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237)
Chapter 236 – 236. 정면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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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지옥같았던 심사가 끝난 이후.
멍하니 숙소로 돌아와 눈앞의 창을 바라본다.
[ System Log > [ 대상 ‘세라스’ 관련해서 곧 중요한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 [ ‘동아리 운영’ 관련해서 크나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 그건 말 안 해도 알겠다.
방금 심사장 안쪽에 있는 온갖 인원들 제각각이 모두 어지러운 말을 꺼내놓고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군계 일학으로 눈에 띄는 녀석은 빅토리아였으니까.
‘…분명히 그릇이었지.’
눈동자 안에서 순간 스쳐지나간 정도긴 했지만, 그 안에서 느껴진 기운은 분명히 자색 악마의 것이었다.
몇 번이고 말한 적 있지만, 악마의 조각은 기본적으로 그릇 안으로 모두 모이려고 드는 성질을 가진다.
결국 이런 식으로 어떤 방법으로든 서로 접촉하게 되는 건 필연이지.
“…”
찌푸린 표정으로 깊게 한숨을 내쉰다.
그런데, 그게 왜 하필이면 빅토리아 안에 들어가 있단 말인가.
배배 꼬이기로도 이 정도로는 적수가 별로 없을 지경이다.
[그게 그렇게 큰 문제야?]“예?”
[그러면 오히려 더 다루기 쉬워지는 것 아니야? 아무튼 악마면 네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잖아.]“칼리반. 엘노어가 어쩌다가 악마의 그릇이 되었는 지 아십니까?”
[응?]“모친이 원래 악마의 그릇이었는데, 사망할 때 조각이 엘노어에게 넘어간 거에요.”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칼리반이 이마를 찡그리며 입을 다무는 건 느껴진다.
듣기에 그다지 유쾌한 이야기는 아닐 테니까 당연하지.
[…그래. 그럴 거라고 짐작은 했지. 그런데 그게 왜?]“바꿔 말하면, 그게 조건이라는 소립니다.”
[뭐?]“만약 조각이 생명체 안에 들어가 있는 경우라면, 그 조각이 전이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기존의 그릇이 죽어야 한다구요.”
[…]“아까도 말했지만, 조각은 서로 합쳐지려는 성질을 가집니다. 그러면 똑같은 악마의 조각을 품은 그릇들이 서로 만나면 무슨 일이 생기겠습니까?”
내 말을 들은 칼리반이 어안이 벙벙한 기색으로 입을 다물었다.
이 사람도 바보는 아니니까,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진 알아들었을 것이다.
신음처럼 흘러나온 대답만 봐도 그렇지.
[…서로 죽이려 든다고?]차마 내 입으로 수긍하기는 싫어서 이마만 쓸어내린다.
“…저 둘 자매에요, 칼리반.”
피곤이 깊게 배어있는 목소리로 그런 말이 흘러나온다.
“내 주변 사람이 가족끼리 죽고 죽이게 만드는 꼴을 보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절대요.”
[그러면 어떻게 하려고?]“…”
둘이 결착은 결국 보게 해야 할 것이다.
어쨋거나 저쨋거나 시스템창에 이런 것까지 떠오른 이상, 둘이 부딪히게 되는 건 필연이라서.
문제는.
“…거기만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엘노어에, 황제 폐하에, 뭔지 모르게 엄청 적극적으로 변한 페이놀에-
골칫거리가 한 둘이 아니다.
하나하나가 전부 이 시골 연못같은 동아리에 떨어지기에는 집채만한 바위들 아닌가.
평소처럼 유들유들 넘어갈 수도 없는 게…
[ System Log > [ ‘동아리’의 창설을 확인합니다! ] [ 해당 집단에 특별한 수준의 관심이 쏠리는 것을 확인합니다! ] [ 어떤 방식으로 동아리를 운영하냐에 따라서, 앞으로 다가올 메인 퀘스트- 5챕터, ‘제국 대분란’의 진행 방식이 결정됩니다! ]…이런 게 떠올라 있어서.
엘노어, 엘리야, 황제 폐하, 설리번 재상에 넓게 잡으면 트리스탄 대공, 켄드리드 변경백까지 전부 다 쑤셔박히는 초대형 이벤트.
내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따라 저 인원들의 생존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 허투로 대할 수는 없지.
“…”
동아리 운영이 대륙 최강인 강대국의 명운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니, 이게 뭔 개소린가 싶지만. 적어도 시스템창이 나한테 지금까지 거짓말 한 적은 없다. 흘려들을 수는 없지.
