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38)
r 37 – 37. 참관 수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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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Message> [ ‘스킬: 치명적인 매력’이 발동됩니다! ] [ 악당의 호감이 대폭 상승합니다! ] [ 기프트 탭에 보상이 추가됩니다! ]음.
그렇지.
피식 웃으며 관중석을 흘끔 바라본다.
이런저런 녀석들이 있어서 기드온의 위치는 안 보이지만, 지금 나한테 이런 메시지가 떠오른다면 대상은 녀석밖에 없다.
‘…사실 이거 사기인데 말이지.’
설정을 좀 복기해본다면, 초대 트리스탄 대공이 펼치는 검술의 근간은 ‘정점에 달한 기본기’다.
상대방이 뭘 할지 전부 다 예상하고 전부 한 발 앞서서 움직이라 그거지.
그래서 방어만으로 상대방을 농락하는 짓거리가 실제로 가능할 때까지.
“…”
물론 그딴 걸 할 수 있으면 애초에 못 이기는 상대방이 어디 있겠냐 싶겠지만.
시공을 베어서 시간축 조차 뒤틀던 인간의 검술이다. 이런 것도 못 하면 시작점에 설 수조차 없다는 거겠지.
그리고, 만약 그런 짓을 실제로 할 수 있다면 얘기가 또 달라지긴 한다.
‘…나중에 엘노어도 쓰던가.’
게임에서 말하길 ‘무한의 장막’.
어떤 공격이든 전부 다 막고 튕겨내 버리는 절대적인 방어기다. 검 한 자루만 들고 있으면 간편하게 사용가능하지.
그런 미친 기술에 비하면, 지금 내가 부리는 건 사실상 재롱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래도 효과만큼은 비슷하게 흉내낼 수 있지.
검, 마법, 기적과 가호. 뭐든 간에.
트리스탄 검술의 ‘튕겨내기’ 하나면 전부 다 대처가 가능하다. 타이밍만 숙지하면.
“뭐, 뭐야?”
“검으로 마법을 어떻게…!”
당황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녀석들을 툭툭 쳐서 제압한다.
절체절명이 그래도 C급 정도로는 올라있는 상황이다. 평범한 신입생 정도야 이 정도로도 충분하지.
구석을 등지고 있으면 뒤쪽에서 날아올 공격도 걱정할 필요 없고, 학생 수준에서 나오는 공격을 막는 것 정도야 눈 감고도 하지.
그 결과.
스테이지에 멀쩡하게 서 있는 건 나를 포함해 총 세 명이었다.
일단 한 명은…
“전 기권하겠습니다.”
“…”
“어차피 저로서는 형님 못 이기니까요. 2등하고 3등은 포상금 똑같죠?”
탈리온이 싱그러운 표정으로 거수하며 그렇게 말했다.
참으로 깔끔한 기권 선언이라 오히려 심판이 다 당황할 정도였다.
“…넌 여기서 뭐하고 있었냐?”
“어, 포상금 준다고 해서 나왔습니다만.”
“…”
자작가 정도 되면서 대체 왜 그렇게 빈곤한데.
용돈 좀 받아.
“리버백 후작하고 얽힌 것 때문에 추가적으로 벌금도 좀 내야해서요.”
“…그러냐?”
“예. 뭐. 그런데.”
가벼운 발걸음으로 퇴장하는 탈리온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가면서 슬쩍 고개를 숙였다.
“저쪽은 조심하세요, 형님.”
탈리온의 손가락 끝에는 손에 가벼운 장갑을 끼고 있는 인간이 한 명 있었다. 스테이지에 남은 마지막 인원.
손마디의 관절을 꺾으면서 뚜둑거리고 있다.
후드 안쪽에서 삐져나온 보라색 머리카락. 체형을 보면…
‘…여자인가?’
눈살을 찌푸리고 있자니, 탈리온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저는 그냥 상금 타러 나온거지만… 저쪽은 조금 위험해 보이는데요.”
“위험해 보이다니?”
“그냥, 사람 패는 걸 즐기는 인간 같습니다. 상대방을 끝까지 괴롭히더군요.”
실제로, 그 주변에는 반쯤 피떡이 되어 누워있는 학생들이 몇 명 보인다.
그렇게 말한 탈리온이 스테이지에서 내려가는 사이, 나도 상대방의 모습을 쭉 훑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
그래. 탈리온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일단 누구든 패는 거 좋아하는 사람 맞다.
이런 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툭 튀어나올 사람도 아니고.
“뭐야. 안 와?”
굳은 표정으로 상대방을 살피고 있자니, 반대편에서 그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내가 간다?”
이어서, 등골을 타고 불길한 느낌이 미끄러졌다.
익숙하게 느껴 본 감각이다.
이전에 능력 강화 없이 엘리야를 마주했을 때 느꼈던 그 격차.
