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223)
Chapter 222 – 222. 수라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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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스탄 공작가의 만찬은, 그런 명성에 어울리게 대단한 품질을 자랑하고 있었다.
조촐한 응접실이지만, 이런 시설에서도 맛볼 수 있는 음식은 그야말로 일류다.
소금을 친 덕분에 짭조름한 맛이 느껴지는 탈리아텔레.
길고 넓적한 면에 미트 소스가 제법 잘 어울린다. 껍질을 벗겨 으깨고 올리브 오일에 볶은 매운 소세지, 같이 구운 방울 토마토. 색감도 다채롭고 풍미도 훌륭하다.
그야말로 맛의 통일성이 멋진 음식-
“그런 식으로 도피하려는 거야?”
“…”
음식의 분자구조라도 분석하려는 것 마냥 접시에 고개를 처박고 있던 내게 그런 말이 날아왔다.
옆자리에 앉아 턱을 괸 상태로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있는 포니테일 여성으로부터 날아온 문장이다.
“만나서 반가워. 킬고어 후작가의 베아트릭스야.”
“…캠벨 자작가의 다우드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슬쩍 목례한다.
엘노어의 막역지우, 학생회의 서기.
베아트릭스 엘핀 킬고어.
아마 내일 트리스탄 공작가에서 열릴 ‘수확제’ 때문에 방문했다고 들었다.
트리스탄 공작령의 대명절 비슷한 거라고 들었다. 원래 이맘때쯤이면 항상 하는 행사라나.
나라의 대들보로 여겨지는 트리스탄 공작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기간인만큼, 이름 있는 귀족들은 대부분 얼굴을 비추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는 황제가 직접 참석한다는 소문도 있고.’
그런 정보를 떠올리고 있자니, 베아트릭스가 여전히 씩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지? 네 얘기는 많이 들었어.”
베아트릭스가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었다.
“…이런 상황만 아니라면 제대로 말이라도 나눴을 텐데 말이야.”
“…”
그런 말을 속삭이며 시선을 슬쩍 돌리는 베아트릭스의 눈 끝을 따라간다.
하지만, 여전히 그쪽에서 쏟아지고 있는 액체 질소급 냉랭함은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널찍한 테이블의 건너편으로는, 지금 상황에서 가장 서로 만나게 하고 싶지 않았던 인물들이 앉아있었다.
엘노어. 엘리야.
지금, 쭉 이어지고 있는 얼음장 같은 분위기의 원인들이다.
“말려야 하는 것 아니야? 딱 봐도 네가 원인인데.”
베아트릭스가 경직된 볼근육을 푸들거리며 그런 말을 연이어 속삭였다.
그 점에는 나도 동의하긴 한다만.
문제는.
“…제가 말 한마디 잘못하는 순간 오히려 더 개판이 날 것 같은데요.”
“그건 그럴 것 같네.”
“…”
솔직히, 지금은 사태를 관망하는 게 우선이다.
아무튼 끼어들 때 끼어들더라도 지금이 아닌 건 확실하다.
“…”
아니.
둘이 왜 이래.
최근에는 대놓고 서로 크게 부딪힌 적 없어서 사이가 조금 원만해졌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둘 사이에 흐르는 기색은 냉랭하기 짝이 없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거 아니냐?]‘…예?’
[그동안 네가 중간에 낀 상태라 이런저런 일이 있어도 서로 군말 안 하고 협력한 거지, 저 둘이 사이가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은데?]‘…’
[공동의 목적이 있으면 협력할 정도는 되지만, 너를 두고 ‘주도권’을 다투는 형태면 둘 다 양보할 생각이 없을걸?]‘…’
맞는 말 같군.
그동안 이런저런 이슈가 있어서 둘이 싸우지만 않았다 뿐이지, 엘리야와 엘노어는 게임 본편 안에서부터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악연이다. 쉽게 서로 사이가 좋아질 리가 없지.
[하물며.]칼리반이 핏 웃으며 말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저 공녀님이 ‘뺏어갔다’고 생각하는 상황이면. 더더욱.]그런 말과 함께, 여태 침묵하고 있던 엘노어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자신 앞에 놓인 윤기 흐르는 스테이크 쪽으론 눈길도 주지 않으면서, 그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엘노어가 딱딱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기는 어쩐 일인가, 그대.”
