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43)
r 42 – 42. 중간고사
●
시험 당일.
“…그래서.”
엘리야가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나와 유리아를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물어보고 싶은 건 좀 많은데요.”
“나중에 물어봐.”
“…”
녀석이 눈을 가늘게 뜨며 입을 다물었다.
뭐, 저런 분위기가 이해 안 가는 건 아니다. 그럴 요소야 널려있지.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다니던 인간이 왜 가면을 착용 중인 것도 그렇고.
동료로 데리고 온 사람이 말 한 마디도 안 하고 글자만 허공에 띄워서 대화하는 데다가, 내가 세 발자국 안으로는 절대 접근하지 말라고 단단히 뜯어말리는 것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심한 건.
“그런 취향이셨나요?”
“아니야.”
“…”
“아니라고.”
내가 손에 잡고 있는 ‘목줄’을 본 엘리야가 그럼 이게 뭐냐는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목줄은 그대로 유리아의 목에 연결되어 있었으니까, 반쯤 경멸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도 이해한다.
“…사정이 있어.”
“다 큰 여자 목에 목줄 채워서 끌고 다니는 사정이 뭘까. 저도 진짜 궁금한데요?”
“…”
아니, 진짜로 사정이 있다니까.
애초에 이거 내가 제안한 것도 아니다.
[그, 제가, 이렇게 다니자고, 먼저 제안드렸어요…]유리아가 그렇게 띄운 신성력 글자에, 엘리야의 황당하다는 기색이 조금 더 심해졌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불가항력이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애가 자꾸 발작이 심해지니까…’
악마의 조각에 영향을 받아서 완전히 눈이 풀려버린 상태에서 무지성으로 접근하는 이 녀석을 어떻게든 달래는 덴 성공했지만, 그 뒤로 이 녀석은 나와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것에 거의 병적으로 무서워하는 기색이 생겨버렸다.
오죽하면 ‘끌고 다녀도 좋으니 떨어지지 말아달라’라는 의미에서 자기가 목줄을 직접 권하는 짓까지 하는 것 아닌가.
“…”
어. 나도 무섭다.
이런 꼴로 다니는 것 자체가 인간으로서 존엄성이 떨어지는 기분이거든.
하지만 엘노어가 안쪽에 있는 회색 악마를 깨우는 조건만 봐도 알 수 있겠지만, 그릇이 안쪽에 있는 조각을 현현시키는 건 대상의 정신 상태와 대단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리고 지금 유리아는 정신이 거의 극단까지 몰린 상황이다. 내가 여기서 아주 조금이라도 삐끗했다간 악마의 조각이 그대로 현현할 수 있지.
치명적인 매력 스킬이 있으니 나한테 위해가 오진 않겠지만, 하얀 악마의 ‘권능’을 생각하면 한 번이라도 현현하는 것 자체가 2챕터 전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메인 퀘스트인 2챕터가 날아가면, 그것 자체가 게임 오버지. 사망 선고다.
“…”
그렇다는 말은, 결국 위장이 쑤시는 느낌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런 꼴을 한동안 유지해야 한다는 이야기고.
‘…최소한 성녀랑 만나기 전까지는 이 꼴로 다녀야겠지.’
지금 이 중간고사 시험장에 있을 성녀를 어떻게든 이쪽에 접촉시키기만 해도 이런 증상이 조금은 완화될 것이다.
유리아와 루시엔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지.
5일 안에 단절의 저주를 해주하는 건 거기서부터가 시작이다.
“…대체 왜 이런 짓을 부탁해서 하는데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엘리야가 유리아 쪽으로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뭐, 이럴 때를 위해 준비해둔 변명이야 있다.
이 녀석에게 걸린 단절의 저주를 ‘어쩌다가’ 걸렸는진 생략하고, 그 효과만 간략하게 말해주는거다. 아무튼 세 발자국 안에 들어오면 죽어요.
이 목줄은 정확하게 그 간격에 맞춰서 만들어 놓은 거니까. 아무튼 그걸 통제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만 잘 대면 그만이지.
