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221)
Chapter 220 – 220. 살려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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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악마가 몸의 통제권을 어느 정도 돌려준 게 바로 방금의 일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도망가거나 저항하는 건 의미가 없으니, 그저 순순히 이쪽이 해달라는 대로 맞춰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가 그렇게 생각하며 떨떠름하게 눈앞의 나신을 내려다 보았다.
“…”
솔직히 말해서, 아름다운 몸이다.
고간에 피가 몰리기 이전에 의식이 작동을 멈출 만큼.
악마들 대다수가 그릇들의 모습과 대단히 흡사하게 닮았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엘노어의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몸 또한 거의 그대로 가져온 모습이리라.
아니, 사실 보이는 것만 따지면 그것보다 더욱 풍만하다고 하는 게 맞겠지.
“…”
그 사실을 떠올리자, 다우드가 저도 모르게 잠시 눈을 감았다.
왠지 모를 죄책감, 배덕감, 죄악감 같은 것이 온 몸을 감싸고 있었으니.
[무슨 생각하고 있어?]그런 질문이 날아오자, 다우드가 퍼뜩 정신을 차리며 회색 악마를 바라보았다.
붉은색 시선이 자신에게 똑바로 꽂혀있다. 눈동자에 어떤 적의나 험악한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어쩐지 이쪽을 긴장시키는 분위기가 있다.
“…아무것도.”
적어도, 왠지 이 녀석에게 방금 떠올린 것을 말하는 건 안 좋다는 직감이 떠오른다.
그렇게 말하는 대신, 다우드는 조용히 그 비부에 자신의 하반신을 밀착시켰다.
첫 경험이라곤 하지만, 아무튼 성교육은 충실하게 받은 몸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는 잘 알고 있다. 무슨 느낌이 들건지도 예상은 하고 있었고.
“…흡…”
그렇기 때문에.
첫 삽입에 의한 충격은, 예상보다 조금 더 세게 다가왔다.
안 그런 부류가 없겠지만, 남자들의 음담패설은 꽤 적나라하다.
다우드의 흐리멍텅한 머리 속으로 그런 감상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따라서, 그는 술자리에서 얼근하게 취한 인간 중 한 명이 주워섬긴 잡소리 하나를 멍하니 떠올리고 있었다.
케겔 운동 등으로 잘 단련된 골반기저근의 소유자는 아마 호두도 질 내부에서 으깨버릴 수도 있을 거라는 소리였나.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박장대소했고, 다우드 또한 언젠가 이 인간은 술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고 말 거라는 생각을 떠올리곤 했지만.
아무튼 사람마다 성기능이 다르다는 것 자체는 그 역시 동의하는 사실이었다.
그런 점에서.
“…잘하면 으깰 수도 있겠는데.”
[으음-?]“아무것도, 아니야.”
다우드가 악다문 이 사이로 간신히 정렬한 호흡을 흘려보냈다.
아니, 상식적으로 이게 가능한 조임인가. 질 내부에 진공압착기라도 달아놓은건가. 그런 실없는 생각이 흐를 정도의 흡착력이다.
운동이니 뭐니 하는 그런 범주가 아니라, 마치 내부 전체가 살아있는 생물처럼 그의 남근을 감싸고 지속적으로 자극해온다.
조금이라도 더 기분 좋게 사정시키기 위해 전신으로 봉사 당하는 기분이다.
“…움직인다.”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여전히 자애로운 미소만이 돌아왔다.
과정이 가속되고, 숨결에 섞인 열기는 이제 피부에 가져다 대었다간 화상을 입을만한 수준으로 발전할 즈음에, 다우드가 다시 부드럽게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손바닥과 손목으로 가슴 한쪽을 움푹 붙잡듯이 고정시키고 집게손가락으로 유두를 살살 건드린다. 꼬집듯이 튕기자 회색 악마가 온 몸에 전기라도 통한 것처럼 전신을 살짝 뒤틀었다.
[잘 C¾ð 하네에…]회색 악마가 입 천창까지 탁한 공기를 밀어 올린다. 달뜬 표정으로 상반신을 일으켜, 천천히 움직이는 다우드의 몸을 양팔로 감싼다. 서로 간의 체온이 뜨겁게 교환되었다.
