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233)
Chapter 232 – 232. 발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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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조금 돌려서.
발표 내용에 대해 말하던 시점으로 좀 돌아가보자.
악마를 길들인다고 하자마자 월터와 황제의 표정이 동시에 썩어들어가던 때로 말이지.
“…다우드 학생.”
월터 학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런 문장을 던져왔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지?”
평소의 괴짜같은 기색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 살짝 진지한 목소리였다.
정말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것처럼.
“…”
어어.
너 컨셉 깨진다.
중2병 말투랑 행동거지 다 어디 갔어?
“…아뇨, 뭐.”
바꿔말하면, 월터한테서도 이런 반응이 튀어나올만큼 내가 지금 말한 게 어이가 없는 주제란 거다.
당장 ‘퇴마부’라고 이름을 걸고 있지만 다짜고짜 면전에 ‘악마’라는 토픽을 진짜 끌고 나올 지도 몰랐을 거고.
그걸 ‘길들인다’는 건 더더욱 이해가 안 가는 소리일 게 틀림없을 것이다.
“사실 말 그대로의 의미인데요. 퇴마부는 악마의 힘을 다뤄서 그들을 ‘억제’하는 방법을 연구할 겁니다.”
“…”
월터 학장의 눈이 급속도로 가늘어졌다.
“…설명을 부탁하지.”
“설명보다는, 직접 보여드리는 게 편할 것 같은데요.”
그런 말과 함께 준비해온 물건을 꺼내든다.
어설프게 모양만 잡혀있는 나무 지팡이다. 목재로 대충 다듬지도 않고 모양만 잡아놓은 느낌이지.
이어서, 뒤쪽에 쭈뼛거리고 있는 리루의 손목을 앞쪽으로 끌고 나온다.
망설임이 살짝 엿보이는 모습이었지만, 내가 ‘안 할거야?’라는 것처럼 눈썹을 비틀자 이내 한숨을 푹 내쉬는 모습이다.
“…알았어, 임마.”
리루가 그렇게 말하며 심호흡과 함께 기운을 끌어올렸다.
푸른색의 마기. 내 가슴팍에 박혀있는 인장이 반응하고, 주변의 공기가 살짝 진동한다.
아마 관객석에 있는 두 사람도 이게 뭔지는 진작에 알아봤을 것이다.
“-!”
황제의 눈이 크게 떠지는 사이, 월터 학장의 반응은 좀 더 격렬하게 나왔다.
법구를 움켜쥐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순식간에 주변으로 신성력이 운용되며 기적과 술식 여러 개가 동시에 작성된다.
아마 이게 ‘진짜배기’ 악마의 기운이라는 걸 눈치 챘을 테니까. 무력 행사를 통해서라도 억누르려는 모습이겠지.
하물며 푸른 악마의 권능은 접촉하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분쇄’. 조금이라도 잘못 다뤘다가 황제가 다치는 순간 그야말로 난리가 날 테니까.
그러니, 상황이 험악해지기 전에 재빠르게 다음 스텝으로 이어간다.
주변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마기를, 내가 ‘맨손’으로 부여잡듯 ‘낚아챈다’.
“…뭐.”
월터 학장이 경악한 듯이 눈을 크게 뜨는 사이, 그렇게 손으로 잡은 푸른 마기를 마치 찰흙을 손으로 빚어내듯이 주물거린다.
‘…인장 강화되고 나선 이 정도는 그냥 된단 말이야.’
조각이 빚어낸 악마의 형태를 이제 멀쩡하게 만질 수 있는 몸이다. 그냥 마기 정도야 이제 그쪽의 힘을 빌릴 것도 없이 맨손으로 그냥 뚝딱뚝딱이지.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야구공 정도의 크기로 푸른 마기를 ‘응축’한다.
이윽고 모양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빚어낸다. 손잡이를 만들어 조금 더 잡기 편하게 만들고, 일정 부분을 조금 뾰족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걸 들고, 방금 전에 준비해둔 목재에 가져다 댄다.
