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248)
Chapter 247 – 247. 파란색 맛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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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면부터 생각해보자.
애초에 내가 승부니 뭐니 하는 짓을 하는 건 악마들의 마기를 인장에 충전하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지금 리루가 마기를 두르고 내게 달려들고 있는 건 호재다. 아무튼 그냥 이렇게 전투를 이어가는 중에도 인장에는 실시간으로 파란 마기가 차오르고 있었으니까.
단점이라면.
“대체 왜 이렇게 진심인데요?!”
…진짜 까딱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옆쪽으로 살벌하게 날아오는 훅을 종이 한 장 차이로 간신히 피하며 기함한다.
푸른 악마의 권능은 털끝만 닿아도 상대방을 갈아버릴 수 있는 ‘분쇄’다.
물론 난 판데모니엄의 왕 스킬로 저항력을 가지고 있고, 상대방도 그걸 아니까 이렇게 거리낌 없이 휘두르는 것이겠지만. 닿는 순간 나도 꽤 엉망진창으로 다칠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내 말을 들은 리루가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야.”
여전히 폭풍처럼 몰아치는 연격은 그대로인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눈빛이 죽어있는 상태로 입을 여는 모습이 좀 무서웠다.
“네?”
“너 이전에 그 세라스란 녀석한테 머리 쓰다듬어 줬었지.”
“…예?”
“네가 쓰다듬어 주기만 해도 애가 그냥 정신을 못 차리더만. 애완견이라도 되는 것 마냥 발랑 뒤집어지는 게 간이고 쓸개고 다 퍼주겠던데.”
“…”
월터 교수 앞에서 그런 꼴을 시연하긴 했었지.
그런데 그 이야기가 갑자기 왜 나와?
“그리고 그 페이놀이란 녀석하고는 아예 넙죽넙죽 계속 키스하고 다녔다며?”
“…”
“어떻게 아냐는 표정 안 지어도 돼. 본인이 틈만 나면 어떻게든 자랑하고 싶어했으니까.”
페이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그렇게 얌전해 보이는 얼굴로 뒤에서는 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한 술 더 떠서.”
리루가 이제 눈빛이 죽은 걸 넘어 거의 서슬 퍼런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너, 성녀랑 그 동생한테는 무슨 짓을 했더라?”
“…”
“내 등 뒤에 붙어있는 녀석이 대충 알려줬는데-”
“…그건 봐주십쇼.”
그만.
그만…!
여기서 그것까지 말하면 내 사회적 평판은 진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우와…”
“진짜, 와…”
이미 관중석에서 그걸 듣고 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쓰레기를 넘어 형언할 수 없는 뭔가를 보는 시선으로 점점 변해가고 있지 않나.
대체 이 사람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
“그거 아니?”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자니, 리루가 여전히 냉기가 줄기줄기 흐르는 눈동자로 말을 이었다.
“다른 녀석들은 전부 그런 거 하나씩 들고 있는데.”
“…”
“나만, 뭐 없다?”
“…”
“나만, 진짜로, 그런 끈적하고 농밀한 거 아무것도 없다?”
“…”
아니.
목줄 차고 산책하거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체면도 잊고 나한테 달려든다거나, 그런 걸 부러워하진 않을 것 아니야.
“그런 거라도 좋으니까 뭐라도 너한테서 당하고 싶다고.”
“…”
리루리루야.
그게 대체 무슨 소리니.
“-아니, 잠깐만, 리루, 일단 진정하고-”
“진정하게 생겼냐? 매일매일 꿈으로만 너랑 끈적하게 얽혀보는 비참함을 아냐고, 네가!”
“…”
매일 그런 꿈을 꾸고 있다는 건 또 무슨 상황인가.
그리고 그걸 모든 사람들 앞에서 다 고백하는 건 또 무슨 심보란 말인가. 치녀인가?
하지만, 그런 걸 지적할 상황도 못 되는 게 분명했다.
말을 하면 할수록 리루의 공격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이러쿵저러쿵 하지 마! 나도 진짜 필사적이니까!”
그러고 있다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다.
아까 전에 ‘몸풀기’와 비교하면 확연하게 빠른 움직임도 움직임이지만.
-! -!! -!!!!
슬슬 관중석에서도 그쪽까지 날아가는 충돌의 부산물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인간이 나오는 모습이다.
일합일합을 교환할 때마다 뼈가 울린다. 내 뼈만 울리는 게 아니라 건물 전체가 삐걱이는 것도 확실히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그래도 이 장도는 버틸 만한데.’
매섭기는 한데, 그래도 이 정도면 그럭저럭 전부 받아넘길 수 있다.
당초 목표인 저쪽이 ‘제풀에 지쳐서 그만두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싸우는 도중에 미안한데, 이유라도 있냐?]‘네?’
[대련이잖아. 공격 정도는 좀 낸다고 해도 뭐라 할 사람 아무도 없을 걸?]‘…그건 그래요.’
하지만,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든다.
