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216)
Chapter 215 – 215. 방문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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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민 캠벨 남작의 하루는 요즘 들어 대단히 보람찬 루틴을 밟고 있었다.
처음 아들놈이 이제부터 당신은 자작이라면서 골딕 자작령의 행정권을 가져다 줬을 때는 대체 이게 뭔가 싶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늘어난 일에도 그럭저럭 적응한 참이고, 새로운 영지민들과도 유대라고 불릴만한 관계도 쌓이기 시작한 참이라 불만은 이미 옛적에 사그라든지 오래였다.
“골딕 영지는 대대로 질 좋은 마석을 채굴하는 광업으로 유명했죠.”
업무를 마치고 쭉 기지개를 펴는 아르민의 옆으로, 전속 집사인 헤르만이 차 한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캠벨령으로 통일된 이후로는 영지민들도 전반적으로 질 좋은 마석을 싸게 구할 수 있어서 모두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래. 잘 된 일이지.”
아르민이 피식 웃으면서 동조했다.
곧바로 표정이 어두워지기는 했지만.
“…그거만 아니면 전부 좋았을 텐데 말이지.”
“…그거 말씀이십니까.”
헤르만이 우울한 목소리로 동조했다.
최근들어 그들이 꽤 괜찮은 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데는 헤르만도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딱 이 시간 때쯤에 찾아오는 ‘그것’만 빼놓는다면.
“안에 계십니까, 캠벨 자작님.”
집무실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헤르만과 아르민이 동시에 몸을 움찔 떨었다.
잔뜩 긴장한 시종의 목소리다.
원래대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친근하게 웃으면서 들어오라고 했겠지만, 지금 그 말을 들은 두 명의 남자의 얼굴로는 동시에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번에도, 그건가?”
“…아무래도 그렇습니다, 자작님.”
아르민의 말에 시종 역시 마른침을 넘기며 답했다.
“트리스탄 공작가와 켄드리드 변경백령입니다.”
“…들어오게.”
긴장된 목소리에 어울리게, 시종 몇 명이 긴장한 기색으로 손수레를 끌며 입장했다.
커다란 상자 두 개다.
각각 다른 이가 손으로 써서 작성한 편지 두 개가 동봉된.
“이번엔 뭐가 들어있나?”
아르민이 상자를 가리키며 묻자, 시종이 눈을 질끈 감으며 답했다.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보석 공방에서 만들어진 컬렉션과, 마탑에서 직송된 건강 보조 약품들입니다. 둘 다 황실에 정기적으로 납품되는 물건들이라더군요.”
“…”
아르민의 표정이 급속도로 우중충해지는 사이, 옆에 서 있던 헤르만도 우울하게 입을 열었다.
“구성 요소 중 딱 하나만 팔아도 저희 영지 몇 달치 운영비는 나오겠군요.”
아르민이 신음을 내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현기증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서신에는 무슨 내용이 적혀있나.”
“늘 그렇듯 별 내용은 없습니다.”
다행히, 그런 어마어마한 선물들에 비해 적혀 있는 건 별거 없는 안부 인사다.
잘 지내느냐, 나도 별일 없다, 영지 안에서는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난다, 같은 시시콜콜한 얘기들. 막역한 사이에서 흔히 나눌 수 있는 신변잡기들.
문제는.
둘 다 콧김만으로 이 정도 자작가 정도는 날릴 수 있는 대귀족들인데.
왜.
그런 인간들이.
마치 상전 대접하는 것처럼 문안 인사를 이렇게 매번 올리냐는 거다.
거기에 이런 어마어마한 선물도 꼬박꼬박 포함해서.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저 받아만 두라는 듯 무상으로 계속해서 이런 물건들을 소매에 쑤셔넣는다.
반대로 아르민이 저런 걸 당사자들에게 해도 모자랄 판국에, 그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절박하다는 것처럼.
“…”
솔직히, 부담스럽다.
부담스러운 걸 넘어 무섭다.
제발 돌려주고 싶어서 안달이 날 정도다.
“아들놈 때문이겠지?”
“도련님 말고 더 있겠습니까.”
아르민이 두 가지의 서신을 노려보며 말하자, 헤르만이 기다렸다는 듯 동조했다.
지금 아르민 본인 근처에서 저쪽에게서 이런 반응을 이끌어낼 놈은 다우드 말고는 짐작조차 가는 이가 없었으니.
“…적당히 치워두게.”
아르민이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이에 시종이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영주님, 창고나 빈방은 이미 꽉 찼습니다.”
“…”
“특히 저번에 받은 석화 처리된 경호용 거대 마수 20개 세트가 면적이 꽤 커서-”
“-그 얘기는 그만두도록 하지. 알아서 부탁하겠네.”
트라우마를 자극당한 것 같이 손을 벌벌 떠는 아르민을 본 헤르만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시종을 제지했다.