나와 단둘이 있을 때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만큼 험악한 분위기였다.
그 말에,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고 무표정하게 내쪽을 바라보던 엘리야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렇게 잠시 엘노어와 눈을 맞추던 엘리야가, 말 없이 싱긋 웃었다.
“그냥, 수확제 기간이니까요. 구경?”
“…얼간이도 안 믿을 변명은 관두게. 힘 빠지니까.”
엘노어가 냉랭한 기색으로 받아쳤다.
“켄드리드 백작가 인간이 수확제 기간에 평화롭게 얼굴을 들이민 경우는 전례가 없었네.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어라. 전 이제 용사인데요, 학생회장님?”
“…뭐라고?”
“이제 그런 ‘사소한’ 정치적 이유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는 거죠. 전 제가 있고 싶은 곳에 있을 거에요.”
“…”
여유만만하게 답하는 엘리야의 목소리에, 엘노어의 눈썹이 미간 중앙으로 좁혀졌다.
말이야 사소한 정치적 이유 어쩌구 하는 거지만, 안에 담긴 본의는 이제 용사 칭호를 딴 자신이라면 ‘트리스탄 공작가’라는 뒷배경조차 무마시킬 입지가 있다는걸 엘노어에게 드러내는 거다.
더 이상 자기도 ‘물러서지 않겠다’라는 의사 표명이나 다름없단 거지.
“…내기에는.”
엘노어가 서릿발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긴 자가 다우드를 데리고 있는 것에 모두가 동의했다.”
“전 애초에 동의한 적 없는데요, 그 내기란 거?”
“…”
“그렇잖아요. 난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는 걸?”
그렇기는… 하지.
칼리반한테 듣기로는 엘리야를 제외한 악마의 그릇 전원에게만 말을 전달했다던가. 엘리야로서는 진짜 모르는 얘기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다만.
이어서 나오는 말은 그런 범위를 넘어선 영역이 분명했다.
“자꾸 선생님 자기가 맡아놓은 것처럼 얘기하지 마시라구요. 짜증 나려고 하니까.”
엘노어의 눈동자에서 불똥이 튀었다.
“싸우자는 건가, 그대?”
살벌한 기색으로 그런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그러자마자, 엘리야가 핏 웃으며 답했다.
“그러게요. 궁금하긴 하네요.”
“뭐?”
“예전이면 몰라도, 지금은 저도 꽤 수준이 올라왔거든요. 그쪽과 수를 맞출 수 있을 정도로.”
“…그대.”
“서로 어디까지 붙을 수 있나, 공녀님도 궁금하지 않으세요?”
“…”
“저도 내기 하나 걸게요.”
엘리야의 눈동자도, 이어서 흉폭하게 번들거렸다.
“제가 이기면, 선생님을 그쪽한테서 완전히 뺏어가는 조건으로. 어떠세요?”
다음 상황은 전부 순식간에 일어났다.
엘노어가 검을 잡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그에 응하듯 엘리야가 곧바로 성검의 검자루를 움켜쥐고, 베아트릭스가 엘노어를 말리기 위해 마찬가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고, 주변에 늘어서 있던 사용인들도 기겁해서 일어서려는 무렵에.
그 사이로 끼어드는 미친 인간이 있었다.
그러니까, 나 말이야.
[ 위기 상황이 감지됩니다. ] [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수준으로 판단합니다. ] [ 스킬: 절체절명을 EX등급으로 적용합니다. ]그런 창이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아예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테이블 위로 올라선다.
절체절명이고 뭐고, 이 두 명한테 동시에 얻어 맞으면 죽겠지만.
이 두 명이라면 절대 나한테 해를 가하지 않겠다는 확신이 있으니까 저지른 일이다.
실제로, 내 모습을 보자마자 엘노어와 엘리야가 동시에 당혹스러운 모습으로 동작을 멈추지 않았나.
“…싸우지 마세요.”
그렇게 말하며,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상태로 나마 두 명을 동시에 번갈아 가며 바라본다.
“진짜로, 제발. 싸우지 마세요.”
“…다우드, 비키게.”
