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203)
r 202 – 202. 적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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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뜨겁다.
페이놀이 스스로의 몸을 끌어안은 상태로 숨을 헐떡였다.
몸 안에 있는 붉은색 기운이 요동친다. 스스로 제어할 수 없을 정도다.
‘…난…’
지금 여기서, 무얼 하고 있담.
안개가 가득 껴있는 것 같은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만을 간신히 떠올린다.
마지막으로 있던 기억은, 환단을 집어서 입안에서 굴리다가 잠든 기억.
그리고, 몸 안에서 흘러넘치는 ‘마기’가 쏟아져 나오던 기억.
마치, 이제 충분히 ‘참을 만큼’ 참았다는 것처럼
희미해지는 의식. 거뭇거뭇해지는 시야 너머.
익숙한 신형身形이 눈에 들어온다.
이전에, 처음으로 그녀가 붉은 밤을 마주했을 때 보았던 그 모습이다.
“…”
전신에 붉은 기운이 감도는 여자. 머리 위로 올라와 있는 두 개의 뿔.
페이놀 자신을 붉은색 영혼으로 치환한다면 이런 모습이 될까 싶은 형상이다.
“…너.”
페이놀이 멍하니 그런 말을 꺼내 들었다.
의식이 희미하다.
자신이 왜 이런 곳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정신 사이로.
목소리 하나가 끼어들었다.
-…세상은.
붉은 악마가.
-널 다치게 해.
그런 말을 꺼내 들었다.
그녀의 몸을 빌어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죽인 존재치고는, 침착하고 평탄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였다.
마치.
모성애같은 자애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페이놀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는 것처럼.
-그러니, 내가 전부.
틀림없이.
-새롭게, 만들어 줄게.
이전에도 들은 적이 있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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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소란스럽다.
성황국의 대신전 바깥에 있는 널찍한 광야, 근처에는 급조한 시설들뿐.
법황이 기어코 대신전 안으로는 사람을 들일 수 없다고 박박 우겨대서 생겨난 결과다. 다들 적어도 아카데미 내부 시설이나 근처 부지를 활용한 것과 다르게
아마 성황국의 아카데미인 대신전은 그쪽 나라의 핵심인 ‘성소’ 근처에 지어진 건축물이니 일어난 현상일 것이다.
‘…재수 없기는 한데 말이지.’
솔직히, 그나마 이런 지형이라 다행인 감이 강하다.
두 번째 적야 사태가 올 거란 사실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근처에 일부러 사람이 없는 곳을 골라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
재수 없네, 진짜.
아마 높은 확률로 선각자에게서 들은 정보겠지.
[…그러고보니, 그 녀석은 그냥 내버려 둬도 되는 거야?]칼리반이 묻는 것은, 방금 전까지 내 방에 있던 선각자다.
붉은색 불기둥이 치솟아 오르자마자 녀석을 내버려 두고 난 그대로 바깥에 달려 나왔으니까.
“…당장 절 건드릴 생각은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 저 녀석은 항상 일관된 행보를 보여왔다.
원래 일어나기로 했던 일을 임의적으로 더 부풀리는 경우는 여러 번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내 목숨을 앗아가려는 시도까지는 없었거든.
아마 이번 메인 퀘스트에서도 그런 기조는 동일할 것이다.
애초에 아까도 말했지만, 법황에게 말해 굳이 이렇게 인적이 드문 장소를 마지막 시련 장소로 선택한 것도 녀석의 입김이 들어갔을 확률이 높다.
그래야, 그나마 난이도가 내려가서 이번 시련에서 ‘안 죽을 수’ 있을 테니까.
“…”
문제는.
이전까지는 대놓고 난이도를 폭등시키던 녀석이 ‘협력’해서 난이도를 내렸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녀석의 수작질이 없더라도 충분히 지옥 같은 상황이란 거다.
엘리야가 성검만 통제권에 둘 수 있었으면 좀 나았겠지만, 당장 그것조차 없으니 더 그렇지.
