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41)
r 40 – 40. 영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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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Message> [ ‘소울 링커’에 인챈트된 사념체가 각성함에 따라, 기능 중 일부가 개방됩니다. ] [ ‘영웅의 파편’ 융합을 확인합니다. ] [ 개방되는 스킬의 단계가 강화됩니다. ] [ ‘스킬: 심상 세계’가 개방됩니다. ]영체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내 주변으로 흰색의 장막이 쓱 펼쳐졌다.
마치 내 주변 배경이 전부 새하얀 색으로 쓸 밀려나가는 것 같은 모습이지.
일전에 회색 악마의 조각을 불러냈을 때 일어난 ‘침식’ 현상과 비슷한 것이다. 주변 일대에 그 영향력을 깔아두는 능력이란 점에서 그렇지.
시간 자체를 멈춰버리는 침식만큼 강력한 스킬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약하다고 부를 건 절대 아니다.
[Item Info> [ 소울 링커 ] [ 전용 장비 ] [ 인챈트: 에픽 ] [ ‘영웅의 파편’ 융합 ]◎ 내장 스킬 ◎
■ [ 심상 세계 ] [ 스킬 등급: A ] [ 영체를 소환하여 주변 일대에 고유 영역을 형성합니다. 영역 안에서는 영체가 가진 능력을 일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의식 개방 수준이 높아질수록 영역의 범위가 넓어지며, 사용 가능한 능력의 개수가 늘어납니다. ]
현재 사용 가능한 능력
[ 특성: 연대 ] [ 기사에게 전우란 곧 가족입니다. 본인에게 걸린 버프를 주변 인물들에게 일부 전파시킬 수 있습니다. ]“…”
버프 공유 가능… 이라는 게.
말이 되긴 하는 거냐?
물론 ‘일부’라는 제한이 걸려있는 걸 보니 그 성능을 온전히 옮겨주지는 못하겠지만, 인원수 제한도 없고 공유 가능한 버프의 등급 제한조차 없다.
그나마 영역의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하긴 하지만.
‘당장 내 주변으로 몇 미터 정도인가.’
적어도 당장 근접 범위의 전투라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범위다.
그리고 이걸 얻은 대상이 올 스텟 F의 쓰레기임에도 말도 안 되는 버프 스킬을 덕지덕지 달고 있는 것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게 대부분인 나고.
‘…빨리 얻어두기를 잘했지.’
어. 진짜로.
괜히 에픽 아이템이 아니다. 이런 미친 효과가 초장부터 열리다니.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내 앞으로, 새하얀 심상 세계 안쪽으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영체가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얼굴을 가리고 있는 바이저. 전신 중갑옷. 그리고 그런 장비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사자의 머리가 각인된 흉갑.
황실 근위대의 표준 장비다.
단일 집단으로는 대륙 최강이라고 평가받는 집단이지.
일반인과 정규 기사의 차이는 갓난아이와 성인 남자의 차이로 자주 비견된다.
정규 기사와 황실 근위대의 차이도 비슷한 수준의 간극으로 회자되고.
그리고, 그런 황실 근위대 중에서도 ‘사자 흉갑’을 차고 있는 놈들은.
그런 괴물들 사이에서도 정점에 있던 놈들이다.
‘가디언들.’
당대 최강의 기사들만 모아놓은 집단.
현재 제국 최강이라 불리는 기드온이랑 거의 동급의 기량을 가지는 놈들이 득시글거리던 집단이다.
왜 특별 취급 ‘당하던’ 놈들이냐면. 얘네 전멸했거든.
엘리야의 가족이 휩쓸린 ‘적야 사태’ 때 투입되어서, 그 사태를 일으킨 그릇의 목을 베어넘긴 게 이 놈들이다.
“…”
말이 안 되는 위업이긴 하지.