[ 위기 상황이 감지됩니다. ] [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수준으로 판단합니다. ] [ 스킬: 절체절명을 EX등급으로 적용합니다. ]“…!”
상대방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본능적으로 스킬을 발동한다.
[ ‘스킬: 검사의 집중’을 발동합니다! ] [ 반응 속도와 정밀함이 상승합니다! ]전 세계가 나를 중심으로 느려진다.
초고속 카메라를 나빼고 세계 단위로 틀어놓은 그런 수준으로 느껴질만큼 내 반사 신경이 극적으로 향상되었단 소리겠지.
절체절명 EX에 스킬 중첩 발동이면 이런 짓거리가 실제로 된단 말이렸다.
‘…사기긴 하네.’
그렇게 생각하며 눈앞을 보자마자, 그대로 표정이 굳어졌다.
한참을 느려진 세계에서도 독보적으로 빨리 움직이는 놈이 있었으니까.
따지자면 걸어다니는 속도겠지만, 주변이 어느 배속으로 느려졌는지 감안하면 이건 미친 수준의 속도다.
“…!”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방어 자세를 취하려고 하지만, 몸이 올라오는 속도가 유난히 느리다.
‘…아, 그렇지.’
반응 속도가 빨라진다고 내 몸이 빨라지는 건 아니구나.
적당히 몸이 적절하게 자세를 취할 때까지 기다린 다음, 쓴웃음을 지으며 스킬을 해제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검 위쪽으로 주먹이 날아와 충돌했다.
-!
…방금 불똥 튄 것 아니냐?
검하고 주먹이 충돌했는데?
“…”
충격에 내가 몇 걸음 뒤로 물러나고 있자니, 주먹을 날린 여자가 놀란 기색으로 손을 꼼지락거렸다.
방금 자신의 일격이 막혔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가 안 간다는 기색이다.
하지만.
“뭐야. 별 것도 없는 놈인 줄 알았더니?”
이내, 그 기세가 사납게 바뀐다.
거의 접착시켜놓은 수준으로 깊게 눌러쓴 후드 때문에 눈가는 안 보이지만, 그 아래로 드러난 입가엔 흉물스러운 미소가 깃들어 있었다.
제대로 된 먹잇감을 찾은 맹수의 표정이겠지.
“너도 아끼고 있었냐?”
그리고, 그 팔과 다리에 각각 형형색색의 기운이 깃든다.
마법사들이 쓰는 마기나 사제들이 운용하는 신성력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지.
그걸 보자마자 다시 등골에 냉기가 달린다.
“기권하겠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재빠르게 손을 들어올려 그렇게 말한다.
“…기권한다고?”
“예.”
황망하게 되묻는 심판에게 그렇게 답한다.
다친 곳도 전혀 없는 주제에 아마 탈리온 이상 가는 신속함을 자랑하기 때문에 더더욱 황당한 얼굴이었지만.
“…”
어. 아니.
지금 내 스펙에서 전력으로 달려드는 저 인간을 이기는 건 꿈에서라도 헛소리로 취급될 일이다.
“…야.”
그렇게 생각하며 재빠르게 대련장 바깥으로 퇴장하려니, 상대방이 나를 곧바로 불러세웠다.
“뭐 하자는 거야, 지금? 한창 재밌어지려는데?”
“…”
아니.
기권한다는데 왜 그래.
여기서 말없이 물러서면 쫓아와서 팰 느낌이다.
“아뇨, 큰일납니다.”
“…뭐?”
“법술 같은 걸 여기서 막 쓰시면 어떻게 합니까.”
정말로 그렇다.
부족 연합만이 다룰 수 있는 법력은 신체 강화에 특히 효율이 좋다. 절체절명을 EX까지 터트린 나라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 할 정도로.
아니. 애초에 이 사람에게 대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대족장의 따님, 제발…!’
5챕터의 주요 인물, 리루 가르다.
부족 연합 대족장의 차녀. 사람 패는 걸 즐기는 사디스트.
무엇보다.
‘…지금 타이밍엔 엘노어보다 세겠지, 아마?’
특히 엘노어와 엘리야가 아직 제대로 성장하지도 않은 상태인걸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지금 내가 상대한다면 3초도 못 돼서 주검이 될 자신이 있는 인간이지.
왜 이런 행사에 참여했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도망치는 게 상책이다…!
“…흐음.”
코웃음을 치는 상대방을 등지고 대련장을 후다닥 내려가는 사이, 리루의 시선이 계속해서 날아와서 꽂히고 있었다.
계속.
끝까지, 내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법술을 안단 말이지. 제국의 인간이.”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는 리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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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킬: 치명적인 매력이 조건부로 발휘됩니다! ] [ 훌륭한 타이밍! 추후에 폭발적으로 호감을 사게 될만한 복선을 심어 넣었습니다! ] [ 다음에 성공적으로 스킬 발동 시 2배에 달하는 효과를 가집니다! ]“…”
나도 모르겠다, 이젠.