[…그.]어쩐지 잔뜩 붉힌 얼굴로, 목줄을 한참이나 만지작거리던 유리아가, 이내 떠듬떠듬 글자를 바깥으로 자아내었다.
[이러고 있으면, 훨씬 안심이 되는 느낌이라, 이렇게 다니기로 서로 합의했어요.]“…”
[확실히, 이러고 있으니까. 저도 훨씬 편안하고 든든한 기분이고…]뜨악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엘리야의 모습에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말을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하는데…!
“…저런 뜻이 아니라, 그, 설명을 좀 해줘도 되겠냐.”
“…”
엘리야가 한참이나 입을 다물고 나와 유리아를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나로서는 세상 무시무시한 시간이었다.
“트리스탄 공녀가 이걸 보면 한바탕 발작하지 않을까요?”
“…그러진 않을걸.”
그쪽은 아마 내 부탁 때문에 이 시험의 종착점인 ‘성소’에서 대기중일 확률이 높다.
적어도 이 이벤트가 끝나기 전까지는 안 볼 확률이 높다고 봐도 좋겠지.
“…그래요?”
그렇게 말하며 팔짱을 낀 엘리야가, 이내 뭔가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기색으로 나와 유리아를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안 본다 그거죠.”
그러더니 뭔가를 조금 더 고민한다.
고민하면서 계속 이상한 낌새도 보인다. 혼자서 계속 다리를 떤다거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한다던가.
혼자서 이상한걸 중얼거리거나 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이라거나, ‘그래도 뭐라도 해야 나한테 좀 관심이…’ 라거나.
“…바쁘냐?”
“잠시, 한 5분만 내버려 둬주세요. 좀 고민해야 할 게 있어서.”
“…”
그래.
그럼 난 5분동안 챙길거나 챙기고 있으마.
♥ 엘노어 에리나리제 라 트리스탄
[ 친애 1단계 ] >>> [ 친애 2단계 ] [ 수령 가능한 보상이 있습니다! ]▼ 유리아 그레이하운처
[ 관심 1단계 ] >>> [ 관심 4단계 ] [ 수령 가능한 보상이 있습니다! ]드르륵 탭해서 보상을 수령한다.
[ ‘엘노어’의 기프트 보상을 수령합니다. ] [ ‘특성: 개풍凱風’을 얻습니다. ] [ Mastery Info > [ 특성: 개풍凱風 ] [ 등급: 기초 ] [ 현재 숙련도: 0% ] [ 상대방의 공격을 정확한 타이밍에 막으면 데미지를 일부 돌려줄 수 있습니다. ] [ !정보! ] [ ‘특성: 부초’와 ‘특성: 개풍’의 보유 사실을 확인합니다. ] [ ‘특성: 트리스탄류 검술’의 숙련도가 범용 이상인 것을 확인합니다. ] [ ‘특성: 부초’와 ‘특성: 개풍’의 숙련도를 범용까지 올린다면 ‘특성: 이질풍裏疾風’으로 통합됩니다. ]↓↓↓↓
[ 특성: 이질풍裏疾風 ] [ 등급: 기초 ] [ 미보유 특성 ] [ 상대방의 공격을 정확한 타이밍에 ‘튕겨내기’로 막는다면, 데미지의 상당 부분을 상대방에게 돌려줄 수 있습니다. ]‘…이건 또.’
군침 도는 게 튀어나오네.
트리스탄류 검술이 괜히 고인물 유저들 사이에서 얻어둘 수 있으면 무조건 얻어두란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니다.
이런 알짜배기 특성들이 잔뜩 숨겨져 있으니까.
정확한 타이밍에 상대방의 공격를 패링한다면 내게 들어오는 데미지는 0으로 줄이고, 상대방 공격의 일부를 상대방에게 돌려준단 소리다. 성능이 나쁠 수가 없지.
유리아에게서 수령한 스킬인 ‘검사의 집중’과 연계한다면 타이밍을 잡기도 훨씬 쉬워질 거고.
그리고 남은 한 쪽은…
[ ‘유리아’의 기프트 보상을 수령합니다. ] [ ‘스킬 복사권’을 1개 수령합니다. ]…이거구만.