일전에 정화자 보스전 때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악마의 기운은 그 자체로 판데모니엄의 생물을 물질계로 불러일으킨다. 조각 몇 개가 동시에 모인 녀석이라면 특히 더 그렇고.
단신으로 수천의 마수 군단을 소환해낸 놈을 상대로, 고작 몇 십명 내외의 인원들이 긴급 투입되어 사태 진화에 성공한 거다.
그러니, 그 중 누구라도 위인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이게 누군지 알 것 같다.
“…안녕하세요, 가디언.”
내 말에 기사의 눈이 천천히 내쪽으로 돌아왔다.
[너, 누구야? 여긴 어디고?]심상 세계 안쪽으로 영체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예상대로 젊은 남자의 목소리다. 내가 아는 녀석의 분위기랑도 비슷하지.
인간이 사념체로 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위대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지독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미련’이 남아있어야 하지.
죽기 전에 도저히 이루지 못한 목표가 있어서 눈을 감고 싶어도 감지 못한다. 뭐 그런 느낌일 것이다.
그리고, 전멸한 가디언 중에서 그런 걸 품고 있을 인간이라면 한 명 밖에 없다.
“얘기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뭐?]어. 정말로 그렇다.
단순히 게임 지식이 아니라, 이미 다른 사람한테서도 한 번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 사람이니까.
“만나서 반갑습니다, 칼리반.”
영체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칼리반 크리사낙스.
부여된 이명은 여명의 기사. 최강이자 최후의 가디언. 낮게 잡아도 기드온과 동급의 전투력을 가져가는 최상위권 강자.
4챕터의 핵심 인물.
그리고.
“저번에 저와 당신이 닮았다고 하더군요. 당신 여동생이.”
용사 엘리야의 오빠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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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Message> [ 대상 ‘엘리야’의 현재 조건을 확인합니다. ] [ 현재 호감도 ‘신뢰’ 미만. 대상 ‘칼리반’과의 접촉이 확인되었습니다. ] [ 호감도가 ‘신뢰’까지 격상하면 전용 퀘스트가 개방됩니다. ] [System Message> [ ‘이단 심문소’가 당신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눈앞으로 떠오른 메시지를 읽어내린다.
칼리반 크리사낙스는 본편에서 엘리야 성장에 관해 대단히 큰 축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엘리야 본인이 계속해서 동경의 대상으로 삼고 따라간 대상이라는 것도 그렇고, 유일하게 남은 마지막 혈육이라 그 거취를 애타게 찾고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생사 여부는 보시다시피지만.’
살아있으면 사념체가 됐을 리가 없겠지.
결국 자신의 오빠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 엘리야가 크나큰 정신적 충격을 받지만, 그걸 극복해내며 진정한 용사로 거듭나는 것이 관련된 에피소드다.
그런 진행에서 알 수 있다시피, 플레이어가 칼리반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는 대단히 단편적인 것들뿐이다. 그나마 시나리오 시작 시점에서는 살아있는 기드온과 다르게 여긴 이미 한참 전에 죽은 고인이니까.
그러니까 나도 몰랐던 정보들 몇 가지.
[이야, 추억이 새록새록하네. 내가 다닐 때랑 비교해도 하나도 안 변했는데?]“…”
[아, 내가 언제 입학했었냐면…]이 인간, 생각보다 엄청난 수다쟁이다.
“…영체로 부활하셨는데, 지금 상황에 충격받지도 않으셨습니까?”
아뮬렛을 향해 그렇게 속삭이자, 머릿속으로 낄낄거리며 웃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죽은 기억도 이미 남아있으니까. 현실 부정해서 뭐하겠어. 그것보단 차라리 현재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는 편이 낫지?]그래. 보시다시피 적응력이 엄청나게 빠르기도 하고.
내 처지에 거절할 처지도 아니라면서 내 ‘협력 요청’을 순식간에 승낙한 것부터가 그렇다.
