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197)
r 196 – 196. 조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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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티아나 그라첼은 이차원의 고대신들을 섬기던 사제다.
그렇게나 해묵은 저주를 품은 강대한 존재들을 섬기던 이라면 당연하겠지만, 그녀의 정신은 웬만한 난관 앞에서는 쉽게 굴복하지 않는다.
그런 강력한 정신력은, 당연하게도 갑작스레 닥쳐온 상황에서의 적응력도 올려주는 것이 분명했다.
‘…여긴…’
그녀가 힘겹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검은색으로 가득 찬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
머리가 멍하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기억을 뒤져보면…
“…!”
그녀가 곧바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머리가 몸에서 떨어져, 그대로 바닥을 구르던 감각이 신경을 타고 올라왔으니까.
확실하게 기억나는 장면이다.
자신의 눈앞에 있던 검은색의 흉물. 그게 일격의 자신의 머리를 분리하던 모습이.
자신은, 죽었다.
다우드 캠벨에게.
“읍… 우욱…”
치밀어오르는 구역감에 그녀가 입을 곧바로 틀어막았다.
다행히도, 그런 상황에서도 그녀의 강인한 정신력은 그대로 상황에 대한 분석을 이어갔다.
‘심상세계…인가…?’
주변울 둘러보고 얻어낸 결론은 그런 것이었다.
물질계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붕 뜬 감각. 전신에서 올라오는 모든 신체적 자극도 희미하다.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는 심상 세계에 진입한 ‘영체’가 바로 이런 느낌이라고 듣긴 했지.
“…”
문제는, 자신이 이런 곳에 왜 있냐는 것이다.
그것도 얼마 전에 죽은 자신이.
“어, 가공 잘 됐나보네.”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그녀에게, 문득 증오스러운 목소리가 날아왔다.
잊어버릴 수가 없는 목소리다.
“역시 월터 학장님이야. 두 번째 맡기는 건데도 엄청 깔끔한데?”
그녀의 목숨을 앗아간 장본인이니 더더욱!
“다우드 캠벨…!”
그녀가 으르렁거리며 상대방의 이름을 불렀다.
이어서, 그녀의 몸을 타고 악독한 사기死氣가 흐르기 시작했다.
일생을 걸쳐 쌓아온 힘은, 아무래도 영체인 상태에서도 멀쩡하게 보존된 모양이지.
비록 이런 힘을 정제시켜줄 법구는 어디에도 없지만, 영체 상태더라도 그녀가 쌓은 저주 관련된 금단의 지식들은 여전히 유효-
“그래. 그렇게 멀쩡해야지.’
다우드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안 그러면 이용 가치도 없으니까.”
그런 말과 함께, 다우드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전신을 타고, 정신을 새하얗게 불사르는 것 같은 격렬한 통증이 찌릿거리며 타고 흘렀다.
다리가 잘리는 것 같다. 피부가 찢어지는 것 같다. ‘안쪽’에 있는 것들이 그녀의 몸을 찢고 바깥으로 터져나오는 것 같다.
“아…아악….! 아아아아, 아아아악–!!”
그녀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온몸을 양팔로 감싸안았다.
저도 모르게 몸의 통제권을 잃고 바닥에서 벌레처럼 뒹굴게 되는 격통이다. 어지간한 육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고통에 내성을 주는 강력한 정신력으로도 막을 수가 없을만큼 끔찍한 아픔.
마치.
누군가의 ‘죽음’을, 살아있는 상태로 체감하는 것 같은.
실제로, 이어지는 말만 들어도 그런 추측은 대단히 정확한 게 분명했다.
“그거, 네가 리루의 가족에게 한 짓들이야.”
가르다 씨족.
그 시체조차 그녀의 ‘의식’에 희생당한 이들.
“발카서스한테 부탁해서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해달라고 했지.”
그들이 죽을 때 느꼈던 감각을, 그대로 그녀에게 ‘체험시켰다’고.
