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20)
r 19 – 19. 수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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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야를 중심으로 편성된 ‘용사 파티’에서 사제인 트리샤가 가지는 포지션은 조금 미묘하다.
전투든 뭐든 딱히 그녀가 나설 부분이 별로 없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절대로 무리 안에서 무시받지 않는 이유라면 그녀도 그녀 나름의 강점이 있기 때문이겠지.
그녀는 언제나 모두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분위기 환기를 담당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트리샤는 현재 어마무시한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큰일 났다…!’
신성력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두 천차만별이지만, 개개인에게 특수한 능력을 뭐라도 일깨워준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트리샤가 가진 능력은 상대방의 감정을 시각으로 읽어낼 수 있다는 것.
‘얘 대체 왜 이래…?’
그녀가 엘리야를 보고 속으로 부들부들 떨었다.
얼굴은 평소처럼 싱글벙글 웃고 있지만, 그녀의 눈에 관찰되는 감정은 그 안에서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단적으로 말해서, 미친 듯이 화나 있다…!
“…이걸로, 마지막.”
루카가 거대한 양날 도끼로 늑대 모양의 환수를 두 쪽 내며 말했다.
“강한 환수들이 배치 되어있는 걸 보니 이 근처에 뭐라도 있는 모양이지.”
“정확해.”
팔코가 외눈 안경을 치켜세우며 루카의 말을 받았다. 시선은 근처에 널려있는 푸른 빛의 암석들에게 붙어있었다.
“희귀 광물 지대야. 몇 개만 가져가도 낮은 점수 받을 일은 없겠어.”
“어, 그럼 루카가 다 옮기는 걸로.”
“…와서 너도 도와, 그리드.”
그리드가 늘어지는 표정으로 질질 끌려가는 사이, 트리샤는 말없이 엘리야 쪽으로 총총 다가갔다.
굳이 입 바깥으로 뭔가를 꺼내놓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아까부터 혼자서 입을 다물고 뭔가를 골똘이 생각하고 있는 건 틀림 없었다.
애초에 지금도 안쪽에서 감정이 음험한 색깔로 넘실거리고 있으니까. 가만히 보고 있으니까 불안해서 도저히 못 내버려두겠다.
“저기, 엘리야.”
“응?”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어?”
트리샤가 그렇게 조심스레 말하자, 엘리야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딱히 없는데.”
거짓말.
그렇게 말하는 속에서는 여전히 검은색 기운이 솟아오르고 있었으니까.
“골치 아픈 일이 있으면 내가 들어줄 테니까. 감추지 말고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에이, 친구잖아. 너희들한테는 그런 것 하나도 없어.”
…거짓말.
트리샤가 속으로 식은땀을 줄줄 흘려보냈다.
감정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그 사람의 성향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것이라, 평소에 어떤 색을 띄고 있는지 잘 관찰하고 있으면 그 사람의 ‘성향’이 어떤지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트리샤가 요 근래 본 사람 중 가장 특이한 것이라면 그 트리스탄 공녀와 엘리야겠지.
공녀는 기본적으로 아무 것도 없는 회색이지만 가끔씩 속에서 검은 것들이 치솟아 오른다. 흔히 볼 수 없을 정도로 시커멓고 찐득찐득한 검은 색깔이.
본인이 애써 억누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몇 번 보기는 했어.’
흔한 부류는 아니지만, 트리스탄 공작가에 비슷한 인간들이라면 몇 명 그녀가 직접 확인해봤으니.
이에 반해 엘리야는.
‘진짜로, 이상해.’
보통 아예 음험한 사람들은 심리 전체가 거무튀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소 그런 감정을 계속 발산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엘리야는 항상 순백에 가까운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가, 가끔 트리샤조차 깜짝 놀랄 정도로 시꺼먼 색깔들이 가끔씩 모습을 드러낸다.
소유욕, 지배욕, 독점욕, 뭐 그런 느낌이겠지.
