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252)
Chapter 251 – 251. 접촉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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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판테 근처에 형성되어 있는 거대한 도시에는 참 신기한 구경거리가 많다.
황금의 삼각형 근처에 있는 장소이니만큼 별의별 사람들이 다 왕래하니까 일어나는 현상이겠지.
별의별 인종, 문화, 상인들이 다 왕래하는 거리 특성상 볼 것도 많고 즐길 것도 많다.
어지간히 이상한 장면으로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도 쉽지 않단 소리지.
“어서오- 히익!”
하지만, 그런 장소에서도.
마탑의 기술이 집약된 ‘뭔가’가 카페 한가운데로 성큼성큼 들어오는 건 충분히 이상한 모습인 게 분명한가 보다.
바닥을 쿵쿵 울리면서 들어오는 거대한 사이보그를 보자마자, 접객 웃음을 띄우며 맞이하려던 점원이 기겁한 비명소리를 내었다.
서빙 하려던 쟁반 위의 음료들이 달그락거렸지만, 수십만 개의 조그마한 피스톤으로 움직이는 단단한 팔이 그걸 곧바로 고정시켜주었다.
“조심하시지요.”
“…”
세상 젠틀한 사이보그다.
물론 그 겉모습에서 풍기는 위압감부터가 보통이 아니라서 점원의 얼굴이 조금 더 새파래지는 결과로 끝났지만.
“아, 네, 가, 감사합니다…”
그래도 프로는 프로다.
이 정도로 무시무시한 강철 인간이 자기 눈앞에 있는데도, 어떻게든 웃음을 쥐어짜내 자리로 안내하는 모습을 보니 그렇다.
“…일단.”
서로 마주 보고 앉자마자,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연다.
“뭐라도 드시겠습니까?”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딱 봐도 샐러드나 뜯을 것 같진 않은데?]칼리반이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태클을 걸었지만, 나도 솔직히 무슨 소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작스레 찾아온 양반이라, 솔직히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이 사람에게 목줄을 차고 야외 산책하는 걸 들킨 성녀님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유리아를 데리고 도망가버렸지 뭔가.
[…나중에 사과해라.]‘…예.’
건수가 건수인지라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수긍한다.
아니, 그건 그거지만.
‘…나도 마탑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다고.’
세이비어 라이징 본편 안에서도 마탑은 거의 맥거핀 취급이다.
애초에 게임 장르가 바뀌는 수준의 아이템들을 장난성으로 추가할 때 개연성을 맞추기 위한 게 눈에 뻔히 보이는 집단이었으니까.
관련된 정보도 거의 풀린 바가 없고, 그냥 말도 안 될 정도로 괴상한 아이템에 ‘이건 마탑에서 나온 물건입니다. 설명 끝!’ 정도의 설명만 툴팁에 붙어있는 정도다.
괴상한 취향을 가진 제작자가 광선검이나 레일건이나 사이보그 같은 것들을 느닷없이 판타지 세계에 쑤셔넣고 싶어했던 게 분명하다…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자니, 건너편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아뇨. 도시락 정도는 싸 들고 다녀서.”
“…”
뭔가 진짜 먹기는 하는 거였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사이보그님께서 철근 몇 개를 품 안에서 꺼내들었다.
테이블이 한쪽으로 기우뚱 쏠릴 정도의 숫자다.
“…”
아.
강철 사이보그니까 철근이 밥.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걸로 영양 섭취가 가능한 모양이다.
그런 어이가 없다는 감상을 곱씹고 있자니, 그 철근을 꺼내든 사이보그님이 팔 안쪽에 있는 카트리지에서 탁구공 정도 크기가 되는 금속 덩어리를 꺼내 들었다.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는 철근 위에 툭, 하고 올려놓자 벌레떼처럼 스물스물 흩어진 덩어리가 금속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머신 타입 몬순Monsoon. 자가 수리용 나노 키트죠.”
“…나노 키트요?”
“잘 제련된 금속이라면 뭐든지 분해해서 몸을 수복시켜주는 고마운 녀석입니다.”
그런 설명을 듣고 있자니, 내 입이 딱 다물렸다.
‘…사이보그에 나노 머신?’
장난하냐?
아직까지 마차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세계관에서 이딴 물건들을 꺼낼 수 있다고?
“…”
솔직히 말해서, 기술력의 격이 다르다.
부족 연합에서도 오버 테크놀로지에 가까운 물건들을 꽤 많이 보긴 했지만, 이건 명백하게 SF에서나 볼법한 물건들이다.
‘이러니까 패권국들도 마탑 눈치를 보지…’
물론 나라 단위의 자원이 압도적이니 어디 한 곳이 마음을 먹고 마탑을 밀어버리는 것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이 정도 기술력이면 어느 한쪽에 궤멸적인 타격을 입히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단일 집단으로는 최강이라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란 걸 전신으로 이해하는 사이, 건너편에서 다시 사이보그가 입을 열었다.
“급작스레 찾아온 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말이 담담하게 떨어졌다.
“다만 한시가 급한 사안이라서요. 용서해 주시길.”
“…전 어떻게 찾아오신 겁니까?”
