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238)
Chapter 237 – 237. 정면 승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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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가에서 뚝둑 흐르는 물방울을 닦을 생각도 못 하고 멍하니 엘리야를 바라본다.
이 녀석, 방금 뭐라고 했지?
“미리 말해두는 건데.”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엘리야가 씩씩 거리면서 입을 열다.
본인도 방금 자신이 꺼내놓은 말이 어지간히 부끄러운 모습이다.
“지금 무슨 소리하냐, 농담하는 거냐, 잘못 말한 것 아니냐, 이런 헛소리 하시면 선생님 한 대 때릴 거에요. 아시겠어요?”
“…”
뭐라고 말을 꺼내놓지도 못하고 입만 뻐끔거리고 있자니, 엘리야가 속사포처럼 말을 와다다 쏘아붙였다.
이쪽에서 꺼내드려고 했던 카운터 펀치들이 한순간에 모조리 봉쇄된다.
“지금 똑바로 들으신 거 맞아요. 저 지금 고백했어요. 선생님한테.”
“…왜…?”
“왜겠어요?”
“…”
“머저리 같은 대답 좀 하지 마세요. 솔직히 선생님도 다 알고 계시는데 지금까지 피해다니신 거잖아요.”
“어…”
얼빠진 말을 흘릭 있자니, 다시 대답이 쏘아붙이듯 돌아왔다.
“바로 대답을 돌려달라는 이야기는 안 해요. 워낙 갑작스럽기도 했고, 그렇게 쉽게 결정할 이야기 아니라는 것도 아니까.”
숨 쉴 틈도 없이 그런 말을 다다닥 이어붙인 엘리야가, 그런 상태로도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다만, 딱 한가지는 약속 드릴 수 있어요.”
여태까지 횡설수설하던 기색과는 영 딴판인, 올곧은 눈동자다.
이 말만큼은 반드시 귀에 똑바로 때려박을 수 있도록.
“저는, 그 선생님이 가진 영혼의 체질인지 뭔지에 영향을 안 받아요.”
“…뭐?”
“그런데 제가 지금 선생님한테 ‘고백’한게 무슨 의미인지, 아시겠어요?”
“…”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엘리야가 자기 앞에 놓인 찻잔을 입 안으로 벌컥벌컥 때려박았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올만큼 뜨거울 텐데,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는 모습이었다. 신경 쓰이지도 않는단 듯이.
“잘 마셨습니다! 그럼 이만!”
그런 말을 마지막으로, 녀석이 내 방 바깥으로 후다닥 달려나갔다.
기세 좋게 와서 들이받은 것 치고는 거의 도망친다고 해도 좋은 모습이었다.
“…”
뭐냐?
“…흠.”
아니, 진짜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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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드의 방 바깥으로 튀어나와 얼마나 멀어졌을까.
엘리야가 새빨간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했다.
해버렸다.
할 지 말지 그렇게나 고민했었는데,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충동에 몸을 맡기고 들이받아버렸다.
‘아, 앞으로 선생님 얼굴 어떻게 봐아아…!’
속으로 그런 울먹임 섞인 목소리가 중얼중얼 흘러나왔다.
거절당하겠지? 거절당할 것이다.
그 사람 주변만 봐도 엘리야 본인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들이 한 가득인데, 자신을 돌아봐줄 확률이나 있단 말인가.
물론, 그럼에도 이렇게 박치기 하듯이 고백한 이유는.
[좋은 접근이었지, 안 그래?]“…시끄러워요.”
지금 이 밉살스러운 인간이 내놓은 ‘조언’ 때문이겠지.
지금까지 계속해서 저쪽에 적극적으로 대쉬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렇게 더 늦기 전에 가장 먼저 ‘고백’하라고 조언한 것도 다 이 사람 때문이다.
[음음. 영혼의 체질을 안 받는다고 짚은 부분이 특히나 좋았어.]“…”
[나는 당신의 ‘능력’때문에 반한 다른 헤픈 악마들과 다르게, 정말 진심으로 당신만을 바라보고 사랑에 빠졌다. 당신의 포로가 되었다. 인간 대 인간으로 완전히 반해버렸-]“시끄럽다고 했잖아요…”
엘리야가 화끈거리는 귀를 쓸어넘기며 간신히 그렇게 대답했다.
물론, 이 수준으로 자신을 놀려댈 걸 알면서도 그 저온을 받아들인 건.
뭔지 모를 상대에게 다우드의 ‘처음’을 빼았긴 것에 대한 조바심 때문에 그녀 스스로도 몸이 달았기 때문이겠지만.
[뭔지 모를 상대? 그 학생회장인가 뭔가 하는 사람이라고 확신하고 있던 건 아니였어?]“…아뇨, 조금 이상해서요.”
엘리야가 눈을 가늘게 뜨며 답했다.
진리의 눈을 쓸 것 까지도 없다. 엘노어와 다우드는 ‘그걸’ 하지 않았다.