다우드 캠벨이 담담하게 설명을 이었다.
“네놈…!”
그녀가, 다시 이를 부드득 갈았다.
눈에 충혈된 핏기가 올라온다. 지금 당장 저 남자를 찢어죽이고 싶다.
하지만, 뭐라고 저주를 토해내기도 전에, 다우드가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아까 전의 고통과는 또 다른 감각이다. 몸이 불타는 느낌이 든다. 사지가 파열되는 느낌. 높은 곳에서 떨어져 바닥에 부딪혀 머리가 깨지는 느낌.
“아…하…아….-!!”
구역질이 나온다. 입가에서 침이 뚝뚝 떨어진다. 창백해진 얼굴로 고통에 가득 찬 신음을 내뱉는 것만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지금부터, 네가 죽인 사람들의 감각을 하나하나 전부 너한테 그대로 재현시킬거야. ”
그런 그녀의 모습을 앞두고, 다우드가 여전히 평탄한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그녀의 모습에 어떠한 감흥도 없는 모습이다. 마치 그녀가 이런 일을 당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것처럼.
“그만 당하고 싶으면 한 가지만 약속해주면 되는데. 어때?”
“…뭐?”
타티아나의 기색이 밑도 끝도 없이 살벌해지는 와중에도, 다우드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답했다.
“나한테 복종해라. 선각자 대신에.”
“…”
“그쪽 대신에 나를 섬기라고.”
온 몸이 끔찍한 격통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타티아나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지금 그녀가 들은 말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발언이었으니까.
그녀가 독기 어린 표정으로 다우드를 쏘아보았다.
“한 번 해보시지 그래…!”
다른 건 몰라도.
그녀를 백 번, 천 번, 수십 만 번을 쳐죽여도.
선각자를 향한 그녀의 충성심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인생 제일의 은인. 그녀에게 있어서는 사실상 어머니라고 불러도 좋은 존재가 그쪽이다.
그런데, 거길 배신하고 자신을 죽인 남자를 섬기라고?
차라리 영혼 전체가 이런 고통에 영겁토록 시달리는 편이 낫다!
“그럼, 뭐. 바라는 대로.”
하지만.
그런 그녀의 결사적인 분위기가 무색하게도,
여전히, 다우드가 평탄한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그 맹세, 어디까지 갈 지 궁금하네.”
자신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그녀가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이 남자가 그녀에게 악독한 짓을 하더라도.
어떠한 끔찍한 짓을 당하더라도.
그녀의 정신은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
“그럼.”
이어서, 손가락을 딱 튕기는 소리와 함께.
다시 끔찍한 감각이 그녀의 전신을 휩쓸었다.
전신의 혈관 안쪽에서 촉수가 꿈틀거리는 느낌.
“…!”
차마 맺어지지도 못한 비명이 타티아나의 성대 안쪽에서 신음처럼 흘러나왔다.
“아, 그, 흐으윽–!!”
“이번엔 알란 바-토르의 죽음이야. 아까보다 좀 더 아플 걸.”
다우드 캠벨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나도 얼마 전에 배워서 안 건데, 심상 세계의 법칙은 물질계와 달라. 난 시간적 구애도 안 받고, 체력적 한계도 없이 계속 너한테 이런 짓을 할 수 있다는 거거든.”
참으로 살벌한 말을 지껄이는 것 치곤, 여전히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어디까지 버틸 지 궁금하다고 한 거, 농담 아니야.”
그런 말과 함께.
다시, 그 손가락이 튕겨졌다.
다시, 또 다시.
계속해서.
“—!!!!”
타티아나의 비명이, 그에 호응하듯 심상 세계 안쪽으로 끝도 없이 울려퍼졌다.
●
끔찍한 고통에 시달린 지 얼마나 지났을까.
타티아나의 정신은 깊은 곳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선각자님…’
의식이 침전한다.
