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246)
Chapter 245 – 245. 파란색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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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야의 일과는 꽤 간단하다.
매일 수업 시간이 끝난 이후로 ‘동아리실’로 와서 안쪽에 있는 기물들을 정비한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고, 사실 하는 일을 정리하면 다우드와 여기서 둘이 다른 사람 몰래 꽁냥꽁냥 거리는 걸 준비하는 거다.
최근에는 다른 인간들이 냄새를 맡고 달려들어서 조금 빛이 바랜 감은 있지만, 그래도 아직 이 공간만큼은 전적으로 그녀의 관리하에 있다.
정식 용사로 임명된 이후로는 다른 사람들이
그러니까, 한 명만 제외한다면.
“…”
“…”
서로 조우한 엘노어와 엘리야 사이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피차 서로 좋은 소리가 나올만한 사이가 아닌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서로 으르렁거린다고 하기엔 그것도 좀 미묘하다.
사이가 나쁘지 않다기 보단, 뭐랄까.
만약 한 번 싸움이 붙는다면, 이 사람과는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크게 번지겠구나- 하는 걸 둘 다 직감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일 것이다.
그만큼 둘 사이에 ‘걸려있는’ 것들이 많다고도 해석할 수 있겠지.
그러니,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건 일단 겉으로 두 명은 그럭저럭 원만한 관계를 유지 중이다.
심지어 트리스탄 공작령에서 엘리야가 그녀에게 크게 들이받은 이후로도 유지되는 기조였다.
“…안녕하세요.”
아마 엘리야가 어색한 기색으로나마 인사를꺼내든 건 그런 영향이 컸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들은 상대방이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랍에 있던 해괴망측한 도구들은 내가 전부 치워뒀네.”
“…”
엘리야의 얼굴이 강렬하게 꿈틀거렸다.
인사를 받기는커녕 느닷없이 이런 소리로 응수한다면 아마 누구나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새 또 안쪽을 뒤지셨어요?”
그렇게 반문하자, 상대방이 표정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다우드가 머무를 공간 아닌가.”
고저 없는 목소리로 그런 답이 돌아왔다.
“내가 살피지 않을 수가 없지.”
당연하다 못해 뭐라고 언급할 가치도 없다는 태도였다.
그 남자와 얽혀있는 것 중에서 자기 손을 거치지 않을 수 있는 건 세상에 없다는 것처럼.
‘…독선적이긴.’
그 남자가 자기 소유물이라는 저 태도가, 이제는 그냥 고까운 걸 넘어 짜증이 나는 수준이다.
하여간.
이쪽이랑은 사이좋게 지낼 수가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지끈거리기 시작하는 이마를 부여잡는다.
“…뭐에요. 아무리 그래도 남의 개인 물품까지는-”
“이보게, 용사.”
엘리야의 투덜거림에, 엘노어가 드물게도 어이 없다는 기색을 담아 입을 열었다.
해도해도 너무하지 않냐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모습이었다.
“자주 잊어먹는 모양이지만, 난 그래도 현재 엘판테의 학생회장이라네. 기본적인 학칙과 풍기 유지는 내 직무이기도 하단 소리지.”
“…”
“스스로의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보게. 그 서랍에 들어있던 물건들이 정말 학원에 어울리는 물건들인가?”
“…”
치사하게 정론으로 밀고 들어오다니.
입 다물고 있으면 지는 느낌이라 반항적으로 대답을 중얼거리긴 했지만.
“…기껏해야 피임 기구잖아요. 제가 그런 걸 사는 게 불법도 아니고.”
“…한 번 스스로의 발언에 대해 잘 생각해 보겠나.”
“…”
“…”
여기선 물러나는 게 좋아 보인다.
켄드리드 변경백 또한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도망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물론 끝까지 한 마디 중얼거리는 건 포기할 수 없긴 했지만.
“…본인은 해봤다고 재는 건지, 뭔지…”
사실 또 다른 말싸움의 도화선으로 이어질만한 수준의 말이겠지만, 상대방에게서 돌아온 반응은 그것과는 조금 동떨어진 부류였다.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기는커녕.
정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 살짝 커진 눈으로 반문해오는 게 아닌가.
“무슨 소리인가?”
“예?”
