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191)
r 190 – 190. 사교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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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에게 그 정도의 이용 가치가 있는 겁니까, 보거트 경?”
항상 활기찬 미소를 걸고 다니는 보거트 후작의 얼굴이 휙 돌아갔다.
연회장 내부는 각지에서 모여든 귀빈들로 시끌시끌한 모양새였고, 덕분에 이런 밀담을 대놓고 나누더라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였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니콜라스 백작!”
“…다우드 캠벨이란 놈 말입니다.”
참으로 쾌활하게 날아드는 문장에, 니콜라스 백작이 간신히 표정을 찡그리지 않고 관리했다.
‘장로회의 수장이 이런 놈이라니.’
그는 이 경박하기 짝이 없는 젊은 후작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전공을 세운 덕분에 사자심이라는 대단한 호칭으로 불리고 있다는 건 알지만, 이래서야 상승무패의 기사보다는 거의 광대처럼 보이지 않나.
뼈대 깊은 명문가에서 예법과 격식을 고지식하게 교육받고 자란 니콜라스 백작에게 있어선 별로 선호하는 부류의 인간은 아니었다.
지금 이 남자가 주목하고 있는 그 자작가의 인간은 더더욱 그렇고.
“촉망받는 젊은 인재라면 제국 전역에서 쉬이 찾을 수 있습니다. 장로회라면 그런 인재를 등용하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구요.”
니콜라스 백작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어떻게든 조절해가며 입을 열었다.
아무튼 보거트 후작이 그 외의 다른 장로회의 임원들에게 받는 지지는 대단히 굳건하다. 괜히 밉보여서 좋을 건 없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이 건수만큼은 대놓고 목소리를 높여 따져야겠다.
“그런 미천한 출생의 인간에게 저희가 굳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겁니까?”
이 말을 들은 보거트 후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니콜라스 백작, 혹시 서류를 못 받으신 겁니까?”
“무슨 서류 말씀이십니까?”
“장로회에서 다우드 캠벨에 대한 인적 사항을 조사한 서류 말입니다! 거기 적힌 다우드 캠벨의 활약상을 본다면 자작가니 뭐니로 퉁칠 수준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보거트 후작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멍청이가 아니라면 누구나 다 알 겁니다!”
“…”
면전에서 멍청한 소리 지껄이지 말라고 얻어맞은 니콜라스 백작이 볼을 살짝 씰룩였다.
가끔 해맑은 걸 넘어 체면이라는 게 아예 없다고 느껴지는 이 인간의 성향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직설적으로 꽂히는 대화는 여전히 그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물론 인상 깊은 이력이긴 했습니다만.”
물론, 거기 적혀있는 것만 해도 놀라운 수준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다.
마인 제압. 엘판테 내에서 일어난 대규모 소동. 다른 차원의 고대신 제압.
엘판테의 총장인 아탈란테가 기를 쓰며 정보를 틀어막고 있는 바람에 자세한 활동 내역을 입수하는 건 불가능했지만, 그 모든 아수라장에서 깊숙이 엮이고도 살아나왔다는 건 대단히 많은 사실을 시사한다.
용사 선발 시련에서 보이고 있는 궤가 다른 수준의 활약만 봐도 이 남자가 군계일학의 보석이라는 건 눈에 띄게 체감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악마들에게 ‘목줄’을 채우는 데 사용되는 도구라고 들었습니다.”
반쯤 경멸에 가까운 목소리가 이어서 흘러나왔다.
물론 그 실효성을 부정하려는 생각은 없다. 다른 것도 아니고 악마를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용 가치’는 넘치도록 충분하지.
제국의 수뇌부뿐만 아니라 성황국의 법황이 그쪽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만 봐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전 인류의 공적과 깊숙하게 엮일 수밖에 없는 상대를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그런 이를 굳이 저희에게 끌어들여서 좋을 게 뭐가 있겠습니까. 부담이 너무 큽니다.”
“황제 폐하와 설리번 재상이 모두 눈독 들이고 있는 남자 아닙니까! 그럴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눈독들 들이는 것과, 이렇게 직접 사교회에 초대하는 건 전혀 의미가 다릅니다. 모르시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니콜라스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공격당할 구실을 주는 겁니다. 분명히 물어뜯길 테죠. 황제고, 제상이고, 심지어는 다른 소규모 분파들까지 앞장서서 저희를 규탄할 겁니다. 악마와 엮인 이를 가까이 두는 자들이라고.”