마치, 이렇게나 선량한 사람이 ‘어떤 사람’을 생각할 때마다 그런 게 섞여나오는 것처럼.
아마 지금은 본인조차 자각하지 못 하는 상태겠지만.
‘…분명히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신입생 환영회에 다녀온 이후로 그렇게 된 느낌이다. 마수들이 풀려났다지만 다행히 사상자 없이 제압됐다는 그 사건.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래도, 아까부터 계속 뭔가 고민하고 있잖아.”
그리고 당장은 그런 색깔이 전면으로 튀어나와 있을 만큼 화가 난 상태다.
달래주지 않으면 그녀가 불안해서 못 산다.
“…티났어? 트리샤는 못 당하겠네. 거짓말 하는 건 정말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다니까.”
아, 이번엔 진심이다.
트리샤가 엘리야의 속에서 확 치솟는 하얀 빛을 보고 안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그녀가 대화를 지속하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쥐어 짜냈다.
얘가 어느 기점부터 이렇게 화가 났더라…?
“아, 혹시 그 다우드 캠벨이라는 사람-”
트리샤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엘리야의 감정이 다시 검은색으로 화아악 뒤덮이는 게 보였으니까.
여전히 얼굴은 활짝 웃고 있는 표정이라 더 무서웠다.
“뭐, 그 사람 일 맞기는 하지.”
하지만 다행히 이야기는 들려주려는 모양이다.
“아니, 최근에 그 사람하고 좀 이렇게 저렇게 엮일 일이 좀 있었는데…”
그렇게 운을 뗀 엘리야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냈다.
친하게 지내자고 해서 어떻게 어떻게 친구가 되었다. 최근에는 좀 빚진 일이 하나 생겨서 그쪽이 좋아한다는 사람한테 내가 사랑의 비둘기 노릇까지 했다. 원수 지간인 트리스탄 공작가 집안 사람 상대로 그렇게까지 했으면 최소한 매정하게 안 친하다고 쳐낼 것 까지는 없지 않느냐…
그런 문장을 줄줄이 쏟아내는 엘리야를 본 트리샤가 멍하니 눈을 몇 번 깜빡거렸다.
이거, 설마 싶긴한데.
“엘리야, 그쪽은 진짜 친구라고 생각하는구나?”
“…어?”
당황해서 반문하는 엘리야의 모습을 본 트리샤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말을 할 때 엘리야의 안쪽에서 감정이 마구마구 뒤섞이는 걸 보고 저도 모르게 입에 담은 말이었다.
자신들과 함께 있을 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의 색깔이 미동조차 안 하더니만.
“아, 아무 것도 아니야!”
“…”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엘리야가 입을 다무는 모습을 본 트리샤는 거의 숨 막히는 긴장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다. 마치 자신도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다는 것처럼 머뭇거리는 표정. 속으로 안 그래도 혼탁한 색깔을 발하던 감정들이 더더욱 혼란스럽게 뒤죽박죽으로 섞인다.
“…그래도, 그쪽에서는 별로 안 친하다고 아예 선을 그어버리던데?”
엘리야가 힘겹게 그런 대답을 꺼내놓자, 트리샤의 얼굴이 더욱 사색이 되었다.
상대방의 속에서 더욱 시꺼먼 것들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평소에는 흰색이던 감정이 지금은 전반적으로 거무죽죽한 느낌으로 변하고 있었으니까.
뭐라도 말해서 달래야 한다…!
“그, 그 사람도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한 건 아닐 거야!”
“그럼 그런 말을 왜 하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그건, 너를 배려해서 그런 게 아닐까?”
“…배려?”
“그 다우드란 사람, 배경 하나 없는 남작가 사람이잖아? 용사 후보라는 타이틀 가진 사람 옆에 자기같은 사람이 붙어있으면 불만 있는 사람이 분명 나올테니까…! 그걸 미연에 방지하자는 의미에서…!”
“…”
트리샤가 간신히 쥐어짜낸 변명을 입에 담았다.