이전에 엘노어의 호감도를 단기간에 폭등시켰을 때도 똑같은 보상이 주어진 바 있다. 이 녀석도 비슷한 거겠지.
‘이것도 일단 킵해둘까.’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건 지금 당장 쓰는 것보다 조금 묵혀두는 게 가치를 훨씬 높일 수 있다.
‘…예전처럼 써먹고 싶진 않지만.’
엘노어는 회색 악마를 현현시켜 관련 스킬을 뜯어왔지만, 하얀 악마는 굳이 그런 방법을 쓰고 싶진 않다.
얘는 그냥, 어.
현현시키는 순간 귀찮다.
괜히 ‘집착의 악마’라는 이명이 있는 게 아니라서.
“…좋아. 결심했다.”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자니, 마침내 생각을 정리한 모양인 엘리야가 볼을 짝짝 두드리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얍.”
양손으로 내 손을 덥썩 붙잡는다.
“…저는 이게 한계니까. 이 정도로 타협 볼 게요. 시험 끝날 때까지 이렇게 다니죠.”
“…”
그런 말을 내뱉으며, 내 손을 계속 붙잡고 있는다.
얼굴을 보니 귀까지 붉어져있다.
“…선생님, 무슨 말이라도 좀 하지 그러세요.”
아니.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는데.
“…그, 그런 식으로 쳐다 보셔도 목줄은 안 찰 거에요?!”
그리고 대답 이전에.
넌 대체 나를 뭐라 생각하는건데…?
“…마음대로 해라.”
뭐라고 대답하기도 귀찮아져서 그쪽을 내버려두고, 지도를 꺼내든다.
‘목표는…’
일단 성소에 들어가는 것. 성녀는 높은 확률로 그쪽에 있다. 그 안쪽으로 유리아를 데리고 몸 성히 들어가면 ‘필수 이벤트’가 격발될 예정이지.
그리고 두 번째.
“…”
피식 웃으며 상태창을 바라본다.
방금 얻은 특성과, 그걸 성장시키면 얻을 다른 특성이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이걸 먹는 거지.’
물론 원래대로는 특성 관련된 모든 작업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진득하게 해야 하는 일이다.
다만, 이전에 내가 유리아를 써서 급격하게 숙련도를 올린 것처럼. 그걸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개가 있다.
그리고, 그 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중간고사’ 기간이다.
“…”
그리고, 이런저런 내 ‘현재 상황’을 생각해봤을 때.
그걸 써먹을 기회는 반드시 온다.
1등을 하는 것도 하는 건데.
고인물이라면 이런 버닝 이벤트는 절대 놓칠 수가 없지.
“아, 그런데 준비는 해둬라.”
엘리야에게 그렇게 말 해둔다.
“예? 무슨 준비요?”
무슨 준비긴.
“우리 빼고 다 죽일 준비.”
“…”
●
다우드 캠벨이란 사람이 어떤 인간이냐고 묻는다면, 탈리온은 항상 ‘무서운 사람’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적어도 그 사람과 몇 번 얽혀본 바로는 그것만큼 적절한 평가가 없겠지.
용사 후보를 한 방에 쳐 날려버린 전투력에, 그 치밀한 계획력에. 어디를 어떻게 봐도 자신과 같은 신입생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런 감상을 모두가 공유하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무서운 사람’까지는 맞는데. 그런 카테고리가 완전히 빗나간 경우 말이지.
“아, 다우드 캠벨? 그거 엄청 위험한 인간 쓰레기 아니냐? 절대 얽히지 말라던데?”
“…”
탈리온이 창을 손질하던 손을 멈추고 자신의 친구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그게 뭔 소리야?”
“아니, 그렇잖아. 아마 다른 애들도 다 그렇게 생각할 것 같은데.”
남학생 한 명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을 이었다.
“학생회장님하고 용사 후보, 둘 다 그 녀석이랑 친하게 지낸다며?”
“…그렇기는 하지?”
“그런데 그 두 명이 그쪽이랑 친하게 지낼 이유가 하나도 없잖아. 안 그러냐?”
“…”
그건 탈리온도 동의하는 의견이었다.
