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44)
r 43 – 43. 중간고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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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완전히 부서진 거대한 카이트 쉴드를 본 기사학부의 학생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런 말을 꺼냈다.
집안의 가보였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전장에서 그 성능을 충분히 입증해온, 가문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보물.
아버지는 이거면 떨어지는 운석도 막아낼 수 있을 거라며 과장 섞인 허풍을 떨긴 했지만, 그 정돈 아니더라도 믿음직스러운 장비라는 건 분명했다.
그리고.
“있잖아.”
‘맨주먹’으로 그걸 고철로 만들어버린 인간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입을 열었다.
짜증이 듬뿍 담긴 기색이었다.
“이게 다야? 진짜로?”
단신으로, 아무런 무장 없이, 그저 맨몸으로, 수십 명에 달하는 학생을 탈락시킨 인간의 입에서 나올만한 말은 아니다.
엘판테의 학생이라면 나름 스스로의 수준에 자신이 있는 놈들이 대부분이다. 수십 명 정도라면 교수에 준하는 인간들이라도 승리를 장담 못할 경우가 대부분일텐데.
그걸, 혼자서.
얼마 걸리지도 않고.
거기에.
신체 강화에 일가견이 있는 기사학부의 눈으로 보아도, 지금 상대방은 손톱만큼의 이능도 운용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순수하게 ‘단련된’ 신체 스펙에서 그 정도 수준의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신체를 강화하는 류의 능력은 공통적으로 기본적인 신체 능력을 몇 배씩 뻥튀기시키는 방식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 인간의 ‘본실력’은, 그야말로.
“너, 뭐하는 괴물이야…!”
바닥을 알 수 없는 수준이겠지.
“개뿔이.”
하지만, 상대방은 그런 말에도 그저 코웃음만 치며 답했다.
“니들이 약해 빠진 게 문제야.”
리루 가르다가 코웃음치며 학생의 머리를 가볍게 걷어찼다.
억, 하는 소리와 함께 학생의 몸체가 뒤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저 목걸이만 가져가면 끝나는 게 분명한 중간고사에는 분명히 과도하다고 느껴질만한 폭력이었지만, 리루는 그런 폭력 자체에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약한 놈이 강한 녀석한테 두들겨 맞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그러니, 그런 쓸데없는 죄책감 이전에. 그녀는 끝도 없는 짜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쓸만한 놈이 어떻게 하나도 없지?’
부족 연합의 ‘내전’ 이후로 제국으로 망명을 온 이후로의 시간은, 그녀에게 있어서는 감옥에 갇힌 거나 다름없는 순간들이었다.
한 번도 얻어본 적 없는 학생 신분을 얻어본 김에, 싸울 수 있는 장소는 이곳저곳 찔러보고 있기는 하지만.
전장. 전투. 생사결.
인생 전부를 그런 단어로 요약할 수 있는 인간에게, 이 아카데미란 장소는 너무 평화롭기 짝이 없었다.
‘이 나이면 적어도 사람 서넛 정도는 죽여봤어야 정상인 놈들인데.’
부족 연합은 그 주변을 둘러싼 척박한 환경 때문에, 애초에 우수한 전사로 자라나지 않는다면 생존조차 불가능한 환경이다.
그에 비하면 제국의 인간들은 하나같이 유약하고, 우유부단한데다가, 약해빠지기까지 했다.
짜증이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지.
법술을 조금도 쓰지 않았음에도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것만 봐도 그럴 것이다.
“…”
한 놈만 빼면 그랬겠지.
유일하게 그녀의 속도를 따라올 수 있었던 인간 한 명이 떠올랐다.
이름이 분명…
‘다… 다… 뭐였지?’
유감스럽게도, 리루의 기억력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여튼, 그 놈.
그녀가 다루는 힘이 법력이라는 것까지 보자마자 간파해낸 그 놈.
“…하.”
법력은 부족 연합 내부에서도 극소수의 인사에게만 허락된 특별한 힘이다.
제국은커녕 부족 연합 내부에서도 그 운용을 직접 본 이는 손으로 꼽을 정도로.