“용사나, 당신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물어 여기까지 찾아왔습니다. 저 같은 ‘전투 인형’은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 다들 당황한 기색이었지만요.”
“…”
그렇겠지.
느닷없이 이런 녀석을 마주쳐 얼이 빠진 엘리야의 얼굴을 상상하니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어지는 말을 듣자마자 웃음기가 쫙 빠졌지만.
“니콜라스 백작을 죽이셨다고 들었습니다.”
“…!”
일순, 정신이 긴장으로 팽팽해진다.
본능적으로 이 녀석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분석에 들어간다.
마탑에서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는 진 차치하고서라도.
이걸, 내 앞에서 직접 꺼내 드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오해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면, 저는 누군가의 부탁을 받아 이쪽에 있는 겁니다. 당신을 도와드리러 온 거죠.”
“…도와주러 오셨다구요?”
살짝 의구심을 담아 그렇게 질문하자, 광학 처리된 렌즈가 한 번 번들거리며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웃음을 지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훤칠하게 자라셨군요, 다우드 캠벨.”
“…예?”
“자당께서 자랑하시던 모습과 똑 닮았습니다.”
내 동작이 딱 멎었다.
자당. 남의 어머니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즉, 이 녀석은.
내가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아버지도 결코 언급하려 하지 않는 내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탑 안에, 내 어머니가 있다고?’
금시초문이다.
애초에 어머니 관련이라면 입도 뻥끗 안 하는 아버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런 유명인사라면 황제든 총장이든, 나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인간들이 한 번쯤은 언급했을 법 한데.
“아스트리드 박사님께는 신세를 좀 많이 졌습니다. 한 번 죽을뻔한 몸을 이렇게 개조해주신 것도 그 분이시니까요.”
그런 의문을 곱씹는 사이, 그런 말이 다시 이어졌다.
“마탑의 집행관이 전령 노릇이나 하고 있는 건 웃기는 일이지만, 그런 분의 부탁이니 어쩔 수 없지요.”
입을 다물고 녀석을 노려본다.
너무 갑작스레 날아온 정보라, 그 의도를 파악하기에는 너무 단서가 모자라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를 구실로 나를 속이려 드는 걸 수도-
[…아니, 내가 봤을 땐 진심 같은데.]‘예?’
[가디언 시절일 때 들은 게 있거든. 마탑 관련 정보들은 워낙에 퍼진 게 별로 없어서 너도 모르는 게 당연하다만.]소울 링커 안에서 칼리반이 신음처럼 말을 꺼내 들었다.
[이 녀석, 방금 자길 집행관이라고 했어. 만약 그게 진짜면, 거짓말로 너를 속이는 ‘시덥잖은 짓’을 본인이 하고 있기엔 너무 고급 인력이다. 지금 이 녀석이 누군지 안다면 제국 전체가 이미 발칵 뒤집히고도 남았을걸. ]‘…집행관이 뭐길래 그래요?’
[마탑의 무력 담당.]칼리반이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당장은 그렇게만 알아둬. 지금 괜히 겁주기는 싫으니까.]“…”
이 사람이, 이 정도로.
상대방에게 ‘압도당한’ 기색을 보이는 건 처음 본다.
붉은 악마가 일으킨 적야 사태 때도 망설임 없이 목숨을 내놓고 달려들었던 인간이.
그런 감상에 나도 모르게 눈을 찌푸리고 있자니, 다시 테이블 건너편의 사이보그로부터 문장이 날아왔다.
“아스트리드 박사님께는 두 가지를 전해드리라고 전달받았습니다.”
틀림없이, 본인은 전령 노릇을 부탁받았으니 그것에 충실하겠다는 기색이다.
“어느 쪽이건 꼭 빼놓지 말고 주지시키라고 하시더군요.”
이쪽의 기색이 어떻건 본인 할 말부터 늘어놓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
“첫째로. 본인이 계획하고 있는 일을 하시려면, 마기는 세 가지만 있으셔도 충분할 겁니다.”
“…예?”
“푸른색은 이번에 니콜라스 백작을 갈아버리는 데 사용하셨으니, 적색과 갈색, 그리고 이번에 호문쿨루스 자매를 이용해 받아낸 하얀색이면 계획하신 걸 쓰는 데 충분하실 겁니다. 괜히 전부 다 모으겠다고 시간 낭비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는 거에요.”
지금까지 고수해온 젠틀한 태도에, 문장이 워낙 담담하게 흘러나왔기 때문에 이 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 단어의 의미가 뇌수 아래로 녹아서 흐를 때쯤엔.
“…!”
등골을 타고 소름이 쭉 내달린다.
이 녀석, 내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다.
정확히는, 마탑이.
그 안에 있다는 내 어머니가.
성황국은 물론이고, 어쩌면 나조차도 파악하지 못한 사실을 꿰뚫어 보고 있다.
인장의 시스템, 나와 악마들과의 관계, 심지어는 내가 앞으로 뭘 하려는지도.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왜 갑자기 이런 말을 전달하는지, 그것도 여태 접촉 한번 없던 어머니라는 사람한테서 이런 말이 날아오는지.
