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206)
r 205 – 205. 적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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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계획은요?”
엘리야가 먼저 그렇게 운을 떼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다우드에게 가장 먼저 던절 수 밖에 없는 질문이다. 그와 어느 정도 붙어 다닌 녀석이라면 이 남자의 성향을 아주 잘 알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번엔 딱히 변변한 계획이랄 것도 없다.
말하자면 원칙에 가까운 것만이 있을 뿐이지.
“전부 다 갈아버리고 전진.”
“…알기 쉬워서 좋네요.”
엘리야가 그렇게 말하며 눈앞을 노려보았다.
“선생님.”
“응?”
“악마란 거, 원래 이렇게 살벌한 거였던가요?”
“…”
다우드가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가 바라보는 곳을 따라 응시한다.
불기둥에서 뿜어져 나온 열기 때문에 사방이 작열하는 와중에도 눈에 띄는 것 한 가지.
그 붉은 화염에 영향을 받아 작열하는 대지에서, ‘검은색 영혼’들이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한다.
차원문을 열고 나온 생명체도 아니다. 그저 붉은 악마의 마기에서 새어나온 ‘부산물’에 불과할 뿐.
하지만.
애초에 영체라는 것 자체가 죽고 나서도 물질계에 흔적을 남길만큼 강대한 존재들이다. 그런 것들이 마기에 영향을 받아 그 ‘실체’를 드러내는 건 대단히 위협적인 일이렸다.
바꿔 말하면.
그 ‘각성’에 대한 전조만으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날만큼, 악마의 위상이
사람 사는 곳에 하나라도 풀렸다간 대재앙을 일으킬만한 영체가 수십에서 수백 단위로 튀어나오는 건 보기만 해도 어지러울 정도다.
“…1 페이즈 시작. 이 정도면 아직 괜찮고…”
“예?”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 걸 보고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다우드를 보고, 엘리야가 속으로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이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도 더 없이 침착하다.
침착하다고 해야할까. 요즘 들어서는 아예 인간다운 감정이 거세된 것 같다는 감상마저 생길 정도다.
“…전부 다 갈아버리고 전진이라고 하셨죠.”
엘리야가 긴장된 기색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주변으로 늘어진 영체들이 적대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눈에 담긴 시선이 붉게 물든 것을 보니 이쪽도 마기에 영향을 받아 정신이 광기에 물든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들을 무조건적으로 적대하겠지.
“저거, 정공법으로는 절대로 그렇게 못할 것 같은데요. 살아있는 인간인 이상 영체한테 똑바로 타격을 입힐 수단도 별로 없-”
“줘.”
그렇게 말한 다우드가, 그녀의 손에 아직 쥐어져 있는 성검을 가리켰다.
“몇 번 못 보여준다. 똑똑히 봐둬.”
“…예? 그게 무슨-”
질문이 다 이어지기도 전에.
다우드가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는 성검을 그대로 빼앗듯이 낚아챘다.
이에, 엘리야가 곧바로 식겁했다.
“자, 서, 선생님! 미쳤…!”
엘리야가 이어가려던 문장이 흡, 하는 소리와 함께 끊겼다.
다우드의 몸이 그대로 ‘폭발’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리라.
‘멀쩡해…?’
그렇다면, 이 사람이 성검의 주인이란 소리인가?
“…”
아니.
아니다.
이쪽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성검을 잡았을 때 나와야 할 광휘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멀쩡하지도 않다.
성검 안에서 흘러나온 거대한 힘이 다우드의 몸을 타고 돌아다니려 하지만, 그 전에 뭔가에 의해서 ‘가로막히는’ 게 보여진다.
다우드의 가슴팍에 새겨진 인장이 어두컴컴하게 빛나고 있었다.
괴상한 문장이었지만, 그것 말고는 설명할 수 없는 방법이 별로 없었다.
무저갱 밑바닥에 끈적끈적하게 눌러 붙은 검댕같이. 썩은 것들이 뭉쳐서 서로 녹아내린 어둠처럼.
그런 음험한 기운이 그 가슴 안에서 뭉게뭉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검자루를 잡고 있는 팔에서 성검의 기운과 인장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충돌한다. 그 부하를 받는 모양인지 팔 전체가 거무죽죽하게 괴사하고 있다.
“아마 보통 인간이라면 이걸 쥐자마자 그대로 몸이 터져나가겠지만, ‘원리’를 알고 있다면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하지.”
