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3)
r 2 – 2. 조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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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빠르게 수습되었다.
열차가 지나온 산맥에서 낙석으로 인한 기차 파손 사고는 생각보다 꽤 자주 있는 일이라 이런저런 안전장치가 전부 잘 되어있는 편이었거든.
열차가 통째로 부서지며 엎어지는 대형 사고에서 사망자는커녕 대단한 부상자조차 없다는 게 그 사실을 증명하지.
나야 바위에 직격당한 입장이라 진짜 죽을 뻔했지만.
학생들은 재빠르게 다른 운송수단으로 갈아타서 아카데미로 직행했고, 혹시라도 무슨 이상이 있을까봐 최고 수준의 의료 지원을 받게되었다.
그리고 그런 풀 바디 체크를 받는다면 필연적으로 시간이 남게 되기 마련이다.
지금 내 상황에 대해 자세히 살필 시간 정도야 난단 말이지.
[Special Gift>Gift #1- 운명적 이끌림
[ 악惡 성향을 가진 인물의 호감도가 높아질수록 다양한 보상을 습득합니다. ]어이가 없다는 시선으로 창 아래에 적혀있는 문구를 확인한다.
이런 조건이니까 내가 빙의한 이후로 뭔 짓을 해도 못 찾았지.
캠벨 남작령은 악 성향은커녕 중립 성향 마저도 가진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몽글몽글한 동네다. 기본적인 조건도 충족 못 시키니까 기프트가 안 열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
한숨을 내쉬며 창을 스킬 쪽으로 돌린다. 그래도 먹은 게 뭔지는 봐야지.
[ Skill Info > [ 스킬: 절체절명 ] [ 등급: ??? ] [ 위기 순간에 스텟 강화가 적용됩니다. 생존 확률이 낮을수록 효과가 강화됩니다. ] [ 스킬: 치명적인 매력 ] [ 등급: ??? ] [ 악惡 성향을 가진 인물들에게 호감을 사기 쉬워집니다. 성향이 극단적일수록 효과가 강화됩니다. ] [절체절명]은 직접적으로 생존과 전투에 도움이 되는 능력이겠지. ‘위기 순간’이라는 발동 조건이 조금 애매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스텟 강화 효과를 달고 있는 스킬이라면 반드시 큰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이에 반해서, [치명적인 매력]은…
“…”
이거 내가 받아도 되는거냐.
호감을 사기 쉽다는 게 대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게임에서 악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인간들이라면 하나같이 위험한 놈들밖에 없는데.
싸움이라면 눈을 뒤집고 환장하는 권투사.
어떤 인간이든 세 발자국 이상 가까워지면 무조건 칼로 썰고 보는 검신병자.
조건만 맞으면 누구든 쳐 죽이는 살벌한 암살자.
모든 일에 무감각해 보이는 천재 마법사.
하나만 엮여도 골치 아플 인간들의 신상이 머릿속으로 연속해서 떠오르자 관자놀이가 지끈거린다.
아, 일단 모르겠고.
‘…당장은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실소를 흘리며 창을 닫는다.
뭐든 하나라도 생존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어주는 스킬을 얻었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성과다.
애초에 빙의한 이후에 내 모든 행동 원리는 ‘나 자신의 생존’을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참이거든.
엑스트라의 본분에 충실하고자 하는 것도 결국 다 거기서 파생되는 거라고.
그런 면에서, 지옥 같은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좋은 걸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나.
‘이상한 점이라면…’
스킬 등급이 ???로 표기되어 있다는 건데, 이건 또 무슨 현상이래.
원래는 최저 단계인 F부터 최고 단계인 EX까지 한 개라도 표기되어야 정상이다.
이건 세라 고인물 취급을 받는 나도 처음 보는 현상인데.
“아까부터 허공에 대고 대체 뭘 하고 있니? 정신 검사 다시 해줄까?”
“아뇨. 진짜로 괜찮은데요.”
눈앞에 있는 의무대원에게 그렇게 답하자, 차트에 내 상태를 기입하던 남자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수치는 전부 다 정상이긴한데…”
“그럼 이제 그만 보내주시죠. 애초에 다친 사람 한 명 없는 사고인데 무슨 호들갑을 이렇게…”
“그렇기는 해. 명목상으로는. 아마 이것도 사고 처리되겠지.”
의무대원이 한숨과 함께 답했다.
“하지만 진짜로 이게 사고일지는 조금 고민해봐야 할걸.”
“예?”