하물며 그런 이를 사교회에 ‘직접’ 초대한다는 건 생각보다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이건 내 사람이다’라고 주변에 공표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는 겁니까, 니콜라스 백작?”
“…?”
니콜라스가 이상하다는 눈으로 보거트를 바라보았다.
그럼 여기서 대체 문제가 안 되는 게 뭐가 있단 말인가.
제국뿐만이 아니라 대륙 전체를 적으로 돌릴 수도 있는 안건이다.
본인들은 그저 기술의 발전을 위하는 학자들이고 대륙의 어떠한 세력 변화에도 간섭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마탑의 미친 마법사들까지 유일하게 발 벗고 나서는 게 바로 악마의 퇴치니까.
그런데 마치, ‘그 남자를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만 있으면’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이 태도는 마치-
“…”
문득, 뭔가를 깨달은 니콜라스의 등골로 섬뜩한 느낌이 내달렸다.
“…보거트 경.”
설마.
설마 싶긴 한데.
니콜라스 백작이 볼을 씰룩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 남자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설정하고 계신 겁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니콜라스 백작!”
“…”
다 알아들어 놓고 일부러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 이 빌어먹을 능구렁이가.
니콜라스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보거트를 노려보았다.
‘…이 인간, 지금…’
악마가 어쩌고, 전 인류의 공적이고, 뭐고 어쩌고 저쩌고 간에.
그 남자를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만 있으면 아무래도 상관 없다 생각하고 있는 거다.
그 남자 한 명의 가치를, 전 대륙의 공적이 될 수도 있다는 리스크보다도 우위에 두고 있다.
‘…대체 그 녀석이 뭐길래…?’
니콜라스 백작이 그런 의문을 떠올리는 사이, 다른 질문이 추가로 더 날아들었다.
“한번 생각해보시겠습니까, 니콜라스 백작?”
“…예?”
“캠벨 가문이 자작가로 승격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전에는 조금 부유한 평민이라면 돈 주고도 살 수 있는 남작위에 불과했단 말입니다.”
“…?”
그거야 서류에서 읽은 내용이다.
하지만, 그런 말이 지금 나오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생각보다 사람들이 별로 안 궁금해 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예?”
“그렇게 아무 특출난 배경조차 갖추지 못 한 보잘 것 없는 인간이, 어떻게 제국 최고의 아카데미인 엘판테에 입학할 수 있었겠습니까?”
“…”
그거야, 어떻게든 됐겠지.
서류에서 보인 활약상만 보더라도 아카데미 입학 자체는 우습지도 않게 해냈을 인간이다.
엘판테는 공평하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명문가의 자제들이 아니더라도 재능이 있거나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한 자라면 그 누구든-
“…”
아니.
잠깐만.
니콜라스 백작이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이 읽은 서류의 내용을 복기했다.
아무튼 장로회의 임원까지 올라온 남자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 정도야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남자가 눈에 띄기 시작한 건 어디까지나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후’지.
입학하기 이전에는.
‘…아무것도 없었잖아, 그 녀석.’
무투에 재능도 없고, 학술적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적도 없고, 술식의 작성이나 신성력의 운용에서 크게 두각을 드러낸 적도 없고. 심지어는 입학 이전에 실시한 역량 평가에서도 모든 수치가 바닥을 기어 다녔다.
명문가의 자제가 아닌 건 방금 보거트가 직접 말했고.
능력도 없고, 눈에 띄는 성장 가능성도 없고, 심지어 집 안의 배경조차 없는 인간.
이쯤 되면 당연한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대체 이 녀석, 애초에 ‘어떻게’ 엘판테에 입학한 거지?
“사람은 여자에게서 태어납니다, 니콜라스 백작!”
“…”
뭔 소리야.
니콜라스 백작이 그렇게 생각하며 보거트 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이내 문장이 덧붙여서 흘러나왔다.
“그 남자, 인적 사항에 부친은 기입되어 있어도 모친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
기억해보니, 그랬다.
아버지인 아르민 캠벨 자작에 대한 정보라면 지나칠 정도로 자세히 기입되어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대상의 어린 시절 가장 부끄러운 기억까지 털어올 수 있다는 제국 중앙정보국의 조사니 딱히 특별한 일도 아니지만.
“…그 남자가 아카데미에 입학한 건, 그쪽과 관련되었다는 말씀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반 정도 추측이고 반 정도 확신입니다!”
