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212)
r 211 – 211.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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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뭐하냐?]소울 링커 안에서 칼리반이 그런 소리를 던져왔다.
목소리에서 절절하게 황당함이 묻어나오고 있다.
아마 악마의 그릇을 말 그대로 물어뜯고 있는 인간을 본다면 누구나 비슷한 반응을 보이겠지만.
“…”
당장은 거기에 대답할 여력도 없다.
페이놀의 서늘한 시선이 내쪽에 꽂혔으니까.
이전에 회색 악마에게 잠식당했던 엘노어와 비슷한 모습이다. 그릇의 이성은 완전히 잠겨있고, 조각의 ‘악한 모습’만이 가장 겉표면으로 나와 있는.
“…!”
그리고 그 시선과 마주치자마자, 등골에 쭉 올라오는 섬뜩한 느낌에 곧바로 녀석과 떨어진다.
바닥에 착지하는 것과 동시에 내가 있던 자리를 불꽃으로 만들어진 검 여러 개가 꿰뚫고 지나갔다.
[…저거 하나라도 맞으면 죽겠는데?]그리고 그 안에 담긴 기운을 본 칼리반이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반론의 여지도 없이요.”
그릇 자체가 마력을 이용하는 데 대단한 강점을 보이는 탁월한 마법사고, 거기에 붉은 악마의 권능인 업화까지 겹쳐진 상태다.
절체절명이 풀로 켜진 나라고 해도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을 입을 거란 건 당연한 일이다.
방금도 안 떨어졌으면 바로 죽었겠지.
[이럴 거면 대체 왜 저기까지 접근해서 그런 짓을…?]“하도 어이가 없어서 저쪽도 관심을 가졌잖아요.”
[…]“그러려고 한 거에요.”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소울 링커 안에서 전달되는 침묵은 무시하고, 이쪽을 계속해서 무감정한 시선으로 내려다 보고 있는 페이놀을 바라본다.
정확히는.
내가 아니라, 내가 쥐고 있는 사자 모양의 흉갑을 바라보고 있는 거지만.
“…가디언.”
붉은 악마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과 동시에, 주변으로 일렁이는 업화가 이쪽으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래, 이걸 노렸다.
깨물든 뭐든 해서 일단 내쪽에 시선을 집중시키기만 하면, 이걸 보자마자 저렇게 반응이 나올 건 당연지사니까.
[왜 그런 짓을…?]“…이쪽에 공격을 해야 틈이 생기니까.”
저렇게 계속 멍하니, 불기둥의 크기를 계속 키우는 것에만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으면.
솔직히 방법이 없다.
유일하게 상해를 입힐 수 있는 수단인 성검이 먹통인 이상, 내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끌어와도 저쪽에 유효한 타격을 만들
‘할 일은…’
애초에 엘리야에게 말했던 것처럼, 그쪽이 마무리할 ‘틈’을 만들어 주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한 번 더 붙어야 해요.”
방금 전에 저 녀석에게 메달린 것처럼, 접근 수단이 하나 더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잘.”
하지만, 다행인 점이라면.
이 상태의 페이놀은 그래도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성을 가지고 ‘머리’를 써서 나를 죽이려고 오는 게 아니라, ‘정해진 패턴’대로 움직이거든.
그와 동시에, 일렁이는 업화가 머리 위로 쏟아진다.
“한 대도 안 맞으면 되는 일이잖아요?”
[…]이 새끼 또 시작이다, 라는 기색이 절절하게 전해지는 침묵을 무시하고, 곧바로 걸음을 옮긴다.
여기서부터는.
암기 싸움이다.
직선 범위를 관통하는 불꽃의 물결. 못해도 열댓 개 이상.
괜히 악마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시무시한 열기가 느껴지는 모습이다.
‘4초.’
중얼거리면서 옆으로 쭉 횡보를 딛는다.
하나. 둘. 셋. 넷.
우수수 날아오는 창들이 아슬아슬하게 나를 비켜 지나갔다.
4초째에 패턴이 종료.
불꽃의 창 투척 이후로 이어지는 패턴은 위에서 쏟아지는 화염비.
‘3초.’
하나. 둘. 셋.
그 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앞으로 뛴다.
3초째에 패턴 종료.
다음 패턴은 회피 불가. 따라서 받아낸다.
“발카서스.”
[음!]일전에 업화를 걷어냈던 금술의 진이 근처로 펼쳐졌다.
범위는 내 몸 전체. 전방 120도를 감싸는 형태로.
-!
앞에서 불어 닥친 불꽃의 폭풍이 곧장 진에 가로막힌다.
주변으로 펼쳐진 불의 벽 안에서도 지독하리만치 뜨거운 기운이 진과 부딪혀 두 갈래로 갈라졌다.
[…미친 새끼 아니야, 이거 진짜?!]그런 비명이 소울 링커 안에서 비명처럼 터져나왔다.
