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31)
r 30 – 30. 정화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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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호기롭게 리버백 후작에게 한 방 꽂아넣은 것까진 좋았는데.
〚이 개새끼가아아-!〛
사실 상황 자체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나는 리버백 후작에게 쫒기는 처지고, 별다른 타격을 입힐 방법은 별로 없다.
절대적 상성 우위라는 건 말은 어마어마하지만 실질적으로 상대방의 ‘고유’ 능력을 지워버리는 데 국한된다.
물론 고유 어쩌구 하는 것들이 대부분 끔찍하게 강력한 것들이라는 걸 감안하면 그것만 해도 강력한 효과지만, 지금 이 상황을 타파하기엔 무리가 있다.
판데모니엄의 왕을 발동한 덕분에 고유 스킬인 ‘정화’를 지워버리긴 했지만, 여전히 저 녀석과 나의 궤멸적인 스펙 차이는 여전하니까.
“어, 미친.”
몸을 옆으로 날리는 것과 동시에 옆쪽에 지어져 있던 조각상 하나가 날아드는 검은 광선에 맞아 산산조각 났다.
나한테 날아드는 애먼 공격에 부차적인 인명 피해가 안 나와서 다행이지.
시가지에서 일어난 긴급 사태에 따라 비상 지침대로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전부 아카데미 최심부로 움직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 부분에선 차라리 그런 일을 벌여준 리버백 후작에게 감사해야겠지만.
‘저게 문제란 말이지…!’
고개를 돌려 리버백 후작의 몸 근처에 펼쳐져 있는 어둠의 장막을 바라본다. 아까 전에 나한테 날려서 수백m를 비행하게 만들었던 물건이지.
아마 스킬 셋을 따져보면 이런 문구가 적혀있을 것이다.
[ 스킬: 블랙 미스트 ] [ 등급: A ] [ 악마의 정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마의 잔재입니다. 근처에 접근하는 대상에게 마기를 뿜어내어 부식시킵니다. 사용자의 역량에 따라 여러 가지 활용이 가능합니다. ]정수를 먹고 마인화가 된 보스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스킬이다. 악마의 잔재를 다뤄서 여러 가지 공방 양면으로 활용할 수 있지.
일정 범위 안에 접근하는 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데미지, 그리고 한 방 한 방이 뼈아프게 들어가는 공격 능력에 어지간한 공격은 모조리 튕겨내는 방어력.
이것만 해도 어지러운데, 골치 아픈 건 추가로 더 있다.
[ 스킬: 검은 영혼의 축복 ] [ 등급: A ] [ 몸에 정수가 뿌리내린 영향으로 모든 신체 능력이 강화되며, 재생 능력이 추가됩니다. 모든 물리 피해에 강한 내성을 가집니다. ]기본적인 스펙 강화와 신체 재생 이외에도 마기가 넘쳐나다 보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효과가 덕지덕지 발리는 거지.
근접전에서 달인에 가까운 역량을 선보이는 엘노어가 고전한 건 다 이유가 있단 거다.
〚왜, 왜 너같은 버러지 새끼가 신의 은총을 다룰 수 있는-!〛
뒷부분이 어그러진 문장이 들려왔다. 제 분에 못 이겨서 그렇게 된 느낌이다.
그나마 다행인점이라면, 이 녀석은 아까 전과 다르게 정말로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는 게 확실하단 점이다.
본인의 정화 스킬이 내가 발동한 판데모니엄의 왕이 가진 효과에 지워져버린 걸 눈치챈 뒤로 쭉 저 상태지.
‘그거야, 뭐.’
한 번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이 녀석의 뒷배경을 생각하면, 아마 밑바닥에서 시작한 암시장의 상인이 우연히 악마 숭배자들과 얽혀 이를 악물고 그쪽에 인정을 받았다는 케이스다.
정황상 선각자가 퍼 준 악마의 정수를 자신이 여태까지 한 그런 노력의 결정체라고 생각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덕분에 그 힘을 취하고 전능감에 젖어있던 모양이지.
이 녀석이 몇 년을 쌓아온 공든 탑을 별 힘도 들이지 않고 전부 다 산산조각낸 나와 엘노어도 그 능력으로 손쉽게 박살 냈으니까.
그런데.
자기가 죽였다고 생각했던 녀석이 느닷없이 부활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자기 능력의 상위 호환급 스킬을 사용하고 있다.
그것도 방금 전에 자신의 몇 년치 성과를 한 번에 날려버린 녀석이.
“…”
어. 억울하겠지.
평생동안 쌓아온 성과 두 가지를, 하루도 안 지나서, 다 똑같은 놈한테 전부 다 털린다고 생각해봐라.
나 같아도 안 빡치곤 못 배긴다.
말도 안 되는 주인공 보정에 당해 어이없게 쓰러지는 악역들도 아마 그것보다는 덜 억울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거 바꿔 말하면.
“이 능력 좋은 건가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성질 긁기 엄청 편하다는 소리지.
도망치는 와중에도 피식 웃으며 리버백 후작에게 문장을 던진다.
