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226)
Chapter 225 – 225. 수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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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엘노어한테 무지막지하게 혼날 뻔한 걸 잘 가라앉힌건 좋은데.
두 번째 폭풍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쪽은 엘노어랑 다르게 내가 찍소리도 못 할 인간이라 더더욱 질이 나쁘지.
“그래서, 다우드.”
“…”
“변명할 말이라도 있니?”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난 아버지에게 그렇게 혼난 적이 별로 없다.
장성한 성인의 정신으로 어린아이의 몸에 들어갔으니 당연히 그렇겠다만, 특히나 나는 영지 안에서도 조숙했던 아이로 널리 알려졌던 것 같다.
아버지도, 영지민들도 그래서 날 전부 좋아했던가.
그런 점에서.
이렇게 아버지 앞에서 무릎까지 꿇고 털리고 있는 건 내 입장에서도 꽤 익숙하지 않은 일이다.
항상 온화하고 남한테 제대로 싫은 소리도 못 하지만, 누구나 아는 사실 답게 이런 사람이 화나면 진짜로 무섭다.
다짜고짜 방에 쳐들어와서 나를 무릎 꿇리시더니만, 그대로 팔짱을 끼고 엄한 훈계가 떨어지길 벌써 몇십 분째.
주된 이유라면.
“내가 지금 왜 트리스탄 공작령에서 귀빈 취급을 받고 있는 거니?”
“…”
“다른 백작이나 후작급 인원보다도 더 극진한 대우를 받는 건 대체 왜 그런 거지?”
엄한 목소리로 날아오는 목소리에 그대로 벙어리가 된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평화롭게 영지를 경영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끌려와서 부담스럽다 못해 혼이 나갈 것 같은 대우를 받으면서 마음 고생하시는 것일 테니, 이해 못 할 건 절대 아니다.
“…”
“분명히 아카데미에 입학할 때만 하더라도 사고 안 치고 얌전히 지내겠다고 한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자의로 한 일은 아니라지만, 아무튼 여기까지 온 이상 뭐라고 할 말도 없다.
내가 그걸, 진짜, 정말로, 끔찍하게 못 지킨 건 사실이니까.
“물론, 나라도 네가 진짜로 한 말을 지킬 거라는 예상은 안 했단다.”
“…”
“영지 안에서도 네가 울린 여자 아이들이 몇 명인지 기억도 안 나는데, 아카데미에서 정말 얌전히 지냈을 리가 없지.”
아버지.
아파요.
저에 대한 그 이상한 부분에서 단단한 신뢰가 너무 아파요…
“하지만, 공작가에서 나한테 이런 짓을 하는 이유 정돈 알아야겠다.”
아버지가 한숨을 푹 내쉬며 그렇게 말을 이어갔다.
그 말을 듣자, 나도 머리를 긁적이며 겸연쩍게 답한다.
“…아마 아버지가 얼추 짐작하시는 내용이랑 비슷할 겁니다.”
분명히 아버지를 미리 불러서 상견례든 뭐든 그런 분위기를 낼 생각 만만이겠지.
그러니까 미리 좋은 이미지라도 심어둘 겸 그런 짓을-
“너, 트리스탄 공녀를 임신시켰니?”
“…”
“내 이럴 줄 알았지. 네가 언젠가는 그런 사고를 칠 줄…!”
“…대체 아들내미를 뭘로 보시는 건데요, 진짜.”
혼나는 상황이라도 이 정도 말은 해야겠다.
반쯤 미치려는 아버지를 그런 문장으로 일단 진정시키고 나니, 이내 아버지가 어지럽다는 기색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수확제 행사에서는 황제 폐하께서도 참석한다고 들었는데, 제발 부탁이니 별 탈 없이 넘어갔으면 좋겠구나. 무슨 뜻인지 알겠니?”
“그 점에서는 걱정하지 말-”
별걱정도 다 한다는 기색으로 그렇게 입을 연다.