머나먼 곳으로. 기억 저편의 가장 소중한 장소에 묻어둔, 지금 이런 고문 속에서 그녀를 지탱하고 있는 ‘의지’를 만들어 주는 장면으로.
-오, 생존자인가? 아직도 숨이 붙어있는데?
-…대장. 이런 녀석한테 흥미 있어? 어차피 부상 보면 곧 죽을 것 같은데.
-에이, 해저 속의 일족은 전부 강력한 저주술사야. 이 정도로는 안 죽어.
선각자를 처음 본 날의 기억.
바닷가의 알몸으로 휩쓸려 나온 소녀였던 타티아나 본인을 거두어 가던 따뜻한 손길을 기억한다.
그 기괴한 생김새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포근하게 느껴지던 그 가면을 쓴 얼굴을 기억한다.
-…누구…?
자신을 업고 가던 상대에게 그런 말을 신음처럼 내뱉던 자신에게 돌아오던 대답도 기억한다.
-음… 이름은 못 알려주는데. 그거 아는 사람들은 전부 다 죽게 되어 있어서.
-…응…?
-선각자라고 불러. 그거면 되니까.
고대신을 섬기던 바다 속의 일족이, ‘불길하다’는 이유만으로 부족 연합의 사냥꾼들에게 숙청당하던 날의 유일한 생존자를.
상처투성이에, 오갈 곳 없이. 죽을 운명만을 기다리고 있던 소녀를.
선각자는 아무런 조건도 없이 받아주었다. 그녀의 힘을 길러주었다. 복수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었다.
그녀의 의식이 더욱 침전했다.
선각자를, 진정으로 그녀의 ‘새로운 주인’으로 섬기게 된 날의 기억으로, 시점이 전환-
“아, 드디어.”
그리고, 그런 과정 중에.
끼어드는 목소리가 있다.
“찾았다.”
문득.
들릴 리가 없는 목소리에, 타티아나의 등골이 싸늘해졌다.
자신과, 선각자와의 기억에.
누구도 들어올 수 없을 게 분명한 그녀의 ‘의식 속 기억’에.
타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무슨…’
머릿속으로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타티아나가 경악하여 고개를 치켜들었다.
눈앞의 다우드 캠벨이 바닥에 엎드려 있는 그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얼굴에는 은은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보는 그녀로서는 소름이 쭉 끼칠만큼 음험한 기색이 깃들어 있는 미소였지만.
“아니, 내 주변에는 유령 상태에 엄청 익숙한 사람이 한 명 있거든. 너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은 술법의 달인도 한 명 있고.”
그런 말과 함께, 다우드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짚었다.
그와 동시에.
선각자와 처음 만난 기억이 ‘지워졌다’.
“…!”
타티아나가 경악하여 자신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볼품없는 행동이었지만, 지금 그녀의 정신은 그런 걸 떠올릴 새도 없을 정도로 크나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뭐…!”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따뜻한 손길이. 처음으로 본 얼굴이. 처음으로 나눈 대화조차도.
아무것도.
뿌옇게 먹칠을 한 것처럼.
“소중한 기억은 의지가 되지. 인간이 끝도 없는 정신력을 발휘할 수도 있게 만들고.”
그녀의 눈동자가 미친듯이 흔들리는 사이, 다우드가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머리에서 손을 떼었다.
“끝도 없이 고문하다보면, 분명히 이런 걸 떠올릴 거라고 생각했거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네가 그런 걸 떠올려 주기만 한다면, 심상 세계 안에서는 거기까지 간섭할 수 있다고.”
담담하게, 설명한다.
“고문은 그걸 위한 수단이고.’
마침내.
이 남자의 의도를 깨달은 타티아나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너… 너… 이… 악마 새끼가…”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런 말을 꺼내놓았다.
모진 고문에도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던 표정이 깨진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나를… 나를… 내, ‘존재’를…! 통째로, 뒤틀어 버리려고…!”
정신 조작. 세뇌.
단순히 그녀에게 고통을 주는 게 목적이 아니다.