그런데 그걸 보자마자 간파해냈다는 건, 둘 중 하나다.
본인도 법술을 다룰 줄 알거나.
법술을 다루는 이와 만나본 적이 있거나.
그리고 둘 중 하나만이라도 충족시킨다면.
그건 리루가 ‘일단 싸움을 걸어봐야 하는 인간’으로 생각할만한 조건에 넘치도록 부합한다.
자신과 자신의 일족이 어째서 부족 연합에서 ‘쫒겨났는지’ 생각한다면 더욱이 그렇다.
“아, 그놈 어디서 못 만나나. 한 번 때려보고 싶은데.”
“아무 이유 없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간 아카데미에서 그대로 퇴출이다, 리루 가르다. 망명 중인 상태라면 조금은 눈에 덜 띄게 처신하는 편이 좋지 않겠나.”
그녀의 본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부르는 목소리에, 그녀가 움찔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처음 보는 인간이었다.
빈틈 하나 없이 갖춰 입은 제복. 새까만 장검. 은발에 적안. 가슴팍에 있는 ‘엘노어’라는 명찰.
학생회장. 사전에 듣기로 그녀의 정체를 미리부터 알고 있는 인간 중 한 명이라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쓸만한 놈이 아예 없지는 않았네.’
상대방의 대략적인 실력을 읽어낸 리루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괜히 엘판테 학생들을 대표하는 자리에 앉은 인간이 아니겠지. 한 번 목숨을 걸고 싸워보고싶은 상대다.
아마 그녀보다는 조금 약해 보이지만, 그래도 턱밑까지는 쫒아올 만한 수준일 테니까.
“이미 그대가 저지르고 있는 폭거는 상당 부분 도를 넘었네만. 진행을 감독하는 입장에선 그냥 봐줄 수가 없군. 이쪽은 부탁받은 일도 있어서 바쁜데도 그대 때문에 호출당하지 않았나.”
“그래서 뭐 어쩔건데.”
리루가 피식 웃으면서 주먹을 들어올렸다.
“쫒아내기라도 할 거야?”
제발 그래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부탁이니까, 그 검을 뽑아들고 진심으로 자신을 죽이려고 달려들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쫒아내긴 할 거네. 내가 하진 않겠지만.”
그렇게 말한 엘노어가, 품에서 꺼내든 스위치 하나를 꾹 눌렀다.
그와 동시에, 리루가 착용 중인 목걸이에서 흰색의 빛이 뿜어져나왔다.
뭘 어떻게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의 몸 전체를 감싼 기운에, 리루가 인상을 찌푸렸다.
‘신성력?’
딱히 해하려는 느낌은 아니다. 그저 이 대평원에서 그녀를 ‘옮겨버리려는’ 의도가 강하게 느껴질 뿐.
그리고, 그런 가호를 학생들의 목걸이마다 전부 걸어놨다고?
‘…제국에 그 정도로 강력한 신성 능력자가 있었던가?’
상대방을 지정하여 공간이동시키는 가호라면 꽤 상급에 속하는 기술이다.
하물며 이걸 지금 대평원에 들어와 있는 학생 전원에게 지급한다는 건.
어디 성황국에서 성녀라도 끌어왔나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성녀라고 할지라도 이걸 온전히 버텨낼 수는 없겠지만.
이건 적어도 대주교 수준의 인간이 열댓 명은 있어야 안정적으로 공급이 가능한 레벨이다.
그 이하라면, 글쎄.
사용자에게 고문을 가하려는 의도밖에 되지 않는다.
‘신성력 고갈’ 현상이 생긴다면 어떤 것이 일어나는지 감안할 경우 더더욱이 그렇고.
그런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니, 상대방으로부터 대답이 돌아왔다.
“아무튼, 가서 머리나 좀 식히고 있게나. 정당한 경쟁이면 몰라도, 그쪽같이 야만적인 이유로 싸움을 하는 건 엘판테에서 금지니까.”
“…제국 놈들은 죄다 겁쟁이뿐인가. 네 아버지도 네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도록 가르친 모양이지?”