하지만 이만한 인간들이 동아리 안에 전부
[전원 악마의 그릇이잖아. 저번에 하얀 악마처럼 통제할 수 있는 방법 없어?]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유리아의 경우는 조각이 한 개라서 어떻게든 잘 처리했다만, 페이놀이나 엘노어 같이 조각이 복수인 경우는 그런 걸 써먹을 수도 없다.
이쪽에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딱히-
“…”
가만.
통제해?
통제?
내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게 만든다 그거지?
“…”
그런 쪽으로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꽤 간단한 해법이 있어 보인다.
“…칼리반.”
[음?]“저, 생각해보면 사실 좀 강하죠?”
그간 숱한 사태를 거쳐나오면거 깨달은 건데.
요즘 내 스펙은 그야말로 절정가도를 달리고 있다. 아직 강화될 것들은 좀 남았다지만, 이제와서는 슬슬 웬만해서는 안 죽겠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그렇기는 한데.]“진짜로 그렇죠?”
[…]“…뭡니까.”
[아무 말도 안 했는데?]“당신하고 같이 지낸 게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뭔가 걱정하는 느낌이 여기까지 옵니다만.”
[아니, 네가 또 미친 짓을 떠올렸을 때의 표정이라…]“…음해 좀 하지 마십시오.”
툴툴거리며 답한다.
“그냥, 뭐. 생각해보니까. 당신 말대로 저 꽤 강하지 않습니까.”
[뭔데.]“그러면, 집단으로 린치 당해도 죽지는 않겠죠?”
[…뭐?]“악마의 그릇들이 상대라도?”
[…]칼리반이 한참을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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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다우드가 또 뭔가 미친 생각을 떠올리는 사이, 엘리야는 뭐 씹은 표정으로 침대 위에 놓아둔 물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렇다는데?]“…”
귓전을 두들기는 목소리에 그녀의 표정이 더욱 구겨졌다.
혹자는 그 목소리에서 성스러움이 느껴진다니 뭐니하는 개소리를 늘어놓겠지만, 그런 걸 들은 엘리야의 대답은 그저 사납기만 했다.
“…뭐가요.”
근원지는 그녀의 허리춤에 꽂혀있는 성검이다.
치천사인지 뭔지 하는 어마어마한 존재가 잠들어 있다나, 뭐라나.
엘리야 입장에서는 그냥 웬수지만.
독실한 신자들이 들으면 입에 게거품을 물겠지만, 이것과 어느 정도 같이 지내본 입장에서는 도저히 좋은 소리가 나갈 수가 없다.
[아니, 네가 노리는 남자 그렇게나 인기가 많잖아? 동아리 하나 한다니까 그 어마어마한 면면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것 좀 봐!]이것만 봐도 그렇다.
평소에는 조용히 있지만, 이렇게 뭔가 떠들 거리가 있으면 그녀의 신경을 벅벅 긁는 소리를 정신 사납게 쏟아낸다.
[그거 전부 다 모으면 안에 있는 악마의 조각들은 빼놓더라도 물질계가 진동을 하지 않겠어? 너같이 특징도 별로 없는 평범한 아이한테는 꽤 힘든 경쟁-]“…말 다 하셨으면 잡니다. 내일도 심사 봐야 할 인간들이 한 가득-”
[내 말은, 그렇게 손가락만 가만히 빨고 있을 거냐고.]“…”
이불을 덮으려던 엘리야가, 갑자기 진지해지는 치천사의 목소리에 더욱 인상을 찌푸리며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치천사님이 적극적으로 대쉬하라고 해서 그렇게나 열심히 들이댔잖아요. 근데도 저렇게 피해다니는데 여기서 뭘 어떻게 더 하라고…”
새빨개진 얼굴로, 엘리야가 연신 중얼거렸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이쯤이면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육탄전차처럼 달려들고 있다. 가끔 이렇게까지 했는데 거절하는 모습에 의기소침해질만큼.
그러면 여기서 뭔가를 더 들이대봐야 오히려 역효과만 날 확률이 높지 않겠는가.
[아니, 내가 봤을 땐 아직 충분히 들이받은 게 아닌데?]“…”
무슨 미친 소리인가.
여기서 더 적극적이 되면 그건 그냥 치녀나 성희롱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 생각을 담아 그녀가 성검을 노려보았지만, 안쪽의 치천사님이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거 해야지, 그거.]“…”
엘리야의 동작이 뚝 멈췄다.
“…그거요? 진짜로 그걸 하자고?”
[지금 아니면 기회 없다니까? 나중에 다들 들어와서 부대끼기 시작하면 너한테 순번이 돌아올 것 같아?]“…”
[그 남자, 모르는 사이 ‘처음’도 다른 여자한테 뺏겼지?]“…”
[그러면 너도 최소한 다른 거라도 가져가야 하지 않겠-]엘리야가 붉어진 얼굴로 말 없이 성검을 집어던졌다.
