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247)
Chapter 246 – 246. 파란색 맛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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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판테의 학생회 서기라는 건, 사실 그 얌전해 보이는 직함에 비해 역대 학생 중 가장 전투적인 인간들이 많았던 자리다.
그도 그럴게, 온갖 종류의 대귀족이 빈번하게 출입하는 엘판테에서 학생 관련된 업무를 총괄하는 입장이다.
그런 인간들의 자식 또는 본인과 직접 엮이게 된다면 좋건 싫건 담이 커지고 기가 세질 수밖에 없지.
물론, 그럼에도 현 서기인 베아트릭스가 쉽게 상대하기 힘든 인간은 얼마든지 있기 마련이다.
“…이번 엘판테에 방문하신걸 진심으로 환대 드립니다, 니콜라스 백작님.”
그녀가 흠잡을데 없이 매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 인간을 둘러싼 평판은 그런 외모와 대비되어 오히려 더욱 기괴한 인상을 남긴다.
도살자.
제국 안에서 가장 많은 생명을 죽인 인간.
사실상 현재 이 국가에서 아인종들이 아예 자취를 감춘 것에 가장 큰 지분을 먹고 있는 인간이다.
“저희가 최선을 다해 머무르시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신경 쓰도록-”
“다우드 캠벨은 어디에 있습니까?”
“…”
하마터면 미소에 금이 갈 뻔한 베아트릭스가 힘겹게 표정을 관리하며 말을 받았다.
“…외람되오나, 백작님. 학생에 대한 정보를 함부로 공개하는 건 학칙에 위배되는 일입니다. ”
“그렇습니까.”
그 말을 들은 니콜라스 백작이 무표정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군요. 교수진에 문의했더니 학생회에 가서 물어보라고 하던데요.”
그 말을 들은 베아트릭스가 속으로 험담을 곱씹었다.
‘어련히 좀 알아 듣지…’
그쪽에서 그렇게 말했다는 건, 사실상의 거절이다.
총장이 직접 비호하고 있는 학생회 쪽으로 안건을 떠넘기는 건, 본인들이 상대하기 버거운 대상이니 제발 대신 좀 축객령을 내려달란 소리지.
“…아마 권한이 저희에게 있기 때문에 그리 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요청드린 것은 정말 죄송하지만 접수해드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다시 한번, 그런 대답이 덤덤하게 툭 흘러나왔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얼핏 보면 납득하고 물러서는 것처럼 보이지만, 베아트릭스는 문득 등골을 타고 흐르는 불길함을 느끼고 있었다.
당장 이어지는 니콜라스의 말이 그런 감각을 설명해주고 있었고.
“제가 직접 찾아서 장로회 권한으로 접촉하겠습니다. 엘판테에서는 협력할 생각이 없어 보이니.”
“…”
이 말은, 엘판테가 뻔히 자신에게 그 학생을 숨기고 있는 게 눈에 보이지만.
그럼에도 알 바 아니고 나는 들이받아서 원하는 걸 이루겠다는 뜻이다.
‘…이 또라이 새끼…!’
베아트릭스가 그렇게 생각하며 머리를 짚었다.
몰려오는 두통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으니까.
“…백작님.”
이어서, 그녀가 살짝 깔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엘판테는 황립 아카데미이며, 아탈란테 총장님의 비호 아래에 있는 지역입니다.”
니콜라스 백작이 다시 무표정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서요?”
“…”
이 빌어처먹을 인간이.
다 알아들었으면서 굳이 또…!
베아트릭스가 속으로 이를 부득 갈았다.
도저히 학생 신분으로 꺼낼 말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가 없다.
“…만약 학칙에 위배 되는 일을 저지르신다면, 저희 쪽에서도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단 말입니다.”
단순히 총장이 아니라 황제의 권위까지 끌고온 문장이었지만.
이어진 답변은 여전히 거침없이 흘러나왔다.
“그거 괜찮네요.”
오히려, 미소처럼 보이는 표정이 걸려있기도 했다.
“…예?”
“막을 수 있으면 막아보시죠. 저도 당신들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지 궁금하니까.”
베아트릭스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멍해지는 사이.
“저는 그 남자를 봐야겠습니다. 당신들이 뭐라 하던 간에요.”
그런 말을 남긴 니콜라스 백작이 곧바로 학생회실을 나갔다.
근처에서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보던 다른 학생회 부원들까지 멍해질 만큼 경쾌한 걸음걸이였다.
“…서, 선배…”
니콜라스 백작이 방을 나가고 한참이 지난 뒤.
겨우 정신을 차린 후배 중 한 명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 사람 지금, 그 다우드란 사람 못 보느니 차라리 폐하랑 총장님이랑 싸우겠다고 한 거에요…?”
“…”
굳이 말로 설명 안 해줘도 되지 않겠니.
이미 충분히 머리가 아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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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소리를 하나 해보자.
