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217)
Chapter 216 – 216. 방문을 환영합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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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엔 그레이하운처가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옆에 앉아있는 유리아를 바라보았다.
늘 하는 정기 기도 시간이다. 그녀와 유리아에게는 거의 일과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만큼 자연스러운 일이다. 부담받을 일도 없고, 딱히 힘들어할 이유도 없는.
“…”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시간만 되면 유리아의 상태가 퍽 좋지 않다.
전신에 미세한 떨림이 찾아든다. 눈을 감고 꼭 부여잡은 양손에는 식은땀이 배어있는 게 확실히 보인다.
흐느끼듯이, 가끔 뭔가를 중얼거리기도 한다.
딱, 다우드가 정신을 한 번 잃었다가 의식을 차린 이후로 이 상태다.
‘…후회, 하는 거겠지.’
두 번이나 똑같은 대상에게 해를 입혔다는 사실을, 뼈에 사무치도록 후회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니 이런 기도를 할 때도 이렇게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겠지.
마치 자신의 죄를 신에게 고해성사 하듯이.
“유리아.”
“응, 언니.”
“다우드 씨도 괜찮다고 했잖니. 네 잘못이 아니라고.”
일전에 붉은 악마를 담고 폭주한 페이놀을 함께 제압한 이후에, 다우드가 유리아를 불러내서 개인적으로 분명히 그렇게 주지한 바가 있다.
자신은 정말로 괜찮으니까,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다고.
굳이 따로 불러내서 그런 이야기를 해줘야 할 만큼, 그쪽의 눈에도 유리아의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는 소리겠지.
“…응.”
하지만.
당장 힘없이 돌아오는 유리아의 대답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런 말로 똑바로 기운을 차릴 수 없는 것도 분명해 보인다.
‘…계기가 필요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동생을 계속해서 감싸는 것 같은 이 우울함을 떨치려면,
루시엔이 한숨을 내쉬며 다시 손을 모았다.
눈앞에 있는 단상을 향해, 정신을 집중하고 경건하게 기도문을 암송한다.
‘…신이시여, 부디.’
신앙심을 멀쩡하게 유지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사실 루시엔으로서도 긍정적인 대답을 돌려주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동생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는 것만큼은 멈출 수 없었다.
‘유리아가 이 시련을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그리고 그 문장이 끝나기도 전에, 그 기도에 응답하기라도 한 것인지 예배당의 문이 벌컥 열렸다.
“여기 계셨구나!”
“…”
아무리 성황국에서의 원조가 끊겼다지만, 그래도 루시엔에게 달려 있는 성녀의 칭호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기도 중에 이 정도까지 무례하게 방해할 수 있는 간 큰 사람은 아마 별로 없겠지.
“…엘리야 씨?”
그러니까.
얼마 전에 ‘용사’로 임명받은 인간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는 의미다.
성검에게 선택받은 이후로 성황국에서는 엘리야 크리사낙스를 정식으로 용사로 임명했다. 그러니 이 사람에게 부여된 권위는 이 정도 무례를 저질러도 될 정도는 되겠지.
“…여기서 뭘 하고 계시는 겁니까? 한창 바쁘실 때일 텐데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 여기서 이걸 하고 있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임명 직후에는 용사의 위치에 걸맞은 훈련이나 각국의 이해 관계를 조정하는 산더미같은 행정 절차가 남아있을 텐데, 거기에 짓눌려 신음하고 있어야 할 사람이 여기에서 뭘 하고 있단 말인가?
루시엔의 질문은 그런거였지만, 엘리야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유리아에게 뚜벅뚜벅 다가갔다.
“…용사, 지금은 저희 자매의 기도 시간입니다. 용건이 있다면 나중에-”
“어차피 또 분명히 나 때문에 선생님이 다쳤어, 하면서 땅 파고 계셨죠?”
“…”
루시엔의 입이 헤 벌어졌다.
아니.
갑자기 뭐야, 이 사람.
“…어.”
이어서 유리아도 버둥거리며 시선을 피했다.
아니, 맞기는 한데.
그렇다고 그걸 당사자 입에서 이렇게 푹 찌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루시엔이 그런 말을 입에 담으려고 했지만, 그 전에 엘리야의 목소리가 먼저 흘러나왔다.
“그러면 구해드리면 되죠.”
“…네?”
“두 번이나 잘못을 했으면 한 번은 그쪽에 커다란 도움이 되어드리면 됩니다! 죄책감을 깔끔하게 씻을 정도로!”
“…네?”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유리아쪽으로, 엘리야가 뚜벅뚜벅 다가갔다.
“지금, 다우드 씨는 중대한 위협에 놓여있습니다.”
“…네?”
“트리스탄 공작가에 끌려갔잖아요! 웃기지도 않은 내기를 해서!”
“…”
아니.
그거 분명히 여기 있는 유리아도 동의한 일이라고 들었는데.