〚…〛
“흠, 그냥 우연히 운 좋게 얻어서 좋은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떤 분하고 눈만 잠깐 마주쳤더니 너 가지라고 주던데. 쓰다보니 조금 구린 것도 같아요.”
〚…이, 이…〛
“어, 설마 리버백 후작님은 몇 년을 몸 비틀어서 얻어낸 것이 이것보다 구린 능력인가요? 설마 그럴 리가…”
〚아가리 닥쳐어어어-!〛
음. 그렇지.
역시 존댓말로 이뤄지는 기만만큼 도발에 특화된 것도 없다.
눈을 까뒤집고 이쪽을 향해 달려드는 리버백 후작의 모습에 낄낄거리며 계속해서 달린다.
허영심과 자만 덩어리 인격의 특징. 자신이 도발 당하는 상황에서 이성적인 판단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스펙 차이를 이용하여 나를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을 텐데도, 저 녀석은 지금 그저 단순하게 내 뒤꽁무니를 쫒아다니며 공격을 발작적으로 쏟아내고 있을 뿐이다.
이런 구도라면, 등급 경감 없는 절체절명을 잘 쓰기만 해도 그럭저럭 도망다닐 수 있다.
물론 아무 대책 없이 그냥 도망만 다니는 건 아니지만.
‘얼마 안 남았네.’
시계를 확인한다.
‘약속 시간’이 곧이다.
그럼 이 녀석을 잠깐 떨어트려놓긴 해야 한단 거고.
“…음.”
내가 지금 서 있는 위치를 확인하고, 일부러 도망치는 속도를 조금 늦춘다.
〚죽어!〛
그러면, 뭐.
당연히 득달같이 공격이 날아들겠지.
[ 소울 링커를 가동합니다. ] [ 마력을 공급받습니다. ] [ ‘스킬: 신성 방패’를 사용합니다. ]울트리마에 마력을 불어넣어 생성된 반투명한 방패가 리버백 후작의 마기에 맞아 산산조각난다.
‘스킬: 고행’과 연계하지 않았으니 지금 스텟 차이를 메꿀만한 방어력을 선보이진 못할 가능성이 높다. 버텨내는 게 말이 안 되는 수준의 격차겠지.
그래도 신성력이니까 한 번은 그럭저럭 막아내주는 모습이다. 악마 타입에게 유난히 상성이 좋으니까.
지금까지 수월하게 도망다닌 것도 이것 덕이 크다.
‘…생각해보니까 말이 안 되네.’
‘판데모니엄의 왕’이라는 스킬을 쓰고 다니는 덕분에 악마 타입의 고유 능력은 잠깐동안 지워버리는 데다가, 나는 역으로 물건에 깃든 신성력을 사용 가능하다.
악마 타입의 적에게는 불합리할 정도로 강력한 조합이지.
그리고 그건 성장이라곤 쥐뿔도 안 된 지금 시점에서도 충분히 써먹을 수 있을 정도다.
쉴드가 깨지는 것과 동시에 리버백 후작의 마기또한 주변으로 비산했다. 이 모습을 본 녀석이 곧바로 코웃음쳤다.
〚하! 입만 산 것에 비해서는 도망치고 막아내는 데 급급…〛
그렇게 말하려던 녀석이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내 쉴드를 산산조각내며 사방으로 튕겨 나간 마기가, 바로 근처 ‘성당’의 일부를 파손시켰기 때문이겠지.
그것도 성당이라면 반드시 외부에 하나씩은 비치해두는 성유물의 위치로.
내가 일부러 저기 깨지라고 각도 조정해서 쉴드 세웠거든.
스테인드글라스와 함께 성물의 조각이 쏟아져내린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지만, ‘황립 아카데미’ 엘판테 내부에 세울 정도의 성당이라면 전부 축성을 끝마친 최고급품만 쓴 건물이다.
시스템대로라면, 저렇게 파손되는 것만으로도 안쪽에 있는 신성력이 수류탄 터지는 것마냥 주변으로 흩뿌려지지.
하얀 빛이 사방으로 번쩍이기 시작했다. 저게 전부 신성력이다.
“주변에 뭐가 있는지는 보고 다니지 그래?”
그렇게 이죽거리면서 다시 몸을 돌린다.
등 뒤로는 신성력에 그대로 노출되어 전신이 활활 타오르는 리버백 후작의 괴성이 들려온다.
‘좋아.’
이 정도라면 잠깐동안은 저 녀석을 떨어트려 놓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약속 장소에 가서 물건을 받아오기엔 충분한 시각이지.
탈리온은 영민하고 착실한 녀석이다. 내가 시간까지 정확하게 지정해줬으면 반드시 그때에 맞춰서 일을 수행해 줄 거란 의미겠지.
실제로, 내가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시계가 삑삑거릴 때쯤엔.
‘그렇지.’
내가 ‘부탁한 물건’을 들고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탈리온이 시야 끄트머리에 잡혀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으며 시계를 다시 세팅한다.
그래, 이 정도면 시간 끌만큼 끌었지.
남은 건 마무리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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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백 후작의 머리는 이 이상 뜨거울 수 없을 정도로 펄펄 끓고 있었다
‘그 개새끼, 산채로 가죽을 벗겨주마, 보는 앞에서 내장을 씹어 먹어주지!’