푸른 악마의 마기니까, 당연히 닿는 것들은 전부 다 갈려버리지만.
이렇게 ‘도구’ 형태로 만들어 두니, 내가 원하는 부분만 정확하게 다듬는 게 가능하다.
그루터기를 정리한다. 전부 다 깔끔하고 매끈한 형태로 만든다.
“…”
월터 학장이 헛웃음을 흘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닿는 건 뭐든지 분쇄하는 악마의 마기를.
고작해야 마감이 덜 된 목재를 ‘사포질’하는데 써먹고 있었으니까.
마치, 이건 전혀 ‘유해한 힘’이 아니라고 시위라도 하는 것처럼.
“악마의 마기는.”
그런 작업을 하며, 월터 학장의 눈과 시선을 똑바로 맞추고 말을 잇는다.
“이런 식으로, ‘해롭지 않게’ 그 기운을 다루는 게 가능한 존재입니다.”
그 말을 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황제에게도 잠시 그 시선을 머물게 한다.
내가 하는 말에 대단히 충격을 받은 것처럼 뻣뻣하게 굳어있다.
“…”
이 사람은, 아직 본인이 악마의 그릇이라는 걸 모르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거겠지.
내가 하는 말이, 본인과도 관련이 있다는 걸.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담담하게 말을 이어간다.
“일반적인 통념과는 좀 다르죠? 보통은 악마와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저주 받는다 생각하지 않습니까.”
“…”
“퇴마부는, 이런 식으로 악마의 힘을 ‘이롭게’ 연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할 겁니다. 힘은 전부 다 다루는 방식 마련이니까요.”
씩 웃으며, 깔끔하게 다듬어진 나무 막대기를 월터 앞에 내민다.
마기에 닿았음에도, 아무런 기운도 담기지 않은 그냥 지팡이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대륙에서 가장 악독한 흉조로 꼽히는 악마와 얽힌 물건이라는, 절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일상적인 물건.
여느 평범한 노인이 잡더라도 무리없이 그 생활을 조금이나마 윤택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다우드 학생.”
월터 학장이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 본인이 말하는 게, 얼마나 민감한 주제인지 알고 말하는 건가?”
“네.”
조금의 지체도 없이 똑바로 대답하며 월터 학장의 눈을 마주본다.
“흥미로운 연구 주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
“학장님이라면 틀림없이 관심을 가지실 것 같아서, 이런 주제로 선정해봤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전 대륙의 수뇌부가 눈을 까뒤집고 달려들만한 주제를 굳이 이 사람 앞에서 보여주는 건, 반쯤 이 사람을 ‘포섭’하기 위한 용도이기도 하다.
월터 학장. 법황을 제외한다면 엘판테에서 마주칠 수 있는 최강의 사제.
또한, 동시대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악마학 연구자이기도 하고.
이 사람은, 앞으로 우리 동아리의 고문으로 활동해줘야 할 사람이다. 내가 할 일에 큰 도움이 될 사람인데, 이 정도 정보도 공유 못하면 오히려 내가 더 곤란하다.
“방금 자네는, 악마의 기운을 ‘스스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완벽하게 통제했어. 이는 역사상 그 전례가 없던 일이야.”
월터가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그걸 ‘무기’로 만들기 위한 이들이 혈안이 되어 자네를 노리려고 할 걸세. 지금 자네가 말하는 건, 전 대륙을 불태울 전화戰火를 불러올 수 있는 내용이네.”
“안다니까요, 학장님.”
“…”
“그리고, 오히려 이렇게 대놓고 발표해야 더 싸움이 안 날 수도 있구요.”
“…뭐?”
황당하다는 목소리로 반문하는 월터에게, 더 설명해주지 않고 그냥 미소만 짓는다.
뭐, 두고 봐.
나중에 가면 내가 뭔 소리했는지 다 알게 될 테니까.