신체가 통째로 썩어들어가는 와중에 평탄한 목소리로 그런 설명을 흘린 다우드가, 왼손으로 성검을 틀어쥐었다.
“성검의 기운은 그 핵에서 흘러나온다. 모든 이능을 단절하는 ‘정화’의 기능도 그쪽에서 나오지.”
이어서.
-!
-!!
귀가 찢어지는 것 같은 비명과 함께 그들쪽으로 달려드는 영체를 향해.
“선택받은 자의 광휘가 없더라도, 그 기능을 ‘응용’하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해.”
성검을 휘두른다.
이어서.
-!!!!!!!!!!!!!!
-!!!!!!!!!!!!!!!!!!!!!!!!!!!!!!!!!!
일대가.
통째로 ‘정화’되었다.
성검의 검신 중앙 부분, 그쪽에 박혀있는 핵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이 근처의 모든 것을 환하게 밝히는 빛을 뿜어내었다.
용사로 인정받은 자만이 뿜어낼 수 있는 광휘가, 일시적으로 주변에 흩뿌려진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주변을 뒤덮고 있던 영체가 모조리 다 증발한다.
일순간에,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맙소사.’
엘리야가 입을 쩍 벌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초대 용사의 성검. 단일 인간이 만질 수 있는 것중에서는 인류 최강의 무기.
그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성검의 광휘는, 말하자면 ‘상시 유지되는 효과’다.
다우드가 한 건, 그걸 조잡하게 흉내낸 것에 불과한 거고.
그런데도, 이 정도 위력이다.
살아있는 인간 중에는 성인의 칭호를 받은 이들이나 해낼 법한 위력을 손쉽게 뽑아낸 것이다.
“…”
그리고, 그것보다 더 어이가 없는 건.
그런 현상을 임의적으로 만들어 낸, 이 남자의 존재 그 자체다.
엘리야가 마른 침을 삼키며 다우드를 바라보았다.
자격이 없는 자가 성검을 잡는다면, 그 자는 죽는다. 치천사가 부여한 그 안의 초월적인 힘에 의해.
법칙에 가까운 일이다. 이런 식으로 ‘부분적’으로만 피해를 보고, 하물며 그 권능을 ‘이용’하기까지 하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지.
모든 현상의 원리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진리의 눈을 가진 그녀이기 때문에, 방금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금방 분석해낼 수 있었다.
‘…말도 안 돼…’
지금 이 남자는.
자기 몸에 심어둔 ‘다른 힘’으로 그걸 상쇄시킨 거다.
가슴 부분에 새겨진 인장에 축적되어 있는 ‘악마의 힘’으로.
지금까지 이 남자가 모아온 다른 악마의 힘을 통해서.
그리고 이걸 바꿔 말하면.
‘…얼마나 멀어진 거야?’
이 사람이, 이미 ‘인간’에서 한참이나 벗어났다는 사실을 뜻한다.
그녀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다우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또 얼마나 멀어지시려고?’
더 대단하고, 더 멀리, 더 높이.
이 남자는, 계속해서 스스로를 그렇게 변화시키고 있다.
악마의 힘 ‘여러 개’를 자신의 몸 안에 저장해둔 인간이라니. 이건 역사에도 그 전래가 없는 일이다.
성황국도, 부족 연합도, 심지어는 제국조차도 수뇌부가 이 남자의 일거수 일투족에 깊은 관심을 표하는 이유가 순식간에 설명될 정도지.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
솔직히 말해서.
두렵다.
그 정도로 초월적인 존재의 힘을 그렇게나 몸 안에 모아둔다고 하면, 부작용이 없을 수가 없지 않나.
방금 그녀가 본 그 기운의 악독함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그런 걸 계속 몸 안에 끼고 있다면,
그렇게 발전하는 건 알겠지만.
이 남자에게서, 어느 순간부터.
그녀가 ‘좋아하던’ 모습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바보 같을 정도로 주변 사람을 위하던 그 심지 곧은 이타심.
가끔 보여주던 그 실없는 웃음, 당황할 때 나오던 그 특유의 어색한 얼버무림.
그녀가 이 남자에게 빠지게 만든.
그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목 안쪽이 꽉 막힌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리게 만들던.
다우드 캠벨이라는 인간에게서 느껴지던 그 포근함. 따뜻함.
그런 것들이 전부, 점점 희미해진다. 옅어진다.
기계적이고, 목적만을 위해 움직이는 ‘뭔가’로 변해가고 있는 느낌이다.
“…저, 선생님.”
그래서, 방금 눈앞에 펼처진 그 위업을 보고도.