평생을 통틀어 이만한 분노를 느껴본 적이 없을 정도다. 머리 혈관이 끊어지는 느낌마저 든다.
일평생을 살면서 자신을 이렇게까지 농락하듯이 능욕한 녀석은 만나본 적이 없다!
방금 전에 신성력에 접촉해 불타오른 덕분에 아직도 욱신거리는 피부를 쓸어내리며, 그가 희번득거리는 눈으로 주변을 훑었다.
그가 잠시 피격 당해 집중력을 놓친 사이, 그 다우드란 녀석은 이미 어딘가로 사라진지 오래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게 방해될 요소는 전혀 아니었다. 그는 지금 악마의 정수를 삼킨 상태다.
상대방이 어디에 숨어있건 색적 하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겠지.
“…”
주변으로 뭉게뭉게 피어오른 연기가 희미하게 남아있는 인간의 잔향마저 모두 훑어낸다.
마침 주변엔 다른 인간도 없는 상태다. 그런 자취를 쫒아가는 건 더더욱 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위치를 찾아낸 리버백 후작이 코웃음을 쳤다.
‘그레고리관?’
첨탑. 엘판테에서 가장 높은 건물들 중 하나다.
기껏 자신에게서 꽁지가 빠져라 도망치길래 대체 어디로 가나 했더니, 기껏해야 여기란 말인가.
여긴 높게 솟아 오른 건물 특성 상 더 도망칠 곳도, 숨을 곳도 없는 막다른 곳이다. 심지어 이 남자가 위치한 곳은 그런 곳의 꼭대기고.
〚병신 같은 녀석!〛
아마 평소의 리버백 후작이었다면, 이 남자가 ‘왜’ 그런 곳에 갔는지 아주 조금이라도 고민을 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머리 전체를 잠식하고 있는 분노가 그런 판단력을 퇴화시키고 있었다.
그가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그레고리관으로 비행을 시작한 것도 그런 맥락이겠지.
〚흡!〛
순식간에 몸을 가속시켜 그레고리관의 꼭대기에 도달한 그가 흉악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찾는 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예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다우드 캠벨이 있었으니까.
허리춤에는 아까 전까지만 해도 못 보던 물건이 하나 들려있긴 했지.
‘…저게 뭐지?’
사람 팔 하나 수준의 길이로 보이는 원통. 겉보기로는 아무런 특징도 보이지 않는 금색 물체였다.
수상할 정도로, 그러했다.
〚…〛
하지만, 리버백 후작은 그쪽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죽음에서 부활하여 정체불명의 권능까지 받아왔음에도 여전히 자신에게 쫒기는 별 볼일 없는 녀석이다. 저것도 시덥잖은 수작질이겠지.
적어도, 그는 지금 상대방을 그런 식으로 깎아내리지 않는다면 진정조차 되지 않는 상태였다.
〚고통스럽게, 모든 지옥을 다 맛보게 해주마! 차라리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해주겠어!〛
그가 그렇게 외치며 몸을 가속 시켰다. 시꺼먼 연무가 다시 주변으로 퍼지며 속도를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지금까지 그를 머리 끝까지 열 받게 하며 도망 다녔으니 한 번에 잡아채자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우드 캠벨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이전에도 몇 번 펼치던 신성력 방패로 공격을 방어하기는 했지만, 도망가려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 태도다.
〚…?〛
이쯤 되니 머리 끝까지 화가 난 상태로도 리버백 후작도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질 지경이다.
이 놈, 대체 왜 이러는거지?
‘…여기서 죽여버리면 그만이지!’
이 녀석은 손목에 차고 있는 아뮬렛에서 마력을 끌어올린 뒤, 품 안에 있는 향로에 전달시키는 작업을 계속해서 반복해왔다.
하지만 지금 그의 시선 끄트머리에 포착된 아뮬렛은 모든 마력이 소진된 참이었다. 방금 그 한 번 꺼내쓴 것이 마지막이었나보지.
이제 이 녀석은 자신을 방어할 수단조차 없다!
그렇게 생각한 그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마기를 잔뜩 응축한 손을 들어 올렸다. 거리는 지척이다. 방어 수단도 없고, 스펙 차이를 생각하면 회피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이 녀석의 전신을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상상을 하니 절로 나오는 표정이었다.
“말했지. 주변에 뭐가 있는지는 보고 다니라고.”
하지만, 그런 문장이 흘러나오는 것과 동시에.
리버백 후작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
아니, 정확히는 ‘고정된’ 것이겠지.
바닥에 눕혀져 있던 원판에.
‘…원판?’
이런 물건이 대관절 여기에 왜 있단 말인가. 그가 어이가 없다는 시선으로 눈을 끔뻑거리고 있으니.
콰삭, 하는 소리와 함께 원판과 연결되어 있던 막대기가 바닥에 틀어박혔다.
“음.”
다우드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쪽의 몸도 같이 원판 위에 올라와 있는 상황이었다.
“반납 안 해두길 잘했지.”
그런 문장과 함께.
남자 두 명의 몸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공중에 발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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