“나도 아직 다우드와 그런 걸 해 본 적은 없네만. 어디서 무슨 말을 듣고 그런 말을 지껄이는 건가?”
“…”
엘리야가 말없이 눈을 끔뻑거렸다.
그녀는 권성인 카사 가르다를 믿는다.
그녀가 말하길, 그녀가 가지고 있는 ‘진리의 눈’은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직감’을 극한까지 발달시킨 결과라고 했다.
만약 그녀가 확실하다고 느낀 것이라면, 그건 반드시 그럴 것이라 했던가.
엘리야 본인이 다우드를 봤을 때 ‘느낀’ 것에 어떤 오차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힘들단 소리지.
그 남자는 틀림없이 ‘순결’을 잃었다.
그리고, 또한.
지금 엘노어가 하는 말 또한 ‘진실’이다.
이 여자는, 그 남자와 교접한 적이 없다.
“…어?”
그러면.
도대체 누가?
엘리야가 뒤통수가 얼얼해지는 감각에 눈을 크게 뜨고 있자니, 문득 주변이 갑작스럽게 소란스러워졌다.
건물 전체가 울리는 것 같은 소리.
정확히는, 근처로 마치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짐승떼마냥 학생들의 인파가 우루루 달려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슨…?”
“와, 대체 몇 명이…?”
둘의 시선이 동시에 건물 바깥으로 날아갔다.
흙먼지가 육안으로 관찰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숫자다.
학원 안에 이 정도로 많은 인원이 급격하게 몰릴 일이 있던가?
“이보게, 거기! 잠깐 기다려보게!”
그리고 엘노어는 그런 현상에 대해 보다 커다란 관심을 가진 모양인지, 지나가던 한 명을 곧바로 불러세웠다.
“이게 대체 무슨 소란인가. 다들 어디로 가는 거지?”
“아, 학생회장님! 지금 다들 기사 학관동 대련실로 가고 있습니다!”
“…대련실? 그쪽엔 왜?”
“결투입니다, 결투!”
그 학생이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을 꺼내들었다.
무료한 학원 생활 중 그나마 지루함을 달랠만한 일이 생겨 기쁘다는 기색이었다.
그걸 들은 엘노어는 오히려 표정이 찌그러졌지만.
단순 결투라고 한다면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모이는 엘판테 특성상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일이다. 이만한 인파가 몰릴 이유라도 있던가?
하지만, 그걸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어보였다.
“물론 평범한 결투는 아닙니다!”
그 학생이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
이어지는 말은 상상도 하지 못한 종류였지만.
“대족장의 딸하고, 그 미친 난봉꾼이 한 번 붙는다고 합니다! 지금 학원 전체에 소문이 쫙 퍼졌어요!”
“…?”
“…?”
엘리야와 엘노어의 표정이 동시에 멍해졌다.
●
엘판테 학생 식당은 생각보다 혼자서 밥 먹는 인간들을 위한 배려가 잘 되어 있는 장소다.
즉, 꽤 구석진 자리에 앉아 이런 창을 노려보며 생각에 잠길 여유 정도는 충분히 생긴단 것이다.
[ Skill Info > [ 타천의 인장 : 개改 ] [ . . .현재 저장된 악마의 기운
자색 악마 ( 95% ) 갈색 악마 ( 5% ) 적색 악마 ( 5% ) 백색 악마 ( 0% )
C̵̡̹̖̙̭͖̈́͐¾̸̧̥̬͈͇̹̘͕̠̮̩̙̎ð̸̞͖̋¾̶͕̻́̊̇î̸̙̪͎̥͎͍̲͔̔̈́̀̃͗́̚̚͠͠͝͠ ̵̨̛̠̟̲͔̟̔̍͛̈́°̶̨̙̠͆͋̔͛̒̀̾̆̉̏̕³̶̟̝̙͔̥̖̯̠̒̈̋̃̇̾̃̽̆̅͊͆̋̋ ( 0% )
. . . ]
눈앞에 늘어져 있는 창을 바라보며 턱을 쓰다듬는다.
악마와 접촉하여 타천의 인장에 저장된 악마들의 기운들이 죽 나와 있는 모습이다.
‘…자색 빼고는 거의 없네.’
특히 백색과 회색 쪽은 얼마 전에 빅토리와 얽히면서 탈탈 털어버려서 남아있는 것도 별로 없다.