엘노어가 이전에 수확제에서 복수를 할 것이니 뭐니 한 게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가 황제에 어마어마한 사람이 바글바글 모여드는 행사에서 사고를 치겠-
!! 긴급 알림 !!
[ ‘메인 퀘스트’ 관련 이벤트가 생성됩니다! ] [ 미리 대비하십시오! ]“…”
“…”
대답을 끝마치기도 전에 눈앞에 느닷없이 떠오른 창에 입을 다문다.
이어서 그 창에 붙어서 쭉 내려오는 다른 문장들도 어이가 없다는 기색으로 읽어내린다.
“…왜 대답이 없니?”
“…”
죄송합니다만, 아버지.
아무리 그래도 거짓말을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눈앞의 창을 노려본다.
“…아버지.”
“…”
내 표정을 보자마자, 아버지가 눈을 질끈 감았다.
이어서 심호흡을 수차례 내뱉는다. 후- 하- 하면서.
“…또 뭔가 사고 칠 예정이구나.”
“…”
“어렸을 때부터 자주 그랬지. 네가 일곱 살 때 뒷산에 출몰한 곰을 혼자 잡고 온다고 할 때도 그런 표정이었어…”
“…”
역시 가족은 가족이다.
다른 녀석들은 몇 달에 걸쳐 겨우 파악한 내 특성을 말 안 해도 알고 있다니.
“…아마 이번 수확제에서는, 아버지가 고생을 하실 가능성이 높아보여서요.”
“그게 무슨 말이니, 대체? 뭘 꾸미고 있길래?”
“제가 꾸미는 게 아니에요.”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쓸어올린다.
[ System Message > [ 메인 퀘스트 ]〖 챕터 5 – 제국 대분란 〗 [ 관련 이벤트가 곧 발생합니다! ] [ 해당 이벤트에서의 분기에 따라 퀘스트의 진행 내용이 달라집니다! ] [ 클리어 난이도를 판단하여, 진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소정의 힌트를 드립니다! ] [ Tip ] [ 주의를 기울여야 할 요주의 인물들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 [ 1. 유리아 그레이하운처 2. 세실리아 11세 3. 아르민 캠벨 ]“…뭔가가 덮쳐오는 거지.”
내가 하는 일이 항상 그렇지만.
이번에도 뭔가 별 탈 없이 지나가기는 글렀다.
당장 수확제는 내일이지만.
틀림없이, 거기에서 뭔가가 터진다.
“…”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슬슬 나도 뭔가 예상하지도 않은 이벤트가 터져나오는 건 그럭저럭 익숙해지는 참이다.
즉석에서 거기에 걸맞게 최선을 다해 ‘보험’을 짜두는 정도는 가능할 정도로 말이지.
예를 들어.
“아버지.”
“음?”
“헤르만을 불러주세요. 시킬 일이 좀 있어서요.”
“…시키다니, 뭘?”
“부를 사람이 있거든요.”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이 휘말리지 않을 정도의 ‘안전책’ 정도는 강구 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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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제 당일.
트리스탄 공작령의 본성은 대단히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모인 연회장은 특히나.
“…칼라일, 아르고스, 팔란디어…”
루시엔이 가문들의 이름을 죽 읊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나같이 전부 다 어마어마한 제국의 유지들이다. 절대 어디 가서 무시당할 인간들이 아니지.
이런 인간들이 고작 특정 영지의 ‘기념일’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트리스탄 공작가의 위상이 증명되는 모습이겠지.
‘…이상한 점이라면.’
특히나 장로회에 관련된 인간들이 많다는 점일까.
제국 정치 역학에 루시엔이 밝은 편은 아니지만, 황제파로 분류되는 트리스탄 공작가와 장로회 간의 사이가 결코 원만하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하물며, 그쪽의 수장인 보거트 후작이 직접 여기까지 출두해 있다는 점은 더더욱 이상하고.
