는 호칭 하나만으로도 어지간한 인간들은 위압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는 바꿔 말하면 장구한 역사만큼이나 척을 진 정적 또한 많다는 뜻과도 상통한다.
그나마 가장 대등하게 수를 맞춰온 켄드리드 변경백이 아니더라도 공작가가 거꾸러지길 바라는 인간쯤이야 지천에 깔려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다우드의 요청대로 데리고온 사제는 그런 부류 중에서도 유난히 독한 인간 중 한명이었다.
“성물을 두고 나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못 들으셨는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중년 남성의 콧잔등을 그대로 후려치고 싶은 충동을 애써 억누르며, 엘노어가 다시 침착하게 말을 꺼냈다.
“…리버백 후작에게 생긴 일은 진심으로 유감이라고 생각하네. 트리스탄 공작가에서 반드시 관련된 조치를 취해줄테니-”
“무슨 소리를 하시는 지 전~혀 모르겠습니다만?”
아예 놀리듯이 돌아오는 대답에 엘노어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사실상 협상의 여지조차 없다는 걸 돌려서 말하고 있는 셈이다.
살아있는 마수를 반입하여 연구 재료로 써먹자는 주장을 가장 강경하게 펼친 교수진들은 모두 트리스탄 공작가 휘하 파벌에 속한 인력들이다.
이런 사고가 일어나 인명 피해가 커지면 커질수록 책임 소재를 물릴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된다는 소리지.
그리고 이 빌어먹을 사제는 대표적인 반反 트리스탄 공작가 파벌에 속한 리버백 후작 휘하 인물이다.
‘이 쓰레기 녀석이…!’
즉, 지금 이 인간은 법복을 입고 있는 주제에 정치적 견제를 위해 다른 사람의 목숨을 희생하겠다는 소리를 태연하게 지껄이는 거다.
듣고 있자니 머릿속이 펄펄 끓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
엘노어가 입술을 깨물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심장이 시끄럽다. 이번에도.
안 좋은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그쪽에서 치솟아 오르는 음험한 기운. 가문 전체가 가지고 있는 광증의 산물이다.
‘…물러서라.’
그러니, 정신을 차갑게 가라앉히고 이성을 되찾는다.
평생에 걸쳐 반복해온 훈련이다.
규율을 지켜라. 정의롭게 스스로를 포장해라. 항상 완벽해라. 절대로 음험한 감정에 휩쓸리지 마라.
참으로 빌어먹을 작자에게 배운 원칙이긴 하지만, 적어도 이 기운이 기어 나오려고 할 때는 도움이 되었다.
그 덕분인지, 이 다음으로 흘러나온 목소리는 아까 전과 다름없이 여전히 냉정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분노는 섞여 있었지만.
“그대, 이럴 때까지 정치적 이해관계를 끌고 오는 건가! 긴급 상황일세, 사람들 목숨이 걸려 있어!”
“하, 트리스탄 공작가는 이래서…”
“그러면 저 주세요.”
뭐라고 빈정거리려던 사제의 말을 툭 끊고 들어오는 문장에 엘노어의 눈이 크게 떠졌다.
다우드 캠벨이다.
또, 이 남자다.
-…
-…!
심장이 더 시끄러워진다. 아까 전에 분노를 느꼈을 때보다 훨씬 정도가 심하다.
하지만 지금 그녀를 감싸고 있는 건 음험한 감정이라기보다, 뭐라고 해야할까.
얼굴에 피가 몰린다. 몸이 두둥실 떠오른다. 그녀로서는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감정이라 경계할 수밖에 없는 감각이다.
‘물러서라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지금 당장 그녀가 취해야 할 행동은 똑같았다.
흔들리지 않는다. 결코 이런 감각에 주도권을 넘기지 않는다.
요즘 저 남자를 볼 때마다 점점 심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런 것에 주도권을 넘겨주는 건 태생적으로 반발심이 드는 행동이다.
감정은 그녀에게 있어 결코 과해지면 안 되는 것이었으니.
‘…물러서라. 지지 않을 게다.’
그러니, 억눌러야 한다.
사제에게서 긴급용 제구를 빼앗아 마수가 있는 쪽으로 달려가는 다우드를 보고 있으니 그런 감정이 더욱 가속되지만, 그럼에도 그런 걸 그대로 가슴 안쪽에만 담아둔다.