주변 인간에게 ‘공격’을 한다는 건.
“…”
적어도, 나만큼은.
죽어도.
근처에 있는 사람들한테 손을 들어올리는 인간이 되고 싶지는 않아서.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리루의 눈동자에 푸른 불꽃이 전까지만 해도.
“-끝까지 받아내기만 한다고.”
코웃음을 치며 그런 문장이 흘러나왔다.
“그러면, 나도 끝까지 한다?”
그런 말에 이어.
리루의 주먹에 휘감기는 기운을 바라본다.
푸른색의 마기.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이 아니라.
“-!”
그리고 그걸 보자마자,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경각심이 등골을 타고 쭉 내려왔다.
저게 내가 생각하는 게 맞으면…!
‘발카서스, 당장 튀어나와요!’
[어, 뭐, 뭔가?]자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불려나온 모양인지,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소울 링커 안쪽에서 흘러나왔다.
‘금술 쓸 수 있는 거 다 끌어와요, 당장! 방어용으로!’
그런 말을 내뱉으면서도, 나도 순식간에 준비할 것들을 전부 꺼내든다.
울트리마에서 자아낸 신성 보호막, 내 몸에 담겨있는 금술의 획으로 쓸 수 있는 무효화 술식, 그리고 철인 특성과 절체절명으로 뻥튀기된 내구도까지 전부 점검한다.
그 사이.
리루가 주먹을 들어 올린다.
정신없이 이어지던 공방 사이로 갑작스레 찾아든 이 잠시간의 소강 상태에, 관객들이 웅성거리는 게 들려온다.
“…어, 뭐야?”
“둘 다 갑자기 멈췄-”
하지만, 관중석에서 그런 말이 다 흘러나오기도 전에.
리루가 팔을 내뻗었다.
스킬의 영향을 받아 세상을 한없이 느리게 보는 내 상태에서도 섬광에 가까운 일격.
그리고.
-… -… -…!!
찢겨나간다.
풍경이, 현상現象이, 리루의 권격과 나 사이에 위치해 있는 모든 것들이 그 끝에 철저하게 ‘분쇄’된다.
‘…개, 씹-!’
나도 모르게 욕지기가 튀어나오는 위력인 게 한눈에 뻔히 보인다.
리루가 주먹을 내뻗는 공간 사이로 ‘공기’마저 전부 분쇄된 덕분에 찰나에 가깝지만 진공마저 발생한다.
그리고 한 호흡을 마저 끝마치기도 전에.
그 주먹이 내 얼굴 쪽으로 작렬했다.
-!!! -!!!!!!!!!! -!!!!!!!!!!!!!!!!!!!!!!
“와, 와아아아악!”
“이게 뭐야-!”
그리고 그게 내가 만들어 낸 보호막에 충돌한 여파로 인해, 건물 전체가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흔들린다.
벽과 천장에 거미줄같은 실금이 쩍쩍 간다. 흙먼지와 돌부스러기도 후드득 떨어진다. 여파만으로 건물 전체가 반파 수준까지 간 것이다.
그리고, 나도.
멍한 눈으로, 코앞에서 멈춰있는 주먹을 바라본다.
“…”
이게.
그냥 제자리에 서서 가만히 내뻗은 위력이다.
만약, 실전 상황에서.
리루가 이걸 어떻게든 나한테 맞추려고 최선을 다해 찔러넣었다면, 진짜로 내 머리통이 터졌을지도 모르지.
“…헤헤.”
리루가 씩 웃으며 주먹을 회수했다.
“표정 보니까, 그래도 좀 뿌듯하네. 놀랐어?”
아닌 게 아니라, 정말이다.
“…네. 놀랐어요.”
마지막에는, 진짜로 쓸 수 있는 기술은 전부 끌어왔다.
절체절명으로 인해 뻥튀기된 스텟에 보정을 받은 신성력을 통해 자아낸 보호막, 법술을 통한 일권一拳, 거기에 금술을 통한 무효화까지.
전부 다 때려 박았는데도, 까딱 잘못하면 진짜 큰일 날뻔했다.
닿는 건 전부 분쇄할 수 있는 푸른 악마의 권능이라지만, 설마 공간 안에 있는 걸 공기까지 포함해 ‘전부’ 지워버려서 진공 상태까지 일어날 줄은 몰랐다.
아마 성인의 위치까지 올라간 강자들이라 해도, 이걸 정통으로 얻어맞는다면 사경을 헤멜 것이라 확신하게 만드는 위력.
“마기를, 법술에 섞으신 건가요?”
“응. 열심히 훈련했지.”
리루가 대답하는 대신 쑥스럽게 웃었다.
알아보네? 라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이다.
“…그래봤자 너한테 막혔지만.”
그거야, 한 번 본 적 있으니까.
카사 가르다. 부족 연합의 대족장이자 권의 성인.
그 인간이 딱, 이것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줬었다.
법력을 섞어 내지른 주먹만으로 세계를 이루고 있는 현상을 뒤틀어버렸으니까.