[너 지금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죽어, 알아 임마?!]지독할 정도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뭐, 언제는 안 그랬다고.”
심드렁하게 대답하며, 똑같은 짓을 반복한다.
초 단위로 상대방의 패턴을 계산, 적합한 움직임을 산출, 내 행동을 거기에 끼워 넣는다.
서서히, 그런 식으로 페이놀에게 접근한다.
칼리반의 말대로 한 번이라도 미끄러지는 순간 그대로 끝나지만, 한 번도 미끄러지지 않고 순조롭게. 계속. 멈추지 않고.
‘…전부 다 외우고 있으니까.’
이 녀석이 보여줄 수 있는 패턴은 아주 눈을 감고도 달달 외울 수 있을만큼 달달 꿰고 있다.
그만큼.
난, 이 녀석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다.
게임 안의 요소들에 대한 것이라면 줄줄이 꿰고 있는 것도 있다지만, 붉은 악마는 그중에서도 특별한 녀석이었으니까.
“…”
지금 생각하고 있는 ‘공략법’도, 대부분은 그쪽에서 기인한다.
[…또 뭔가 꾸미고 있지?]“예.”
[힌트라도 줘라. 나도 짐작이나 해보게.]“칼리반.”
[어.]“붉은 악마 있잖아요.”
[…응.]뭔가 헛소리가 튀어나올 걸 직감했다는 기색이 전달됐지만, 피식 웃으며 말을 잇는다.
“생긴 게 가장 제 취향이에요.”
[…]아니, 뭐.
내 주변에 있는 그릇들 중에 솔직히 미인 아닌 사람 없기는 한데.
그중에서 누가 가장 내 스트라이크 존에 꽂히냐고 한다면, 그건 붉은 악마 쪽이다.
그래서 정보도 달달 외우고 있는 거지. 왠지 자세하게 보게 되더라고.
[…그래서, 생긴 게 가장 네 취향인데. 그걸로 어떻게 한다고?]“힌트 하나 더 드려요?”
피식 웃으면서 흉갑을 준비한다.
안쪽에 잠들어 있는 건 타티아나의 혼. 내가 바라는 대로 페이놀과 나를 ‘연결’시켜주는 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의 역량이 있는 녀석이지.
“아까 전에 먹는다고 한 거, 진심이었어요.”
다만, 그 의미가 좀 다를 뿐이지.
저 녀석을 깨물어서 먹는다고 한 게 아니라.
아주 은유적인 의미를 포함해서 한 말이다.
[그게 무슨…]칼리반이 문장을 끝마치기도 전에.
[ System Message > [ 대상 ‘붉은 악마’의 심상 세계에 진입합니다! ]시계가 새까맣게 가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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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올 때마다 항상 느끼는 거긴 하지만, 여긴 참 정신 사나운 곳이다.
다만, 이전에 들어갔던 리루의 심상 세계나 발카서스의 심상 세계와 비교한다면 여긴 훨씬 더…
[…끔찍하군.]동의한다.
쓴웃음을 지으며 작열하는 것처럼 새빨갛게 불타오르고 있는 주변을 바라본다.
풍경마다 녹아있는 건, 끔찍한 수준의 고통, 회한, 그리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비탄.
인생은 고통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은 심상 세계.
[…그래서.]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던 칼리반이, 문득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게 열심히 여기 안에 들어오려고 했지만, 딱히 특별한 건 안 보이네. 여기서 뭘 어떻게 할건데?]“찾아주세요, 칼리반.”
영체인 이 사람이라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경로가 있을-”
“그럴 필요 없어.”
문장을 끝마치기도 전에.
누군가의 목소리와 함께, 의식이 확 끌려간다.
더 깊은 곳으로.
더욱 더 깊은 곳으로.
심상 세계의 가장 안쪽으로.
그리고 거기에 있는 건.
“…제정신이 아니구나. 악마가 있는 심상 세게에 제발로 걸어들어오다니.”
아무것도 없는 새까만 공간 안쪽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붉은 여자가 한 명.
이렇게 ‘실체화’된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다.
“…네가 붉은 악마구나?”
다른 악마와 달리, 이 녀석은 게임 안에서 보통 말 없이 엘리야에게 토벌당하는 역할이었으니까.
설정화가 아니라 이렇게 직접 ‘말하는 모습’을 본 것도 처음이다.
“인간한테 날 그렇게 부르라고 허락한 적은 없는데.”
그리고.
다른 악마들과 다르게, 내쪽에 대한 호감도는 눈꼽만큼도 없는 게 분명한 모습이다.
다들 서방님이니, 주인님이니, 반려니, 뭐라고 하면서 달려들었는데.
이 녀석은, 지금 거의 나를 벌레 취급하는 분위기다.