내가 대놓고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것만 아니라면 뭐든 협력해주겠다는 약조를 의식을 깨운지 1시간도 되지 않아서 받아낸 참이거든.
[뭐, 난 어차피 선택지도 없잖아? 지금은 네가 하라는 대로 다 해야 하는 것 아니야?]그런 말도 남겼지.
무슨 저녁 식사 메뉴는 고기가 좋겠다는 어투로 노예 계약서에 사인한 셈이다.
“…”
이게 그냥 적응력이 좋다는 수준으로 포장이 되는 건가 싶긴 하네.
역시 가디언 중에서도 최강인 남자. 멘탈이 보통 비범한 게 아니다.
[뭐, 그래도 조건은 있었잖아.]아뮬렛 안의 목소리가 잠시 잦아들었다.
뭔가 울컥하려는 걸 간신히 억누르는 기색이다.
덕분에, 이어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지금까지처럼 쾌활했지만.
[엘리야한테 내 얘기하는 건 안 돼. 내가 된다고 할 때까지. 그건 너도 약속이다?]“…예, 약속드리죠.”
이유는 나도 안다.
이 사람의 생사여부를 엘리야가 지금 아는 것 자체가 그쪽에… ‘위험’이 되거든.
칼리반의 영혼이 깨어나면서 열린 건 엘리야의 이벤트와 ‘이단 심문소’의 이벤트다. 제국에서 가장 무자비하기로 소문난 집단.
그게 또 괜히 열린 게 아니라서.
‘…본인이 허락할 때까지는 안 된다라.’
방금 한 문장을 떠올리며 턱을 쓰다듬는다.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나도 대충 알 것 같다.
이 사람과 엘리야 관련된 내용이 4챕터의 메인 퀘스트일테니까. 성검 주인 찾기.
그것 이후로는 엘리야의 전투력이 본격적으로 악마들이랑 대적할 수 있는 수준까지 폭등하지.
‘…대신 이단 심문소랑도 한 바탕 해야하지만.’
당장 아까 떠오른 메시지만 생각해도 그렇지.
아마 조만간 한 번 얼굴은 보게 될거라 생각하는 편이 좋겠지. 그쪽이랑은 진짜 엮이기 싫은데 말이야.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앞에서는 기숙사 사감인 오필리아 경이 박수를 짝짝 치면서 강당에 모인 신입생들을 주목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모인 이유는 여러분들도 알고 있죠-? 곧 중간고사에요-”
오필리아 경이 늘어지는 목소리로 꺼내놓은 공지에 곳곳에서 비명과도 같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뭐, 세상에 시험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것도 특히나 엄격하다고 알려진 엘판테의 정기고사라면.
“아직 신입생이라 주 전공이 완전히 정해지지 않은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래도 중간 고사는 모두 공평하게 치러야해요-”
학군조차 배정받지 못한 신입생들의 정기 고사는 결국 항상 비슷한 형식으로 취해진다.
대평원 서바이벌.
어마어마한 크기의 스테이지에 학생들을 박아두고 팀 단위로 전투를 시키는 거다.
제국이 공식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주적은 결국 마수와 악마 숭배자들이고, 엘판테 자체가 그걸 대항하는걸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니. 전투 능력을 제일 중점적으로 보지.
괜히 기사학부가 제일 인기가 많은 게 아니거든.
“서바이벌은 최대 4명이 한 팀으로 구성되요- 이틀동안 함께 움직일 동료니까 신중하게 고르세요-”
실제로 이 강당에 모인 것도 한 번에 모여 팀을 구성하기 위해서겠지.
물론 혼자해도 상관은 없다. 난이도가 올라가는 대신 가점도 높아지지.
하지만, 난 지금은 그렇게 진행할 생각이 없다.
이 중간고사, 대단히 중요한 이벤트라서.
단순히 시험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 중간에 일어나는 이벤트가 대단히 중요하다.
‘성녀 루시엔. 소년왕. 법황.’