“트리스탄 공녀와 같이 타고 있었다며?”
“…그런데요?”
“그리고 너 제대로 된 뒷배 하나 없는 남작가 출신이잖아?”
“말씀하고 싶으신 게 뭡니까?”
“진지하게 조언하는 거야. 나도 엘판테 아카데미 졸업생이고, 너처럼 이름 없는 변방 귀족 출신이었거든.”
의무대원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 많은 객실 중 유독 그쪽에 직격한 게 우연이라고 생각해?”
“…”
“트리스탄 공작가는 적이 많아.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만났다지만, 앞으로는 되도록 피해 다니는 게 좋을걸. 고위 귀족들이랑 어울리면 너만 피 본다?”
말 안해도 알아, 이 양반아.
온갖 음모와 속 시꺼먼 중상모략이 판치는 아카데미에서 그 인간이 괜히 최종 보스 후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겠냐. 그 옆에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죽을 위기 정도야 숨 쉬듯이 겪게 될 운명이다.
문제라면…
[ 기프트 관련 인물 알람 >▼ 엘노어
[ 신뢰 1단계 ] [ 관련 이벤트 발생까지 D-2 ]…난 이미 싫어도 이 사람이랑 엮였다는 점이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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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은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끝나버렸다.
황립 아카데미 엘판테의 무궁한 영광 어쩌구. 이번 신입생들은 정말 역대급 저쩌구.
이쪽 동네에서 온 천재. 저쪽 동네에서 온 왕족. 저 멀리 산맥 너머에서 온 야만전사. 뒷동네에서 이름 좀 날리던 도적. 기타 등등.
아카데미 엘판테는 재능만 있다면 어떤 종류의 인간이든 가리지 않고 받는다. 물론 명색이 황립이니만큼 귀족이거나 귀족의 추천장이 있는 경우만 학생으로 들이지만.
물론 그만큼이나 온갖 종류의 인간들이 모이는 동네인 만큼, 이 빌어 처먹을 아카데미는 사시사철 바람 잘 날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서, 입학식 바로 뒤에 진행되는 ‘실기 평가’만 해도 그런 느낌이 물씬 풍기지.
“입학식이 끝났으니 그대로 수준 평가를 진행-”
“평가 방법은 1대1 대련을 포함한 여러 가지 종류의 실기로 진행되며-”
그래. 교육 기관인데 또 분반 안 하면 섭하지.
학생들을 줄 세워놓고 열심히 통제중인 조교들을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멍하니 생각을 흘린다.
이벤트가 진행되는 건 진행되는 건데, 그것 이상 가는 우울함이 나를 잠식하고 있었으니까.
“…”
솔직히 말해보자.
난 이미 엑스트라로 살기는 글렀다.
분명히 처음 여기에 올 때까지만 해도 그런 가능성을 꿈꾸긴 했는데, 같은 객실 안에서 학생회장님을 만나면서 죄다 틀어진 느낌이지.
아니, 정확히는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기프트 개방 이후로 느닷없이 관련 이벤트까지 잡혀버려서 생긴 문제다.
그 사람, 위치가 위치이니만큼 세라에 존재하는 모든 메인 이벤트에 굵직한 비중을 차지하는 인간이다. 거기와 얽힌 순간 내 원래 계획은 끝장난 거나 다름없지.
페어웰, 안분지족하는 자발적 아싸 생활.
웰컴, 온갖 위험한 사건으로 가득한 게임 속 시나리오.
그리고 그 시나리오 맞서는건 찬란한 올스텟 F의 다우드 캠벨.
어찌 우울하지 않으리오.
“그럼 제일 먼저 학생들끼리 조를 나눠 1:1 대련을 진행-”
조교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다시 생각에 열중한다.
그럼,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거냐?
아니. 그건 또 아니지.
답이 없더라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게 중요하지 않겠나. 판돈으로 걸린 건 내 목숨이다.
‘당면한 목표는…’
일단 이거부터 해치우는거지.
[ 기프트 관련 인물 알람 >▼ 엘노어
[ 신뢰 1단계 ] [ 관련 이벤트 발생까지 D-2 ]‘관련 이벤트’란게 뭔진 모르겠지만, 이 사람 배경을 생각하면 적어도 차랑 과자 깔아놓고 담소만 나누다 헤어질 이벤트는 아니겠지.
분명 누군가의 피가 튈 일이 생길 거다.
그러면, 당면한 목표는 이틀 안에 최대한 내 스펙을 끌어 올리는 거지.
