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245)
Chapter 244 – 244. 실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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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다우드.”
본인이 퇴마부의 고문이 되었다는 폭탄 선언 이후.
황제 폐하의 기분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와중에, 설리번이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저기, 그, 있잖습니까.”
…답지도 않게 허리를 배배 꼬며 말을 잇는다.
얼굴에 살짝 홍조도 올라와 있고, 큼큼 거리며 목을 고르는 모습을 보니 어지간히도 부끄러워하는 모양새다.
황제 폐하께서는 그 모습에 터져 죽은 바퀴벌레 시체를 보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계셨지만.
“…당신이 내건 그 내기 말입니다. 동아리 일원이라면 당신에게 승부를 걸 수 있다는 것 말이죠.”
“네?”
“저도 동아리 고문이 됐는데 말입니다.”
“…네.”
살짝 불안함을 느끼며 답하자, 설리번이 흠칫흠칫 내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저도 하면 안 됩니까?”
“…”
“이기기만 하면 당신을 독점할 수 있는 것 아닙니-”
“되겠나, 자네! 제발 양심이란 걸 좀 가지게-!”
내가 뭐라 하기도 전에, 비명 같은 반대가 터져 나왔다.
세실과 설리.
바꿔말해 황제 폐하와 재상님.
기본적으로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앙숙이지만, 지금 이 둘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는 그것 이상이다.
엘노어와 설리번 둘을 붙여놨을 땐 진짜 서로 잡아먹을 수준의 적의가 뿜어져 나왔지만, 지금 이 둘은 서로 웃는 얼굴로 비꼬는 좀 더 음험한 관계다.
“…본인은 승부 조작 비슷한 걸 미리 준비해두신 주제에 말이 많으십니다, 폐하.”
“…”
“원하신다면 그 승부에 대한 심판, 제가 봐드릴 수 있습니다만?”
“…그럴 필요가 있겠나.”
황제 폐하가 미소 짓는 얼굴로 답했다.
하지만 그 입꼬리가 미세하게 씰룩거리는 것만큼은 감추지 못한 모습이다.
“그대같이 나이도 잊고 훨씬 젊은 남자를 탐하는 분수도 모르는 여자에게 어떻게 그런 일을 맡긴단 말인가. 도둑놈 심보도 정도가 있다는 생각 해본 적 없나?”
똑같이 웃는 얼굴이지만, 그걸 들은 설리번의 이마에 우물 정자가 큼지막하게 새겨졌다.
“어머. 오늘 내일하는 몸으로 분수도 모르고 한창 때의 남자를 붙잡으려는 양심 없는 사람보다는 제가 오래 살 것 같은데요. 저 남자 곁을 지킬 수 있는 시간으로는 제가 압승 아닌가요?”
“…자네, 말 다 했나?”
…정정하자.
이 둘은 웃는 얼굴로 폭언을 쏟아내는 관계다.
이어서, 치열한 논검이 상호 간에 이어진다.
“이 빌어먹을 껌딱지녀가-”
“몸에 지방 많이 달고 다녀서 좋겠네, 이 늙어터진 마귀할멈이-”
“…”
제국을 다스리는 위정자 두 명의 대화라고 하기엔 품격이고 지성이고 하다못해 인간의 존엄성까지 시궁창에 처박은 원색적인 비난의 장이었다.
듣고 있으면 내 기까지 같이 빨리는 느낌이라, 눈을 감고 최대한 이 둘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나는 나무다. 나는 바람이다. 나는 호수다…
“…이 쓰레기 같은 애새끼가…”
“…나이를 어디로 처먹었는지 심보만 고약해선…”
그 사이, 폭발시킬 감정을 전부 쏟아낸 게 분명한 여자 두 명이 서로 거친 숨을 내뱉으며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무념무상한 표정을 지으며 내가 얌전히 차를 들이킨다.
이제 슬슬 둘 다 얌전해진 것 같으니 입을 열어도 되겠지.
사실, 다른 건 다 아무래도 좋지만.
이것만큼은 물어봐야겠다.
“…그런데 말입니다.”
내게 집중되는 두 쌍의 시선을 향해 말을 돌려준다.