그녀의 ‘기억’을, 송두리째 앗아가려는 목적이지!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니고.”
그런 그녀의 절규같은 외침에, 조소 담긴 대답이 날아들었다.
“그냥 ‘써먹을 수 있으니까’ 해보는 거지. 너도 리루 가족 죽일 때 그랬었잖아? 죽인 사람들까지 끌고 올 정도로.’
그런 말과 함께.
다우드의 손이 다시 그녀의 머리를 쥐었다.
“아… 아…”
다시.
다른 기억이 하나 더 지워진다.
선각자에게 처음으로 생일 축하를 받은 날에 검은 먹이 확 뿌려진다.
이어서, 다시 손이 그녀의 머리를 짚는다.
“싫…”
또 다른 기억.
선각자가 그녀를 칭찬해준 날의 기억이 사라진다.
역시 내 가족이라며 그녀를 꽉 끌어안아주던 날의 기억도.
“싫어…! 제발…! 그만…!”
또 다른 기억.
또 다른 기억.
전부, 지워진다.
계속해서.
전부.
“…!”
비명도 지를 수 없는 순간이 어느 정도로 지났을까.
타티아나가, 문득 끔찍한 사실을 깨달았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주 오래 전에 한 저녁 식사처럼.
소중한 사람, 소중한 사람, 영혼을 바쳐서라도 섬기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누구…였지…?’
타티아나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바닥에 엎어졌다.
방금 전까지 당하던 육체적 고통은, 이제 전혀 문제조차 되지 않았다.
지금은.
그녀의 ‘영혼’이, 송두리째 빨려나간.
그런 공허감이, 전신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안 돼.”
타티아나가 꿈틀거리듯 바닥을 기어갔다.
끝이 없는 고통을 받던 와중에도, 한 번도 숙이지 않았던 고개가 푹 숙여진다.
이 남자에게 고개를 조아린다. 무릎을 꿇는다. 하라고 한다면 그 발이라도 핥을 기색이다.
“…부탁이에요…”
그녀가 갸냘픈 목소리로 빌었다.
“무슨, 짓이든, 하겠습니다… 그쪽이 바라는 대로, 노예가 되라면 노예가 되겠습니다. 노리개가 되라고 한다면 기꺼이 봉사하겠습니다…”
간절함을 담아. 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줄 수 있다는 염원을 담아.
“제발… 이것만큼은… 가져가지 말아주세요…”
그녀가 진심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기억만큼은, 부디.
그녀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재산만큼은, 제발.
빌고 또 빌었다.
눈물 때문에 시야가 뿌연 상태로도, 조금이나마 그녀의 목소리가 이 남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그래.”
그런 말이, 무심하게 툭 떨어졌다.
“지우진 않을 게. 애초에 처음부터 그럴 생각도 없었고.”
“…!”
타티아나가 확 밝아진 표정으로 다우드를 올려다보았다.
“대신.”
이어진 말에.
“덧씌울거야.”
그 표정은 곧바로 절망에 물들었지만.
“…예…?”
“덧씌운다고.”
눈동자에서 빛이 지워진 타티아나에게, 다시 다우드가 손을 내밀어 이마를 짚었다.
“기억을 지우진 않아. 다만.”
인형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계속해서 눈물을 줄줄 흘리는 타티아나에게.
서릿발 같은 선언이 떨어졌다.
“네가 그런 충성을 바치는 대상을, ‘선각자’에서 ‘나’로 바꿀 뿐이지. 기억도 그러려고 지운거거든?”
먹물로 칠해진 선각자의 기억에.
‘다우드’라는 존재가 덧칠된다.
이 남자가, 선각자의 위치를 대신한다. 그러도록 세뇌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말하는 다우드를 본 타티아나가, 마침내 직감했다.
이 남자, 처음부터.
자신에게, 손톱만큼도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었다는 걸.
“…악마.”
신음처럼 그런 말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과 동시에.