그 권격이 정제되고, 다듬어진, 어떻게 보면 고매하기까진 일격이었다면.
리루의 일격은, 훨씬 난폭하고 단순하지만.
그 ‘파괴력’만은, 동일선상에 놓일만하다.
‘…마기를 써서 모자란 기술을 채워 넣은 건가.’
당연하지만
자신만이 쓸 수 있는 마기를 적재적소로 활용해서, 어떻게든 비슷하게 ‘모방’한 것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배워갑니다, 리루. 정말 대단해요.”
이런 식으로, 카테고리가 아예 다른 기운을 서로 ‘융합’시키는 건 나도 떠올려 본 적이 없는 발상이다.
한창 내 스펙업을 하려고 노력하던 내 입장에서, 이런 게 가능하다는 걸 알아차린 건 엄청난 수확이다.
이 사람이 이런 걸 보여준 덕분에, 나도 새로운 무기를 하나 얻은 셈이니까.
마기를 다른 기운과 섞을 수 있다는 건, 모든 마기를 ‘수집’ 가능한 내가 쓸 수 있는 힘도 무궁무진하단 것과 마찬가지다.
“…입에 발린 소리는 됐어. 아- 진짜. 이거까지 끌어와도 못 이기냐고.”
“마지막에 속도 늦추신 것 아닌가요.”
정말이다.
이 사람이 힘을 조금 빼준 게 아니었으면, 그만큼 방어 술식을 준비해놓고도 공격을 허용할 뻔했다.
죽진 않았겠지만, 분명히 다치기야 했겠지.
“멍청아.”
내 말을 듣자마자 리루가 씩 웃으며 답했다.
“나는 네가 다치는 꼴 보고 싶어할 것 같아?”
“…”
“너만 나한테 그런 생각 하는 거 아니야. 나도 네가 소중하다고.”
“…”
뭐라 대답할 말이 없어서 입을 딱 다문다.
가슴을 푹 찔린 느낌이다.
방금 그 무시무시한 일격보다, 이게 더 심장이 시리도록 지끈거렸다.
“애초에 이기려고 온 것도 아니니까. 아쉬울 것도 없고.”
“예?”
“질 거 알고 왔다고, 바보야.”
리루가 눈이 시릴 정도로 투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순, 숨이 턱 막힐 만큼.
“…그냥, 너 이상할 정도로 급해 보여서. 뭔가에 쫒기는 느낌이 들더라고.”
“…”
그렇기는… 했지.
니콜라스 백작 건도 그렇고, 회색 악마부터가 나한테 꼭 강해지라고 당부한 것도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날 건 확정된 상황이라, 최대한 일정을 빡빡하게 굴리려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딱히 티를 낸 것 같지는 않은데. 이 사람은 그걸 또 어떻게 눈치챘단 말인가.
“그러니까, 그, 뭐냐…”
리루가 붉어진 얼굴로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말했다.
“…너 혼자서만 고민 안 해도 된다고, 나도 이만큼이나 노력했다고. 나도 네 힘이 되어줄 수 있다고… 그, 그냥 그런 걸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
“너는, 그 나한테, 그런 사람이니까, 그…”
뭐라고 우물우물거리던 리루가, 떠듬떠듬 말을 이었다.
“조, 좋ㅇ…하는 그러니까, 그런 사람, 있잖아 그. 왜. 내가 엄청… 좋…”
“…네?”
“…아무것도 아니야! 불만 있냐!”
부끄러워서 문장 끝에는 떽떽거리면서 말하는 것처럼 변했지만.
이번에는, 딱히 내 상태도 그걸 지적할 게 못 된다.
이 사람의 마음이 너무 절절하게 전해져서, 평소처럼 어떻게 능글맞게 넘어가지도 못 하겠다.
멋쩍게 나도 볼만 긁적이고 있자니, 소울 링커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이십니까, 소년왕? 지금 이 새끼가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아직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단 말인가…! 이건 놀랍군…!] [아직 완전한 정신이상자는 아니었구나! 다른 사람의 따뜻한 호의에 쑥쓰러워 할 만큼의 인간성은 남아 있었어…!]“…”
당신들, 이쯤 되면 그냥 재밌어서 하는 거지.
나 놀리는 거 재밌어서 하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며 소울 링커를 노려보고 있자니.
문득, 눈앞으로.
정말 오랜만에 보는 창이 떠올랐다.
[ System Message > [ 스킬: 치명적인 매력이 발동됩니다! ] [ 악당이 당신에게 대단히 강한 흥미를 느낍니다! ] [ 대상 ‘니콜라스 알테 그레이버’가 방금 대련을 직관했습니다! ] [ 대상의 호감도가 ‘관심 1단계’로 격상됩니다! ] [ 기프트 탭에 보상이 추가됩니다! ] [ 곧 대상 관련된 이벤트가 벌어집니다! ]“…”
…어쩐지.
지금 가장 만나고 싶지 않던 인간이, 나한테 눈도장을 찍어놨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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