“지금 제국은 대체 누가 굴리고 있는 겁니까?”
황제하고 재상이 여기에 둘 다 튀어 와 있으면 평시의 행정업무는 대체 누가 담당하고 있단 말인가.
애초에 이 정도 위치에 있는 인간들이 고작 나 때문에 여기서 이런 웃기지도 않은 짓을 하고 있어도 되는 건가.
그런 의문이 듬뿍 담긴 질문이었지만, 황제건 설리번이건 대수롭지 않게 어깨만 으쓱였다.
“라드가 고생하고 있네.”
“저도 업무 대리인 정도는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답니다.”
“…아니, 그런 건 긴급 상황일 때나 사용하는-”
그렇게 말하려던 내 입이 딱 다물렸다.
‘그럼 지금이 긴급 상황아 아니면 뭔데?’라고 말하는 것 같은 시선 두 쌍이 동시에 날아오고 있었으니까.
“…”
대체 내 동아리가 뭔데.
그냥 학칙상 어쩔 수 없이 만든 게 전부인데…
[생각해보렴, 다우드.]‘뭘요.’
[진짜로 너 하반신만 잘 놀리면 영원한 정적인 이 재상님과 황제 폐하도 사이 좋게 만들 수 있-]소울 링커를 아예 팔에서 빼버린다.
이 사람, 이 컨셉에 맛들렸는지 아주 전부터 이 소리를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그 사이, 설리번 재상님이 쓴웃음을 지으며 흘려들을 수 없는 화제를 꺼내고 있었다.
“문제는 저희 두 명이 자리를 비우면 아주 활짝 웃을 인간이 있어서 문제죠.”
설리번이 꺼낸 말에 황제 또한 표정이 살짝 굳었다.
“…장로회를 말하는 건가.”
“보거트 후작은 여러모로 골칫거리지만, 그래도 최소한 저희 앞에서 선은 지킬 줄 아는 작자입니다만…”
그 시선에 의미심장한 빛이 잠깐 깃든다.
“다른 놈이 문제죠. 그쪽의 업무 대리인.”
틀림없이,
“…니콜라스 백작. 장로회 2인자. 이름은 폐하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니콜라스 백작?”
황제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듣는 것만으로도 불쾌감이 올라온다는 기색이다.
“업무 능력에는 문제없는 인간입니다.”
그 반응을 살핀 설리번의 입에도 감출 수 없는 쓴웃음이 걸려 있는 모양새다.
“…그 평판에는 조금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황제 폐하가 한숨을 내쉬며 품에서 예의 그 파이프를 꺼내들었다.
나와 함께 다니는 동안은 사용하는 걸 그렇게 자주 보지 못 했는데, 이 인간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만큼은 꼭 한 대 피워야겠다는 분위기다.
“도살자.”
씹어뱉듯이, 그런 단어가 떨어졌다.
“제국에 있던 아인종의 ‘박멸 작업’ 중 절반은 그 작자의 손을 타서 이뤄졌다는 이야기가 있네. 마치 그쪽을 전부 잡아 죽여야 한다는 사명감이라도 있는 인간처럼 행동한다지.”
“…”
“자네 주변에도 아인종 몇 명이 있다고는 들었네만. 그리 듣기 좋은 이명은 아니겠지.”
눈이 살짝 가늘어진다.
그걸 이 사람이 어떻게 알아.
세라스나 빅토리아나 본인이 아인종을 철저하게 숨기는 것 아니었나.
하지만, 내 표정에 오히려 폐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걸 모르는 게 더 이상하다는 듯.
“성황국 안에 있던 그랜드 어쌔신의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고, 그 동생의 경우라면… 글쎄. 내가 보는 앞에서 한 번 이미 본인이 얘기하지 않았던가.”
“…”
그러니까.
월터 교수 앞에서 세라스에게 개처럼 애교부리라고 했던 그때 말이지.
생각해보면 참 미안한 짓을 했다.
그런 문장을 곱씹는 사이, 폐하 쪽에서 도저히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동생 쪽은 보거트 후작과 모종의 계약 관계로 엮여있는 모양이더군. 빅토리아라고 했던가?”