근거는 빈약했지만 그녀가 생각하기에 적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
실제로 그런 말을 들은 엘리야도 잠깐 턱을 감싸쥐고 고민하고 있었으니까.
“…보통 그렇게까지 하나? 아니, 그 사람은 평소에도 뭔가 그런 짓을 남한테 말 한마디도 안 하고 하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고작 친구 사이에 그렇게까지…”
“다, 다음에 물어보면 친하지 않다고 한 것도 분명히 진심이 아니었다고 할거야! 응!”
“…그러려나?”
“막, 자기 평판이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너랑 살짝 선 긋지만! 속으로는 너에 대한 친밀감이 마구마구…! 있다거나…!”
“…그런가?”
제발 그만 질문해줘.
납득하고 화 좀 풀어줘.
트리샤가 팽글팽글 돌아가는 눈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어, 잠깐. 저거 탈리온 아니냐?”
그리고 트리샤로서는 다행이게도, 옆쪽에서 열심히 광물을 채취하던 남자 그룹에서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
“어디?”
“대충 여기서 30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거리쯤.”
“…그게 보이냐, 그리드?”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곳을 응시하고 있는 그리드로부터 흘러나온 말이었다.
원거리 투사 무기를 담당하는 사수다운 시력이겠지.
“탈리온이라면… 그 아르망드 자작가? 창 잘 쓴다는?”
“그런데 좀 이상해. 나 저 녀석이 저렇게 화나 있는 건 처음 봐. 계속 욕을 중얼거리고 있는데?”
“…욕을 한다고?”
“그래. 보자…”
그리드가 눈을 찌푸려서 탈리온의 입에 집중했다.
“…인다. 죽인다. 개같은 사기꾼 새끼. 죽인다. 꼬챙이로 만들어주마…. 우와, 살벌해라.”
그리드의 말에 모두의 고개가 갸우뚱했다.
아르망드 자작가의 탈리온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모범과 절제의 극치나 다름없는 인간이다.
그런 인간이 고작 수업에서 그 정도로 화날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
단 한 명.
‘사기꾼’이라는 단어에 반응하여 움찔한 엘리야만 제외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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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그렇게까지 상대방을 도발할 생각은 없었다.
그냥 조금 소소하게 놀리면서 기프트 능력이 어디까지 적용되나 조금씩 실험해 볼 생각이었는데.
[ 대상 ‘탈리온’의 분노가 임계점을 넘었습니다! ] [ 씻을 수 없는 치욕감을 안겨줍니다! ] [ 부정적인 영향이 각인됩니다! ] [ 수령 가능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 [ 스킬: 악의 지배가 발동됩니다. 대상에게 사용 가능한 명령권 1회를 얻습니다! ]“…”
너무 잘 먹혔네.
한 거라고는 별 거 없는데.
사실 신입생 입장에서 나올만한 동선이라고 해 봐야 뻔하거든. 그건 탈 신입생급 실력을 가진 탈리온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저 녀석이 목표 삼아서 움직이는 목표물에 내가 미리 가서 전부 다 먼저 먹어치웠을 뿐이다.
그냥 도발 효과가 조금 모자랄까봐, 나보다 항상 뒤늦게 도착한 탈리온에게 ‘정말 놀랍군요! 늦으셨습니다!’ ‘좋은 재료 감사합니다!’ ‘당신의 미숙함에 감사드립니다!’ ‘조금만 더 힘내시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따위의 대사를 던져줬을 뿐이다.
전부 다 원작에서 사제 스킬들을 사용할 때 출력되던 음성들이지.
정중하게 비꼬는 어투가 그야말로 일품이거든.
그걸 대충… 25번 정도 반복했나.
“…”
생각해보니까, 저만큼 화 날만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를 뒤쫒는 탈리온에게서 열심히 도망친다.
수업은 안중에도 없고 지금은 어떻게든 내 몸에다가 창을 박아넣고 싶어서 눈이 뒤집힌 상태다.