“물론 당장 전부 밝혀지면 그대로 난리가 날 테니까. 외부 발표에는 총장님이랑 학장님께서 알아서 적당히 조정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대놓고 정보 조작을 부탁하는 모습이었지만, 별 죄책감은 안 든다.
나, 그동안 악마 건수로 엮여서 여기저기 계속 굴러다녔고, 성과도 무시무시하게 올렸다.
이 정도는 부탁해도 되잖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젠 거의 이쪽을 노려보듯 날카로운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 월터 학장에게, 다시 말을 이어간다.
“만약 악마 중에서도 특히나 저한테 ‘협력도’가 높다면, 이런 일도 가능하거든요.”
그 말과 함께, 리루를 돌려보내고 세라스의 손목을 잡고 끌고 나온다.
녀석이 미친듯이 돌아가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눈에 소용돌이라도 친 것처럼 그 시선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을 보니 ‘이거 정말로 할 건가요?’라고 묻는 것 같은 기색이었지만.
“예를 들어, 이런 식으로.”
싱긋 웃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어간다.
우리 이미 다 합의 보고 왔잖아? 라고 말하는 것 같은 분위기로.
“…으, 우우…”
손가락을 한 번 튕기자, 세라스도 눈을 질끈 감으며 자신의 가슴팍에 양손을 올려놓고 몸을 숙였다.
별 건 아니다. 그냥 언제나 ‘억누르고 있을’ 기운을 잠깐 풀어놓는 것 뿐이다.
이 녀석은 리루와 달리 자신의 내부에 있는 악마와 친해질 기회가 거의 없었으니, 마기를 다루는 것엔 척 봐도 익숙하지 않겠지만.
별 상관 없다. 어차피 기운만 풀리면 그릇의 의사와 상관 없이 제멋대로 구는 놈이니까.
[주인니이이이이임-!]그런 말과 함께, 세라스의 몸 안에서 자색 기운이 ‘형태’를 갖추고 퐁- 하며 튀어나왔다.
생긴 건 세라스와 판박이지만, 마치 오랫동안 못 만난 주인을 만난 것처럼 두 눈을 빛내며 나에게 달려드는 모습은 영락없이 애완견 그 자체다.
[불러주셨어요? 불러주셨어요?]“…그래, 그래, 임마.”
마구마구 달라붙는 녀석의 머리를 바득바득 쓰다듬어주자, 녀석의 눈이 더욱 가늘어지며 내게 볼을 비비기 시작했다.
친밀감의 표시겠지.
“일단 지금은 세라스 몸 안에 들어가 있을래. 부탁 좀 해도 될까?”
[네! 들어가면 더 칭찬해주실거죠?]“그래.”
그런 말을 하자마자, 녀석이 세라스의 몸속으로 휙 빨려들어간다.
다만, 모습은 세라스지만 그 행동거지는 방금 자색 악마 그 자체다.
“…이런 식으로.”
마치 애교 부리듯 내 손에 머리를 비비고 있는 세라스를 가리키며, 이젠 어이가 없는 걸 넘어 현실감이 없어지고 있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월터에게 말을 이어간다.
아까 전에 리루를 이용한 퍼포먼스 같은 건 딱히 없지만.
핵심은, 방금 이 녀석이 내 말을 ‘들어줬다’는 거다.
내가 상전이라는 것처럼. 악마가 인간의 명령을.
“본인이 직접, 인간의 ‘통제’를 따르기도 합니다.”
…정확히는 나만 가능한 일이긴 하지. 그 중에서도 높은 확률로 자색 악마한테만 가능한 기능이기도 하고.
꽤 지엽적인 정보지만, 알려줄 가치는 충분하다.
월터 학장 특성상, 여기까지 보여줬으면 이제 나한테 도움될 일을 알아서 할 게 분명하다.
아마 본인이 이제부터 내가 보여준 현상에 대해 미친듯이 연구하기 시작하겠지.
머지 않아서 곧 나한테 도움이 될 정보 여러개를 알아서 가져올 거다.
“…넌.”
월터 학장이 신음을 흘리듯 입을 열었다.