눈앞으로 피어오르는, 핵이 터졌을 때 피어오르는 버섯구름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불기둥을 바라본다.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거리인데도 피부가 녹아내릴 것만 같은 열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단순히 열기가 느껴지는 수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악독한 마기는 생각한다면 거기서 파생되는 물리 현상들이 그냥 애교처럼 느껴지는 수준이다.
이 일대 전체에 독기가 들어차는 것 같은 묵직함. 이전에 투쟁의 용광로에서 만났던 고대신들도 비슷한 기운을 뿜어내긴 했지만, 지금은 격이 다르다.
“…”
말없이 품 안에 챙겨놓은 사자 흉갑을 만지작거린다.
미리 여기에 타티아나를 ‘사역마’로서 쑤셔넣어 온 게 아니라면 나도 저기에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짓눌렸겠지.
더 어이가 없는 건, 저게 겨우 시작을 알리는 ‘전조’에 불과하단 거다.
적야 사태.
그 기나긴 제국의 역사에서도 최악의 재앙으로 손꼽히는 악마 폭주 사태.
저건 그저 그 시작을 알리는 ‘신호’에 불과하다.
[그래서, 해결책은?]“…초중반에는 다 있어요.”
저기서 이어지는 이벤트의 ‘진행’을 속속들이 떠올리며 그렇게 답한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당연히 페이놀이 있는 곳에 당도하는 것.
구체적으로 보스를 어떻게 공략하고 하는 건 전부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실제로 거기까지 갈 방법 정도는 미리 구상해놨지.
“…”
문제는, 마지막에 꽂아 넣을 결정적인 한 방이 모자라다는 건데.
그건 그때가서 어떻게든 할 일이다.
풀어낼 실마리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어, 다우드 씨?!”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는 사이, 바로 옆에서 그런 말이 날아왔다.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라나가 거기에 있었다. 우연히 만난 거겠지.
“이게 대체 무슨 일임까?! 저 불기둥은 뭐지 말임까?!”
“…”
붉은 악마가 폭주를 시작한 것이라고 이실직고 해주긴 뭐하다.
어차피 나중에 가면 다 이야기를 듣겠지만, 그걸 그대로 말해줬다간 주변에서 일어나는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당장은 그런 것보다, 우연히 마주친 김에 이 녀석을 써먹을 방법을 모색하는 게 더 중요할 것이다.
“라나. 부탁할 게 있는데.”
“네?”
“근처에 다른 사람들 최대한 많이 데리고 피해줄래?”
내 말을 들은 녀석이, 눈을 끔뻑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사람이 없는 곳이라지만, 틀림없이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인간들도 분명히 있다.
이 녀석한테 맡겨두면 그 정도 인원을 인솔해서 빠져나가는 것 정도야 어떻게든 가능하겠지.
그 사이에, 내가 해야 할 일은…
“다우드 씨.”
“…”
“다우드 씨. 있잖슴까.”
한시가 급한 와중에 뭔가 싶어서 녀석을 바라보고 있으니, 라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지금, 표정히 굉장이 무섭슴다.”
“…”
갑자기 무슨 소린가 싶어서 녀석을 멀뚱히 바라보니, 녀석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괜찮으신검까? 예전에 저를 아무렇지도 않게 비인간적으로 써먹으실 떄보다도… 지금이 훨씬, 지금이 훨씬 무서운 것 같은 느낌이 듬다.”
“…”
“…그땐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아예 인간처럼 안 느껴지시지 말임다?”
[…감 하나는 기가 막히단 말이지.]라나의 말에 칼리반이 그렇게 동조하는 말도 들려왔지만.
“…그런 건 나중에 신경 쓰자.”
한숨을 내쉬며 말을 두루뭉술하게 돌린다.
그런 건 지금 신경 쓸 이유도, 여유도 없다.
“부탁한 건, 들어줄 수 있겠어?”
“…어려운 일은 아니지 말임다. 해야할 일이기도 하고.”
“그럼 그것만 좀 부탁한다!”
그렇게만 말해두고, 다시 달음박질친다.
저 녀석이 다른 인간들을 대피시켜 주는 걸 맡아준다면, 내 일은 훨씬 더 편해진다.
목표는 내 숙소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 있는 급조된 야영지.
가는 길은 공터와 초목으로만 이루어진 탁 트인 광야에 가까운 길이다.