[ 위기 상황이 감지됩니다. ] [ 부상을 입히려는 수준으로 판단합니다. ] [ 스킬: 절체절명을 C등급으로 적용합니다. ]오죽하면 이런 게 뜨겠나.
맞는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그 모범생이 지금 최소한 내 턱주가리를 돌려놓고 싶을 정도로는 화났단 소리다.
‘문제는…’
저렇게 쫒아오면 결국 한 번은 붙어야 한다는 소린데.
내가 지금 탈리온과 싸우는 건 별로 탐탁치 않다.
총장 아탈란테도 내가 눈에 띄면 좋은 일 없을 거라고 경고한 것도 있거니와, 저 녀석은 최종 보스인 ‘정화자’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녀석이다.
그냥 화 좀 내게 하는 건 몰라도 직접 전투해서 박살을 내는 건 이 녀석과 정화자의 ‘연결점’까지 지워버릴 위험이 있다.
그건 좀 그렇거든.
“야!”
그러니까, 뒤에서 흉물스러운 기색으로 쫒아오는 탈리온에게 대화를 시도해본다.
“그냥 내가 진 걸로 하고, 내가 수확한 물건들 반반으로 나눌래?”
[ 위기 상황이 격상합니다. ] [ 부상을 심하게 입히려는 수준으로 판단합니다. ] [ 스킬: 절체절명을 B등급으로 적용합니다. ]“…”
어, 씨알도 안 먹혔고.
이번엔 놀리는 거 아니었는데.
아까보다 더 악귀같은 형상으로 변해버린 탈리온을 두고 계속해서 달린다.
‘…그런데, 이대로 계속 도망다니면 잡히겠는데?’
아무리 절체절명이 있다지만 저건 엘리야 턱밑까지 쫒아오는 실력의 엘리트다. B급 적용가지고는 아무래도 속도로 좀 밀리는 느낌이지.
만약 따라잡힌다면 그때는 진짜로 전투를 해야하나.
그렇게 고민하고 있자니, 눈앞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인간이랑 하마터면 부딪힐 뻔했다.
“…!”
급하게 멈추느라 그대로 무너지려는 중심을 녀석이 턱, 하고 잡아준다.
“대체 뭐하고 계시는거에요, 선생님?”
엘리야가 이마를 짚으며 그렇게 한숨을 내뱉었다. 옆으로는 빨빨거리면서 뛰어오고 있는 사제가 한 명.
‘트리샤잖아.’
용사 파티의 사제 역할. 유저들 별명으로는 ‘생체 거짓말 탐지기’. 상대방의 감정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붙은 별명이다.
나도 아는 얼굴에 그쪽에 잠깐 시선을 돌리고 있자니, 엘리야가 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트리샤. 인식 저해 가능해?”
“으, 응!”
이어서 주변으로 반구형 원이 쳐진다. 주변에서 이쪽을 함부로 인식할 수 없게 만드는 결계다.
이어서 엘리야가 여전히 덤덤한 표정으로 이쪽으로 말을 던졌다.
“그냥 저희랑 평화롭게 하면 될 걸 왜 또 엄한 곳에서 시비가 붙어 계신데요?”
“…아니, 이게 다 사정이 있어서.”
녀석의 고개가 불만스럽게 스윽 돌아갔다.
“무슨 사정이요. 구해드렸으니까 그 정도는 말해주셔도 되잖아요.”
목소리야 여전히 평탄했지만, 옆에서 트리샤의 얼굴이 사색이 되고 있는 걸 보니 안쪽에서는 꽤… ‘격렬한’ 생각이 오가는 모양이지.
내가 이런 식으로 대답하는 것에 화가 나고 있단 증거다.
“…”
그런 생각에 정신이 번쩍난다.
탈리온을 화나게 만드는 것과 이 녀석을 화나게 만드는 건 그 중요도의 차원이 다르다.
‘부정적인 경향’에 물들이면 온갖 이상한 효과가 덕지덕지 발리는 기프트를 얻은 참이다.