“…용기가 가상한 건지, 아니면 멍청한 건지.”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사이.
붉은 악마가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이 안쪽에 들어온 이상, 넌 나한테 무슨 짓이든 다 당할 수 있다는 거, 알고는 있는 거니?”
그런 말이 툭 떨어졌다.
“죽음 한 번에 해방될 수 있는 물질계와 다르게. 영겁의 시간 안에서 천천히 끔찍한 고통을 주며 정신을 완전히 부숴버리는 짓도, 얼마든지 가능한데?”
그런 뜻에서 말하는 거지만.
“아니.”
피식 웃으며 답한다.
“그런 짓 당할 생각 없는데. 너도 아마 그런 짓 못 하게 될 거고.”
“…뭐?”
멍하니 그렇게 반문하는 붉은 악마에게, 곧바로 손을 뻗는다.
코앞에 있던 덕분에 녀석의 몸에 닿는 건 그리 어렵지도 않은 일이었다.
급작스럽다면 급작스러운 행동이겠지만.
“…”
녀석이 전혀 당황하지 않고 표정만 슬쩍 찌푸렸다.
대응이 늦었다기보다, 대응하기도 귀찮다는 기색이다.
확실히, 저 녀석 말대로.
이 심상 세계 안은 그야말로 아무 법칙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저 녀석은 그 안에서 거의 신적인 권능을 가지고 있을 거고.
내가 여기서 이 놈에게 무슨 위해를 가해도 별다른 효과도 없을뿐이니, 그저 무시하고 나에게 무슨 짓이든 끔찍한 짓을 돌려줄 생각이겠지만.
거기서부터 틀렸다.
난, 이 녀석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
녀석의 팔을 붙잡고. 몸을 끌어당긴다.
붉은 악마의 중심이 확 기울어지며 내쪽으로 쏠린다.
“…!”
생각해보면 말이야.
예전에 내가 과로로 뻗어서 페이놀에게 간병받을 때, 그 녀석한테 당했던 일이 있다.
그러니, 한 번 돌려줘야겠지.
그대로.
붉은 악마에게 입을 맞춘다.
일말의 망설임 없이, 한쪽팔로 녀석의 허리를 꽉 끌어 안으며.
“…?”
처음에는, 사태를 받아들이지 못한 붉은 악마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핥고, 빨아내고, 동작 사이사이로 달뜬 한숨이 섞이는 일이 몇 번 반복된다. 타액이 섞인다.
“…! …!!!!”
기겁한 녀석이 나를 밀어내려고 한다. 하도 당황해서 뭔가를 떠올리기도 전에 본능 수준에서 나온 움직임이겠지.
[…선수 다 됐네.]칼리반의 목소리가 멍하니 들려왔다.
슬픈 이야기긴 한데. 나도 입술 정도는 여기저기에 많이 뺏겨 봐서 말이야. 이 정도는 능숙하게 해낼 수 있다.
하지만, 이 녀석은 아닐 거다.
“…! …?! ……?!?!?”
그제서야 자신이 이 공간의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는 걸 떠올린 모양인지, 손가락을 한 번 튕겨서 나와 본인의 위치를 떨어트린 붉은 악마가 급박하게 숨을 헐떡였다.
방금 전에 나와 입을 맞춘 증거인 타액의 실이 손바닥 아래로 살짝 늘어졌다.
“뭐, 뭐, 뭐…!”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혼란이 가득한 표정으로 움찔거리고 있는 붉은 악마에게, 씩 웃으며 말을 잇는다.
“…너, 키스는 진짜로 못하네. 처음이지?”
“….!!!!”
신기한 점 하나.
붉은 악마라서 전신이 다 붉은데 말이야.
방금 내 말을 듣자마자 얼굴에 수치심 섞인 홍조가 팍 치밀어올랐다는 건 알겠다.
“기억하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예전에 페이놀한테 약속했었거든.”
아랑곳하지 않고, 상황을 따라오질 못 하고 있는 녀석에게 말을 잇는다.
“내가 행복하게 해준다고.”
그러니까, 죽지 말아달라고.
내가 구해준다고.
틀림없이, 그런 말을 했었다.
그리고 거기엔 말이야.
“그거, 너도 포함되는 이야기야.”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아주 간단한 공략법이다.
붉은 악마. 내 기프트도 안 먹히는 녀석. 다른 악마들과 달리 나한테 뚜렷한 호감도 안 보일뿐더러, 애초에 관심 자체도 안 가질 만큼 무뚝뚝한 녀석이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여자잖아.
그중에서도 악 성향이 최대치를 찍고 있는 악마고.
그렇다면.
‘…꼬시면 되는 것 아닌가?’
기프트의 도움을 받지 않고, 내 재주만으로.
함락시키면 될 일이다.
[…진짜 너 다운 공략법이네.]흠.
여러 의미로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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