의도도, 목적도, 아무것도 알 수 없다.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자니, 집행관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둘째로는… 아, 집중해주세요. 아스트리드 님께서는 이쪽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하셨으니까.”
“…”
이쪽이, 마치 이럴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문장.
나도 모르게 표정을 굳히며 집행관을 바라보고 있자니, 다음 문장이 이어졌다.
“힘내시랍니다. 학예회, 엄청 기대하고 있다고. 엄마는 항상 아들 편이라고.”
“…”
“성격상 또 배배 꼬아서 무슨 속셈인지 파악하려고 할 거 뻔하니까 얹어주는 말인데, 제발 그런 쓸데없는 짓 좀 하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
“아, 그리고 며느리 심사는 본인이 직접 하시겠다는 말까지 있었습니다.”
“…”
“별 같지도 않은 불여시들이 금쪽같은 아들내미한테 꼬리치는 거 눈꼴 시려워 죽을 것 같다시네요. 조만간 직접 오시겠다고.”
“…”
“이상입니다.”
내 표정이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어.
그러니까.
“…”
내 어머니라는 사람은.
상당한 괴짜인 모양이다.
뒤죽박죽인 머릿속으로, 그런 감상만이 간신히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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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리아 11세, 정확히는 엘판테 1학군 신입생 세실의 개인실은 꽤 묘한 장소다.
같은 건물을 쓰는 학생들에게는 기묘할 정도로 몸이 약하고, 기묘할 정도로 아름답고, 또한 기묘할 정도로 신비한 분위기를 품고 있는 학생이라는 인상을 주는 사람답게 그 안쪽을 구경해 본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야밤에 그쪽을 찾은 페이놀은 그런 사실에 참으로 감사하고 있었다.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이 멋모르고 이쪽 문을 열고 들어갔다간 그대로 목이 날아갔을 테니까.
“…”
방 안에 들어서려던 페이놀이 살짝 질린 표정으로 눈앞까지 날아와 멈춰있는 ‘참격’을 바라보았다.
한 발자국만 더 내딛었으면.
아주 조금이라도 늦게 마력 방어장을 만들어냈다면.
이쪽에 목이 날아갔을지도 모른다.
“…양해를 좀 부탁하겠네.”
조금 크게 뜬 눈으로 개인실 안쪽으로 들어오는 페이놀을 바라보던 황제가,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침대에 누워 읽고 있던 책을 덮었다.
“내 호위는 어지간히도 걱정이 많아서 말이야. 모르는 자가 기별도 없이 접근한다면 그대로 베일 수도 있으니 조심하게나.”
“…”
방금, 분명히.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갑자기 참격이 날아왔다.
마치 그런 공격을 ‘저장’해놨다가 누군가 황제의 곁으로 허락없이 다가오면 자동으로 발사하게 만들어 둔 것처럼.
성인.
각 분야의 정점에 올라간 인간들.
그중에서도 최강으로 꼽히는 검의 성인이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짓도 가능하단 말인가.
페이놀이 간신히 마른침을 넘겼다.
“…허락도 안 받고 들어온 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폐하. 노크를 하셔도 아무런 대답이 없으셔서.”
“세실이라고 부르게. 여기선 페하가 아니니.”
황제가 슬쩍 하품을 하며 그런 말을 내뱉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려고 이 야밤에 갑자기 내 개인실에 찾아왔나? 우리가 같이 밤을 보낼 만큼 긴밀한 사이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의논드릴 것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정확히는, 작당 모의에 가까운 것이지만.
황제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논?”
“저랑 좀 협력하실 생각이 있으신지 여쭈러 왔습니다, 세실.”
페이놀이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그러면 성공률이 좀 높아질 것 같아서 말입니다. 상대방의 방어율이 워낙 준수해서.”
“성공률? 방어율? 무슨 말인가?”
“다우드 캠벨을 쥐어 짜내는 일에 대한 것입니다.”
“…”
“아, 성적으로요.”
“…”
“둘 중 하나는 실패하더라도 나머지 하나는 반드시 성공할만한 계획을 짜고 싶은데요. 이대로 가다가는 아무도 성공 못할 것 같은 느낌이라 차라리-”
“…거기까지.”
황제가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기색으로 이마를 짚었다.
살다살다 이런 황당한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는 기색이다.
“그대, 정말로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이 늦은 시간에 날 찾아온 것인가?”
“예.”
“…내가 그런 이야기에 순순히 협력할 사람으로 보이나?”
페이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당연한 소릴 하냐는 기색이다.
“예.”
“…”
“어, 목적이야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튼 폐하도 그쪽과 정을 통하는 건 꽤 관심이 있어 보이시는-”
“그만.”
세실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끊었다.
“그것 참 터무니없군.”
무시무시한 시선이 페이놀에게 날아가 꽂혔다. 참으로 진중하고 엄숙한 기색이었다…
“어떻게 그리 정확하게 본 거지?”
“…”
“좀 더 자세히 말해보게.”
페이놀이 활짝 웃었다.
악독한 짓을 저지를 동업자를 획득한 데 성공한 자만이 지을 수 있는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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