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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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57 – 257. 학예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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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스트리드 교수님이라고 하셨나요?”
침묵이 흐르던 실내 안으로, 엘리야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앞서 날아온 문장 자체가 워낙 이상해서 옅은 분노가 녹아있는 게 분명한 목소리였다.
도둑고양이라니, 적어도 자신은 상대방에게 그런 소리를 들을만한 짓은 한 번도 한 적 없-
[용사. 이면계의 끄나풀.]그런 말과 함께, 거인의 광학 렌즈가 매끄럽게 회전해 엘리야가 차고 있는 검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천사들은 기본적으로 난폭한 짓은 안 저지르지만, 그만큼 속에 꾸미고 있는 것들이 많지. 그 치천사라는 거, 본인이 그러고 싶을 때만 너한테 접촉해오지 않아?]“…예?”
[평소에는 네가 무슨 말을 해도 잘 대답도 안 하거나 그러지? 본인이 용건이 있을 때만 ‘응답’하고.]사실이다.
말문이 턱 막힌 엘리야가 대답을 못하는 사이, 광학 렌즈가 다시 휘릭 돌아가 근처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다른 여성진에게 돌아갔다.
[아, 악마의 그릇들. ‘세계의 끝’을 담당하고 있는 청소부들. 맡은 역할에 비해서 너무 과하게 욕을 먹기도 하고, 본인이 자처해서 맡은 운명도 아니니 가엽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내 입장에서는 도저히 좋게 봐줄 수가 없네.]냉소, 조소, 경멸, 그런 것들을 한데 뒤섞은 게 분명한 그런 목소리.
전자음으로 조합된 목소리임에도 상대방이 내뿜고 있는 적개심이 보통이 아니다.
“…그게 무슨-”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분위기에 누군가 살짝 억눌린 목소리로 그런 문장을 꺼내놓았다.
그리고, 그에 맞서 돌아온 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정보들의 홍수였다.
[너희들한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 지금 이 멈춰버린 톱니바퀴 같은 구조를 만든 빌어먹을 그 ‘회색’은 차치하고서라도, 너희들 중 본인이 원해서 그런 것들의 숙주가 된 사람은 한 명도 없을 테니까.]“교수님.”
[오해하진 말아줬으면 해. ‘너희’가 싫은 게 아니야. 너희 안쪽에 있는 게 싫은 거지. 다중차원 인과 분석 결과에 따르면 너희 중 다우드를 한 번도 안 죽인 녀석은 한 명도 없으니까. 내 입장에서는 너희 전부가 잠재적인 살인자-]“교수님!”
일순, 벼락같은 호통이 떨어졌다.
“꺄아악?!”
“뭐, 뭐야?!”
단순히 호통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단순히 목소리만으로 주변에 ‘물리적인 충격’이 오는 수준으로 공기의 떨림이 발산한다.
가벼운 물건들이 공중으로 비산하고, 떠밀려서 넘어지는 사람도 있으며, 헐겁게 세워둔 구조물도 일거에 박살난다.
일순 시끌시끌하던 주변이 일거에 조용해진다.
“…”
보고 있던 엘리야가 어이가 없어서 입을 살짝 벌릴 정도의 모습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살짝 크게’ 소리를 지르니까, 지금 주변에 소규모 폭풍이 일어난 것 맞나?
검을 한 번 내지르는 것만으로 풍경을 바꿔버리는 초인들의 모습도 자주 봤지만, 그냥 크게 소리를 쳤더니 주변이 풍비박산 나는 건 또 처음 봤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만들어낸 알파-11이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무 많이 말하고 계십니다, 교수님. 방금 마탑의 대외비를 못 해도 열 개는 넘게 털어 넣으신 것 같은데요.”
[뭐 어때. 전부 다 내가 관측한 것들인데.]“아들 사랑이 지극하신 건 알겠습니다만, 여기 계신 분들은 다우드 군에게 아무것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말이지. 그것도 심각한 짓만 아직이고.]강철 거인이 코웃음을 치며 팔짱을 꼈다.
“그러니까, 그런 억측을 마음대로 하시는 게 당신의 나쁜 버릇-”
그렇게 말하려던 알파-11이, 문득 주변에 있는 인간들 중 제대로 고개를 들고 있는 인간이 없다는 걸 파악하고 헛기침을 했다.
굳게 다문 입과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는 얼굴들이 무엇보다 확실한 답을 주고 있었으니까.
“…다들 혈기 왕성할 나이 아닙니까.”
알파-11이 멋쩍게 그렇게 말하자, 아스트리드 교수가 다시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뭐, 네 말대로 당장 이쪽을 털어봐야 뭐 나올 게 없긴 하지. 그러니까 다들 그만 고개는 들어 올리지 그래. 나도 이 이상 갈구진 않을 테니까.]그렇게 말한 강철 거인의 시선이, 저 멀리서 단상으로 올라가고 있는 다우드에게 가서 박혔다.
학예회의 메인 이벤트 중 하나다. 모두의 앞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차례. 큼지막하게 마련된 대형 영사기를 통해 지금 아카데미 안에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든 저걸 볼 수 있을 거다.