대체 왜 이런 게 떠오르는지는 나도 이미 분석을 포기한 지 오래다.
그냥 기드온한테 관심을 사는 것까진 알겠는데, 이건 대체 또 누구한테 박혔단 말인가.
“…”
“…”
물론, 그것 이상으로 이해가 안 가는 건 현재 상황이다.
대련이 끝나고, 기권 이후에 도망치듯 스테이지를 떠나던 내가 곧바로 누군가에게 납치된 것 말이지.
옆 쪽에 있던 메이드가 내 앞에 내려놓는 찻잔을 받아든다.
물론 거기에 신경 쓸 겨를은 없다.
지금 앞쪽에서 나를 바라보는 사람만 마주 보고 있어도 식은땀이 줄줄 흘러나올 지경이니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트리스탄 대공.”
상대방이 눈을 감고 고개만 끄덕였다.
아까부터 계속 이 상태다.
그렇다고 가만히 내버려두면 한참이고 조용히 있으니 내 속이 다 탄다.
사람 자체가 입 다물고 있으면 얼음 조각상 같은 분위기라서. 근처에 있는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카리스마 같은 게 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애초에 말 한 마디로 나를 포함한 내 영지까지 통째로 밀어버릴 수 있는 제국 굴지의 권력가다.
긴장할 이유 정도야 차고 넘치지.
‘…흥미를 끌 거란 예상을 하긴 했는데.’
이 사람은 모종의 이유로 초대 트리스탄 대공의 검술에 엄청난 흥미를 가지고 있을 거다.
그 힌트를 내가 슬쩍 보여주자마자 바로 1:1로 호출한 것만 봐도 그렇지.
아마, 자기 딸이랑 관련된 이유로 그런 흥미를 가지는 거겠지만.
“다우드 캠벨.”
화들짝 놀라서 튀어오른다. 갑자기 말하고 그러냐.
“딸하고는 무슨 사이지.”
“…”
무슨 딸 남자친구 검문하는 아빠같은 질문이지만, 그런 의미가 아닐거라는 건 나도 안다.
이 사람, 엘노어한테 신경 끈 상태일거라.
일부러, 지독할 정도로, 그러고 있을테다.
“…공녀님껜 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학원 생활에 큰 도움을 주는-”
“녀석한테서 검을 배웠나.”
아니.
깜빡이 좀 키라고.
냉기를 줄줄 흘리는 기드온 앞에서 힘겹게 미소짓는다.
“…간단한 내려베기 정도만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여태 감겨있던 기드온의 눈이 천천히 올라갔다.
마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베이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날카로운 시선이다. 손바닥 아래가 축축해진다.
“그럼 우리 가문의 검술은 어디서 배웠지.”
“…”
그런 시선을 마주하면서도, 심호흡을 한다.
그래. 못 알아볼 리가 없지.
여기서부터 중요하다.
사실상 2챕터의 소년왕 공략전의 시발점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봐도 좋다.
일단, 제일 먼저 해야 할 것.
내가 그럭저럭 자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대공님도 아실 것 같은데요.”
어.
사기 치는 거.
“…뭐?”
“당대 검성께서는 항상 신출귀몰하시지요. 저희같은 시골 남작가에도 찾아와서 ‘재능 있는 아이’를 발굴할 정도로.”
“…”
“그분께서는 참 많은 재주를 가지지 않으셨습니까. 그 어렵다는 트리스탄 류 검술까지 가르칠 정도니 말입니다.”
기드온의 눈이 가늘어졌다.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더욱 강해진다. 피가 버쩍버쩍 마른다.
물론 거짓말이다.
트리스탄 대공과 현 엘판테 기사학부 학장의 스승이기도 한 검성은 대륙 곳곳에 있는 천재들을 발굴해 손수 검술을 사사하는 짓을 반복하는 인물이다.
원래대로는 그 존재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간이니만큼, 내가 그 신상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치는 거짓말에 어느 정도 신빙성이 붙는다.
“…너와 내가 같은 문하생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그렇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기드온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 마른 침을 삼킨다.
이어서, 여기서부터가 승부처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금방 들통날 거짓말이다. 기드온 정도 되면 사실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야 넘치도록 많거든.
“…”
그러니까, 나도 그걸 덮어야지.
“그리고, 그분께 부탁받은 게 있었습니다. 나중에 대공을 만난다면 반드시 해줬으면 한다고 하셨죠.”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바론 말이야.
나무를 숨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숲을 만드는거다.
작은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로 덮는거지.
“…부탁이라고?”
그러니, 내가 여기서 할 일은.
“트리스탄 대공.”
계속해서, 사기를 치는거다.
“혹시, 저한테 검을 배울 생각 있으십니까?”
그것도.
되도록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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