그랬으면 둘 사이에 뭔가 확연한 관계의 변화가 관측되었을 텐데, 적어도 엘리야가 보기에는 둘 사이의 분위기는 이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다우드가 트리스탄 공작령에서 ‘그걸’ 빼앗긴 건 틀림 없을텐데. 도대체 누가-
[그럼 악마지, 뭐.]“…예?”
[뻔한 노릇이야. 악마와 정을 통한다는 건 악마가 대상의 ‘영혼의 정보’를 긁어가는 거라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미리 보존시켜두는 거랄까. 되감을 때 손상이 안 생기도록.]“그게 무슨 소리에요?”
[곧 그 남자한테 큰 일이 닥칠거란 이야기지.]“…”
이 천사는, 기본적으로 항상 이렇게 불친절한 정보를 중얼거리곤 한다.
상황에 대한 정보는 확실하게 주는데, ‘왜 그런건지’나 ‘그게 무슨 뜻인지’에 대한 것들은 쏙 빼놓는 느낌이다.
[이면계 안에서도 뜨거운 감자라서, 저 남자. 이것저것 조사를 해봤거든. 그랬더니 엄청 재밌는 것들이 쏟아져 나오지 뭐니.]“안 궁금한데요.”
[정말 안 궁금해?]“아뇨. 어차피 알려주실 것 같지도 않고, 적어도 그냥 지금 천사님이 입만 다무시면 그걸로 만족스러울 것 같아서.”
[…너 조금 나한테 너무한 것 아니니?]천사가 그렇게 투덜거렸다.
[그럼 선심 써서 하나만 알려줄게. 너도 어차피 성검을 가진 용사라면 대비해야 하는 거니까.]“네?”
[저 남자, 곧 사고칠거야.]“…또요?”
치천사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이었다.
[사고를 친다기보다 본인이 직접 타륜을 180도 꺾어버리는 느낌이겠지만… 아무튼 사고는 사고지. 원래 굴러가야 할 세계선이 통째로 변동되어 버리니까.]“설명을 해주세요, 치천사님. 제발.”
[어차피 말해줘도 이해 못하니까 안 하는 거야. 다만, 적어도 ‘이쯤 해서’ 뭔가 일이 터질거라는 건 알아. 항상 그래왔으니까.]시간축을 넘어 존재하는 악마들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애초에 그쪽은 수장이나 다름 없는 회색 악마가 관장하는 부분이니까.
하지만, 치천사쯤 된다면 같은 선상에 서서 적어도 그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몇 번이고 ‘반복’되어온 시간축 안에서도, 그 가장 커다란 줄기가 결정되는 부분이 바로 여기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쯤해서, 저 남자의 ‘결말’이 결정되는 일이 일어나곤 했다.
회색, 자색, 백색, 청색, 갈색, 적색, 그리고 잊혀진 황색.
일곱 악마 중 어느 쪽을 어떻게 대하냐에 따라서 미래가 송두리째 뒤바뀌어 버리던가.
그 바뀌는 것들에는 심지어 악마들 본인과 세계의 운명까지 포함되어 있는 게 어이가 없다.
[지금, 이 동아리라는 것 안에 악마의 그릇들 대부분이 모였지? 아직 다 모인 건 아니지만.]“…그렇죠? 그게 중요한가요?”
[중요하지. 그 남자가 처음으로 자기 ‘경계선’ 안에 누굴 집어넣을지 결정하는 거잖아. 누굴 더 좋아하고 누굴 덜 좋아하고의 차등도 나뉠거고. 악마들은 그런거에 되게 민감하다?]아마 누구를 합격시키고, 누구를 어느 위치에 놓고, 그런 것들이 주요하게 작용할 거라는 설명이 덧붙었다.
치천사의 말에, 엘리야가 진지한 기색으로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그러니까, 바꿔 말하면.”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웃긴 말이지만, 아마 치천사의 발언을 요약하면…
“선생님이 동아리에 누굴 어떻게 받냐에 따라서 악마들과 세계의 운명이 결정된다구요?”
[응. 너 제법 똑똑하구나?]치천사의 말을 들은 엘리야가 곧바로 퉁명스럽게 답했다.
“악마고 세상이고 너무 운명이 대충 결정되는 것 아닙니까?”
[…]“무슨 동아리 활동한다고 세계가 멸망하고 미래가 바뀌고 아주 별 미친 소리를-”
[…그렇게 들리는건 나도 인정하는데, 바로 바뀐다는 게 아니라 이번에 ‘계기’가 생긴다는 소리야.]치천사가 한숨을 폭 내쉬며 말을 받았다.
[그러니까 너도 전심전력으로 저쪽에 해가 없도록 지원해야 할 걸? 아마 이제부터 벼라별 일이 다 생길 테니까.]그러니까, 악마도 저 남자의 안위를 걱정해서 ‘영혼의 정보’를 손수 뽑아드신 것 아니겠나.
그 말에 엘리야가 얼굴을 찡그리며 응수했다.
“…알아요, 저도. 제가 선생님 목숨 지키겠다고 몇 번이나 맹세하기도 했고.”