제발 좀 닥치라는 의미를 담은 몸짓이었다.
하지만.
“…”
말 자체는, 도저히 흘려듣지 못한 게 분명했다.
얼굴 위로 내내 찜찜함이 남아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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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바로, 이 늦은 밤에 다우드 캠벨의 개인실까지 찾아온 이유다.
“무슨 일이냐?”
건너편에 앉은 다우드한테서 경계심이 잔뜩 아려있는 목소리가 돌아왔다.
‘…너무하네.’
엘리야가 저도 모르게 그렇게 투덜거릴 수밖에 없는 기색이었다.
최근 자기가 조금 심하게 들이대긴 했다지만, 이렇게까지 경계하는 건 상처받을 것 같다.
“…”
제일 먼저 살피는 것은, 다우드의 손에 예의 그 아뮬렛이 끼워져 있는건지 아닌지.
이 남자는, 유독 엘리야와 만날 때 그쪽을 신경 쓰는 기색이 강했다.
그녀가 알기로는, 그녀의 오빠가 그 안에 들어있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
마음 같아서는 당장 그 안에 있는 오빠와 말하고 싶다.
하지만.
[저쪽이 만나는 걸 거부하는 느낌인데?]기억을 조금 떠올려보면, 성검 안의 치천사님이 하품을 쩍 하며 그렇게 말해주었던가.
얄미워서 콧잔등이라도 한 대 후려쳐주고 싶은 기색이었지만, 말하는 정보 하나하나는 흘려들을 수가 없는 것들이다.
“…만나는 걸 거부한다구요? 저를요?”
[응. 느낌을 보면 네가 싫어서 안 만나는 건 아니고… 뭔가 ‘그러면 안 되니까’ 안 하는 기색이야.]“저, 오빠의 가족이에요!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어딨…!”
[몰?루?겠는데?]“…”
치천사님과 만난 이후로 처음으로 성검을 바닥에 패대기친 경험이었던가.
물론 기색이야 어찌되었건, 그 말이 사실이라면 여태 엘리야에게 말 한 마디 안 하고 접근하지 않은 의도야 어떻게든 알겠다.
다우드가 그녀에게 관련된 이야기를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테고.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만큼은 확실히 말해야겠다.
“저, 선생님.”
“응?”
“그것 좀 잠깐 넣어주실래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다우드가 멍한 눈으로 아뮬렛과 엘리야를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그간 엘리야가 대놓고 칼리반의 존재를 언급한 게 처음이니 타당할 반응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있는 듯 없는 듯 애매하게 취급하는 게 기본 스탠스였으니까.
“…왜?”
“빨리요.”
그 진지한 모습에, 다우드가 결국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그녀의 말을 따라주었다.
아뮬렛을 팔에서 풀고 주머니에 집어넣는 모습에, 엘리야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이 지금 할 말이 과연 옳은 지 최후의 최후까지 고민하는 기색이다.
“…”
다우드가 저도 모르게 불안감을 느낄만한 모습이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인단 말인가.
이어서 엘리야가 한참이나 다우드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턱을 괴었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자괴감과 안 했다가는 더 늦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처럼 보였다.
어쩐지, 아까 전에 다우드가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모습에 더 그렇게 고민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야.”
결국 다우드가 한숨을 내쉬며 먼저 말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
“그냥 말 해.”
“…아뇨, 하지만…”
“무슨 용건인지는 모르겠고, 왜 그렇게 재는지도 잘 모르겠다만. 준비가 되면 너무 부담 가지지 말고 말 해줬으면 좋겠어.”
담담한 목소리로, 그런 답이 흘러나왔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는 너도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 소중한 사람이라고.”
“…”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다 도와줄 테니까. 너도 나한테 그랬으니, 나도 너한테 그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엘리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모습을 쭉 바라보았다.
“…”
그래.
이 인간, 항상 이런 사람이었지.
그녀가 무슨 짓을 어떻게 하더라도, 최종의 최종까지 가서는 전부 다 받아주는.
그렇다면.
그 호의에, 조금 더 기대봐도 좋지 않을까.
그런 의식의 발로였다. 이어진 행동은.
이어서.
“선생님.”
홀린듯이 그녀의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음?”
어깨를 으쓱이며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올리는 다우드에게, 엘리야가 담담한 목소리로 문장을 이었다.
“우리 사귈래요?”
다우드가 마시던 차를 전부 다 토해냈다.
●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