“…”
그리고, 아마.
이건 문제가 될 가능성이 꽤 높다.
“칼리반.”
그렇게 말하며 벽에 큼직하게 붙어있는 달력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학예회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기껏해야 며칠 남짓.
[음?]“…며칠 안에 그 사람들 전원이랑 한 번씩 붙을 수 있을까요? 시간이 별로 없어요.”
[하기사. 애초에 그쪽이랑 승부를 보겠다느니 어쩌니 한 것도, 결국 그 인장에 마기를 색깔별로 다 모으기 위해서였지?]그랬지.
악마와의 접촉은 격렬하고 감정이 요동치는 것일수록 마기가 더 많이 흡수된다. ‘승부’라는 형태라면 그런 식의 교류로 최적이라 생각했거든.
곧 있을 학예회에서 어떤 방식으로건 일이 터질 건 짐작하고 있던 일이었으니까, 거기에 대비하기 위함이었지만.
아까 전에 폐하와 재상님이 해준 말 덕분에 더 경각심이 강해진 느낌이다.
곧 있을 학예회에서 어떤 방식으로건 일이 터질 건 짐작하고 있던 일이었으니까, 거기에 대비하기 위함이었지만.
아까 전에 폐하와 재상님이 해준 말 덕분에 더 경각심이 강해진 느낌이다.
[…시비 걸 수 있는 녀석이 널려 있으니까?]“그중에서도 둘 다 이름을 콕 집은 녀석이 있잖습니까.”
니콜라스 백작. 통칭 도살자.
세라스와 빅토리아가 옆에 붙어있는 이상, 언젠가 한 번은 크게 부딪힐 게 분명한 인간이기도 하다.
그런 인간이 직접적으로 거론된 이상, 학예회 이전에도 어떤 방식으로건 ‘시비’가 걸릴 수 있다는 건 자각하고 있는 바다.
그러니 그걸 대비해서 하루라도 빨리 내 스펙을 올려놔야 하는데…
“…다들 이렇게 간 보기만 해서는 끝이 없겠는데요.”
빅토리아가 대놓고 들이받은 걸 제외하면, 나머지 인간들은 생각보다 굉장히 나한테 들이대는 게 느리다.
황제 폐하가 그나마 좀 빨랐지만, 상황 때문에 흐지부지 되어버렸고.
[…그거야 대상이 너니까, 다들 평범한 거로는 안 된다 생각하겠지.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달려들지 않을까?]“그러니까 그래선 안 되다니까요. 시간에 못 맞춥니다.”
차라리 정말정말 황당한 형태여도 좋으니까, 빠르고 후딱 끝날 수 있는 종류의 승부라도 하나 던져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고 있자니.
“야.”
그런 걱정은, 생각보다 굉장히 빠르게 불식되었다.
문득, 눈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쪽을 바라본다.
“어, 리루?”
최근에 그렇게 부딪힐 기색이 없었던 사람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꼴이 그게 뭐에요?”
아닌 게 아니라, 상태가 보통이 아니다.
이 사람, 체육계라는 느낌이 강하긴 했지만 몸단장은 항상 정갈하게 하고 다니던 인간이었는데.
언제나 건강한 윤기가 흐르던 갈색 피부는 어쩐지 푸석푸석 죽어있고, 머릿결도 엉망이다. 요 며칠 극도로 고생이라도 한 것처럼.
리루가 담담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훈련을 좀 열심히 해서.”
“훈련이요?”
“뭐, 무슨 훈련인지는 곧 알게 될 거야. 그거 관련해서 할 말도 있고.”
리루가 내 말에 대답하는 대신 어깨를 으쓱하며 화제를 돌렸다.
“계속 찾아다녔거든.”
“할 말이요? 그럼 자리를 옮겨서-”
“아니. 지금 당장 말해야 해. 나도 며칠 고민한 내용이라. 바로 말 안 하면 용기가 식을 것 같거든.”
“…”
꽤 진지한 기색에, 내 표정도 덩달아 진지해진다.
무슨 화제길래 그러는 거지?
“…말씀하세요. 무슨 말이든 들어트릴 테니까-”
“맞짱 한 번 뜨자.”
“…”
“내가 이기면 너 따먹는다.”
“…”
이 미친 상여자를 봤나.
●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