여길 쭉 가로질러서 페이놀이 있던 야영지에 바로 도착하기만 하면 그만이지.
그러니까.
원래대로는, 그렇게 할 생각이었단 의미다.
피어오르는 붉은색 화염이 하늘에 맞닿을만큼 높이 피어오르는 사이.
주변 공간에도 ‘균열’이 생겨난다.
“…”
물론 예상한 바다.
이전에 1 챕터에서 마인이 된 리버백 후작과 마주했을 때 마주쳤던 현상과 비슷하다. 판데모니엄의 생명체가 물질계에 소환되는 것.
이 녀석의 마기에 영향을 받아 일어나는 보스전 고정 패턴이니 딱히 새로울 것도 없-
[…확실하냐?]“…”
[이게 안 새롭다고…?]주변으로 열리는 ‘수십 개’의 게이트를 보고 있으니, 칼리반의 떨리는 목소리가 십분 이해가기는 한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판데모니엄의 생명체들은 천사들이 있던 이면계의 생명체들과 맞먹는 수준의 괴물들이다.
한 두 개면 몰라도, 이 정도 숫자는 나도 죽을 수도 있는데…?
“…야.”
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슬쩍 흘러내렸다.
동시에 내 입에서도 황망한 중얼거림이 이어서 흘러나왔고.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
게이트가 열려 눅진눅진하고 끈적끈적한 검은색 마기가 깔린 대지에서, 문득 점액질의 생명체 여러 개가 몸을 일으켰다.
판데모니엄의 청소부. 먹이사슬 최하위의 생명체.
앞으로 여기에서 쏟아져 나올 생명체들에 앞서 가장 기본적인 것들부터 나오는 느낌이지.
물론, 게이트가 수십 개니만큼 기본적인 놈이라도 당장 바닥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생명체의 숫자가 아무리 봐도 수백 개는 될 느낌이다.
“…하아…”
식은땀을 닦아내며 주변을 둘러본다.
솔직히, 전투를 하라면 하겠다. 여기까지 왔으면 내 스펙도 이거랑 어떻게든 전면전을 벌일 정도는 된다.
하지만.
‘…최대한 아껴두는 게 좋은데.’
페이놀과의 보스전은 아직 시작한 것도 아니다.
이런 곳에서 힘을 빼고갈 수는 없-
“그대는 말일세.”
익숙한 목소리가, 문득 근처에서 들려왔다.
“항상 혼자 일을 하려고 해서 문제네.”
그 말과 함께.
-!
-!!!
스위퍼 수십 객체가 ‘일합’에 산산조각났다.
겅이로운 검격이다. 익숙한 휘두름이기도 하고.
“…엘노어?”
그 이름을 황망하게 중얼거리자,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엘노어가 씩 웃으며 내 앞으로 끼어들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등 뒤로 세라스, 리루, 유리아, 마지막으로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따라온 엘리야도 따라붙어 있다.
근처에 바글거리는 판데모니엄의 생명체를 보고도 두려워하거나 물러서려는 기색을 가진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러니까, 엘리야빼고.
쟤만 좀 붕 떠 있는 느낌이지.
뭐랄까.
이만한 재앙을 눈앞에 두고도, 거기에 겁먹거나 신경 쓰기는커녕 서로에 대한 라이벌 의식을 활활 불태우는 것 같다.
훨씬 더 중요한 게 있기라도 한 것처럼.
“…”
아저씨.
대체 뭘 걸었길래 이만한 사람들이 이 정도로 열심히야?
[니 동정 박탈권.]“…”
[엘리야 빼고 나머지 인원들한테는 다 상품으로 걸었어.]“…”
[아니, 슬슬 얌전히 누군가한테 동정 딱지 줄 때도 되지 않았냐?]“…”
[엘리야만 아니면 솔직히 누구든 크게 상관 없거든, 나야.]이 시발아.
지금 뭐라고?
“그러면, 전원.”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서로 발목 붙잡는 짓만 하지 말게나.”
엘노어의 그런 말이 툭 떨어졌다.
동시에.
-!!!
-!!!!!!!
사방으로, 학살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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