“정말 터무니 없는 존재군, 다우드 캠벨.”
“…그렇습니까.”
“그래. 지금 이게 완성된 능력도 아니지?”
“…”
“마기에 반응하는 것 같은 그 가슴의 인장. 그게 핵심인 것 같은데. 느껴지는 기운을 보면… 이제 겨우 절반에 도달했을까 말까군. 근데 벌써 악마들한테 이 정도 통제력이라고?”
싱긋 웃으며 상대방을 바라본다.
이거 봐라.
많이 알려준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고급 정보를 마구마구 추론해내고 있지 않나.
‘포섭’할 가치는 충분하다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문득, 강당의 문이 벌컥 열렸다.
“실례합니-”
그렇게 말하면서 들어온 사람은, 대단히 익숙하게 생긴 사람이었다.
나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여학생이지만.
생김새가, 세라스랑 거의 판박이거든.
세라스가 머리카락을 조금 더 짧게 치고 몇 년 더 어리게 만들면 정확하게 저 모습일 것이다.
“…세라스?”
이어서, 그쪽한테서 그런 목소리가 떨어지고.
거기에 퍼뜩 정신을 차린듯, 세라스의 몸 주변에 둘러져 있는 마기가 순식간에 흩어졌다.
“…빅토리아?”
그런 말을 황망하게 흘린 세라스가, 지금 자신의 꼴과 빅토리아를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어.”
이윽고.
그 얼굴이 붉어진다. 살짝만 건드려도 빨간색 즙이 새어나올 만한 수준이다.
단순히 부끄럽다 수준이 아니라, 멘탈이 나갔다는 게 아주 눈에 훤히 보일 정도의 분위기다.
지진이 난 정도가 아니라 붕괴하는 수준으로 흔들리는 동공을 붙잡을 생각도 못한 채, 세라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아, 아니야.”
그런 말에, 빅토리아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눈동자에는 경멸이 가득했다. 흡사 벌레라도 본 것 같은 얼굴이다.
“…아, 아니, 잠깐, 빅토리야, 내 말 좀 듣-”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
“저는 댁 같은 사람 모릅니다. 말 걸지 말아주세요.”
세라스의 눈에 수치심이 응축된 것 같은 눈물이 한 방울 맺히는 것과 동시에, 빅토리아가 강당의 문을 쾅 닫고 나갔다.
“…”
“…”
파멸적인 침묵이 떨어졌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조용하다. 다들 방금 상황에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다.
“…야. 괜찮냐?”
놀랍게도, 평소에 세라스와 가장 견원지간인 리루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쭈뼛쭈뼛 눈치를 살피며 그런 말을 꺼내들며, 세라스에게 접근한다.
오죽하면 이 사람이 걱정할만큼, 지금 세라스의 상태가 영 안 좋아보였으니까.
“…쟤가 누군데 그래. 아는 사이야?”
“…”
그 말을 들은 세라스가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륵 흘러내린다.
“…제, 제…”
세라스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기어들어갈 쥐구멍이 있으면 아주 열렬하게 파고들어갔을 게 분명한 자괴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이어지는 문장을 꺼내든다.
“제, 여동생이에요오… 어릴 적에 헤어진…”
“…”
“십… 십 년이 넘도록 못 본 아이인데… 처음으로 본 게… 이… 이런…”
“…”
“…”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세라스를 두고, 다시 기나긴 침묵이 이어졌다.
이건, 그러니까.
흠.
그러니까.
거의 십 몇 년동안 만나지 못 한 여동생 앞에서 처음 보여주는 꼴이 이거라 말이지.
“…”
이미 갈때까지 가 버린 내 도덕 의식으로도, 이건 내가 좀 너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솔솔 들기 시작한다.
[역시 다우드 캠벨이야.]“…”
[가차 없지.]“…”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귀축 새끼답다. 아주 기량이 떨어질 생각을 안 해요, 그냥.]글쎄.
이번만큼은, 나라고 해도 뭐라고 할 말이 없는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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