루시엔이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있자니, 더더욱 당황하는 유리아에게 엘리야가 눈이 번쩍번쩍 빛나는 표정으로 얼굴을 가까이 드밀었다.
“그러니까, 가서 구해옵시다! 저는 그런 내기가 저 모르는 곳에서 돌아가고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구요!”
“…”
“그러니까 가장 믿을만한 친구인 당신에게 온 거에요!”
“치, 친구…?”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는 유리아의 얼굴로, 살짝 화색이 깃돌았다.
루시엔이 흠칫했다. 적어도 근 몇 달은 동생의 얼굴에서 본 적이 없는 얼굴이었으니까.
‘…분위기가 좀 이상하기는 한데…!’
내버려 둬야하는 건가?
정말 자신의 기도대로 동생에게 특별한 계기가 찾아오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마른 침을 삼키고 있자니.
엘리야가 입에서 불을 뿜는 것 같은 기세로 말을 이었다.
“같이 트리스탄 공작령을 습격합시다!”
“…”
“가서 다우드 씨를 되찾아 오자구요!”
잠깐만.
결론 상태가 왜 이래.
그런 생각을 떠올린이 루시엔이 급하게 입을 열었다.
“자, 잠시만요. 설마하니 진짜 습격을 하실 생각이 아니라는 건 저도 알겠지만-”
“성녀님. 저 지금 용사잖아요?”
“…?”
분명히 그렇긴 하지.
그런데 지금 그 소리가 왜 나온단 말인가.
루시엔이 눈을 끔뻑거리며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엘리야가 위풍당당하게 가슴을 내밀며 말을 이었다.
“이제 대놓고 학생회장님한테 들이받아도 될만한 권위와 권력이 손에 들어왔단 얘기죠!”
“…”
루시엔이 표정이 급속도로 찌그러졌다.
“아무리 제국 제일의 대귀족이라 해도, 용사라는 호칭 앞에서는 사릴 수밖에 없을걸요!”
“…”
이딴 인간이 인류의 희망이라니.
세상의 미래는 어둡다.
“…엘리야 씨.”
분명히.
예전에는 엘노어가 이런 식으로 급발진을 밟으면, 그걸 그나마 붙잡고 있는 쪽이 엘리야였던 것 같은데.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 자는 심연도 그 자를 돌아본다고 했던가.
루시엔은 문득 엘리야를 보며 익숙한 느낌으로 떠올리는 감상을 곱씹었다.
그래. 늘 이런 느낌이 들 때마다 그 사람에게 똑같은 말을 하곤 했었지.
“네, 성녀님?”
“진짜 미치셨나요?”
“…”
다우드와 오랫동안 어울린 자는 그에게 물들기라도 하는 모양이다.
루시엔이 그렇게 확신하며 머리를 짚었다.
●
전신이 녹초다.
그냥 영지에 도착했을 뿐인데 퍼레이드, 연설, 행가레, 그 외에 군악대의 축하 공연까지 한꺼번에 쭉 거쳤다.
“…”
황제가 방문해도 이 수준까지는 안 하겠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수고 많으셨습니다. 따라오시죠.”
기진맥직한 내게, 벨라의 목소리가 툭 떨어졌다.
“…아직 뭔가 더 남았나요?”
“마지막으로 하나 남았습니다. 이후엔 숙소에서 쉬시면 됩니다.”
“…”
할 게 뭐가 더 있는데, 여기서.
그래도 마지막이니까 다행이긴 하다만.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며 벨라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음?’
그리고 그 사이, 눈앞으로 문득 창 하나가 떠올랐다.
[ System Message > [ 개인 퀘스트 ‘대수라장’의 조건이 생성됩니다! ] [ 트리스탄 공작령에 집결하는 중요 NPC의 숫자: 2 / ??? ] [ 조건이 충족되면 개인 퀘스트가 발현됩니다! ]“…”
흠.
눈앞에 떠오른 창을 보고 턱을 쓰다듬는다.
이제는 아무 전후 사정도 없이 그냥 이런 퀘스트가 눈앞에 휙 날아오는 경우가 잦아져서, 이게 무슨 소리일지는 스스로 해석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단 대수라장이라는 불길한 이름에서 유추해 보건데…
‘…또 여난女難 관련된 문제겠군.’
이 정도는 이제 눈 감고도 짚어낼 수 있다.
네이밍 센스에서부터 이미 내 주변에 있는 여자들이 진득하게 얽혀올 거란 냄새가 진동을 한다.
문제는.
[ 트리스탄 공작령에 집결하는 중요 NPC의 숫자: 2 / ??? ]“…”
왜 숫자가 제대로 표기가 안 되어 있지.
마치 ‘지금보다 더 좆될 준비해라!’라고 귓가에 고함을 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항이다.
‘…흠.’
이것도 마저 예상해보자면.
아마 몇 명이 모이느냐에 따라 이 개인 퀘스트가 어디까지 개판이 되냐를 결정하는 느낌이겠지.
아마 풀로 모이면 진짜 이름에 걸맞을 만큼 대수라장이 일어날 느낌이다.