“그래요, 선생님. 지금은 끼어들지 마시고-”
하지만, 그럼에도 이 여자들은 전혀 멈출 기색이 없다.
당장 어떻게든 서로 승부를 봐도 확실하게 봐야겠다는 기색이다.
“아니.”
그러니.
눈을 질끈 감으며 한 마디 더 얹는다.
“전 폭력적인 여자가 싫습니다.”
“…”
“…”
엘노어와 엘리야의 얼굴이 동시에 멍해졌다.
이놈이 지금 대체 뭔 소리를 하냐는 모습이지만, 철면피를 깔고 한 마디를 더 얹는다.
“싸우면 둘 다 싫어할 거에요.”
“…”
“…”
그 말을 듣자.
엘노어와 엘리야가, 서로를 무시무시하게 노려보면서도 검자루에서 손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두 명이 얌전하게 앉자마자, 이 모습을 쭉 지켜보던 베아트릭스가 기가 막히다는 얼굴이 되었다.
(…그딴 걸로 진정시킨다고?)
귓가에 베아트릭스가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마력을 사용한 전음이다. 아마 엘노어나 엘리야에게는 들리게 하지 않고 나한테만 들리게 설정해둔 것이겠지.
베아트릭스, 분명히 마도학부였던가. 꽤 어려운 기술일 텐데도 쉽게 사용하는 모습이다.
(대체 둘 다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 거야…?)
“…”
(어쩌면 너, 소문 이상의 미친 난봉꾼일지도…?)
“…”
나쁜 말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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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방금 한 말 덕분에, 상황은 그래도 소강 상태에 접어든 모양이다.
엘노어와 엘리야가 서로를 가끔 노려보기는 하지만, 적어도 아까처럼 치고 받을 기미까진 없어 보인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네.]‘뭐가요?’
[네가 누구한테 처음을 뺏겼는지 알면 저 공녀님까지 난리가 났을 텐데.]‘…당신, 그거 알고 있었어요?’
[그냥, 네 반응 보니까 그럭저럭 나오던데. 엘리야는 네가 동정 땠다 하고, 근데 네 옆에 항상 붙어있는 나는 본적이 없고. 그러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네가 쥐어 짜였다는 건데. 그게 가능할 녀석은 딱 하나 뿐이지, 뭐. 공녀님 몸 안쪽에 들어있는 그 녀석 아니냐?]‘…’
[반응 보니까 맞나보네. 아무튼, 당장 그거 때문에 일이 더 커지지는 않아서 다행 아니야?]그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다행은 맞는데, 당장 미래에 이를 악물고 피해 다녀야 할 폭탄이 그대로 남아있단 뜻이다.
‘…그건 그렇죠.’
그렇게 생각하며 침묵이 가득한 응접실을 둘러본다.
그래서.
당장 큰 싸움이 일어날 뻔한 걸 막은 건 좋은데.
“…”
분위기가 숨 막힌다.
엘노어와 엘리야, 둘 사이에 흐르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분위기에 피부가 아릴 정도다.
당장은 후식으로 나온 차를 홀짝이며 서로 시선도 마주치지 않고 있지만, 자리에 있는 당사자가 느끼기에는 나를 사이에 끼고 눈치를 미친 듯이 굴리고 있는 것이 뻔히 느껴진다.
최근 들어 이런 분위기를 살피는 일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숨이 턱턱 막히는 수준이었다.
[글쎄. 누가 봐도 당장 네 앞에서 싸우는 것만 멈췄다는 느낌이지?]“…”
[아마 너 없는 자리라면 어떻게든 서로 승부를 볼 생각 만만일 것 같은데?]동의한다.
그래서 나도 죽을 것 같거든.
조각 두 개 먹은 엘노어와 성검을 든 엘리야라면, 슬슬 전력적으로 비등비등해질 타이밍이다. 혹시 본격적으로 싸움이 난다면 둘 중 하나가 크게 다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굵직한 파워 업 이벤트야 둘 다 아직 남아있지만, 성장도도 이쯤이면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 주변 피해도 장난 아니게 나올 거고.
‘…싸우게 둘 수는 없으니까.’
어쩔 수 없지. 뭐라도 해야 할 타이밍이다.