“…”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말 없이 보거트 쪽을 바라보고 있자니, 다시 말이 이어졌다.
“뭐, 확실한 건 아니지만. 만약 제가 생각하는 인간이 정말 그쪽의 모친이라면, 다우드 캠벨이 이 정도 활약을 보이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
“그보다, 니콜라스 백작도 이상합니다! 중앙정보국의 조사라면 쓸모없는 정보라도 전부 다 긁어오는 게 분명할 텐데, 아예 아무 정보도 없다는 사실에 별 의문도 품지 않다니!”
그건… 그렇긴 한데.
애초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게 사실이다.
니콜라스 백작이 턱을 쓰다듬으며 답했다.
“…어릴 적 사별하거나 한 경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아니면 기입할 가치도 없을만큼 하찮은 인간이거나.”
“아니면.”
목소리에 담긴 기색은 언제나처럼 쾌활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어쩐지.
“제국 제일의 정보기관인 중앙정보국의 총력을 동원해도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을 만큼 베일에 꽁꽁 싸인 인물이라던지.”
위험할 정도의 ‘독기’도 같이 느껴지는 목소리기도 했다.
샹들리에 아래로 비춰진 조명의 각도 때문에 보거트의 얼굴에 절묘하게 얼굴에 음영이 드리우는 위치였고, 덕분에 질문을 던진 니콜라스 백작은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웃는 얼굴이 가려진 보거트의 얼굴은, 타오르는 불씨를 품은 것 같은 눈빛이 무시무시할 정도의 안광을 내뿜고 있었으니까.
“황제의 정보조차 털어올 수 있는 그 편집증 환자들조차 접근할 수 없는 인간, 말입니다.”
평소 느껴지는 그 가벼운 기색은 티끌만치도 느껴지지 않는.
흡사 압도당할 것 같은 존재감을 흩뿌리는, 그런.
“그러면, 내기 하나 하시겠습니까!”
니콜라스가 마른 침을 삼키는 사이, 그런 말이 그의 면전에 툭 떨어졌다.
“…내기, 말씀이십니까?”
“네!”
다시 조명이 비춰지는 곳으로 튀어나온 보거트 후작이 쾌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사교회에서, 니콜라스 백작도 납득할만큼 굉-장한 짓을 그 남자가 저지르면 제 승리고, 그렇지 못한다면 니콜라스 백작의 패배입니다. 어떠십니까?”
“…”
니콜라스 백작은 절대 이길 수 없는 내기에 응하는 대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까짓 놈이 대단하다고 해봐야 얼마나 대단하려고.’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연회장의 외곽에서 이어지던 악단이 급작스럽게 연주를 멈췄다.
사람들의 얼굴에 어리둥절한 표정이 피어오르는 사이.
“황제 폐하 들어오십니다!”
“전원 기립!”
그런 외침이 울려퍼지자, 연회장 안이 순식간에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폐하?”
“폐하가 직접 오신다고?”
그 체질 때문에 웬만해서는 외출도 잘 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황제다. 그런 사람이 이런 연회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거의 최초에 가깝다.
“정열적이고 총명하며 매력적인 인격의 영원한 제국의 지배자! 세실리아 11세-”
“아니, 아니, 그런 건 됐네.”
“…”
목소리를 드높여 황제의 입장을 선포하려던 시종의 입이 그대로 다물렸다.
어느 순간 연회장 안으로 황제의 늘어지는 목소리가 날아왔으니.
“오늘의 귀빈은, 내가 아니니 말일세. 다른 쪽에 좀 집중해주겠나.”
“…?”
제국의 지배자가.
대륙에서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권력으로는 정점에 가까운 인간이.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다들 그런 생각에 멍하니 그쪽을 바라보고 있자니.
황제의 뒤를 따라서.
누군가가, 입장했다.
“…”
“…”
전원이 침묵했다.
그거야.
젊은 남자 하나가.
한쪽 팔에는 재상을, 한쪽 팔에는 황제를 끼고.
사이 좋게 밀착해서.
셋이서 함께 걸어들어오고 있었으니까.
“…”
“…”
끔찍한 적막이 이어지는 연회장 안으로.
“그거 보십시오!”
보거트의 유쾌한 목소리가 툭 떨어졌다.
“기대 이상 아닙니까!”
니콜라스는 아무런 말도 꺼내놓지 못했다.
그게 그가 꺼낼 수 있는 유일한 반응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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