“…예?”
말이 안 되는데.
‘…왜 그런 인간한테 협력하고 있는 거야?’
비록 그런 악랄한 짓을 저지른 니콜라스 백작 본인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보거트 후작은 틀림없이 그런 그 인간과 같은 인간 소속이다.
성황국에 확실히 소속되어 있는 세라스와 다르게 아무리 의뢰라면 전부 받는 자유 계약인이라지만, 그걸 모르고 받았을 것 같지는 않다.
“…아마 공동으로 협력하는 목표가 있겠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동일한 의문을 공유하고 있는 것인지, 폐하도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받았다.
“아무튼, 문제는 그 보거트 후작도 엘판테 학예회에 맞춰 이쪽으로 넘어올 예정이란 거네. 그 인간까지 넘어온다면, 황국을 위시한 제국 행정부 안에서 가장 목소리가 높은 인간은 일순간이나마 그쪽이 된단 소리네.”
폐하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니콜라스 백작은 그런 찰나의 순간에도 뭔가 엿같은 짓 하나는 꾸미고도 남을 인간이네. 선을 아슬아슬하게 타는 쓰레기짓이 특기인 인간이니.”
“…”
행간에 숨겨져 있는 의미는 나도 안다.
아마, 그렇게 아인종을 잡아 죽이는 것에 집착하는 인간이라면.
꽤 그럴듯한 확률로 내 쪽에 손을 뻗어올 가능성이 있단 거다.
적어도, 내 주변에 아인종이 두 명이나 있다는 정보를 알아내는 순간 바로 그렇게 하겠지.
“장로회의 사냥개로 활동하던 인간이야. 냄새만 맡는다면 그대를 물어뜯으러 올 걸세. 적어도 우리가 자리를 비운 기간에는 그쪽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게나.”
“…애초에.”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는다.
“그런 인간이 활개칠 수 있다는 걸 알고 계신데도 왜 저를 보러 오신 겁니까.”
“…정말 모르시는 겁니까?”
내 말을 들은 설리번이 의아하다는 기색으로 답했다.
“저하고 폐하도 바보는 아닙니다. 정말로 당신이 동아리 만든다는 것 하나만 보고 업무 대리인까지 지정해서 여기까지 뛰어온 게 아니란 거죠.”
“…”
“…정말입니다. 반 정도는.”
내 의심스러운 시선에 설리번이 헛기침을 하며 답했다.
그럼 반 정도는 진짜 내가 동아리 하나 만든다고 뛰쳐온 거란 소리겠지만, 아무튼.
설리번이 이어서 설명했다.
“…마탑조차 구미가 당겨하는 ‘악마 관련 힘’은 차치하고서라도, 당신의 위치가 중요합니다. 다우드.”
“제 위치요?”
“눈이 좋고 귀가 밝은 인간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입니다. 엘판테에서 아무리 억누르려 해도 당신의 인지도는 이미 꽤 퍼져 있어요.”
“…”
그거야 그럴 거라 생각은 했다.
내가 엮인 사건들은 대부분 조용히 억누르려 노력하긴 했지만, 그 스케일이든 뭐든 내 존재감이 완전히 가려지는 건 절대 불가능 했으니까.
“부족 연합의 대족장과 친분 있음. 황궁에도 입궁한 적이 있으며, 트리스탄 공작령에 제 집처럼 드나들고, 현직 용사와 둘도 없는 친분을 가지고 있으며, 대륙에서 가장 위험한 악마의 그릇들 다수와 친분을 유지하는 대륙 유일의 인간.”
내 스펙을 줄줄이 읊은 설리번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그런 인간이, 자기와 연이 닿는 인간을 전부 끌어모아 ‘세력’을 만든다면. 그건 더 이상 단순한 동아리라고 보기 힘들단 소리에요.”
“그게 무슨-”
“자각하실지 모르겠는데, 당신 동아리에 모여 있는 인간들을 전부 합치기만 해도 일부 약소국가 상대로 정복 전쟁이 가능한 전력입니다. 심지어 높은 확률로 승리하겠죠.”
갑자기, 숨이 턱 막힌다.