[힘 ¡Á 내라, 힘… ]“…”
마치 응원하는 것처럼, 자신과 이어진 다우드의 상반신을 열렬하게 끌어안고, 그런 말을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헐떡거리는 숨결에는, 마치 아양 부리는 신음이 섞여 나오고 있었다. 얼굴에는 답지도 않은 홍조까지 깃들어 있었고.
진짜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주제에, 진심으로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인간 여자를 흉내내고 있는 거다.
그 모습을 본 다우드의 얼굴이 오히려 더욱 찌그러졌다.
솔직히, 열 받는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주도권을 저쪽이 전부 다 틀어쥐고, 이쪽을 ‘봐준다’는 느낌이 물씬 드니까 생기는 느낌이렸다.
남자로서의 자존심이니 뭐니 하는 문제가 아니라, 생물로서의 ‘격’의 차이가 느껴지는 수준이니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렸다.
이 여자는, 마음만 먹으면 자신을 손가락 하나로 뭉개버릴 수 있다. 갈갈이 찢어버릴 수 있다.
그런데도.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의 아래에 깔려, 성적으로서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스스로 자진해서 ‘봉사’하고 있다.
“…”
틀림없이, 괴리감이 느껴지는 사실이지만.
그것에 성적 흥분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것도 거짓말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전 세계에 존재하는 그 어떤 수컷도, 이 여자에게 이런 식으로 엮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존재를.
자신이, 독점하고 있다.
오직 전 세계에서 자신만이, 이런 존재를 자신에게 ‘봉사’시킬 수 있다. 자신만의 것으로 향유할 수 있다.
그런 정복감이 다우드의 머릿 속으로 가로질렀다.
그 사이, 다시 다우드의 입술 너머로 회색 악마의 입술이 포개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놀리는 기색인 주제에, 이런 식으로 애정 표현을 할 때 만큼은 진심으로 애정이 느껴진다.
정중하게 스치는 점막과, 끈적하고 농밀하게 교환되는 타액에는 흡사 애교를 부리는 것 같은 정중함과 배려심이 녹아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교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는듯한 끈적한 키스.
한참을 그렇게 입을 맞추던 회색 악마가, 이내 다시 얼굴을 떨어트렸다.
[사랑¾ð해.]자극이 파도처럼 몰아친다. 단어의 뜻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인데, 세포 레벨에서 반응할 정도로 몸이 기뻐한다.
[사랑해. 사랑해. 좋아해. 좋아¾ð해에…]자극이 자극을 오버랩한다. 다우드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몇 번을 그리했을까.
결국 불덩이같은 감각이 다우드의 하반신에서 치솟아 올랐다.
산벼락이 불꽃을 노호하는 것 같은 찌릿찌릿한 감각이 정수리에서부터 발끝까지 관통한다.
시선의 초점이 풀린다. 근육의 통제를 잃는다.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기 힘들 정도다.
평소의 모습과는 천만 광년 정도 떨어진 모습으로, 존엄성조차 모조리 잃어버리고, 이 여자의 품에 안겨서, 머리가 새하얗게 불타는 것 같은 쾌감을 오롯이 느낀다.
진심으로, 위험하다는 생각이 다우드의 의식 기저에서 살짝 부상했다. 이러다가 온몸이 불타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허황된 생각도 그 근처에 붙어서 같이 딸려 나왔다. 짓뭉개지는 호흡을 정돈조차 하지 못하고 엉망진창으로 문장을 구성한다.
“…나, 아무래도, 곧-”
그런 헐떡거림에, 회색 악마의 얼굴에 삐뚜름한 미소가 걸렸다.
“…바깥에, 한다…”
어쩐지, 이대로 안에 사정했다가는 틀림없이 뭔가 위험할 거라는 생각에 꺼내든 말이었지만.
그걸 들은 회색 악마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천진난만한 미소와 달리.
오랜만에, 짖궂은 장난을 떠올린 ‘악마’의 미소다.
절정 직전의 다우드에게, 문득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들이댄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다우드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 ‘모습’이 변하는 과정이, 시야에 똑똑히 들어왔으니.
[선물 C¾ð 이야.]그렇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좋아 C¾ð 하지? 이 ¡Á 아이.]회색 마기로 이루어져 있던 회색 악마의 몸이, 순식간에 변했다.
다우드로서도 익히 알고 있는 모습이다.
너무.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문제인 모습이기도 했다.