요즘에도 저 남자는 너무 급격하게 존재가 커지고 있다. 엘노어 자신도 가끔씩 튀어나오는 스스로의 행동에 놀랄 정도로.
이 이상 저기에 끌려가는 건 위험-
“천사의 가호…! 저 미친 녀석, 학생 주제에 어떻게 저런 걸!”
사제가 그런 말을 중얼거리는 것과 동시에, 엘노어의 시선이 그쪽으로 확 돌아갔다.
가호?
정식 사제도 한 번 사용하려면 오랜 기도 시간을 거쳐야 하는 걸, 신입생이 저렇게 냅다 사용한다고?
‘…아니.’
이제 와서는 저 남자가 저런 걸 쓴다는 게 딱히 이상하지도 않다.
수십 개의 재주를 감추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은 이미 여러 번 보여주었으니.
그녀가 멍하니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자니, 옆에서 기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가호를 사용하고도 멀쩡하다고? 어떻게…!”
사제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들은 엘노어 역시 눈이 휘둥그레졌다.
성물도 없이 가호를 발동한다면 그 대가로서 신체와 정신에 막중한 부하가 걸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저 남자는 대체 또 무슨 수를 사용한 건지 멀쩡하게 서 있는 것 아닌가?
“우와. 저런 건 또 어떻게 알고 계신대.”
그리고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다른 목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거기서는 엘리야가 사제의 뒤통수를 쳐서 기절시키고 있었다.
“…”
“뭐하냐는 표정으로 보지마요. 대충 보니까 이 사람 쓰레기 같아서 한 대 친 거니까.”
“…어디에 있다 오는 길인가?”
“아까까지 기절해 있다가 방금 정신 차려서 올라왔어요.”
심드렁하게 대답한 엘리야가, 이내 힘이 잔뜩 빠진 동작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저거 전투 사제들이 자주 써먹는 방법이에요. 미리서부터 가호를 몸에 내장시켜뒀다가 필요할 때 끌어내서 쓰는 거. 그쪽 공부한 경력이 십년은 다 되어야 써먹는 방법인데 그런 건 어떻게 알고 계셨대.”
아마 다우드가 그걸 들었다면 자기는 그런 번거롭고 복잡한 방법은 쓸 줄 모른다며 대단히 당황했을 것이다. 그냥 물건에 담아온 가호를 꺼내쓰는 것 뿐이니까.
하지만 그걸 들은 엘노어의 머릿속에서는 새로운 가설 하나가 조립되고 있었다.
가호 관련해서 공부한 경력이 10년이 다 되었다라.
-신성학부에서 배우고 싶은 게 있거든요.
가호를 그만큼이나 오랜 세월동안 공부하고, 아카데미에 입학해서까지 배우고 싶다.
하필이면 트리스탄 공작가의 저주를 푸는 데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 되는 분야를.
-예전부터 꼭 지켜주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지켜주고 싶은 게 있었으니까.
-당신 지키려고 하는 것 맞으니까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구요.
그리고 그 대상이 누군지는-
-…
-…!!!!!
다시 심장이 크게 지끈거린다.
아플 정도로.
“…”
아니, 아니야.
그녀가 눈을 질끈 감고 양손으로 가슴팍을 꾹 눌렀다.
잡아먹혀서는 안 된다. 밀어내야 한다.
자신은 저 남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 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엘노어, 정신 똑바로-’
그런 다짐을 전부 되뇌이기도 전에, 다시 한 번 옆에서 엘리야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좋으시겠어요.”
“…뭐?”
“몸에 내장된 가호라고 해도 부담이 아예 안 가는 건 아니에요. 저 사람, 지금 자기 한계까지 부딪히고 있을 거라구요.”
마찬가지로, 다우드가 들었다면 대단히 당황했을 설명이었다.
당장 고통이라고 해봐야 로사리오로 그은 왼팔의 생체기에서 올라오는 불편함이 전부일 테니까.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엘리야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당신한테 해가 될 것 같으니까 그런 것까지 무릅쓰고 저런 기괴한 짓 하고 있잖아요. 금방 끝낼 수 있는데도.”
-…!!!!!!!!!!!!!
이젠 지끈거림을 넘어 심장이 욱신거린다. 쑤시는 것처럼 아프다.
엘노어가 고개를 슬쩍 숙였다. 숨이 가빠지고 있었다.