부족 연합의 인간에게 꺼낼 수 있는 것 중엔 최상급의 욕설 두 가지다.
겁쟁이라는 모욕과 아버지에 대한 험담.
하지만, 이를 들은 엘노어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코웃음만 쳤다.
“그 늙은이가 겁쟁이라는 덴 동의하지. 제법 보는 눈이 있군, 리루 가르다.”
“…”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묘하게 만족스러운 기색이다.
생각보다 아버지랑 사이가 기깔 나게 안 좋나보지. 역시 제국 놈들은 이상하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물러서는 건 또 아쉽다. 하다못해 나중에 만났을 때 그녀한테 적대적으로 나올만한 반응 정도는 만들어둬야겠다.
그녀가 상대방을 도발할만한 단어 몇 개를 더 떠올렸다.
‘아, 그렇지.’
부족 연합의 전사들에게 특히 잘 먹히는 단골 패턴이 하나 더 있긴 했다.
“뭐, 본인이 겁쟁이라는 건 부정을 못 하네. 그런 걸 보면 네 근처에 있을 놈도 하나같이 다 병신이겠지?”
“…”
엘노어의 눈이 가늘어졌다.
오, 이건 좀 반응이 있다.
리루가 싱글벙글한 상태로 말을 이었다.
“남자친구는 있냐? 있으면 그쪽 보는 앞에서 내가 빼앗아줄게. 그때도 한 번 이렇게 겁쟁이처럼 내빼는지-”
그녀가 문장을 이어가던 입을 다물었다.
“…”
엘노어는 아무 말도 꺼내놓지 않은 상태였다.
다만, 그 눈이.
붉은색으로 빛나는 그 눈이.
도저히.
인간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괴물’의 눈이었다.
“…”
그걸 마주한 리루가, 저도 모르게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스스로도 충격받을만한 행동이었다.
‘…쫄았어? 내가?’
인세의 지옥이라고 불리는 전장을 수십 번도 넘게 헤쳐나온 자신이.
고작, 상대방의 눈빛에 겁을 집어먹었다.
그것도, 아까 전까지만 해도 싸우면 자신이 이길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드는 상대에게.
〚리루 가르다.〛
그리고 멍하니 있는 그녀에게, 엘노어의 서릿발같은 목소리가 떨어졌다.
거기에 깃든 것도, 분명히 방금 전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마치.
평소와 다른 ‘뭔가’가 상대방에 몸에 깃든 것 같은 모습이다.
〚한 번은 봐주겠네. 그대의 위치도 위치고, 멋 모르고 도발하는 게 분명해 보이니 말이지.〛
저벅저벅 다가오는 엘노어의 모습에, 리루가 다시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숨마저 멈출만한 압박감이 리루에게 찾아들었다. 다리도 슬슬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니, 두 번은 없어.〛
그리고.
〚아무도. 내게서. 그 남자를 뺏어가진 못하네. 알겠나?〛
귓가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그런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그녀의 몸이 대평원 바깥으로 ‘전송’되었다.
“…”
아무도 없는 대기실에서, 그녀가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방금 그거, 뭐였지?’
확실한 건.
그 ‘이물’이 깃든 학생회장은, 자신이 결코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냥 단순히 기량이 딸린다 어쩐다 수준이 아니라.
‘태생’부터, 그녀와 다르다는 느낌.
평생을 걸쳐 수련해도 이길 수 없다는 확신이 드는.
“…”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 아닌가.
그녀가 다시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
온 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있었지만, 정신만큼은 그 어느때보다도 고양되어 있었다.
이 장소에도, 그녀가 싸울 상대가 있다. 죽도록 싸워보고 싶은 인간이 생겼다.
즉.
자신은 투쟁을 통해 더 강해질 수 있다.
“…”
저쪽의 기세가 완전히 뒤바뀌어버린 건, ‘남자친구’ 어쩌고를 언급한 뒤였다.
역린이라고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즉. 건드리면 ‘무조건 싸움이 붙는’ 수단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럼 자신이 할 일은.
‘…열쇠는 그 사내놈인가.’