영지 앞마당에 사람은 마분지처럼 찢을 수 있는 마수들의 등신대 조각상이 선물이랍시고 날아온 걸 본 아르민이 그대로 졸도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으니까.
그 정도면 어지간히 군사력이 강한 백작가 정도는 석화를 풀자마자 멸망시킬 수 있는 전력이다. 농사짓는 자작가 앞마당에 떡하니 있을 물건들은 아니지.
그 기억을 떠올린 아르민이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자니, 문득 다른 말이 날아왔다.
“…그런데, 영주님?”
“음?”
“트리스탄 공작가 쪽에서, 평소 보내오던 내용을 제외하고 한 가지 서류를 더 동봉했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시종이 사색이 된 아르민을 보고 안타깝다는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초청장입니다.”
“…예?”
“이번에 트리스탄 공작가에서 중대 발표를 할 게 있다며, 꼭 참석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
“…도련님과 그 친우 분들도 여럿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
아들도 오고, 트리스탄 공녀도 있고, 중대 발표를 할 것이며, 굳이 자신을 집어서 ‘꼭’ 참석해줬으면 좋겠다라.
그래.
올 것이 온 느낌이다.
“…사고쳤겠지?”
“그럴 확률이 높지 않겠습니까.”
“…”
아르민이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짚었다.
체통도 잊고 양손으로 마른 세수를 한다.
‘…제발.’
아들 새끼야.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을 저지른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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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느꼈지만, 사실 마차도 잘 만든 건 굉장히 안락하게 탈 수 있다.
빙의 전에 현대인으로서 온갖 탑승물을 타 본 입장에서도 그런 평가가 가능하다는 건 꽤 고무적인 사실이지.
그러니까, 대륙에서 가장 이름높은 귀족 중 하나인 트리스탄 공작가의 마차라면 굉장히 쾌적한 여행이 가능하다.
[지금 쾌적하냐?]‘아뇨.’
원래대로는, 그랬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벨라 씨.”
“벨라 마이어스입니다.”
힘겹게 꺼낸 말을 잘라버리는 말이 건너편에서 돌아왔다.
하얀 장갑을 포함해서 전신을 꼼꼼하게 뒤덮는 정장. 깔끔하게 묶어둔 하얀색 머리. 외눈 안경.
능력 있는 사무직 여성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미녀다.
이번에 트리스탄 공작령에 체류하는 동안 내 수발을 들어줄 사람이다.
“다우드 경과 다르게, 전 정식 작위는 아무것도 받은 게 없는 평민입니다. 존칭은 삼가주십시오.”
“…”
이 딱딱한 사람의 이름은 벨라 마이어스.
엘노어의 전속 시녀라고 했던가.
그거부터 이미, 뭐라고 해야 할까.
의도가 무섭다.
전속 시종을 공유하는 건, 귀족 사회 풍문 상 ‘가족’ 단위가 아니면 굉장히 꺼리는 일이라고 들었는데…
‘칼리반.’
[음?]‘이거 말이 초야권이지, 하려는 짓은 거의…’
[상견례 느낌이지?]‘…’
[너희 아버지도 불렀다며?]그래.
내가 생각하는 걸 정확하게 짚어줘서 고맙다.
그냥 나를 영지에 부를 수 있는 구실이 생긴 김에 아예 생각하고 있던 일은 전부 후딱 처리하려는 그런 모양새다.
“그나저나, 이걸 좀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불길한 생각을 떠올리며 내 스트레스 지수가 증폭되는 동안, 문득 벨라가 내 눈앞으로 뭔가를 내밀었다.
“…이건?”
“일단 한 번 훑어보시죠.”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밀어진 서류들을 쭉 훑어본다.
캠벨 자작령 주변 영지들에 대한 정보가 두루두루 적혀있는 서류였다.
꼼꼼하게 작성되어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는 모습은 역시 대귀족을 섬기는 사용인이라고 해야겠지.
“…”
사실, 너무 상세하게 적혀있다.
영지의 보안 체계나 군사 시설, 심지어는 영주의 가장 깊은 개인사까지 전부 포함해서.
그 영지의 지배자나 알아야 할 법한 극비 사항들까지 모조리 다.
“이 중에서 다음에 병합시킬 영지를 정해주셨으면 합니다, 다우드 경.”
“…”
뭔 미친 소리야, 이건 또.
“…벨라 씨.”
벨라의 미간이 곱게 찡그려졌다.
“벨라입니다. 부탁이니까 하대해주시지요.”
“…”
“저한테 폭언이나 욕설, 모욕은 하셔도 상관 없지만. 존칭만큼은 삼가주세요. 제가 곤란합니다.”
“…벨라.”
양보 안 해주면 끝이 없겠다는 생각에 일단 장단을 맞춰준다.
“모든 영지는 결국 폐하의 임명을 거쳐야지만 병합이 가능한 것 아닙니까.”