리루는 절대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최종 강화에 가까운 ‘정령계 출입’ 이벤트는 아직 안 일어났다지만, 그럼에도 현재 상태만 봐도 무시무시한 건 틀림 없다.
달인 영역에 이른 격투술, 법력, 그리고 푸른 악마의 권능인 ‘분쇄’와 불완전하다지만 미래 투시 능력까지.
나도 이제 한바탕 붙는 싸움이라면 여간한 스펙이지만, 까딱 잘못하면 그대로 죽을 수도 있는 상대인 건 틀림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연무장 건너편에 있는 리루를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상대방에게서 말이 날아왔다.
“너, 할멈한테서 격투술 배웠지.”
“…그렇죠?”
배웠다기보단 스킬로 날로 먹은 거지만.
“법술도 쓸 줄 알고.”
“…그렇죠?”
그것도 날로 먹은거다.
“거기에 악마인지 뭔지 그거 관련해서 해괴한 능력 써먹을 줄도 알고.”
“…”
그것도 회색 악마가 준 인장으로 날로 먹은 거고.
[이 새끼 진짜 양심없이 강해지긴 했네…]“…”
왜. 뭐.
그렇게라도 안 하면 당장 죽는 상황이었으니까, 부끄럼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그런 말을 죽 이어가던 리루가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을 좀 해봤단 말이지.”
리루가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뭐라고 대답하기도 애매한 말이라서, 그냥 멍하니 서있자니. 다시 말이 중얼중얼 이어졌다.
“내가 잘하는 건 싸움밖에 없는데, 요즘 들어 너 혼자 저 멀리 가버릴 정도로 강해져 버린 느낌이 자꾸 든단 말이야.”
그건… 확실히 그렇게 느낄만 하다.
일상의 대부분을 훈련에 할애하고 있는 이 사람 입장에서는 불합리하게 느껴질 정도의 격차겠지.
“거기에 가만히 내버려 두니, 여기저기서 또 자꾸 이상한 사람을 꼬셔오기나 하고.”
“…”
“심지어 어중이떠중이는 하나도 없고, 용사니, 대륙 최고의 암살자니, 마탑에 적을 둔 마법사니, 제국의 황제니…”
“…”
“경쟁을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공정한 조건 정도는 갖춰줘야 나도 의욕을 가지고 달려들 것 아니야…”
“리루…?”
초점 잃은 눈으로 중얼중얼거리는 상대방을 살짝 식은땀을 흘리며 호출한다.
갑자기 왜 그래. 무섭게.
그리고 그런 말을 계속 떨어트리던 상대방이, 다시 한숨을 푹 내쉬면서 고개를 들었다.
“…뭐, 아무래도 좋아.”
멋쩍은 기색으로 고개를 들어올린 리루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자세를 잡았다.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어.”
공격은 다음 순간 순식간에 다가왔다.
“…!”
이전에도 한 번 붙어본 적 있었지만, 그때에도 환장할 정도로 빠른 속도는 지금에 와서 몇 배는 더 빨라진 느낌이다.
[ 위기 상황이 감지됩니다. ] [ 상대방이 당신에게 부상을 심하게 입히려는 수준으로 판단합니다. ] [ 스킬: 절체절명을 A등급으로 적용합니다. ] [ ‘스킬: 검사의 집중’을 발동합니다! ]위기 상황 때마다 익숙하게 떠오르던 창이 떠오르는 데 이어, 내가 순간적으로 발동시킨 스킬까지 합쳐져 주변이 순식간에 느려진다.
예전에는 이것 덕분에 리루의 동작도 좀 느리게 보이긴 했지만, 지금은 단순히 동체시력으로 반응할만한 수준으로만 느려진 느낌.
그만큼이나 이 사람이 빨라졌다는 소리겠지만.
‘대체 얼마나 훈련해 온 거야…!’
당장 이 기세만 봐도 이 사람이 몰골이 단박에 설명되는 느낌이다.
적야 사태때랑 비교해도 확연하게 빨라진 속도다. 단기간에 이 정도로 성장하려면 대체 어느 수준의 훈련을 거쳤는지 안 봐도 알겠다.
“…흡!”
한 호흡.
잠깐 숨을 들이쉬는 사이에, 최소 10번을 넘는 연격이 교환된다.
휩쓰는 로우킥을 다리를 살짝 들어 방어, 시야의 사각에서 날아오는 권격 연타를 어깨를 말아 쳐내고, 주먹이 회수되는 것과 동시에 물 흐르듯 튀어나오는 하이킥도 손을 들어 킥 캐치.
한 번, 한 번, 서로 수가 교환 될 때마다 귀가 찢어지는 것 같은 파공음이 사방으로 울려퍼진다. 대련실 바닥에 있는 타일이 들썩거리고, 벽이 울리며, 천장까지 살짝 흔들릴 정도로.
“-후우.”
그리고 날숨을 내쉬는 순간에, 다리를 잡힌 리루가 그대로 잡힌 다리로 몸을 지탱해 전신을 끌어올렸다.