[그래. 목숨을 열심히 지켜야 최소한 고백에 대한 대답을 듣기라도 할 수-]엘리야가 말없이 성검을 바닥에 패대기쳤다.
대략적인 기강을 잡기 위한 결단이었고, 실제로 그걸 집어들 즈음에는 치천사의 목소리가 조금 뚱해져 있기도 했다.
[…너 진짜로 나한테 너무한 것 아니니.]“그만 놀리시는 법을 좀 배워야 해요, 천사님은.”
[그래, 그래. 그나저나.]치천사가 씩 웃는 것 같은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사랑이란 게 참 무서워. 안 그렇니?]그 남자와 악마들 간의 유대를 결정짓는 건 결국 그런 감정이다.
가장 근원적이고, 원초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강력한.
그것 때문에.
그런 감정 하나 때문에.
그만한 존재들의 향방과, 세상의 미래가, 고작 저 남자의 사소한 결정 하나하나만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우스운가.
괜히 다우드 캠벨이, 그 정체를 아는 이들 사이에서 ‘세계의 열쇠’로 회자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튼. 심사 결과 발표가 바로 내일이지?]치천사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두고 보자고. 그 남자가, 누굴 선택해서 어떻게 굴릴 건지.]참으로, 의미심장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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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합격입니다.”
“…”
“…”
“…”
“전원 동아리 신입부원입니다. 예외 없이, 차별 없이, 전부 제 아래입니다. 일단 그렇게들 알고 계십쇼.”
방안에 불러놓은 사람들에게 그런 말부터 꺼내놓자, 묵직한 침묵이 뭉게뭉게 번져나갔다.
설마하니 본인들조차 이런 미친 소리를 대놓고 들을 줄은 몰랐다는 기색이다.
“…저기, 지원한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우스운데…”
페이놀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며 질문했다. 얼굴에는 차마 감출 수 없던 게 분명한 쓴웃음이 걸려있다.
“…이 애는 동아리 입부 목적이 힘을 길러서 자기 언니를 죽이는 거라 했었다구요? 엘노어 씨는 아예 여길 폐부시켜 버린다 했었고. 그런데 그걸 그냥… 받으시겠다구요?”
“네. 받습니다.”
다우드가 담담하게 말을 꺼내들었다.
“부장으로서 입부 목적에도 전적으로 협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래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요.”
“…그럼 제 입부 목적이 그쪽의 ‘소유물’이 되는 건데, 그거에 대해선 어떻게-”
“성심성의껏 그쪽을 험하게 굴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스스로가 암캐든 암퇘지든 뭐라고 불려도 전혀 어색함이나 하자가 없다고 느껴질 때까지요.”
“…”
아니, 그렇게까진 해달라곤 말 안 했는데.
이 사람, 그 사이에 취향이 대체 어떻게 변한 건가.
페이놀의 얼굴에 걸린 웃음에 슬쩍 금이 가는 사이, 다시 다우드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그래, 그러면 그렇지.
그 말에, 방 안에 있는 전원의 얼굴에 이성이 돌아왔다.
아마 여기서부터가 본론일 테니까.
“몇 주 뒤에, 엘판테 학예회가 있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그렇지.”
엘노어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꿔 말하면 각 동아리와 학부의 ‘실적 발표회’다.
“엘판테, 나아가 제국에서 가장 큰 행사 중 하나 아니겠나. 학원 내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쟁쟁한 외부 세력들도 자주 초청되니까.”
“네. 아무튼 저희도 동아리는 동아리니, 변변한 실적도 없이 그런 권위 있는 행사에 나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퇴마부답게 악마 관련 활동을 좀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거기에 무슨 조건을 거시려구요?”
“그때까지가 시간 제한입니다.”
“…예?”
느닷없이 다우드가 꺼내든 문장에, 방 안에 있는 전원의 표정이 어리둥절해졌다.
시간 제한이라니, 무슨?
“그때까지.”
다우드가 하품을 쩍 하며 말했다.
밤새 이게 될지 안 될지 시뮬레이션을 굴린 덕분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어떻게든 저를 ‘이길 수’ 있는 분이라면, 입부 시에 내건 조건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런 말이.
툭 떨어졌다.
“분야는 뭐든 좋습니다. 본인이 자신 있는 걸로 덤비세요.”
“…진심인가?”
황당하다는 어투로 묻는 엘노어의 말에, 다우드가 피식 웃으며 말을 얹었다.
당연히 진심이라는 분위기였다.
“단. 만약 진다면.”
당장 얼굴에 걸린, ‘덤빌거면 각오하고 덤벼라’라는 표정부터가 그렇다.
“반대로 ‘제가 요구하는 것’을 하나씩 들어주셔야겠습니다.”
다시.
방 안으로 묵직한 침묵이 떨어졌다.
아마 적합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명의 인간이, 6명의 악마의 그릇을 앞에 두고.
저렇게나 자신 있다는 태도로, 1:6의 ‘승부’를 제시하는 모습이라면.
[…이거 미친 새끼 아니야?]치천사의 말에, 엘리야가 동의하는 기색으로 이마를 감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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