그쪽을 어떻게든, ‘공략’하는 거겠지.
그녀가 눈을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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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Message> [ 대상 ‘리루 가르다’가 당신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 [ 대상 ‘엘노어’가 당신의 영향을 받아 스킬을 개방했습니다! ] [ ‘강신降神 – 분노’가 대상의 스킬셋에 추가됩니다. ] [ ‘스킬: 계도’에 해당 기능이 추가됩니다! ]“…”
가끔은 시스템의 멱살을 잡고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난 진짜 아무것도 안 했는데 대체 왜 이런 것들이 마구마구 추가되냐고.
그리고, 애초에.
‘강신이라고?’
이거 몸에 악마의 조각을 한정적이나마 현현시키는 기술이다. 뒤에 붙은 ‘분노’라는 건 해당 감정이 그만큼 극대화되어서 이게 열렸다는 거고.
즉, 보통 빡쳐서 열리는 게 아니다. 진짜로 상대방을 죽여버리고 싶어할 때나 열리는 거거든?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한가롭게 그런 걸 떠올리기에 적절한 때가 아닌 것도 분명했다.
나도 바쁘거든.
“진짜 극악무도한 새끼…!”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저런 짓을…!”
“…”
코앞에서 쏟아지는 폭언들을 듣고 있자면, 나도 변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니까, 그.
여자 한 명은 무슨 짐덩이라도 되는 것처럼 한 손으로 덜렁덜렁 끌고 다니고, 다른 쪽은 아예 목줄을 채워서 질질 끌고 다니는 것 말이지.
“사람을 무슨 동물 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아가씨! 용사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금방 구해드릴게요!”
“앞서 스러진 다른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니네 친구들 그렇게 많았냐?”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그렇게 반문한다.
지금 내가 여기까지 오는데 받은 습격만 대충 10번이 넘어간다.
그게 다 니네들 친구였다고…?
“너를 공격하는 놈이면 다 친구야!”
“네가 어떻게 싸웠는지나 보고 말하라지, 이 쓰레기 녀석아!”
“…”
음. 반박할 말이 없군.
습격은 물론 엘리야랑 유리아한테 손쉽게 격퇴당했었다. 애초에 악마의 그릇 하나에 용사 후보까지 데리고 있는 마당에 신입생들이 뭐가 무서우랴.
그거 막아내는 것보단 차라리 세 발자국 이상 안 가까워지게 유리아 목줄 끌면서 컨트롤 하는 게 더 어려웠지.
문제는, 그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내가 느닷없이 목줄을 끌면, 유리아가 켁켁거리면서 거기 끌려다니는 기괴한 몰골로 보였을 것이다.
‘…그거 다 내가 니들 구해준 거라고.’
절대로 이상한 게 아니란 말이다.
절대…!
[대체 왜 저렇게 화를 내는 걸까요? 저는 괜찮은데요.]아니. 지금은 당사자가 그런 말을 해도 전혀 변호가 안 된다.
몰골이 보통 파멸적이어야지.
그런 글자를 띄우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유리아의 모습에, 엘리야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받았다.
“그래도, 이번에는 만만치 않겠는데요.”
엘리야가 눈을 가늘게 뜬 상태로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전까지의 습격은 그나마 소규모로 이루어졌다지만, 지금 내 앞에 진을 치고 있는 녀석들은 거의 1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파다.
이런 녀석들이 나 하나 때려잡겠다고 여기 모여있는 걸 보니 묘한 기분이다.
‘…이거 다 엘리야 팬들이야?’
사생팬이라는 게 이렇게나 무섭다.
이 녀석이랑 조를 짠 시점부터 이렇게 될 거란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거 다 뚫고 가려면 전투로는 어림도 없겠어요. 이것만 뚫으면 성소인데 왜 하필 이렇게…”
지금까지 손쉽게 습격을 정리해왔던 엘리야가 직접적으로 이런 말을 꺼낼 정도로, 상대방의 숫자가 무시무시하다.
그냥 많은 것도 아니고, 기사학부-마도학부-신성학부의 밸런스가 절묘하게 잘 갖춰진 조합이다.