“…무슨 소리인가.”
“어떻게든 사상자가 생기면 당신한테도 피해가 가니까, 일부러 죽일 것도 안 죽이면서 시간 끌고 있잖아요. 보세요.”
엘노어가 간신히 눈을 뜨고 다우드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쪽엔 전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일방적인 농락이 이어지고 있었다.
마수의 모든 공격의 진로를 읽고 최소한도의 움직임만으로 모든 공격을 피하고, 막고, 튕겨내는 양상.
이전에 모의전에서 한 번 보여준 모습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상대방에 대해서 모든 걸, 아주 소소한 것들마저 꿰뚫은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움직임.
“저 정도로 할 수 있는 인간이면 이미 죽여도 진작에 죽일 수 있었겠다. 그렇지 않아요? 도와주는 게 의미가 없겠는데.”
확실히 그렇다.
하지만, 그래도.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없던가요?”
엘리야가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
피가 나오도록 입술을 깨물고 있는 엘노어도 뭔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대답이었다.
-나 그 사람 꽤 좋아하거든.
하지만 엘노어는 입술을 깨물고 그런 생각을 간신히 떨어내었다.
대신 그녀는 검을 뽑아들 준비를 하면서 앞으로 한걸음 내딛었다.
“뭐하세요?”
“…그대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면 아무튼 저 남자는 스스로를 고통에 몰아넣고 있다는 뜻이겠지. 어서 가서 도와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우드가 손짓으로 그녀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하기 전까진.
‘…왜?’
그녀가 얼이 빠져 있자니, 엘리야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이야, 로맨티스트네. 어떻게 해야 저렇게까지 코가 꿰이는 거야?”
“무슨 뜻이지?”
“오면 다칠 수도 있으니까 오지 말라는 거잖아요.”
열기가 심장부로부터 확 올라왔다.
음험한 기운이 아닌,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뜨거운 기운.
누군가 혈관에 불꽃이라도 부어 넣은 기분이었다.
“…그대가 말한 건, 전부, 억측, 일수도 있네.”
엘리야가 어이가 없다는 시선으로 그녀쪽을 돌아보았다.
저걸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라는 기색이 깃든 눈빛이었다.
“중형 마수 정도면 원래 죽여도 곱게 안 죽어요. 마력 역류로 시체가 터지는 미친 개체도 가끔 있고. 저 사람 아마 그런 것까지 고려해서 스스로 저 정도로 부담 뒤집어 쓰고 있다구요.”
“…”
엘리야가 머리를 쓸어 넘기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당신을 위해서.”
-…!!!!!!!!!!!!!!!!!!!!!!
호흡이 말려 들어간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린다.
‘제어, 해야…’
안 돼.
안 된다, 엘노어.
그렇게 스스로에게 열심히 되뇌였지만.
-!!!!!!!!!!!!!!!!!
제어하지 못한 열기가, 끝끝내.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느낌.
놓쳐버렸다. 주도권을 잃어버렸다.
정복당해버렸다.
‘…’
그 순간, 그녀가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앞으로 자신은, 저 남자를 볼 때마다 이런 감정을 느낄 것이란 걸.
그녀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무릎을 모아 팔 안쪽에 그러 모은 의기소침한 자세였다.
“…뭐하세요?”
“입 다물고 있게. 말 시키지 말고.”
“…”
엘리야가 뭐 이런 미친 사람이 다 있냐는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보고 있었지만, 엘노어는 그쪽을 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주변에 벌어진 난장판으로 튀어나온 유리 조각 하나가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녀가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과 함께, 얼굴 전체가 새빨갛게 변한 본인의 모습이었다.
마치 모르는 사람이라 느껴질 정도로.
“…”
엘노어는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내 출동한 정규 기사단의 발소리가 주변에서 들리고, 왁자지껄한 소음이 사방에서 터져나올 때까지도.
그녀는 홀린 듯이 자신의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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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Message> [ 긴급 임무를 성공하셨습니다! ] [ 메인 퀘스트의 보상 등급이 올라갑니다! ]어떻게든 전투를 끝마치고, 정규 기사에게 마수를 인도하는데 성공한 후에 떠오른 기분 좋은 메시지다.
하지만 이걸 보고 내가 순순히 웃을 수 없는 이유는 그 옆에 붙어있는 로그 때문이다.