“…뭔가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해. 유리아,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그렇게 말을 이어가려던 루시엔이, 동생의 상태를 확인하자마자 입을 다물었다.
유리아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마치 겁을 잔뜩 집어먹은 소동물 같다.
“…”
아니, 겁을 집어먹은 것 같은 게 아니라.
무서워하고 있다.
명백하게 무서워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 하나 없는 창고나 그녀와 단둘이 예배당에서만 지내던 아이다. 이렇게 번쩍거리고 화려한 장소에 나오면 적응 못 하는 건 당연하겠지.
“…힘들면 돌아갈까, 유리아.”
“…”
하지만, 루시엔이 꺼낸 말에 유리아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엘리야 씨가.”
탁한 목소리로 대답이 흘러나왔다.
“다우드 씨한테, 여기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했어.”
“…”
“이번에는, 이번에는 내가 지켜야 해.”
여기까지 듣는다면, 뭐라고 말릴 수도 없다.
몇 달을 넘게 죄책감에 시달리며 다우드에 대한 후회를 곱씹던 아이다. 그쪽 관련된 일이라면 뭐라고 말리는 게 오히려 더 무리일 게 분명하니까.
“…무리라면 꼭 말해줘야 해, 유리아.”
아마 이 정도로 말해주는 게 한계겠지.
그 말을 들은 유리아가 힘없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봐도 무리하고 있는 게 분명한 모습에, 루시엔이 걱정스럽게 그쪽을 바라보는 사이.
문득, 시끌시끌하던 연회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뭔가 싶어서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의 시선이 연회장의 입구에 집중되어 있다.
“황제 폐하 드십니다!”
그런 말과 함께, 지팡이를 짚고 또각또각 걷고 있는 세실리아 11세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황제?”
루시엔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켄드리드 변경백과 같이 황제파의 대표적인 충신으로 꼽히는 트리스탄 대공이다.
대리인을 보내는 게 더 정상적인 반응이긴 하겠다만, 한 번 정도는 직접 참여하는 게 그렇게까지 이상한 일은 아니란 뜻이지.
다만.
저기와 그렇게나 으르렁거리는 장로회가 드글거리는 곳에 본인이 직접 행차한다고?
“…”
방금 전에 무슨 일이 생길지도 유리아한테 말한 건 반 정도는 노파심에 말한 것이지만, 이렇게까지 된다면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길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황제와 장로회가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반목 수준은, 서로 꺼리는 수준으로 피하는 황제-재상 간의 관계와 달리 대놓고 전쟁까지 불사할 태도라고 들었으니까.
최근 장로회가 황제의 권한을 넘나드는 도발적인 세력 확장을 시작하면서 더욱 눈에 띄는 경향이라나.
그래서 동생에게 조금 더 주의를 각인시키기 위해 루시엔이 고개를 돌렸지만.
이내, 그녀가 그대로 멈칫했다.
“…유리아?”
유리아의 눈동자가, 무시무시한 적개심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언제나 자기주장 없이 조용한 동생치고는, 유별나다 싶을 정도로 표정에 깃든 기색이 강렬하다.
마치.
혐오스러운 뭔가를 본 것 같이.
“…유리아? 왜 그러니?”
“기분 나빠.”
항상 착하고 순수했던 동생에게 흘러나왔다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뚜렷한 적대 의사 표현이었다.
“유리아? 그게 무슨-”
루시엔이 당황하며 입을 열자, 이내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대답이 돌아왔다.
“언니.”
그 눈은, 뭐라고 해야할까.
황제 본인이 아니라, 조금 더 깊은 것을 들여다 보는 그런 느낌이다.
“저 녀석. 기분 나빠.”
마치.
그 ‘안쪽’에 있는 뭔가를 느끼고 있는 것처럼.
유리아의 눈동자 아래에서, ‘하얀색’의 마기가 조금씩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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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