그녀의 성대 바깥으로 흘러나온 말은, 어쩐지 불안감에 가득 차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어느 순간, 이 사람이 완전히 멀어질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하나 묻자, 엘리야.”
그녀의 그런 질문을 끊고 들어오듯, 다우드의 문장이 툭 떨어졌다.
성검을 다시 돌려주기 위해 그녀쪽으로 툭 던진다.
“네가 왜 성검한테 ‘인정’받지 못하는 지, 혹시 알고 있냐?”
분명한 사실 한 가지.
다우드는 성검의 주인이 아니다. 성검이 그의 존재를 거부하며 몸을 통째로 터트리려 한 것이 방금 관찰되지 않았나.
이 검의 주인은 엘리야다. 다만 아직 그쪽에게 인정받지 못했을 뿐이지.
그 질문에, 엘리야가 성검을 받으며 떨떠름하게 답했다.
“…제가, 약해서요?”
“아니.”
그 말에, 다우드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네가 나한테 의존하고 있어서야.”
“…”
엘리야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지금까지 일어났던 모든 일. 모든 위기. 모든 것들이… 전부 내 안배 아래에서 이뤄졌으니까.”
“…”
“이번엔, 아닐거고.”
“…”
“마지막엔 네가 해야 해.”
엘리야의 숨이 일순 턱 틀어막혔다.
흔들리는 눈동자가, 그대로 다우드에게 고정된다.
지금까지 일어난 일은, 대부분 이 남자가 직접 해결했다.
하지만, 이번엔 명백하게 선을 긋는 모습이다.
이번만큼은 예외라는 듯이.
“괜찮아. 할 수 있어.”
“…”
그 말에, 엘리야가 입술을 깨물며 자신의 손에 들린 성검을 내려다보았다.
틀림없이, 불안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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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스러워하고 있네. 명백하게.]칼리반이 피식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게 들려온다.
아마 엘리야를 보고 그런 말을 꺼내든 것이리라.
“부담스러워도 어쩔 수 없어요.”
한숨을 내쉬며 답한다.
“저 녀석이 저걸 못 쓰는 순간 저도 끝장이니까.”
엘리야가 성검을 못 다루는 순간, 이 챕터를 못 깨는 건 물론이고, 천운이 따라줘서 클리어하더라도 이후 진행은 사실상 완전히 불가능해진다.
저 녀석을 위해서든, 나를 위해서든, 결국 필수적인 조치겠지.
[너는 괜찮냐?]“…괜찮아 보입니까?”
전신이 작살나는 것 같다.
고통이야 지금까지 수도 없이 겪어봤지만, 마기에 의해 몸이 잠식되는 와중에 성검을 잡는 건 아주 각별한 경험이다.
철인 특성으로도 차단이 안 되는 수준의 격통이 온 몸을 난도질하고 있었으니까.
[아니, 그거 말고.]“…?”
[정신. 멀쩡하냐고.]“…”
[평소랑 감각이 다르다는 건 너도 느끼고 있지?]그건.
반박할 말이 별로 없다.
특정 ‘감정’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는 건,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으니까.
“…지금은 괜찮아요. 아직은.”
하지만, 적어도 아직은 버틸 만 하다.
아직은.
‘인간성’의 끝자락을, 아직 간신히 붙들고 있는 느낌은 난다.
“저는 그래도 스스로를 믿는 편입니다.”
[나도 믿는 게 있어.]“…예?”
[왜 네가 싫어할 걸 알면서 악마의 그릇 전원을 불러모았다고 생각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니, 칼리반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뭐, 곧 알게 되겠지. 너도 스스로 모든 일을 할 필요는 없다는 걸 말이야.]“…무슨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한숨을 내쉬며 답한다.
거대하게 피어오르는 불기둥은, 그 크기를 점점 더해가고 있었다.
“갑시다, 칼리반.”
너덜너덜해진 팔에 찢은 옷을 붕대 삼아 칭칭 감는다.
응급처치도 안 되는 수준의 조치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다.
이거라도 안 하면 앞으로는 아예 버티지도 못 할 테니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에요.”
1 페이즈, 불의 기둥. 차원문 소환. 영체 소환.
그리고 이제부터가.
유저들 전원이 제작진 놈들 미쳤냐고 비명을 지르게 만드는 구간.
적야 사태가 제국 최악의 재앙이라고 누누이 설파되었던 가장 큰 이유.
‘…2 페이즈.’
‘악마 본체’ 소환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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