[ 스킬: 치명적인 매력이 발동합니다! ] [ 악당이 저항합니다! ] [ ‘페로몬’ 옵션으로 인해 저항력이 낮아집니다 ! ] [ 저항에 실패했습니다! ] [ 악당이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습니다! ] [ 악당이 당신에게 푹 빠져듭니다! ]“…”
식은땀이 줄줄 흘러나온다.
[ 대상 ‘엘노어 에리나리제 라 트리스탄’의 호감도 단계가 변화합니다! ] [ 호감도 단계가 ‘신뢰’에서 ‘친애’로 격상합니다! ] [ 수령 가능한 보상이 추가됩니다! ] [ 중요 인물입니다. 메인 시나리오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 [ 두 번째 기프트의 개방이 임박했습니다! ] [ 대상 ‘???’가 당신에게 관심을 가집니다! ]“…”
중형 마수와 1:1로 대치하고 있던 상황보다 배는 더 절박한 감정이 절절하게 흘러나온다.
어떻게 내가 큰일이 났다는 걸 이렇게 꼼꼼하게 압축해서 보여줄 지 모를 정도니까.
엘리야에 이어 이쪽까지 메인 시나리오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문구가 적혀 있고, 기프트는 뭔진 모르겠지만 좀 있으면 하나 더 열리며.
추가적으로 정체불명의 대상이 나한테 관심까지 가졌단다.
‘좆됐다…!’
이거 말고는 꺼내놓을 감상이 없다.
그런 내 모습을 어떻게 착각했는지, 기사 중 한 명이 나에게 다가와 물병 하나를 건냈다.
“수고했다. 좀 지친 모양이지?”
이번 마수 진압에 출동한 기사 중 한 명이다.
‘…괴물이긴 했지.’
고작 3명이서 몇 초도 되지 않아 중형 마수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모습은 가히 공포에 가까웠다.
괜히 정규 기사가 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는 걸 잘 보여주는 모습이었겠지.
“학생, 이번엔 진짜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라지가 않아. 그쪽이 아니었으면 사상자가 몇 명이나 나왔을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말하며 내 어깨를 툭툭 치는 걸 보니 어지간히도 날 좋게 취급해주는 모양이다.
정규 기사가 학생을 이 정도로 치하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일이니까.
“그 정도 재주라면 어디서든 낚아가고 싶어서 눈에 불을 켜고 있겠는데? 신성학부 지망생이야?”
“…예. 그 신성학부 지망생으로서 부탁드리는건데요.”
그렇게 답하며 한쪽을 가리킨다.
아까 전에 가호를 펼치지 않겠다고 튕기던 사제의 머리통을 따버리겠다고 강력한 의사로 주장하고 있는 용사와 최종보스가 있는 위치였다.
“저쪽 좀 말려주시겠어요? 가만히 내버려두면 진짜로 죽이겠는데.”
“…뭐, 사실 죽어도 싼 놈 같기는 한데. 역시 재주 좋은 녀석은 성품도 일품인가봐?”
아니. 그런 순수한 의도는 아니다.
저 사제 아저씨, 내 생각이 맞으면 분명히 써먹을 데가 있거든.
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그런 쓰임새가 있다.
“참, 까먹고 있었네. 이거 받아.”
기사가 그렇게 말하며 내게 편지 한 장을 내밀었다.
“글쎄.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꼭 혼자서만 열어보라고 하더라고.”
그렇게 말한 뒤 본인은 뒷수습을 하러 간다며 휙 사라지는 기사를 본 내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또 뭔 편지래.
그런 생각을 곱씹고 있자니, 눈앞으로 또 다른 창이 떠올랐다.
[ 메인 퀘스트 완료! ] [ 지정된 위치로 이동하여 보상을 수령하세요! ] [ 위치: 아탈란테 스완송의 집무실 ]아탈란테 스완송이라면 나도 아는 이름이다.
현재 엘판테 아카데미의 총장이니까.
천년을 넘게 살아왔다는 소문마저 있는 불사자. 메인 시나리오에도 핵심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
잠깐만.
총장?
눈이 휘둥그레지며 내가 받은 편지를 뜯어본다.
내용을 읽어보니, 이건 확실히 아탈란테의 편지다.
편지라기보다 ‘초대장’이지.
이 사람.
나와 지금 독대를 원하고 있다.
“…”
뭐냐.
대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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