“대체, 뭐가 뭔지-”
[당장은 알 것 없어. 어차피 ‘시작’되는 건 조만간이니까.]아스트리드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내저었다.
[어차피 말한 김에 이상한 이야기 하나만 더 풀자면… 저 아이가 자주 불리는 ‘세계의 열쇠’ 단어 말이지. 그냥 그렇게 불리는 게 아니라, 이 세계의 운명 전체가 저 아이한테 달렸다는 뜻이거든.]“…”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엘리야가 손을 꾹 말아쥐며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치천사가 그런 말을 몇 번 했던가. 세계의 열쇠라고.
다우드 캠벨이란 존재는,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저 중요하다고.
아마 지금 이 이상한 사람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리라.
[…세상을 멸망시키는 건.]하지만, 이어서 흘러나온 건.
[경우에 따라서는, 너희들이 아니라 다른 쪽일 수도 있다는 거야.]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문장이었다.
[오늘부터, 대륙이 좀 시끄러워질 것 같네.]그런 뇌까림이, 공기 중으로 냉막하게 번져나갔다.
그 사이로.
-전쟁을 세상에서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뭐라고 보십니까?
그런 목소리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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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미치광이들은 생각보다 그렇게 광인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구밀복검이라고 하던가. 웃는 얼굴 아래에 검을 감춰두는 인간들.
그리고, 지금 단상 위에 올라와 의자에 앉아있는 남자는 그에 관련된 첫 번째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충족하고 있었다.
위험하게 보이지 않는 것.
느긋한 행동거지, 얼굴에 걸려있는 온화한 웃음, 그리고 평탄한 목소리.
셀림 브롱스가 바라보는 다우드 캠벨은, 무해하기 짝이 없는 남자였다. 아마 지금 그를 보고 있는 대다수의 인간들이 그런 감상을 공유하고 있겠지.
이어지는 말 역시 명료하지만 따뜻한 목소리였다.
다루고 있는 화제는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유사 이래로 인간들은 참 별의별 이유로 서로한테 총칼을 들이밀었습니다. 대의를 위해서 그러기도 했고, 개인의 신념을 위시해서 그러기도 했고, 그냥 서로 생긴 게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기도 했지요.”
얼마 전에, 니콜라스 백작한테서도 보았던 사실이다.
정말 아주 별 것도 아닌 이유 하나만으로, 인류는 서로가 서로에게 악마가 될 수 있는 종족이다.
제국이라는 거대한 집단에서, 서로의 ‘이권 다툼’을 위해 수많은 피를 볼 준비가 되어있는 소위 ‘정치인들’이라는 인간들 역시 큰 단위에서 보면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
“저는 예전부터 왜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흉험하게 행동하는지 항상 궁금했었죠. 조금 더 평화롭게 사는 방법은 없을까, 되도록 아무도 다치지 않고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런 것들을 자주 생각하곤 했습니다.”
느긋하고 온화한 몽상가의 목소리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데.”
“얼마 전에, ‘인간 사냥꾼’ 한 명과 대화를 했었습니다.”
그런 문장에서 이어지는 ‘분위기의 변화’는 더욱 가팔랐다.
“저한테 부모를 미끼로 써서 아이를 효과적으로 사냥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더군요.”
숨죽인 침묵이 주변으로 번져나갔다.
다우드 캠벨의 말은 여전히 담담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어떠한 과징도 섞이지 않은 담담한 사실의 토로라는 것이 더욱 잘 전달되기도 했고.
“사람은, 별 것도 아닌 이유로 그렇게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 생물이라고 알려주던 그런 경험이었습니다.”
결론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쉽게 내려졌다.
그렇게까지 인간이 잔인해 질 수 있는 존재라면.
이미 도화선까지 당겨진 어떤 ‘내전’은, 결국 시간 문제나 다름 없는 일이다.
“사람은, 어떤 이유로든.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자기가 바라는 걸 이루기 위해 남한테 칼을 꽂을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래서, 조금 고민해보았습니다. ‘저’라는 인간 단위에서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청중들의 표정이 이상해진다.
다루는 화제도 그렇고, 느닷없이 딱 잘라서 단언하는 것도 그렇고, 도저히 학생 단위의 동아리에서 다룰만한 발표 내용은 아니다.
의문에 가득 찬 표정들과 의혹을 품은 웅성거림이 사방으로 번져나가는 사이, 다우드가 단상 위로 뭔가를 올려놓았다.
함께 들고나온 조그마한 상자였다.
“글쎄요. 아마 이걸 보면 설명이 조금 빠르겠네요.”
근 시대의 지구는 서로가 서로에게 깃털을 부풀리는 것이 그나마 상대에게 행하는 험악한 짓이라 각종 언론에서 대서 특필되고는 했다.
그저 그런 ‘위협’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만인의 관심을 살 만큼 평화로운 시대였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근원이 어디서 나올까.
평화의 유지를 위한 가장 선제적인 조건이 무엇일까.
답은 아주 간단하다.
“제가 내린 결론은, ‘억제력’입니다.”
그렇게 말한 다우드가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세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전 세계의 공적公敵’이.
해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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