타티아나의 의식이 소등했다.
●
얼마 뒤.
심상 세계 안에서, 타티아나 그라첼은 내 발을 핥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
“…”
“…”
발카서스와 칼리반이 아연실색한 기색으로 이 녀석과 나를 번갈아가며 바라본다.
이 녀석이 느낀 건 아마 영겁처럼 길었겠지만, 실제로 지난 시간은 15분이 전부다.
이게 심상 세계의 활용법이지. 물질계와는 완전히 다르게 굴러가는 시간축.
월터한테 부탁하길 잘했다.
“기다려.”
“아, 아아… 주인님…”
“기다려. 안 돼.”
“아, 으, 아아…”
녀석이 간절한 시선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제발 부탁이니까 한 번만 핥게 해달라는 기색이 눈에 담겨있다.
역시, 이 녀석이 선각자에게 바치는 충성을 그대로 나에게 ‘덮어씌운다’라는 계획은 성공적으로 먹힌 느낌이다.
어쩐지.
너무 잘 먹힌 느낌도 없잖아 있긴 한데.
‘…잠깐만.’
그러면, 선각자는 얘한테 이런 짓을 시도 때도 없이 당하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
걔 진짜 미친 변태 새끼 아니야?
“…그걸 네가 말하냐?”
“…동감이네.”
“…”
옆에서 날아오는 발카서스와 칼리반의 시선이 따갑다.
“…왜요.”
“아니, 이쯤되면 솔직히 예술의 경지라고 생각했네. 감탄스럽기 짝이 없는 남자군, 그대.”
“동의합니다, 소년왕.”
“…”
솔직히 이번에는 나도 그런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는 건 자각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Iten Info > [ ▲ 타티아나 그라첼 ] [ 가공됨 ] [ 특기: 저주 ] [ 형태: 혼령 ] [ 가공 옵션 ]▶ 사역마로 종속
▶ 강화형 재료로서 아이템에 부여
▶ 온전한 형태로 재소환 (1회 사용 이후 소멸)
강화항 재료로 아이템에 부여하는 건 좋지 않은 선택지다. 타티아나는 근본적으로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는 녀석이다.
그런 면에서, 1회 사용 이후 소멸하는 재소환도 기각. 가능하면 여러 번 재사용 가능한 사역마로 종속시키는 게 낫지.
문제는, 사역마로 종속시키려면 ‘본인의 동의’가 없으면 능력치가 대부분 삭감되는 페널티가 들어온다는 점이다.
자발적으로 써먹는 게 아니면 의미가 없는 수준이지.
“…그래서 자발적으로 네게 복종하도록 아예 정신을 통째로 세뇌시켜버렸다?”
“예.”
“…”
“나쁜 놈이잖아요. 이렇게 해도 죄책감도 없고 얼마나 좋아요.”
적어도, 리루에게 한 짓만 생각해도 이런 짓을 당해도 싸다.
라나를 써먹을 땐 그나마 죄책감이라도 느꼈지만, 이런 녀석 상대로는 정말로 아무것도 안 느껴진다.
“…뭐, 네가 적 상대로는 밑도 끝도 없이 살벌해지는 경향이 좀 있긴 했지. 예전부터 그랬고, 지금은 그런 게 더 강해지는 느낌?”
“…”
뭐, 그거야.
내가 예전에 하던 일에 영향을 좀 받았을 것이다.
게임에 빙의하기 전에 하던 일 말이야.
칼리반이 한숨을 폭 내쉬며 말했다.
“아무튼, 이렇게까지 만들어서 어디에 써먹을 생각인데?”
그 질문에 대한 답이야 이미 하지 않았나.
“이거 하기 전에도 말 했었죠?”
타티아나의 영혼이 담겨있는 사자 흉갑을 품 안에 챙기며, 말을 잇는다.
“이 뒤에는, 성황국에 가서 볼 사람이 있다고.”
루미놀 주교.
시련 시작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담판을 지어야 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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