이전에 골딕 영지 같은 경우는 좀 특이한 케이스였고, 남의 영지를 양도받는 건 이렇게 쉽게 쉽게 일어날 일이 아니다.
황제라는 멀쩡한 국가 수반이 있는데 그런 걸 마음대로 하는 건-
“폐하께서도 이미 허하신 사안입니다.”
“…”
“고르시기만 하면 바로 자작령의 영토로 편입시키도록 하죠.”
미쳤냐고, 진짜.
입 안이 버쩍버쩍 마르는 느낌을 받으며 벨라를 바라보고 있자니, 내 기색과 정반대로 평탄한 기색의 답이 날아왔다.
“캠벨 자작가는 훗날 트리스탄 공작가와 직접적인 혈연으로 얽힐 가문입니다. 오히려 다우드 경께서는 세를 더 불려주지 않으시면 곤란해요.”
“…”
“이는 공녀님과 공작님, 그리고 폐하께서 모두 동의하신-”
“-그런데.”
이쪽 관련해서 더 얘기하면 진짜 어지러워질 느낌이라, 어떻게든 말꼬리를 돌린다.
“왜 자꾸 아까부터 경이라고 부르는 건지…?”
작위를 가지고 있는 건 엄밀히 말하면 내가 아니라 아버지다. 공식적으로 나는 기사 작위도 귀족 작위도 정식으로 들고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귀족가 장남 정도 위치고.
하지만, 이 질문에 오히려 벨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했다.
“…모르고 계셨습니까?”
“뭐를?”
“…”
내 말에 벨라가 말없이 잠시 나를 쳐다보았다.
이내 그 입에서 얕은 한숨이 폭 흘러나왔다.
“…당장 모르고 계신다면 됐습니다. 다른 분들이 알려드리지 않은 이유가 있겠지요.”
“그게 무슨-”
“어차피 곧 알게 되실 겁니다.”
그런 말과 함께 문장이 툭 끊겼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려는 찰나, 벨라가 창문을 열며 시선을 바깥으로 돌렸다.
“그보다, 보시지요.”
마차는 높은 언덕의 비탈길을 넘어 내리막을 타고 내려가는 참이었다.
고도가 꽤 높아서, 근처의 풍경이 아주 잘 보이는 위치다.
“트리스탄 공작령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벨라의 시선을 따라 창문 바깥을 본 내 눈 앞으로.
광대한 도시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와.”
넓다.
진짜 환장하도록 넓다.
황궁에도 가본 적이 있지만, 거긴 그 건물의 거대함과 장엄함이 인상적인 느낌이지. 이 정도로 압도적인 수준의 ‘광활함’을 가져다주진 못했다.
지평선을 가득 덮을 정도로 끝이 안 보이는 거대한 도시. 면적만 따져도 단일 귀족령 중에선 대륙 제일이라고 하던가.
황궁과 더불어 제국의 두 번째 심장이라고까지 불리는 제국 제일의 거점. 트리스탄 공작령.
엘노어의 고향.
‘말도 안 되네.’
이 정도 크기는 빙의 전에 세계에서도 별로 못 본 크기다.
제국 제일가는 대귀족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그런 감상만이 머릿속으로 절절하게 떠올랐다.
새삼 맨날 나랑 붙어다니던 그 하얀 머리 영애가 어느 수준의 귀빈인지 새삼 체감이 되는 풍경이라고 해야 하나.
“음?”
그렇게 감탄하는 사이, 문득 시야 바깥으로 이상한 게 스쳐지나간다.
비탈길이 끝나는 지점, 트리스탄 공작령으로 들어가는 검문소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다.
“…”
마냥 사람들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
딱 봐도 훈련이 잘된 ‘군대’다. 엄숙한 표정으로 그쪽에 거의 몇백 명은 되는 것 같은 사람들이 도열해 있다.
그런 분위기라면 무슨 문제라도 있나 싶어서 긴장했겠지만.
그 손에는 무기 대신 좀 다른 게 들려있다.
[ 트리스탄 공작령은 다우드 캠벨 경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 [ 트리스탄 공녀와의 진실된 화합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대충 그런 문자들이 대문짝만하게 적혀있는 팻말을 엄숙한 표정으로 들고 있는 기사들을 보자마자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그거 외에도 나와 엘노어가 나란히 붙어있는 사진이나, 그림이나, 조각상…
“…”
조각상?
저런 건 또 언제 준비했는데?
누가 저런 걸 시켰는진 안봐도 비디오다.
‘엘노어, 제발.’
오버 좀 하지마.
진짜, 나 이러다 부끄러워서 죽어…!
“가시지요. 퍼레이드에 늦겠습니다.”
“…퍼레이드요?”
“공작령 내부에서는 경의 방문을 축하하기 위한 행사들이 여럿 기획되어 있습니다. 그 시작을 알리는 행사지요.”
“…”
벨라의 말에 식은땀이 주륵 흘렀다.
시작부터 쉽지 않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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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