겉으로 보면 그 두 명은 절대 그 사람이랑 얽힐 일이 없지. 절대로.
조금이라도 그 진가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이 꼬인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다 생각할 리 없겠지만.
그 능력을 직접 봐서 알고 있는 탈리온과 다르게 정보가 통제되어 있는 일반 학생들은 충분히 그렇게 느낄만 하다.
‘…학원측에서 막고 있는 느낌이긴 한데.’
그가 느낀 바로는 분명히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저 정도 되는 사람이 이런 누명이나 쓰고 있을 리가 없지.
그런 생각을 곱씹고 있자니, 상대방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그쪽에 뭔가 약점이라도 잡고 다니는 거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하던데?”
“…약점?”
“그래. 용사 후보고 트리스탄 공녀고 그쪽에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니는 게 아니면 말이 안 된다고. 그리고, 뭐야. 그 녀석 친구들도 별로 없는 주제에, 항상 어딘가 바쁘게 싸돌아 다니면서 학장이나 총장같은 사람도 자주 만난다 그러고. 그냥 딱 봐도 수상하지 않냐?”
남학생이 그렇게 문장을 쏟아내었다.
탈리온으로서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문장이었지만.
“…그 두 명이 약점을 잡는다고 그렇게 쉽게 잡힐 사람들인가? 너무 억지 아니야?”
“그러~니까 엄청 위험하다는 거지. 방법은 모르지만 그런 게 아니면 말이 안 된다 이거야!”
탈리온이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쓸어넘기는 사이, 남학생이 다시 열변을 토해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리버 란펠트 교수님 있잖아. 수업 도중에 그쪽한테 무례하게 한마디 했다가 그대로 사라졌다던데. 신성학부 애들한테 물어봐도 무슨 일인지 아무도 모르더라고?”
탈리온의 손이 멈칫했다.
이건 충분히 현실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고 판단했으니까.
리버백 후작의 예를 생각해보면, 그 사람 생각보다 ‘적’한테는 인정 사정 없는 사람이다. 직접 박살냈을 확률은 충분히 높을 것이다.
“사정이 있었겠지.”
그래도, 뭐.
이유 없이 그럴 사람은 아니겠지만.
“뭐야, 왜 그렇게 편을 들어? 너도 그러다가 그쪽한테 험한 꼴 당할 수도 있다니까? 다들 그래서 단단히 벼르고 있을걸?”
“…벼르다니?”
“이번 중간고사 규칙, 너도 알지?”
그거야 당연히 그도 숙지하고 있었다.
이틀 안에 대평원 중앙에 있는 ‘성소’에 먼저 도착하는 인원들에게 가장 높은 배점.
성소로 향하는 길에는 각종 환수와 마수들이 배치되어 있으니, 슬기롭게 그것들을 헤쳐나가 성소에 도달하면 되는 방식이다.
문제는.
“…그쪽에 ‘습격’이라도 하겠단 이야기야?”
그런 방식 도중에, 다른 학생과 전투하여 모두에게 일괄지급된 ‘목걸이’를 강탈하면 거기서 또 가점이 붙는다.
악랄하다고 봐도 될 수준의 시험 방식이지만, 전장의 법칙은 약육강식이라는 이념하에 설립 이후로 한 번도 안 바뀐 방식이라던가.
그리고, 그런 시험 방식은 가끔 이렇게 누군가에 대한 ‘집중 공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뭐, 대부분은 학생회장님이나 용사 후보 개인 팬들인 것 같던데. 저 녀석은 뭔데 저기 꼬여있냐고 계속 아니꼽게 보던 놈들, 꽤 많았잖아?”
“…”
자기도 그 중 하나였지.
탈리온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창을 집어올렸다.
“…걔네, 혹시 언제 어디서 습격하는진 알아?”
“어? 왜? 너도 끼게?”
그리고 그런 경험을 먼저 거쳐온 이로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아니. 거기는 무조건 피해가게.”
탈리온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행운을 빈다, 불쌍한 녀석들아.’
너희들이 어느 정도로 박살날지 나는 감히 짐작조차 못 하겠으니.
그가 조용히 ‘습격조’를 향해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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