이 세 명과 동시에 얽히는 사건이니까.
안 중요할래야 안 중요할 수가 없지.
그러니, 나도 거기서 내 의도대로 사건을 굴리는데 최적화된 파티를 짜야한다.
‘팀 편성은…’
일단 엘노어는 기각이다.
아무리 그래도 학생회장이 신입생들 시험에까지 끼어드는 건 말도 안 된다.
그쪽은 따로 맡아줄 ‘역할’도 있고.
그러니까, 가장 먼저 포섭해야 하는 녀석은.
“저기.”
친구들과 모여서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엘리야의 옆에 다가가서 그렇게 말하자, 주변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전부 다 구면이다.
루카. 팔코. 그리드. 트리샤. 용사 파티원들이지.
“…”
원래대로는 엘리야도 이놈들하고 계속 다니게 내버려 뒀겠지만, 지금은 나도 이 녀석이 필수다.
“…미안한데, 중간고사 때 이 녀석만 좀 데려가도 괜찮을까.”
그렇게 말하자, 녀석들이 한꺼번에 조용해졌다.
서로 눈만 끔뻑거리면서 마주 보는 게 다 같이 당황한 모습이다.
‘…좀 갑작스럽긴 했나?’
이 녀석들 입장에서는 친구들끼리 잘 놀고 있는데 웬 뜬금없는 녀석이 굴러와서 한 명 채가려는 모습처럼 보이겠지.
이렇게 당황하는 것도 당연한-
“잘 됐잖아, 엘리야!”
“이렇게 될 줄 알았어! 평소에 그렇게 얘기를 하더니!”
“아, 네! 데려가세요! 꼭 좀 부탁드립니다!”
루카, 그리드, 팔코가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줄줄이 말하더니, 얼이 빠져 있는 엘리야의 등을 다 같이 토닥토닥 두들겨주었다.
마치 친구에게 일어난 좋은 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분위기다.
“…”
이 분위기 뭐냐.
“…그, 이게 뭔가 축하받을 만한 일인가?”
조심스럽게 그렇게 물어보니, 마법사 팔코가 코를 쓱 쓸어넘기면서 답했다.
“아니, 엘리야가 중간고사 그쪽이랑 보고 싶다고 계속 노래를 부르더라구요. 계속 학생회장님이랑 붙어있는 걸 보니 위기감이 들었는지, 이번엔 자기도 같이 다닐 때 뭐라도 하나 저질러야겠다고-”
팔코의 면상에 무자비한 주먹이 틀어박혔다.
말하는 도중에 실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지는 걸 보니 한 방에 기절했나보다.
“아, 서, 선생님이 권해주시다니, 그 별일이네요! 네!”
“…”
그리고 그 주먹을 틀어박은 엘리야가 약간 호들갑스러운 어투로 그렇게 말했다.
얼굴이 좀 붉어져있다. 호흡도 가쁘다.
“…너 괜찮냐?”
괜히 무리하는 것 아니야?
뭔가 상태가 정상처럼 안 보이는데?
그런 의심을 담아 물어보자, 엘리야가 눈동자를 휘릭 돌리면서 뒷머리를 긁적였다.
“괜, 찮죠! 당연히! 하, 하하!”
“…아니, 엄청 신경 쓰는 남자한테 같이 다니자는 권유를 받았는데 퍽이나 괜찮-”
그렇게 말하던 사수 그리드의 면상으로도 엘리야의 쇼트 훅이 틀어박혔다. 옆에서 보고 있던 전사 루카가 살짝 감탄할만큼 깔끔한 자세였다.
이쪽도 한 방에 깔끔하게 기절한 모양이다. 곧바로 바닥에 엎어진다.
“진짜, 진짜로 괜찮아요! 네!”
“…”
“이, 일단 이 자리에서 벗어나시죠! 더 쓸데없는 소리 듣기 전에!”
그래. 괜찮다니 다행이다.