“다우드…”
엘노어의 목소리다.
회색 악마가 아닌, 엘노어의 얼굴로, 엘노어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런 모습으로.
눈물 맺힌 눈으로, 헐떡이며.
절대로 떨어지기 싫다는 듯 양다리로 그의 몸을 꽉 끌어안고.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정말로, 엘노어가 눈앞에서, 그와 교접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변해서.
“안에, 부디, 부탁, 하네…”
그렇게 애원한다.
“제발, 빼지 말아주게, 부탁, 부탁이니… 뭐, 뭐든지 할 테니까아- 제발, 안에-”
달뜬 목소리.
방금 전까지 듣던 엘노어의 냉정침착하고 무정한 목소리가, 성적 쾌락으로 얼룩져 있다.
“…너-”
다우드가 이를 부드득 갈면서 그 모습을 노려보았다.
이성은 알고 있다.
전부 연기다. 그를 놀리려고 수작질을 부리는 것이다.
하지만.
판단이 흐려진 이 순간만큼은. 모든 감각이 극단까지 끌어올려진 이 순간만큼은.
이성은 몰라도, 본능이 ‘착각’해버린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감각과 함께, 저도 모르게 몸을 그쪽에 가깝게 붙여버린다.
그리고, 사정.
“-! -!! -!!!!!”
하반신이 통째로 과열되는 느낌. 영혼이 한쪽 구멍으로 빨려나가는 것 같다는 말도 안되는 상상까지 들 정도였다.
쏟아져 나오는 수준이 아니라, 둑이 터져서 무너져 내리는 듯이.
말도 똑바로 나오지 않았다. 살짝 벌려진 입에서 나오는 것은, 몇 cm도 안될 정도로 짧은 공간에서 새어나오는 바람같은 호흡뿐. 그 외에는 오롯이, 신경계를 새하얗게 불태우는 쾌감의 피드백. 그 자극의 정보량만으로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정액이 쏟아져 나온다. 회색 악마의 몸안으로 그의 유전자를 끝도 없이 토해낸다.
계속, 계속, 계속.
멈추지 않고.
“하…. 그, 으—-윽…”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신음이 다우드의 성대 아래에서 들끓음었다.
쾌락도 이쯤되면 고통에 가깝다. 뇌수를 인두로 지지는 수준이다.
이에 그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시계가 흐리다. 정신이 어지럽다.
[하, 아아-]황홀함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양손으로 쓰다듬는 회색 악마의 모습이.
다우드가, 정신을 잃기 전에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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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정도 기절했나.
힘겹게 눈을 밀어올린 다우드가 그렇게 생각하자, 곧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날아들어다.
[만족¡Á했어?]“…”
만족하고 자시고.
자기는 이쪽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며 쭉 쥐어짜인 기억밖에 없다.
“…이제, 끝났냐.”
진이 빠진 목소리로 다우드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진심으로 뭐라고 대꾸할 말도 없어서 꺼낸 말이었지만, 이걸 들은 회색 악마는 그저 생긋 웃기만 했다.
“…”
그동안 진창 봐온 표정이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불안감이 그의 등골을 타고 쭉 내려왔다.
적어도, 이 녀석이 이런 표정을 지은 것 치고 그에게 좋은 일이 일어난 적이 없었으니까.
과연, 이어지는 문장도 틀림없이 그런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이 분명했다.
[끝나¡Á다니?]“…”
[아직, 밤은 ¡Á 꽤 남았잖아.]“…”
[몇 번은 ¡Á 더 해야 ¡Á 하지 않을까?]다우드가 멍한 눈동자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래.
방금 같은 짓거리를 몇 번이고 더 한다라.
악마란 것들은, 진짜로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했다.
[내가 그나마 C¾ð ‘우리’들 중에서는 C¾ð 제일 온건한 편인데?]“…”
[다른 녀석들한테 C¾ð 안 붙잡힌 걸 다행으로 C¾ð 여겨야 할 걸?]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회색 악마가 진짜로 다행으로 여기라는 듯 쿡쿡거리며 읊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별로 농담처럼 꺼낸 것도 아닌 기색이다.
“…”
그러니까.
다른 악마들은, 이런 게 애교로 보일만치 더 끔찍한 성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 거지.
‘…살려줘.’
진심으로.
그런 생각이 절로 떠오르는 상황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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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