“…”
쳐돌았나 진짜.
다른 빙의물 같은 거 보면 아무리 그래도 사건 터지기까지 어느 정도 대기 시간 주잖아. 나는 왜 48시간 안에 목숨 걸고 성장 타임 어택 해야 하는 건데?
‘…어쩔 수 없지.’
참을 인자 삼십 개를 마음 속으로 새기며 사고를 이어간다. 애초에 화낼 시간도 아깝다.
자, 생각해보자.
“학생. 이봐.”
물론 나는 세라의 고인물 유저니까, 이 학원 내부에서 스스로를 파워업 시킬 방법 정도야 눈 감고도 꿰뚫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이틀이라는 시간의 장벽 앞에서 막힌다.
당장 그 시간 안에 스스로를 만족할만큼 성장시킬 방법은 역시 이거밖에 없지.
[Special Gift>Gift #1- 운명적 이끌림
[ 악惡 성향을 가진 인물의 호감도가 높아질수록 다양한 보상을 습득합니다. ]뭐가 들어올지는 나도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엘노어에게서 아주 약간의 호감을 산 것만으로도 스킬이 두 개나 들어왔다. 효율에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거지.
즉, 나는 지금 어떻게든 ‘악당의 호감’을 얻어야 한다.
일분일초라도 빨리.
“다우드 캠벨!”
코앞에서 벽력같은 고함이 터지는 것과 동시에 의식이 현실로 내려온다.
시야에 잡히는 건 얼굴을 잔뜩 찌푸린 조교다.
“정신을 어디에 팔고 있나! 몇 번이고 불렀는데!”
사방으로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실제로 화가 엄청 나긴 했나보다.
덕분에 인식할 수 있는 세상 전부가 지금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학생 말고는 전부 대련조를 정했다. 때문에 자동으로 상대가 결정되었으니 그리 알도록.”
그 말에 조금 더 상황이 자세히 인식된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의 대부분은 동정이나 비웃음이라는 걸.
대련조는 보통 수준에 맞는 학생들끼리 적당히 눈치껏 짝지어지지만, 나처럼 멍 때리다가 그런 사람을 다 놓쳐버린 놈들은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당연히 ‘아무도 대련하고 싶지 않은’ 상대만 남아버리니까.
‘아.’
속으로 탄식하며 ‘내 상대’를 살펴본다.
붉은색이 섞인 주황색 머리의 소녀. 허름하지만 오래 길들인게 분명한 활동복. 허리춤에 차고 있는 특색 없는 장검.
하지만 이 수수해보이는 인상으로도 감출 수 없는 기괴할 정도의 ‘존재감’이 있다.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압도될 정도의 카리스마를 내뿜는.
시선을 돌려 명찰에 새겨져 있는 [엘리야 크리사낙스]라는 이름을 훑는다.
나도 아는 사람이다.
아니, 애초에 이 녀석도 모를 수가 없는 인물이다. 엘노어에 버금갈 정도로.
“음, 안녕하세요?”
세계관 최고의 천재.
훗날 구세주로 성장하게 될 ‘세이비어 라이징’ 세계의 주인공이, 나를 보고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
이거, 좆된 것 아니냐?
비록 시작 시점의 주인공의 스텟은 그다지 높지 않다지만, 이 녀석은 나중에 혼자서 검이든 마법이든 한 방으로 산맥도 날리는 놈이다. 성장 하나 안 된 현재 시점에서도 재능은 진짜배기지.
입학 전부터 정규 기사나 가능한 마수 토벌에 참가했다던지, 혼자서 던전 하나를 죄다 정복했다던지. 학생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수준의 위업을 다수 이뤘다는 설정일 거다.
애초에 재능충 투성이인 엘판테의 신입생들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기피당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전체 신입생들 중에서도 아마 얘가 제일 유명했을걸.
현재 나와의 전투력 격차는 그야말로 파멸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진짜로 죽을 수도 있…
“…?”
잠깐만.
방금 떠오른 문장을 조금 더 깊게 파고든다.
내가 가진 ‘능력’들을 떠올리고, 상대방에 대한 ‘정보’와 내 당면한 ‘목표’까지 순차적으로 촤르륵 떠올린다.
그리고 이어서 결론을 도출.
“…안녕하세요.”
수줍게 내밀어진 녀석의 손을 맞잡아 흔들어주며 속으로 생각한다.
이거.
어쩌면 위기가 아니라 기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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