고작 챕터의 중간 보스면 몰라도 시나리오의 주역인 ‘주인공’한테 그런 걸 걸어버렸다간 무슨 나비 효과가 일어날지 모르니까.
그러니까, 뭐.
옆에 생체 거짓말 탐지기인 트리샤도 있다. 어줍잖은 변명은 오히려 악효과를 주겠지.
지금은 사실대로 말하자.
“저 녀석이 먼저 시비 걸었거든.”
“시비요?”
“왜 나 같은 녀석이 너랑 친구로 지내냐고 하더라.”
엘리야와 트리샤의 표정이 동시에 이상해졌다.
“…?”
이게 그렇게까지 놀랄 일인가?
“…왜 그런 걸로 시비를 거는, 아니. 사기꾼이니 뭐니 하던 거 생각하면 알겠네.”
어떻게 진짜로 그런 일이 바로 생기냐.
그렇게 중얼거린 엘리야가 멋쩍은 기색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그냥 내버려 두면 되지 뭐하러 저기랑 치고박고 싸워요. 탈리온 정도면 그래도 꽤 강한데. 선생님 말대로면 우리 별로 친하지도 않은…”
“어떻게 무시하냐, 그걸.”
기프트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부담없이 시험해볼 대상이 바로 눈앞에 튀어나와 있는데.
“…”
내 말을 들은 엘리야가 슬쩍 고개를 돌리면서 헛기침을 했다.
목덜미 부분이 살짝 붉어져있다.
…이거 설마 아직 화난거냐?
나 지금 최대한 사실대로만 말하고 있는데?
“…”
“…”
하지만 내 말을 들은 트리샤의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엘리야의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마치 뭔가를 물어보라는 기색이다.
이에 엘리야가 마지못해서 입을 열었다.
“…선생님, 이렇게 될 거 미리 알고 그러신거에요?”
“이렇게 될 거라니?”
“저 녀석이 저런 식으로 행동할 것 처음부터 알고 계셨냐구요.”
뭐, 탈리온이 저렇게 화낼 것 알고 있었냐고?
그럼 내가 일부러 성질 벅벅 긁었는데 모르겠냐?
“모를 수가 있냐. 사람이 눈치란 게 있으면.”
“…그래서 처음부터 저랑 안 다니신 거야? 저런 녀석들이 튀어나와서 저한테도 피해 올까봐?”
“…?”
어, 아니?
내가 탈리온 성질을 긁는거랑 너한테 피해 가는게 뭔 상관인지 모르겠는데.
[ 대상 ‘엘리야’의 호감도가 증가합니다! ] [ 호감도 단계가 ‘관심 2단계’로 격상합니다! ] [ 수령 가능한 보상이 추가됩니다! ] [ 선善 성향 인물이므로 보상이 축소됩니다! ]“…”
그리고 이게 갑자기 왜 튀어나오는지도 모르겠다.
어안이 벙벙해 있자니, 녀석이 한숨을 내쉬면서 트리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트리샤. 결계 좀 치워줄래?”
“어. 왜?”
“아니, 그냥.”
그렇게 말한 녀석이 검집에 손을 가져갔다.
“나 예전부터 오지랖 부리는 인간들을 싫어했거든. 특히 인간 관계에.”
“…어, 엘리야?”
트리샤가 딱딱하게 굳은 기색으로 엘리야를 호출했다.
지금 얼굴에 걸고 있는 게 도저히 용사 후보에게 어울리는 표정은 아닐 테니까.
“친구한테 손대는 녀석은 똑같이 돌려줘야지. 안 그래?”
최근에는 통 스트레스도 못 풀었는데. 잘 됐다.
녀석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대상 ‘엘리야’가 당신의 영향을 받아 대상 ‘탈리온’에게 격렬한 분노를 가집니다! ] [ 부정적인 영향이 각인됩니다! ] [ 수령 가능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 [ 스킬: 악의 지배가 발동됩니다. 대상에게 사용 가능한 명령권 1회를 얻습니다! ]“…”
뭐냐 이거.
대체 무슨 상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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