그 말을 듣자마자, 그 아래 내포되어 있는 의미가 순간적으로 이해되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전력을 그러모아 어떤 형태로든 ‘집단’으로 확실히 형성한다면. 당신이 그럴 의도가 아니더라도 오해하는 인간들은 분명히 생길 거란 얘기입니다.”
“…”
“파벌입니다. 당신만의, 다우드 캠벨만의 파벌. 어떤 형태로든 ‘대륙 단위’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눈치 빠른 인간들은 다들 어떻게든 줄을 대려고 노력하지 않던가요?”
…동아리 오디션 때,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리기는 했다.
단순히 나와 엘리야의 인지도가 꽤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라고 어렴풋이 짐작했다만.
“그리고, 그런 파벌 형성을 ‘다음 단계’를 위한 초석이라고 생각할만한 조건도 충분합니다.”
설리번이 펜을 손 안에서 한 바퀴 휘릭 돌리며 말했다.
“당신은, 조건만 갖춰주면 어떤 형태로든 ‘왕’이 될 수도 있는 환경이니까요.”
“…”
머리가 멍해진다.
“제국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대귀족 두 명이 당신을 후원합니다. 심지어 트리스탄 공작 가문과는 밀접한 관계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죠. 저번 황궁 사교회에서 공녀와 춤을 추는 건 모두가 봤을 테니까요.”
“…”
“만약 당신과 공녀가 혼인하여 ‘권위’가 갖추어지고, 현재 당신이 데리고 있는 ‘인재’들이 합쳐진다면? ‘공국’ 형태로서 자립하는 국가가 생길 가능성은 넘치도록 충분합니다.”
“…호사가들과 스스로가 똑똑하다 생각하는 기회주의자들은 그렇게 생각하고도 남겠지. 겉으로 비춰지는 전력의 수준이 그럴 테니.”
내가 침묵하는 사이, 황제 폐하 역시 코웃음을 치며 동의했다.
“그리고, 바꿔 말하면.”
설리번이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그렇게 당신에게 줄을 대려는 인간들이 많은 만큼, 제국 안에 당신을 경계하는 인간들도 많을 거란 소리죠.”
“…”
“단순히 주변 인물을 모아 동아리를 만든 게 당신 잘못이라고 하면 그건 정신병자의 성토일 겁니다. 하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건 사실이에요.”
설리번이 머리를 쓸어넘겼다.
“장로회도, 폐하 아래에 있는 신하들도, 심지어는 제쪽에 붙어있는 귀족들까지도… 이전에도 물밑에서는 서로 심각한 사이였습니다만, 최근에는 수면으로 떠오를 정도로 마찰의 정도가 짙습니다. 당신이라는 뜨거운 감자가 도화선에 불을 당긴 느낌이겠죠.”
“…”
“…폐하야 반쯤 장난삼아 이쪽에 오셨겠습니다만, 적어도 제가 이쪽에 있는 건 그 이유가 꽤 큽니다. 누가 당신에게 어떤 식으로 장난질을 걸지 모르니까.”
그리고 그런 경계 대상 1순위로는, 방금 말한 니콜라스 백작입니다.
그런 말이 덧붙었지만, 그걸 듣고 있는 나는 여전히 멍한 기색이었다.
말을 쭉 듣고 있으니, 그제서야 이해가 간다.
[ System Log > [ 어떤 방식으로 동아리를 운영하냐에 따라서, 앞으로 다가올 메인 퀘스트- 5챕터, ‘제국 대분란’의 진행 방식이 결정됩니다! ]…이딴 메시지가, 왜 내 앞에 떠올랐는지.
‘…칼리반.’
[듣고 있다.]딱딱한 목소리로 답하는 칼리반에게, 여전히 혼이 나간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이 두 분, 말은 되게 착하고 있는데요.’
[음.]‘그러니까.’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말한다.
‘…제가 동아리 하나 만들었다고, 지금 전쟁이 터질 수도 있다는 소립니까?’
‘심지어 자기들 멋대로 제 의도를 오해해서?’
[내 귀에도 그렇게 들리는데.]‘…’
진짜.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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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