‘그리고 내 주변 여자들이 그만큼이나 모일 확률은…’
그렇게 낮지 않다.
당장 엘노어가 자기 본가에 초대해서 짐승같이 나를 털어먹겠다고 선언한 시점인데, 거기에 눈을 까뒤집고 달려들 만한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부 다 잠재적 위협이라고 봐야겠지.
즉.
‘좆됐군.’
[…뭘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진 모르겠는데, 어째 이제는 목소리에 다급하다는 기색도 없냐?]‘뭐 제가 좆되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닌데 그러십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나오는 내 말에 칼리반이 뭐라고 할 말도 없다는 기색으로 입을 다물었다.
[너 말이야. 예전처럼 아예 인간성을 잃어버리는 것 같은 기색은 아닌 느낌이라 다행이거든. 전반적으로 이성은 멀쩡하게 붙들고 있는 것 같아서.]‘네?’
[근데 지금 보니까 이제 점점 맑은 눈의 또라이가 되는 것 같아서 좀 걱정이야.]‘…’
[이제는 반쯤 즐기는 느낌이랄까…]뭔 소리야.
그런 실없는 대화를 나누며 복도 끝으로 걸어간다.
“도착했습니다.”
그런 말을 듣고 눈앞을 바라보자.
“…”
표정이 싹 굳는다.
눈앞에 있는 문은 내 눈에 굉장히 익은 모습이었으니까.
아니.
여기 내가 와도 되는 거 맞아?
“벨라 씨. 질문을 좀-”
서늘한 표정을 보자마자 바로 말을 바꾼다,
“…벨라. 뭐 좀 물어볼게.”
벨라가 싱긋 웃으며 답했다.
“말씀하시죠, 다우드 경.”
“…여기, 가주님의 방 아닙니까?”
“알고 계시는군요?”
“…”
알다마다.
트리스탄 공작가에서 ‘공작’이 아닌 ‘가주’라고 불리는 인물은 하나밖에 없다.
레오니드 레벤타도르 라 트리스탄.
트리스탄 공작가의 최고 원로.
사실 원래대로는 트리스탄 공작가가 아니라 타 귀족 가문 출신이지만, 혼약과 함꼐 트리스탄 공작가에 편입된 가문 출신이다.
“…”
그리고, 최근에 그럴 만큼 커다란 혼인은 하나밖에 없었지.
기드온의 혼인. 엘노어를 낳은 부부.
즉.
이건 기드온의 장인어른 되시는 분이다.
엘노어의 할아버지기도 하고.
그런데, 그런 사람 쪽에는 왜?
“꼭 한 번은 다우드 경을 뵙고 싶다고 하셔서 말입니다.”
“…”
표정이 살짝 찌푸려진다.
영문을 모르겠다.
레오니드의 설정이든 뭐든 다 떠올려 봐도 이쪽이 나한테 관심을 가질 이유가 안 떠오른다.
“들어가시지요.”
“…”
하지만, 옆에서 재촉하는 벨라의 말에 일단 고민은 집어넣는다.
‘…굳이 피할 이유도 없지.’
엘노어의 주변 인물이라면 굳이 호감도를 깎을 필요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방 안으로 들어간다.
광활한 서재.
학자의 연구실이란 느낌이 물씬 드는 방이다.
“…가주님.”
방에 들어가서 조심스럽게 그렇게 입을 열자, 책상 건너편에 있던 사람이 의자를 돌려 나와 마주했다.
‘…와.’
곱게 늙는다는 게 이런 사람이겠지.
빙의 전 세계에서 영화배우로 활동했더라도 이해가 갈만한 수준의 외모다.
“그쪽이 다우드 캠벨이군?”
이어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가주님.”
내 말을 들은 레오니드가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 좀 익숙한데?’
기색 자체가, 뭐라고 해야 할까.
엘노어랑 굉장히 비슷하다.
아마 이쪽에서 배운 게 아닐까.
가문 전체가 감정 표현을 좀 무디게 하는 경향이 있는 게 틀림없다.
“하나만 묻지, 자네.”
이어서 그런 질문이 흘러나왔다.
“이번에 엘노어가 초대한 게 자네인가.”
“…?”
질문의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맞는 말은 맞는 말이니까. 일단 수긍한다.
“그렇습니다. 공녀님께는 항상 신세를 지고 있죠.”
“…그렇군.”
내 말을 들은 레오니드가 한참을 침묵했다.
계속.
계속해서 침묵한다.
이어서, 그런 침묵을 뚫고 평탄한 목소리로 한 문장이 툭 떨어졌다.
“둘이 관계가 꽤 깊은 모양이더군.”
“…다행스럽게도, 공녀님께서 저를 어여삐 봐주시는-”
“그렇다면 너를 죽이겠다.”
“…”
한 가지 더.
깜빡이도 안 키고 전속력으로 급발진을 처박는 것도 가족력이 틀림없다.
●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