이걸 단순히 3명으로 깬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겠지만.
“아니. 오히려 괜찮아.”
“…예?”
어.
오히려 난 이런 걸 기다리고 있던 입장이다.
주로 특성을 키운다는 면에서.
실전을 통해 숙련도를 올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런 식으로 ‘동료’가 있고, ‘대규모의 적’이 있어야지만 써먹을 수 있는 비기가 있거든.
“…”
물론 그것도 상대방과 전투가 가능할 때나 가능한 이야기고, 지금 우리와 저쪽의 격차는 하늘과 땅 수준이지만.
난 그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수단’이 있다.
상대방이 저렇게 밸런스가 좋다면, 깰 수 있는 수단은 하나뿐이고.
압도적인 무력.
“…”
피식 웃으며 아뮬렛을 톡톡 두들긴다.
아저씨. 일어나.
[…어? 응? 뭐야?]아뮬렛 안쪽에서 칼리반이 졸린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일어났다.
아직 내 신성력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덕분에, 이 사람은 대부분의 시간을 이 안쪽에서 자면서 보낸다.
필요할 때 깨우는 게 아니면 항상 이 상태지.
아뮬렛에 조용히 속삭인다.
“부탁 좀 드립시다. 한 번 나와주세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좀 험악한 상황인가보지?]칼리반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과 동시에, 근처로 하얀색의 장막이 쓱 펼쳐졌다.
[ 영체가 소환됩니다! ] [ 스킬: 심상세계가 발동됩니다! ] [ 근처 공간에 있는 ‘파티 멤버’에게 버프가 공유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어이.”
“…예?”
눈을 땡글땡글 뜨는 엘리야를 바라보고 속삭인다.
“미리 사과할게. 많이 기분 나쁘면 나중에 좀 세게 쳐도 괜찮아. 뭐든 다 받아준다.”
내가 생각해도 좀… 과격하긴 하다만.
지금 이 자리에서는 필요할 것 같다. 아무래도.
그리고, 녀석이 대답하기도 전에 녀석을 덥썩 끌어안는다.
한 팔로. 내 몸에 가까이 닿을 때까지.
[…이 놈 봐라? 너 이런 거나 보여주려고 나 깨웠냐?]칼리반이 헛웃음과 함께 그런 문장을 흘리자마자.
“…!”
엘리야의 몸이 뻣뻣하게 굳고, 유리아의 눈이 옆에서 크게 떠지는 사이.
순식간에 조용해진 전방의 인파를 향해, 씩 웃으며 말한다.
“그런데 있잖아, 니들.”
조곤조곤, 담담하게 사실을 토로하는 것처럼.
“뭘 마음대로 이 녀석을 되찾니 마니 하고 있냐.”
경악해서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녀석들에게, 씩 웃으며 말한다.
“난 준다고 한 적도 없는데.”
“…”
“‘주인’ 허락은 맡아야지?”
침묵이 주변으로 쫙 깔리고. 조금 더 지나가고. 조금 더 지나서.
엘리야의 얼굴로 홍조가 확 올라오는 것과 동시에, 찢어지는 것 같은 괴성이 주변으로 쭉 깔렸다.
“저 새끼 죽여버려-!”
“아주 씹어먹어주마, 이 개ㅅ-!”
터져나오던 욕설과 고함이 그것보다 더한 고성에 가려 묻혀진다. 주변으로 각자 무구를 소지한 학생들이 쏟아져 내린다.
어이쿠, 무서워라.
그런데 그렇게 무섭게 달려들수록 나한테는 더 이득이거든.
[ 위기 상황이 감지됩니다. ] [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으로 판단합니다. ] [ ‘스킬: 절체절명’을 A등급으로 적용합니다. ]자. 그럼.
‘버프’라고 함은 일반적으로 대상을 ‘강화’시키는 스킬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다는 말은, 즉.
[ ‘스킬: 심상세계’의 발동을 확인합니다. ] [ 대상 ‘엘리야’와 대상 ‘유리아’에게 ‘스킬: 절체절명 (A등급)’을 공유합니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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