자리를 벗어나자는 것도 마침 딱 좋은 제안이고.
[…너, 내 여동생이란 대체 무슨 사이냐?]아뮬렛에서 칼리반이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일단 그쪽은 무시하며 엘리야에게 말을 돌려준다.
“그래. 잘 됐네. 갈 곳이 하나 더 있거든.”
“네? 갈 곳이요?”
“팀 짜는거잖아. 한 명 정도는 더 필요하지.”
정확히는, 성녀 루시엔과 관련이 있는 인간이 한 명 필요하다.
“…”
진짜 이런 행사에 같이 끼기에는 최악의 인선이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엘리야.”
“예?”
“너, 비품실이라고 혹시 들어봤냐?”
그러니까.
검신병자님의 기념비적인 외부 데뷔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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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이번 정기 사절단 파견에는 성녀 루시엔 그레이하운처와 그 호위기사가 포함되어 이루어집니다. 총장님께서 너그럽게 허락해주시어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요, 성하.”
서로 화기애애하게 나눠지는 대화처럼 보일 것이다.
실제로 장거리 통신용 마공학 구슬 너머에 있는 남자를 마주 본 아탈란테의 얼굴에는 예의 바른 표정이 걸려있었으니까.
다만, 그녀는 지금 속으로 상대방에 대한 험담을 가열차게 곱씹고 있었다.
교양있는 지성인들의 대화라면 몰매를 맞고 쫒겨날 수준으로.
‘허락 안 해주면 엘판테에 칼을 꽂겠다고 온 몸으로 협박하고 있었으면서.’
역겨운 인간.
아탈란테가 법황에 대해 내리는 평가는 그 한 문장으로 전부 요약할 수 있었다.
성 크레도 바오르 2세. 현 시대의 법황.
웃는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 뒤통수를 칠 수 있는 교활한 인간이라는 점도 역겹고.
대륙 최고이자 최대 종교 집단의 수장인 주제에 사람 목숨을 벌레만도 못한 것으로 취급하는 기색이 눈에 뻔히 보이는 점도 역겹고.
그런 주제에 부릴 수 있는 신성력은 현세대 최강을 넘어 역대 최강을 논하는 수준이란 점도 역겹다.
‘무슨 의도로 성녀를 이쪽으로 순순히 넘기는 건지도 모르겠단 말이야.’
지금 엘판테에 모이는 인재들 중 대부분은 그녀의 입김이 들어간 인간들이다. 특히 악마의 그릇 후보군들로 의심되는 사람들은.
성녀 루시엔도 그 중 하나였지만, 솔직히 정말로 받아들여질거란 생각은 그녀조차 하지 못했던 참이다.
성녀. 제국과 성황국의 종교적 상징과도 같은 존재.
그런 인간을 아무렇지도 않게 제국에 넘기는 것 자체가 파격적인 결정이지만.
이 인간은 ‘최대한 빠르게’ 넘겨주겠다며, 반드시 그 안에 성녀를 아카데미 안쪽으로 들이라고 오히려 이쪽을 협박하기까지 했다.
분명히 무슨 의도가 있는 것처럼.
“맨입으로 감사를 표하는 것도 뭐하니, 총장님께 자그마한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흘러나오는 말도 분명히 그런 맥락이겠지.
“엘판테는 지금 중간 고사 기간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아탈란테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중간고사?’
법황쯤 되는 인간이 학생들 일에 신경 쓰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하물며 고작 정기고사 따위에.
스케일의 차이가 너무 나는 이야기라 의도가 아예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그건 온전히 학원 내부 행사입니다, 성하. 그런 것까지 염려해주실 필요는-”
“아뇨.”
법황이 싱그러운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루시엔에게 일거리를 주시죠, 총장님.”
물론, 목소리와 다르게.
“분명히, 그 애는 도움이 될 겁니다.”
그 눈에는 뱀과도 같은 독기가 깃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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