공중으로 몸을 체공시킨다. 마치 내 손을 지렛대 삼아 하늘 위로 뛰어오른 것처럼.
“우와…!”
관중석에서 누군가가 그런 탄성을 내질렀을만큼 유려한 움직임이다.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움직임같이 휙 뛰어오른 리루가, 이어서 발뒤꿈치를 족도 삼아 내가 있는 곳을 내려찍었다.
잡고 있던 다리를 놓으면서 그대로 횡보. 방금 내가 있던 자리에 리루의 다리가 꽂히면서 대련장 바닥이 통째로 산산조각 났다.
그 뒤로 소강상태.
약간 거리를 둔 상태로 서로 자세를 잡는다.
“…”
“…”
주변에 구경하러 와 있던 인간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입만 쩍 벌리고 있다.
“…퇴마부에 있는 인간들은 하나같이 다 괴물이란 소리를 듣긴 들었는데…”
“저 정도야…?”
“둘 다 땀 한 방울 안 뺀 것 같은데…”
놀라운 걸 넘어 허탈한 감정이 담긴 목소리가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고작 1초.
서로 몸풀기에 가까운 수교환.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주변 환경은 벌써 걸레짝이 되어있다.
“…저게 학생들끼리 싸움이라고?”
“…인생 개 같네.”
“우린 여태까지 무엇을 위해…?”
“…”
어쩐지 주변에서 열심히 수학하던 학생들의 의욕을 꺾어버리는 부작용을 낳은 것 같기도 하다만.
이해는 한다.
게임 안에서도 그렇게 묘사되긴 했지만, 세이비어 라이징 안에서 초인들의 경합은 콤마 초 이하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곡예에 가까운 싸움이다.
성인 칭호를 받은 괴물들 수준에는 못 미친다지만, 애초에 재능충인 리루와 희대의 날먹충인 나라면 그 흉내를 내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정작 그런 광경을 연출해낸 당사자는 불만스러운 기색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고 있었지만.
“…너 말이야.”
리루가 가늘게 뜬 눈으로 입을 열었다.
“왜 공격 안 해?”
“…”
“받아넘기기만 하잖아. 아무리 우리 사이가 사이라지만, 이거 대련이야. 장난처럼 하면 안 봐준다?”
“…”
그런 말을 하는 리루에게 뭐라고 말하는 대신, 문장을 속으로 삼킨다.
‘…아무리 그래도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렇게 답하는 대신 쓴웃음만 짓는다.
이걸 곧이 곧대로 말했다간 이 괄괄한 사람 성격 상 무슨 짓을 할지 알 수가 없으니까.
“…흐음.”
말 없이 가만히 서 있는 내 반응을 본 리루의 눈이 가늘어졌다.
“역시 이 정도는 별것도 아니라 그거지?”
그런 말과 함께.
그 몸에서 푸른색 마기가 줄기줄기 피어오른다.
“그럼, 나도 진지하게 한다?”
[ 위기 상황이 감지됩니다. ] [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수준으로 판단합니다. ] [ 스킬: 절체절명을 EX등급으로 적용합니다. ]“…!”
아니.
이 미친 인간이…!
“…잠깐. 잠깐만요.”
등으로 식은땀을 살짝 흘리며 입을 연다.
“왜.”
“리루 말대로, 이거 대련이잖아요. 그런데 손 닿기만 해도 상대방 갈아버리는 능력을 꺼내시면…!”
“이거 안 쓰면 너 못 이길 것 같아서 그런다, 왜.”
“…아니, 왜 그렇게까지…?”
대련이라고 해도 그 정도까지 하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
그런 의문을 담은 질문이었지만.
“…”
리루가 잠시 침묵했다.
이어서 숨을 고른다. 뭔가 대단히 말하기 힘들다는 기색이다.
“…리루?”
“나도…”
조심스럽게 그쪽을 호출하자, 리루가 이내 붉게 물든 얼굴로 입을 열었다.
수치심, 부끄러움, 하지만 물러설 수 없는 결의를 담은 확고한 목소리다.
“나도, 너 먹을거야…!”
“…”
“다, 다른 녀석들한테 계속 추월당하기만 하니까…! 나도 꼭, 끈적하고 농밀한 거 해보고 싶어서 그런다, 왜! 불만 있냐!”
“…”
세상에.
이걸 다른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선언한다고?
실제로 관객석에서도 이걸 듣고 어이가 없어서 얼빠진 녀석들이 속출중이다.
“…대체 저 둘 무슨 사이야?”
“역시 엘판테 최고의 바람둥이, 신화적 쓰레기, 역대급 난봉꾼…”
“…”
이상한 음해도 좀 끼어있는 느낌이다만.
[이 정도면 한 번 먹혀줘라, 임마.]“…”
[저 정도로 처절하게 달려드는데 하여간 뭐 닳는 것도 아닌 걸 쩨쩨하게…]내가 언젠가 당신 쳐죽인다.
유령 상태여도 어떻게든 되살려서 다시 유령으로 만든다고. 알아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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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