일단, 어떻게든 서로 대화를 할 자리라도 마련해야 한다…!
“아, 저기 있잖습니까.”
방 구석에서 조용히 대기하고 있던 수행원에게 손짓을 하자, 정갈한 걸음걸이로 다가온 수행원이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물어보며 고개를 숙였다.
이에 내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혹시 간단하게 즐길 물건이 없겠습니까? 카드라던지, 보드게임이라던지.”
도저히 이런 눈이 멀 것 같은 화려함을 뽐내는 장소에 어울리는 부탁은 아니었지만, 수행원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나를 감동시켰다.
“사용인들이 휴게실에 구비해놓은 것이라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조금… 풍속적인 것도 있습니다만.”
말을 흐리는 사용인의 모습에 내 얼굴에 걸린 얼굴이 더욱 큼직해졌다.
트리스탄 공작가에서 풍속적인 거라고 해 봤자 기껏해야 도박에 쓰이는 카드나 그런 거겠지.
“아, 네. 얼마든지요. 감사합니다.”
내 말에 고개를 숙인 수행원이 다시 정갈한 걸음걸이로 사라지자, 베아트릭스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샐쭉하니 쏘아보았다.
“카드나 보드게임? 지금 여기서?”
“뭐, 어차피 당장은 할 것도 없지 않습니까?”
뭐가 어찌되었건, 할 것도 없이 이 조그만한 응접실에서 다닥다닥 붙어 숨 막히는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 같이 하시죠.”
지금 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두 명에게도 권유한다.
제발.
나 좀 살려줘.
“…난 됐어.”
“…저도요.”
엘리야와 엘노어가 서로를 노려보며 그렇게 말했다.
서로 친해질 의사가 없다는 게 피부로 느껴지는 모습이었지만.
“에이, 둘 다 그러지 말고.”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설득한다.
화술을 전부 쥐어 짜내서라도, 엘노어와 엘리야를 같은 테이블에 앉혀두기 위해 인생에서 손에 꼽을 만큼 입에 발린 문장들이 줄줄이 떨어진다.
‘…이게 되네…!’
결국, 내키지 않는다는 기색이지만 같이 의자를 끌어와 마주 앉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 환호성을 지른다.
“그걸 또 설득하네.”
옆에서 이 모습을 쭉 보고 있던 베아트릭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명성은 엘노어한테서 간접적으로 전해 듣긴 했는데, 진짜 바람둥이 아무나 하는 거 아니네. 선 타는 능력이 기가 막힌데?)
이어서, 그 목소리가 육성이 아닌 귓가에 메아리치듯 울려 퍼진다.
다시 전음을 사용한거겠지.
“…”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베아트릭스를 노려본다.
무슨 말을 또 그렇게 하냐.
(아니, 신기해서.)
베아트릭스가 여전히 쿡쿡거리며 말을 이었다.
(전 세계를 뒤져도 트리스탄 공녀와 용사를 말 한마디로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을 거야. 자랑스럽게 여겨도 좋을 것 같은데?)
“…”
그거 칭찬이야, 욕이야.
그런 말을 속으로 중얼거리는 사이 네 명이 서로 마주보며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이어서, 그 정중앙에 곧 수행원이 가져온 보드게임이 안착 되었다.
그리고.
보드게임의 커버에 쓰여있는 문장을 읽자마자, 본능적으로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엄습한다.
『 ♥ 대 수라장 러브러브 인생 게임 ♥ 』
『 누가 누구와 어떻게 맺어지게 될까요? 상대방의 배우자를 뺏고,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보세요! 』 『 1등을 한 커플은 같이 착용할 수 있는 마석 반지가 즉석에서 생성됩니다! 』
“…”
“…”
“…”
“…”
아마.
이 테이블에 있는 전원이, 어떻게 그 많고 많은 보드 게임 중 이딴 게 뽑혀 나왔는지 궁금해 하고 있지 않을까.
나도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수행원을 바라본다. 이게 대체 뭐냐는 시선으로.
“…풍속적일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난감하다는 목소리로 변명처럼 흘러나오는 말에,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밖에 없나요?”
“…이것밖에 없었습니다.”
“…”
그런 말과 함께.
파멸적인 침묵이 테이블 위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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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